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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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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장 아틀라스

아고리스는 여러 곳의 교육기관이 있다.

물론 팔린드 대륙에도 교육기관은 다수 있었으나, 전투원을 양성하는 대표적인 곳은 콘스텔이었으며, 거의 유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디악 정도 되는 강자가 없고, 대신 병력의 수를 믿는 아고리스에서는 필연적으로 교육기관이 다수 존재했다. 대체적으로 수준은 비슷했고 평균은 나쁘지 않았다.

그중 가장 선두를 달리는, 이 대륙에서 모든 아이들이 선망하는 교육 기관.

팔린드 대륙에서 ‘콘스텔’의 자리인 그곳이, 여기서는 ‘아틀라스’라는 이름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아틀라스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봄.

이곳에는 한 명의 전학생과, 두 명의 교사가 새로 들어왔다.

“피엘롯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등교 첫 날, 학생들의 자기 소개. 피엘롯은 극히 짧은 자기소개를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와 비슷한 소개를 했기 때문에 이상할 것은 없었다.

다만, 몇 학생들은 피엘롯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런 녀석이 있었나?’

아틀라스는 새로운 학년이 되면 새로운 반에 편성되기에, 모든 학생들의 얼굴을 외우고 있지 않는 한 새로 들어온 전학생을 알아채긴 어렵다.

하지만 3학년이나 되면 그래도 또래의 얼굴은 어느 정도 익히고 있으니 다소의 위화감은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와, 얼굴 뭐야?”

“왜 저런 애를 지금까지 못 봤지?”

가까이 있는 여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피엘롯의 경우 그 외모가 워낙 눈에 띄다 보니, 원래부터 아틀라스에 다니고 있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프론디어는 피엘롯에게,

─굳이 전학생이라는 말을 먼저 꺼내진 마. 너무 숨기려 하지도 말고. 그저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이기에 먼저 말하지 않았다, 그 정도 스탠스를 유지하면 돼.

피엘롯이 전학생이라는 사실은 반드시 숨겨야 될 무언가는 아니다. 들킨다고 크게 무언가가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먼저 전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소란을 피우거나, 애써 숨기고 있다가 나중에 들키게 될 경우, 양쪽 다 좋지 않다.

피엘롯의 신분은 어디까지나 가짜니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들킬 수 있다.

그러니 전학생이란 게 결국 알려지더라도 대단치 않게, 천천히 알려지는 게 좋다. 어차피 피엘롯은 외모와 실력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주목을 받을 테니.

하지만 초반에 어느 정도 묻어갈 수 있는 피엘롯과 달리, 프론디어와 엘로디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오늘 새로운 선생님이 오신대. 그것도 두 명. 한 명이 우리 담임이야.”

“맞아. 명단에 처음 보는 이름이 있었어.”

아틀라스의 어느 반에서는 약간의 이벤트로 떠들썩했다.

3학년인 그들은 선생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전부 알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낯선 이름이 등장하면 당연히 알게 되고, 얼굴을 보기도 전에 이미 그들은 새로운 선생님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근데 누굴까? 오자마자 3학년의 담임이라니.”

“그러게. 보통은 1학년부터 시작하지 않나?”

아틀라스는 물론 여러 교사가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교사든 처음 들어오면 대개 1학년부터 시작하거나, 혹은 담임을 맡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자마자 3학년을 가르친다니.

“근데 이론 수업 담당이라던데?”

“에이 뭐야. 괜히 기대했네.”

떠들썩하던 학생들에게 찬물이 흐르는 소식이었다.

아틀라스는 콘스텔과 마찬가지로 전투원을 양성하는 곳이기에, 학생들은 역시 실기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도 실기의 비중이 훨씬 높다.

“다른 한 사람은 마법 실기 담당이래.”

“아, 부럽다. 나도 그 쪽이 담임이었으면.”

“그리고 되게 이쁘대.”

“진짜 부럽다!”

남학생의 영혼을 담은 한탄이 있었다.

“우리 담임은?”

“남자라던데.”

“뭐냐. 이거 차별인가? 복지에 문제 있는 거 아냐?”

“근데 듣기로는 우리 담임도 만만치 않게,”

드륵-

학생들이 떠드는 사이 앞 문이 열렸다.

“외모, 가…….”

학생의 마지막 목소리가 줄어들고, 교실 내에는 삽시간에 침묵이 추락했다.

“오, 이렇게 바로 조용해지다니, 예의 바른 훌륭한 학생들이 모였군요.”

들어온 남자는 조용해진 이유를 제대로 모른 채 나름의 추측을 했다.

“반갑습니다.”

그가 교탁에 서서 인사를 할 때도, 학생들은 꿀에 익사한 벙어리였다.

남자는 칠판으로 다가가 분필을 든다.

‘프론디어 디 로아흐’

하지만 남자가 칠판에 자기 이름을 썼을 때도.

“저는 ‘프론디어 디 로아흐’라 합니다.”

직접 이름을 대고 자기소개를 할 때도.

“앞으로 여러분들과 1년 동안 같이 지낼 것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미소 지으며 친근감을 어필해도, 여전히 학생들은 어느 하나 입 밖으로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으음, 이 정도로 예절이 바른 것도 곤란한데요.”

프론디어는 자기를 보며 굳어버린 학생들을 마주한 채, 볼을 긁적였다.

* * *

문제가 발생했다.

내 나이가 너무 어중간하다는 것.

학생으로 들어가기엔 졸업을 한 나이인데, 교사라기엔 나이가 너무 적다.

거기서 동료들과 상의를 했었는데, 그 때 엘로디가 제안을 하나 했다.

“업적?”

“그래. 도저히 학생이 해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는 업적이 있으면 돼.”

엘로디는 그렇게 말했다.

업적이 있다면 어린 나이라도 교사가 될 수 있다.

나는 그에 잠깐 떠올렸다.

“……테르스트 제국에서처럼?”

“그래. 만곶 전쟁에서 세운 공적처럼. 그거 때문에 한동안 네가 조디악이 되느냐 마느냐로 말이 많았잖아?”

확실히 그랬다. 그 떠들썩함은 나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리아 리스가 말했다.

“그때 황실에선 조디악 메다르트가 은퇴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 그 빈자리를 프론디어가 꿰찰지도 모른다고 했었지. 황후 전하께서도 말리긴 하셨지만 실력의 부족을 이유로 들진 않았어.”

물론 나는 조디악이 되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으나, 밀어붙인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는 건가.

다시 엘로디가 말했다.

“조디악이 된 채 학생을 지속할 순 없을 거잖아?”

“……확실히 그렇네.”

예시는 조디악이 되긴 했어도 그 정도까지의 업적을 달성할 필요는 없다.

단순히 학생 레벨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만 있으면 빠르게 교생이 된 것에 의문을 갖진 않겠지.

엘로디가 중얼거렸다.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하기도 했었고.”

“알고 있어.”

“……알긴 뭘.”

엘로디는 내 대답이 대충 나온 것이라 생각한 건지 입술을 모았다.

하지만 난 정말로 알고 있었다.

엘로디가 사원소 조합의 성공에 가까워졌을 때, 콘스텔에 있을 수 없게 되는 걸 걱정했다는 걸.

‘물론 총장실에서 훔쳐 들은 내용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엘로디의 경우가 보여주듯이 내가 빠르게 교생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무슨 업적을 얻어야 할까? 팔린드 대륙이라면 모를까 여기서는 아무것도 없는데.”

테르스트 제국에서 활약한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좋겠으나, 당연히 그런 건 없다. 대륙간 교류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게 먹히지도 않을 테고.

“업적은 이제부터 만들면 됩니다.”

그때 아랄드가 말했다.

“프론디어 님의 능력이라면 업적 한두 개쯤은 금방 만들 것입니다.”

“넌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게임에서는 업적을 따내는 거야 빈 칸 채우기를 하는 기분이었지만, 현실이 되면 과연 막막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뿐인 듯했다.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 같은데요.”

말한 건 셀레나였다.

“중요한 건 이 대륙이 무엇을 중요시하는가가 문제겠네요. 우리가 업적이라고 생각한 것이 여기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소한 것이 이 곳에서는 업적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죠.”

“신분은 바엘이 준비해 준다고 했으니, 그 신분에 맞게끔 무언가를 해내야겠네. 이 대륙에서 수요가 있을 만한 걸로.”

리리가 그 말을 받았고.

“그럼 저는 사전조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교육 기관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면, 기간은 충분할 테지요. 그사이 저희의 거주지도 확보하죠. 여기 있는 악마들의 처우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아고리스의 악마들과 싸울 이유는 없지만, 감정은 아직 남아 있을 테니까요.”

아랄드가 착착 일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업적 같은 거 만들 줄 모른다니까?

허나 내 말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저, 질문해도 되나요?”

그리고 기괴한 침묵을 마침내 끊어내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중 하나, 갈색 머리를 곱게 땋은 여학생이 손을 들었다.

나는 살았다는 심정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뭔가요?”

“프론디어 선생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20살입니다.”

바엘이 말한 대로라면 그렇겠지.

나의 대답에 학생들이 각자 옆에 있는 사람들과 수군거렸다.

아, 드디어 목소리가 들린다. 침묵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제 좀 교실 같다.

갈색 머리의 여학생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저는 제 모교에서 조금 빠르게 졸업했답니다.”

나는 이 학교에 오기 전에 이미 하나의 ‘업적’을 완성했다. 교사 자격을 얻은 것도 그 덕분이다.

뜻대로 된 것인지, 아니면 나만 빼놓고 모두의 뜻이 그러했는지.

“입체 지도의 설계를 완성했거든요.”

“……!”

그에 표정이 변하는 학생들.

탕!

그중 한 학생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책상을 치며 일어섰다.

“최근에 떠들썩한 입체 지도를 선생님께서……!”

“예, 그렇습니다.”

반 정도는.

이것도 이미 몇 달 된 이야기다.

나에게 ‘업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서 며칠 뒤, 아랄드가 사전 답사를 하고 와서는 내게 말했었다.

“역시 입체지도가 제격일 듯합니다.”

“입체지도?”

“제가 알아본 결과, 이 대륙에는 확실히 마공학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군사 목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마 수요도 그쪽이 많을 테지요.”

“그러면 차라리 일상 생활 쪽을 건드려보는 게 낫지 않아? ‘위저뷰’라든가.”

“그것도 좋겠지만, 지금 당장 수요가 없는 물품은 가치를 알아보는 데에 시간이 걸립니다. 제품에 대한 신뢰도, 먼저 구매를 하고 평가해 줄 사람들, 무엇보다 여론이 중요하죠.”

물론 충분한 시간을 들이면 ‘위저뷰’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을 테고, 그 또한 업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정도의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면 업적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시간이 되고.

악마와 보이지 않는 대치를 지속하는 이 땅에, 즉각적이고도 금방 채택될 기술, 동시에 ‘업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특별한 것.

“하지만 내 입체지도는 미완성인데.”

미완성이라기보다, 나밖에 못 쓰는 물건이다. 흑천으로 다루는 거니까.

과거 히치콕에 갔을 때 내 입체지도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제품을 보았지만, 그것도 미완성이었다.

거기서 아랄드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그러니 완성시켜야죠.”

“……어이, 아랄드. 그 기술에 대해 아는 게 너와 나뿐인데, 뭘 어떻게 완성시키겠다고.”

내가 가진 원래 입체지도는 기존의 지도를 흑천으로 재현한 것일 뿐, 뛰어난 기술이나 두뇌가 필요한 영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 범용적으로 쓸 수 있게 하려면 당연히 기술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불가능한 얘기다.

“꼭 우리가 완성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설계만 하면 될 일이죠.”

“……직접 완성품을 만들지 않고, 설계도만 제작하자고?”

“가치를 아는 곳이라면 반드시 응답할 것입니다.”

아랄드가 묘하게 열정적이다.

이 자식 나에게 업적을 줘야 하느니 하는 건 핑계고, 그냥 지가 만들고 싶은 거 아닐까?

“저희 회사에서 만들던 미완성의 입체 지도, 그리고 프론디어 님께서 본래 사용하던 그것을 잘 결합시킨다면, 보급할 수 있는 마공품을 만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뭐, 그래. 뭐라도 일단 해봐야지.”

아랄드가 가능하다고 하면 가능하겠지. 그가 히치콕의 회장이니까.

내 대답에 아랄드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그럼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저희 회사의 입체지도 장치의 설계도는 제 머릿속에 있으니, 제가 최대한 이해가 편하시도록 여러 장의 설계도를 준비해,”

“아, 아니. 괜찮아.”

나는 놔뒀다간 상하좌우전후에서 본 설계도를 죄다 그려올 것 같은 아랄드를 만류했다.

대신 말했다.

“내 머릿속에도 있으니까.”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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