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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2

EP.391 막간. 베가스 북부 ‘코요테 여울 노선’ 3번째 역, 브래들리 잡화점 (1)

북극에서부터 밀어닥치는 극풍은 대륙 중부에 가혹한 기후를 선사했다. 그러나 극풍이 인간에게 해로운 작용을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극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역일수록 그곳에 흐르는 자기장 역시 강했다. 그러한 지자기(地磁氣)는 이 세계가 어비스에 침식되지 않도록 하는 기본적인 방호로 작용했다.

제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철도를 빨리 보급할 수 있었던 데에도 그러한 환경의 영향이 컸다. 철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황량한 곳을 관통하는 일이 잦았는데, 대륙 중부는 지자기 덕분에 어비스에 대한 방호가 강력했기에 제국은 그러한 시설을 확장하는 데 부담이 적었다.

반면, 대륙 동부는 시에라마드레 산맥이 극풍을 막아줬기에 온난한 기후를 보장받았다. 대신 그곳은 지자기가 약했기에 마을과 마을, 지역과 지역, 나라와 나라 사이에 아직도 ‘미개척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미개발 지역을 말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밤이 되면 어비스와 동화되어 마귀들이 어슬렁거리는 곳을 의미했다.

그런 곳에는 기껏 선로를 깔아둔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잡스러운 마귀들이 나타나 선로를 끊어먹거나 어비스의 영향을 받아 선로가 부식되거나 비틀리는 일이 잦았다. 그렇다고 일일이 선로마다 사제들이 축복을 내리거나 사람 많은 지역만 통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륙 동부는 철도 대신 비행선이 발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항공운송은 장거리 운송에는 잘 맞을지 몰라도, 단거리 운송 수요를 처리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륙 동부의 운송은 아직 수운과 역마차에 많이 의존했다.

베가스 북부의 ‘코요테 여울 노선’은 베가스 시의 북쪽에서 출발하여 8개의 역과 18개의 정류장을 지나서 덴버 동쪽에 도착하는 역마차 노선이었다. 늙은 마부는 오늘 이곳에 첫차를 배속받은 참이었고, 첫차부터 만석이라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그는 짐들을 모두 짐칸에 실은 뒤, 승객들의 표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의 손에 쥐어진 표는 3장뿐이었다.

그가 마차가 꽉 찼다고 느낀 것은 그중 한 손님의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컸기 때문이다. 그의 엉덩이는 3명분 좌석을 깔고 앉아 있었고 그의 두 다리는 건너편 3명분 좌석을 꽉 틀어막고 있었다.

“표를 더 내야 하는 겁니까?”

분홍색 머리칼의 젊은 여인이 남자를 제치고 나서서 마부를 향해 씩씩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면박을 주려던 마부는 그녀의 방풍 코트 안으로 수녀복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

성직자에게 함부로 구는 것은 미개척지를 돌아다니는 일이 잦은 사람들에게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은 일상에서 귀신 들린 들짐승과 길잃은 마귀와 자주 마주치곤 했다. 성직자 다음으로 신을 찾는 일이 많은 사람이 바로 그들이었다.

세 사람을 이리저리 살핀 마부는 커다란 덩치의 남성도 속에 수도사 복을 입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잠시 고민하던 마부는 간단하게 축복을 비는 말 몇 가지를 건넸고, 두 사람은 화색을 띠며 몇 가지 말로 그에 답했다.

마부는 그걸로 팁은 충분히 받았다고 여겼다. 두 사람의 행색으로 보아 그렇게 높은 법력을 지닌 것 같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이 내려준 축복으로 며칠 동안만이라도 마차에 잡귀들이 달라붙지 않는다면 그걸로 만족했다.

그들은 마차를 탄 지 8시간 만에 ‘코요테 여울 노선’의 3번째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커다란 3층짜리 여관이 사막의 목초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서 있었다.

사막에 있는 역들이 대부분 그렇듯 <브래들리 잡화점>은 역 겸, 여관 겸, 술집 겸, 상점으로 기능했다. 근처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중계소 삼아 상인들이 놓고 간 물건들을 사거나 상인들에게 양털이나 가죽 따위를 팔곤 했다. 잡화점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베가스에서 탔던 승객 세 사람은 모두 이곳에서 내렸다. 마부는 역장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더니 곧 떠나버렸고, 세 사람은 여급의 안내를 받아 역 안의 식당으로 들어섰다.

방풍복을 벗어 던진 수녀는 바로 식당 입구에 있는 게시판으로 달려가 그곳에 압정으로 박혀 있는 쪽지들을 살폈다. 인근 마을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소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녀는 그중 자신이 아는 이름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빼내어 가지고 왔다. 압정의 색에 따라 쪽지를 붙이거나 뗄 때, 요금을 내야 했는데, 그녀가 뺀 압정은 ‘역에 숙박하는 손님’이 남긴 것으로 이미 선금이 치러진 것이었다.

“대장님! 여기 있습니다! 퀴네스 님이 남긴 것입니다!”

작은 손거울 앞에서 그가 모시는 마신에게 예배를 드리고 있던 사도 바예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발렌티나, 그냥 네가 나에게 읽어줘도 되는 일인데.”

“어, 그게, 저기…….”

“또 암호 해독법을 잊은 거로군.”

“자, 잠시 까먹은 겁니다!”

발렌티나의 외침에 바예르의 맞은편에 앉은 거구의 남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푸헐헐, 수녀님도 그래? 나도 까먹었어!”

그는 남들보다 몇 배는 덩치가 컸고 턱에 짧고 더부룩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깔끔하게 민 머리와 수도사 복장만 아니었으면 영락없이 도축업자나 산적으로 여겨졌을 외모였다.

그의 이름은 노들. 그는 포스투리카의 한 암자에서 도를 닦던 수도사였다. 사고를 몇 번 저질러 수도원에서 쫓겨난 그는 교리 시험을 통과하면 복귀시켜준다는 수도원장의 말을 믿고 조용히 성경 공부를 할 만한 지역을 물색 중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지역 주민들을 괴롭히며 살던 한 마도사의 거처를 발견하고는 놈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으깨서 죽인 뒤 그곳을 거처 삼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끔 술과 고기를 사러 마을을 내려오거나, 도적 떼를 소탕해 달라는 주민들의 부탁을 받고 인근 산채를 뒤집고 다니거나,외로운 시골 과부들의 밤을 즐겁게 해주거나 하는 일 외에는 오로지 성경 공부에만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가 이전에 몸담고 있던 수도원장의 부름을 받고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되었다.

“10개월은 성경 공부에만 매달리려고 했는데 이제 고작 7개월입니다, 원장님!”

“뭘 매달려! 네가 밖에서 저지르고 있는 짓은 내가 매달 보고 받고 있었다 이놈아! 성경 공부는 됐으니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가서 도와!”

수도원장이 그를 보낸 곳은 바로 검은 마도사를 쫓는 수사팀이었다. 서커스 그랑프리의 주최국인 여섯 나라에서 한 명씩 인재를 선발했고, 그는 포스투리카 대표로 참여하게 됐다.

그들의 팀장으로 뽑힌 바예르는 카스티유와 포스투리카의 이번 업무 담당자는 ‘수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발렌티나나 노들 같은 인간을 대표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둘 다 무력은 손색이 없었다. 노들의 힘은 바예르를 능가했고, 발렌티나는 들어올 때만 해도 바예르보다 약했지만, 잠재력은 그보다 높았다. 하루가 무섭게 강해지고 있는 그녀는 얼마 안 가 노들과도 1대1로 붙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수사를 펼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들의 무력이 이번 일에 유용하냐고 누가 물으면 그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1년 넘게 정교회 고대어 기도문에 쓰이는 문자도 아직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고 있었다. 노들은 원래 딴 일을 하다가 수도원에 들어갔으니 그렇다고 쳐도, 어렸을 때부터 수도원에서 살았던 발렌티나도 그렇다는 건 정말 한심한 일이었다.

“볼까. 그럼 퀴네스가 무슨 정보를 남겼는지.”

그에 비해 이 쪽지의 주인은 바예르처럼 문무를 다 갖춘 인물이었다. 그녀는 델로스 공화국의 대표로 뽑힌 인물로 마귀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총잡이로 유명했다. 델로스의 보안국에서 ‘금별’을 단 10명도 안 되는 연방 보안관 중 한 명이었다.

원래 그들 6명은 두셋이 나뉘어 움직이고 있었다. 6개월 전에 바예르와 발렌티나가 발견한 ‘저주 역병이 검은 마도사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사를 벌였다.

몇 가지 수확을 건지긴 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저주 역병이 퍼진 곳 근처에서 괴물서커스단이 목격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었다. 수천 명의 증언 중 겹치는 단어를 정리하다 보니 우연히 그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옆집 친구들은 다 괴물 서커스를 보러 갔는데요. 저만 집에 남아서…….

-뭔가 불길한 날이었지. 괴물 서커스 놈들이 지나가는 걸 봐서 그런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저주 역병에 걸린 사람들을 비웃은 대가로 저주 역병이 퍼진 것은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겠지만…….

그것을 알게 된 그들은 이후로 ‘괴물 서커스’라는 단어에 더욱 집중해서 수사했고 얼마 가지 않아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기존에 증언이 확보되지 않았던 곳들에도 괴물 서커스가 지나갔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바예르는 이번 수사 결과는 아직 위에 보고하지 않았다. 바로 그들의 보고서를 받는 대주교가 얼마 전에 그들의 수사 상황을 성급하게 언론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저주 역병은 검은 마도사의 짓이다!

-검은 마도사는 데볼루트를 자원으로 활용한다!

물론 책임자인 그의 입장상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추진한 프로젝트가 1년째 아무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 모든 게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그런 정보를 섣불리 공개했다가는 적의 경계만 높이기 마련이라고 바예르는 생각했다.

-검은 마도사만 잡아낸다면 내가 차기 교황이 될 수 있어!

대주교와 바예르는 오래된 사이였다. 마신의 사도인 그가 이번 일에 끼어들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추천 덕분이었다.

바예르는 그의 야망을 응원했다. 그러나 수사에 지장을 준다면 본말전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위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수사를 위한 결정이기도 했지만, 괜히 말이 와전되어 전 세계의 저주 역병 피해자들이 검은 마도사의 앞잡이라는 식으로 박해당할지도 몰랐다.

그 방침에 대해 바예르는 팀원들이 모두 모이는 정기 보고 날에 말할 참이었는데, 마침 퀴네스가 모두를 이곳으로 소집했다. 베가스 북부 ‘코요테 여울 노선’ 3번째 역, 브래들리 잡화점으로 말이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퀴네스는 보이지 않고 쪽지만 남아 있었다. 고대어를 해독하며 그녀가 남긴 글을 읽어보던 바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이곳에서 다른 두 사람을 만났다고 하더군. 그리고 한 명이랑은 같이 근처 조사를 나갔고, 다른 한 명은 이곳에 남아 있다는데? 아, 저 남자인가.”

세 사람은 2층 숙소에서 헐레벌떡 내려오는 젊은 남자를 바라봤다. 다들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국이 대표로 보낸 정보부원은 몇 개월에 한 번씩 인원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바예르는 그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각국의 고위 관료의 동향을 캐거나 경제, 외교, 군사 분야의 훨씬 가치 있는 고급정보를 다루던 그들이 이런 실체도 알 수 없는 존재를 쫓는 아마추어 집단의 수사 놀이에 끼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도 며칠 전에 검은 마도사에 대한 정보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많이 바뀐 것 같았다. 이번에 파견된 첩보부원이 그들 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딱 각이 잡혀 있었다. 이전에 만났던 요원들은 모두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말이다.

카진스키는 몇 주 전 황태자 암살 미수범을 놓쳐버린 이후로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는 이동 명령을 받기 전까지 ‘검은 마도사 수사팀’이라는 것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았을 때는 헛웃음만 나왔다.

전 세계가 20년 동안 매달려도 그 흔적을 발견하지도 못한 사람을 찾으라니? 수사팀에 배속되어 처음 업무를 할 때만 해도 그는 시골 파출소로 전근 간 기분이었다. 소위 수사팀이라는 작자들의 경력이나 능력을 보면 절반이 별로 수사완 관련이 없는 자들인데다가, 그들이 보고서라고 올리는 것들은 전문적으로 정보를 다뤄온 그가 보기엔 조잡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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