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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3

< 마왕 강림 (2) >

차원 전체의 크기가 아우테리카의 대륙 하나 정도에 불과한 마계.

심지어 마계는 조화로운 지상 세계와는 달리 마이너스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극한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세계 자체가 가진 극단적인 환경 때문일까?

마계에서 탄생한 종족인 악마족은 일반적인 생명체에 비해 전투적으로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본 무력은 물론이고 마력만 있다면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별다른 지장이 없었으며,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전투 스타일을 본능적으로 체득한다.

말 그대로 싸우기 위해 태어난 종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러나 그 반대급부라고 해야 할지, 지상의 다른 종족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이런저런 다양한 제약에 얽매여 있었다.

애초에 그들을 격리하고 있는 마계라는 공간을 벗어나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밖으로 나가더라도 상당한 힘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또한 그 제약의 일환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세상도 악마와의 전쟁이 끊이질 않았겠지. 천계의 천사족들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이 마계에서만큼은 악마족의 힘이 극대화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가까운 악마 공작의 힘은 오죽할까.

[크후으— 크후으—]

[···젠장, 이 빌어먹을 종자들이···!]

그것이 괴랑 공작 시파르가 헬라와 데이비슨을 상대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다.

비늘에 뒤덮여 있던 우측 머리가 사라지고 몸 곳곳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었으나, 악마의 악착같은 생명력이 어떻게든 전투력에 손실이 생기는 걸 최소화해 주었던 것이다.

“···끈질기네. 과연 피지컬만은 마계 제일이라 하더라니. 그게 영 허언은 아니었던 모양이야?”

“카핫!”

하지만 그것도 곧 끝이 보이고 있었다.

과연 그 육체 능력은 들었던 대로 끔찍한 수준이었지만 놈의 상대는 그보다 더한 괴물들이었으니까.

세상을 오시하듯 천천히 날갯짓하던 헬라가 거만한 눈으로 아래의 쌍두견을 내려다보았다.

연신 꿈틀거리며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는 뜯겨나간 목의 단면.

그러나 그 속도는 명성에 맞지 않게 느릿느릿하기 그지없었다.

저 상태라면 아마 완전히 회복되는 데 족히 며칠은 걸리겠지.

‘「식신」까지 이용해 개념을 통째로 먹어 치웠는데도 저 정도라는 게 놀랍긴 하지만.’

아직 악마로서의 힘이 담겨있는 정수가 멀쩡하기에 가능한 것일 터.

저만한 부상을 고작 며칠 만에 복구한다는 건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으나, 해당 부위의 개념 자체를 데이비슨에게 강탈당한 만큼 회복 과정에서 손실되는 힘도 적진 않을 것이다.

‘아깝게 그리 내버려 둘 순 없지. 이제 그 정수는 네게 아니라고. 다 내 거야.’

그런 뻔뻔한 생각과 함께 손에 들린 채찍을 몇 차례 양옆으로 팽팽하게 잡아당긴 헬라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와 동시에 데이비슨이 세 개의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혀를 꿈틀거렸다.

물론 그런 모습은 그들을 상대하고 있던 이에겐 도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젠장, 젠장! 대체 어디서 저런 놈들이 나타난 거지? 르레이에는 분명 원정에서 무엇 하나 남기지도 못하고 죽었을 텐데! 설마 이제 와서 이렇게 발목을 잡힌다고?’

시파르가 사납게 이를 갈았다.

놈들은 완전히 자신을 잡기 직전의 사냥감으로 보고 있었다.

오랜 시간 마계의 정상에서 군림해 온 그로서는 참을 수 없는 굴욕.

그런데 문제는 이젠 그게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현실이라는 것이었다.

‘안 돼!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거기다 그 상대가 마룡도 아니고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를 잡종이라니?!’

이러려고 아등바등 살아온 게 아니었다.

몇 차례나 고배를 마시면서도 마왕위에 도전한 건 결코 이런 결말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크윽, 망할!’

결국 그는 마음을 굳혔다.

설령 이번 일로 회복이 힘들 수준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더라도 일단 이 자리부터 모면하기로.

애초에 이 상황을 그 정도의 희생도 없이 수습하려던 게 과한 욕심이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어떻게든 여길 벗어나기만 하면···.’

지금쯤이면 본거지가 공격당했다는 소식이 어브노말 전체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세력의 차이도 있는 데다 장소상의 이점도 있으니, 다크 네스트와의 전장에 집중하던 휘하의 고위 악마를 모조리 소집하면 저놈들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터.

‘겁도 없이 내 영지의 중심부까지 기어들어 오다니! 그 오만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각 파벌들이 괜히 세력을 이용해 땅따먹기를 하던 것이 아니었다.

마계에서 지위의 고하와 무력 수준은 정비례한다.

그런데 수장이 직접 참여한 침투 작전이라니!

실패했을 때의 위험을 생각하면 도박이나 다름없는 수이지 않은가?

쿠구구궁—!

[모조리 녹여주마!]

[아우우우——!]

늑대와 같은 포효와 함께 시파르의 전신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그를 중심으로 강대한 충격파가 퍼져 나가며 세상조차 통째로 불살라버릴 듯한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사방을 잠식했다.

“···하, 아직도 이 정도 힘이 남아있었나?”

그에 인상을 찌푸리며 재차 공격을 가한 헬라는 알 수 있었다.

시파르가 방어는 완전히 포기하고 모든 여력을 저것 하나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그나마 대미지를 경감시켜 주던 마력 방벽을 비롯한 수단이 전부 사라지자, 무방비하게 공격을 허용한 거대한 육체가 빠르게 너덜너덜해졌다.

하지만 상대는 육체 능력만큼은 드래곤조차 능가한다는 괴랑 공작.

순수한 맷집으로 공격을 버티는 동안 삽시간에 규모를 키워나간 지옥불은 어느새 「마천의 세계」 자체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화륵!

당연히 헬라와 데이비슨도 공간 전체를 휘감고 뒤흔드는 그 불길을 피할 순 없었다.

새빨간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며 헬라의 주위를 두껍게 감싼 마력장을 빠르게 살라 먹었다.

‘이젠 이판사판이라는 건가. 모든 걸 불사르는 화염이라니. 이거 오래 지속되면 아무리 나라도 좀 부담스럽겠는데?’

과연 공작급 악마란 걸까.

가볍게 혀를 찬 그녀가 채찍을 강하게 움켜쥐며 마력을 한껏 불어넣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 마계산 최상급 마도구조차 오래 버티지 못하고 손상되어 버릴 테니까.

치이이익— 지글지글—

반면 육체파 마물인 데이비슨은 그저 맨몸으로 그 열기를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이글거리는 화염에 불살라지고 재생되기를 무한히 반복하면서.

그러면서도 연신 입을 움직여 입가에 닿은 지옥불을 꿀꺽꿀꺽 집어삼키며 재차 시파르에게 달려들었다.

[큭! 이 지독한 놈이! 어떻게 이 불 속에서도!]

[커헉!]

그 저돌적인 공세에 결국 좌측의 일그러진 머리가 목줄을 물어 뜯겼다.

화염을 내뿜는 와중에도 최대한 저항하긴 했으나 부족한 머리수로 인해 발생한 빈틈을 어찌하지 못한 것이다.

계속해서 불길에 타오르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가리를 들이대는 데이비슨의 모습은 지옥의 수문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에게 목덜미를 뜯어 먹히던 일그러진 얼굴이 돌연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자신이 당할 것조차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끄흐흐—! 오냐, 그럼 네놈부터 지옥으로 보내주마!]

그 직후.

스스슷—

시파르의 꼬리에 달려있던 뱀의 눈에서 붉은 광채가 번뜩였다.

그리고 세상을 녹이던 어마어마한 열기가 한순간에 뱀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시간을 중간에 잘라낸 듯 그 모든 변화가 찰나 만에 이루어졌다.

“카하?”

입에 들어온 살점을 부지런히 씹어 삼키던 데이비슨의 몸이 멈칫했다.

조짐도 없이 갑작스럽게 급변한 상황.

그는 세 쌍의 눈을 움직여 태양과도 같은 열기가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크하핫! 뒈져라!]

과한 에너지의 밀집에 서서히 재가 되어 부스러져 가는 꼬리의 뱀.

그 입안에서 최후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세 개의 입을 이용해 한창 식사를 즐기던 그를 향해.

***

콰아아아앙——!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세상을 밝히는 빛줄기 하나가 하늘로 솟구쳤다.

“커헉! 뜨거워···!”

“물러나라! 물러나!”

“방어에 집중해! 휩쓸린다!”

그와 동시에 전장 전체에 어지간한 악마조차 버티기 힘든 지옥과도 같은 열기가 퍼져 나갔다.

전장 한쪽에 자리한 「마천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며 내부에 갇혀있던 에너지가 사방을 휩쓸기 시작했다.

“윽, 이건···?”

“어떻게 됐지? 공작님은?”

“헬라 님께선! 싸움은 끝난 건가?!”

그에 밖에서 치고받고 싸우던 악마족들이 진영을 막론하고 일제히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짙은 밀도의 마력 폭풍 때문에 안쪽이 잘 관측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사실 그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자기들이 여기서 무슨 짓을 하건, 결국 이 전장의 승패는 저곳에서 일어난 싸움의 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란 걸.

꿀꺽.

그렇게 모두의 긴장 속에서 갑자기 발생한 마력 폭풍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드러난 모습은.

뿌드드득—

[끄으윽! 대체 어떻게···!]

기다란 채찍에 목이 졸린 채 피를 토하는 거대한 머리통 하나와.

으적으적—

으깨진 머리통 하나를 두고 솜씨 좋게 세 개의 머리를 움직이며 식사를 즐기는 또 다른 괴물 한 마리였다.

“···깜짝 놀랐네.”

한 손에 채찍을 쥔 헬라가 다른 손으로 가볍게 이마를 쓸어 올렸다.

시파르가 발산한 열기가 어찌나 지독했는지, 직격하지도 않았는데 화염 공격에 강한 내성을 가진 그녀의 손에 촉촉한 땀이 묻어 나왔다.

“뭐, 시도는 좋았어. 상대가 나빴을 뿐.”

헬라가 슬쩍 시선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랏빛 하늘을 가르는 상흔 너머로 사라져 버린 빛줄기의 궤적을 따라서.

설마 광역 공격을 하는 척 자신을 속인 다음 꼬리의 뱀까지 제물로 사용해 가며 필살의 공격을 날려 올 줄이야.

공간에 가득 퍼져있던 지옥불을 매개체로 이용한 그 공격은 위력에 걸맞지 않게 즉발에 가까운 발동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조금 떨어져 있던 헬라가 미처 대응할 시간도 없었을 만큼.

하지만 다행히도 데이비슨에겐··· 아니, 할리에겐 그럴 때 쓸 수 있는 수단이 한 가지 남아있었다.

콰드득— 꿀꺽!

소모된 칼로리를 보충하듯 신경질적으로 고기를 집어삼키는 세 개의 머리 한쪽에서 녹색 광채 셋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포구가 자신에게 겨눠진 절체절명의 순간, 뱀의 모가지를 억지로 꺾어 방향을 틀어버린 ‘「보석안 : 강압」×3’의 잔흔이었다.

‘그걸 맞았으면···. 음, 죽지는 않았겠지만 상당한 힘의 손실이 있었겠지. 어쩌면 적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기껏 마계까지 용병 활동을 뛰러 왔는데 손실을 보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이 능력은 할리도 자주 사용하지 않았으니 큰 상관은 없을 터.

「마천의 세계」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관측할 수 있는 적이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쯧, 일이 쉽게 풀린다고 너무 마음이 풀어졌어. 아무리 전력상 압도적인 우위라고 해도 상대는 이 지옥 같은 마계에서 천 년 이상을 군림해 온 공작급 악마인데.’

아무리 「보석안 : 강압」이 에너지를 쏟아붓는 대로 강해지는 특성이라고 한들 한둘로 낼 수 있는 출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명색이 비장의 수단이었던 만큼 지옥불을 머금은 뱀의 저항력도 범상치 않았으니.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리는 무려 세 개!

케르베로스의 인자를 사용한 덕분에 기존의 머리가 그대로 복제되어 출력도 고스란히 보존된 보석안 셋이 일제히 전력으로 전개되자, 뱀의 머리에서 광선이 뿜어지기 직전에 그 각도를 하늘로 틀어버릴 수 있었다.

그 충격으로 「마천의 세계」가 단번에 박살 나 버리긴 했으나 이제 와서 그건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 극단적인 필살의 공격을 허용했다면 모를까, 그것이 실패한 이상 이미 싸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오, 오오오···! 우오오!”

“헬라 님께서 승리하셨다! 헬라 님 만세! 만세!”

“으아아! 괴랑 공작님께서!”

“말도 안 돼! 어떻게? 대체 정체가···?!”

그리고 그것은 멍하니 상황을 응시하던 이들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모습은 지극히 단순명료했다.

세 개의 머리 중 두 개와 꼬리를 잃은 건 물론 전신이 만신창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진 괴랑 공작.

그와 반대로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몸으로 마치 주인처럼 개 목줄을 틀어쥐고 있는 헬라.

그리고 사냥한 고기를 먹듯 공작의 몸을 거구로 짓누른 채 태연하게 입을 우물거리고 있는 애완 괴물 한 마리까지.

적자생존의 땅인 마계에서 이 대 일이니 뭐니 하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게다가 저 생물체는 애초에 악마족도 아니지 않은가?

마물을 길들여 키우는 것 또한 능력일 뿐이고, 하물며 저렇게 일방적인 구도로 당했다면 어떻게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크윽, 설마 또 이렇게 실패하는 건가. 이번에도 또···!’

그리고 그런 기류의 변화는 굴욕적으로 제압당한 시파르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로 향하던 민심이 실시간으로 떠나가고 있었다.

마치 주인처럼 자신의 목줄을 틀어쥔 승자에게로.

14대 마왕 선발 때도 그랬고, 15대 마왕 선발 때도 그랬듯이.

[···큭, 내가 졌다. 나 시파르는 그대를 왕으로 인정하겠다.]

결국 그는 눈을 질끈 감고 그런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어브노말’이라는 파벌은 오직 괴랑 공작 시파르 한 존재를 중심으로 뭉친 세력이었다.

이대로 끝까지 버티다 죽어봤자 그저 와해된 파벌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군주를 찾아 떠날 뿐.

그리고 아마 그 대상은 마왕의 냄새를 짙게 풍기는 이 자리의 승자가 될 것이다.

‘그러느니 내가 먼저 숙이고 들어가는 게 낫겠지. 이전에도 몇 번이나 그랬듯이. 괜찮다. 일단 살아남기만 한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

그런데 그때.

“앗, 이거 미안해서 어째? 안타깝지만 나한테 선약이 있어서.”

[···그게 무슨 소··· 커헉!]

목을 휘감은 채찍이 더욱 강하게 조여왔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린 채찍이 날카로운 가시들을 이용해 톱질하듯 그의 목을 썰기 시작했다.

[끄윽! 어··· 어째서! 난 공작이다! 내 지지가 있다면 흑암과 마룡을 상대하는 도움이 될 거다! 그럼 ‘진짜 마왕’에 더욱 가까워질 수···.]

“너희 공작들을 전부 처리해 주기로 먼저 약속했거든. 구두계약도 계약이잖아? 그 얘기가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방적으로 깨기는 좀···.”

멋쩍게 미소 지으며 한쪽 눈을 찡긋하는 헬라.

어마어마한 마력과 「섬멸자」를 동원해 산채로 목을 써는 이로는 보이지 않는 상큼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말이야—.”

진정한 죽음이 목전까지 다가오자 시파르가 거세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한참이나 늦은 상황.

거구를 이용해 그의 몸을 찍어 누르는 데이비슨도 있었지만, 이미 패배자가 되어 제압당한 그에겐 「마왕」의 집행과 「지배의 마안」의 위압을 벗어날 방도가 없었다.

“—난 이미 진짜 마왕이야.”

냉엄한 표정으로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를 깔아보며 내뱉는 서늘한 한마디.

다른 두 놈을 처리하는 데 너의 도움 따윈 필요 없다.

그냥 닥치고 순순히 정수나 뱉어라. 그게 더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런 여러 의미가 함축된 최후의 선고였다.

[하··· 하하···. 역시 넌···.]

푸화악—! 쿠웅!

오랜 시간 마계의 정상에 군림하던 별 하나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 의미에 담긴 무게감처럼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진동음.

헬라의 마지막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들었던 건지, 그 마수 얼굴에 남은 표정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했다.

이어서 사냥개처럼 위풍당당하게 놈의 몸을 짓누르고 있던 데이비슨에게 그 머리를 던져준 헬라는 곧바로 괴랑 공작의 정수를 추출했다.

육체에 정수가 남아있다면 오랜 시간이 걸릴지언정 결국 재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뽑혀 나온다면 그런 일말의 가능성도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화아악—

내부에 붉은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다면체가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

서큐버스 퀸의 마석과 대등한 공작급 정수.

마계에서도 희귀한 그 물건에서 흘러나온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스르륵— 털썩— 털썩!

그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이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드림 워커를 비롯한 헬라의 추종자부터 시작해 조금 전까지 치고받고 싸우던 어브노말의 하수인들까지.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그들은 승리를 자축하는 지배자에게 경배와 공포를 헌사했다.

《마왕으로서의 영향력이 확대됩니다. 개체의 존재가 한층 뚜렷해집니다.》

새롭게 이 땅에 강림한 마왕을 추앙하듯이.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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