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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3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00화

바람과 함께 (3)

마음을 집중하며 검을 심상 속에 담았다.

도산검림의 산 안쪽.

그곳에서, 단 하나의 검만이 빛나고 있었다.

그 검은 이가 잔뜩 나가 있었다.

검면에는 미숙한 백의의 검사가 비춰지고 있었다.

투명한 검 너머로는 조잡한 삼태극이 비쳐 보였다.

이것은 아직 미완성이었고, 펼치면 중간에 폭발해 버리는 단점이 있기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이름도 짓지 않은 초식을 사용해야 할 때라고 결심했다.

이미 우리 사이에 인질을 잡은 보물찾기니 하는 것은 의미 없었다.

단악검법을 여는 월악(越岳)의 초식과 함께 시작되는 서른한 번째 초식은 다음과 같았다.

서른 번째 초식인 산심연후도와 같이, 계위를 이동하는 세 번의 식(式)을 전면에 둔다.

가로 베기이자 시작인 월악으로 일식을 펼치며, 낮은 계위에서 높은 계위로 검을 이동시킨다.

그런 후 다시금 내려 베기로 산심연후도를 이식으로 펼친다.

그 직후 찌르기로 혼의 계위에서 좌탈입망의 일격을 날리며 삼식을 떨쳐 낸다.

그렇게, 내 검이 닿는 모든 계위를 세 번의 동작으로 합일한 후, 거기에서부터가 서른한 번째 초식의 시작이다.

천족의 수선(修仙)은 명의 계위로 끌어올려지는 방식.

지족의 수선은 기의 계위에서 자신을 높여 가는 방식.

심족의 경지는 혼의 계위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방식.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수선의 길을 검로에 담는다.

일, 이, 삼식을 통해 단악검법의 모든 초식을 연결하고 연결한다.

일식은 천족의 방식으로 낮은 계위에서 높은 계위로 올라가며, 그 안에서 생겨나는 연기, 축기, 결단, 원영, 천인, 사축의 경지를 흉내 낸다.

이식은 지족의 방식으로 높은 계위에서 낮은 계위를 때리며 폭발시켜 지족의 경지를 흉내 낸다.

삼식은 그냥 지금까지의 무공이었다.

일이삼식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에 이어 일이삼식의 묘예를 적용한 22초 단악(斷岳)을 세 번 연속으로 펼치며 66번의 초식을 밀어붙인다.

그리고 다시 이어 66개의 초식 간의 연계기를 발동시킨다.

그렇게 연계기를 발동시킨 후, 일이삼식의 묘예 속에, 내 법술과 요술, 그리고 괴뢰 회로 등 모든 것을 녹여 넣은 무공.

이것이 바로, 아직은 미완성인 단악검법 서른한 번째 초식이었다.

츠아아아아아아-

검과 검이 무한히 연계되며 희뿌연 안개를 토해 냈다.

검로에 나의 역사를 담으며, 만상인연도의 효과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안개의 물방울 하나하나가 극의에 도달한 강환이다.

기(氣)가 어마어마하게 소모되며 분신이 소멸될 듯 깜빡인다.

하지만, 안개가 삼태극의 형태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천지영기가 이끌린다.

진마열의 눈이 흔들렸다.

삼태극이 회전한다.

희뿌연 안개가 맹렬하게 소용돌이를 만든다.

쿠과과과과!

그 여파만으로 육린의 보물산이 갈려 나가고, 육린의 허물이 가루가 되어 소멸해 버렸다.

31초의 마지막은, 이 삼태극을 하나로 합일하여, 천지(天地)를 분단해 버릴 분천(分天)의 일격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삼태극이 합일하였다.

희뿌연 안개가 새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다음 순간.

콰과과광!

내 초식이 살아 있는 것처럼 몸을 비틀며,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나는 폭발력을 제어할 수 없어 폭발력과 함께 뒤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폭발력을 진마열의 오른손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콰칭-

마침내 녀석의 손에 들린 개력검이 튕겨져 나왔다.

치이이이이-

전신이 소멸거릴 듯 희미해졌다.

육린의 허물이 무언가 환상진의 축 역할을 했던 것일까.

놈의 허물이 가루가 되니, 환상진이 부르르 떨며 무너져 내렸다.

방금 전까지 이 공간과 겹쳐져 있던 이계(異界)의 정경이 사라지며 희박한 기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러나 방금 전의 격돌은 명백히 나의 손해였다.

진마열의 몸으로 폭발을 더 집중시켰다면 아예 놈의 상반신을 갈아 버릴 수 있었겠지만, 마지막 순간 놈의 눈빛을 본 내가 일부러 폭발력을 내 몸으로 조금 받아 주었다.

치이이이이-

천지영기를 끌어당기며, 녀석이 전신의 상처를 재생했다.

반대로 내 몸은 폭발력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해 희미해져 있었다.

천지영기가 돌아오고 있으니 천천히 회복될 터였지만, 이대로면 진마열에게 질 터였다.

그러나 진마열은 이 좋은 기회에 바로 덤벼들지 않고, 입술을 질끈 깨물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였냐, 방금 그건.”

“아직 이름은 정하지 않았다.”

“이름을 묻는 게 아니다…! 어떻게, 어떻게 수도경지와 투무를 결합한 거냐…!”

그의 두 눈은 사시나무 떨리듯 벌벌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거냔 말이다! 말해!”

쿠구구구구!

놈이 일갈하자, 육린의 보물 창고를 넘어 심해도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진마열을 보며 웃었다.

“너도 할 수 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네 손에 있는 건 뭐냐.”

“뭐?”

“너는 지금까지 뭘 휘둘렀느냐는 말이다.”

내 일갈에 진마열은 멍해지더니 몸을 떨었다.

나는 기운이 소모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네가 펼치는 것의 이름은 뭐지?”

“…투보 2계의 투무….”

“네가 펼치는 것의 이름은 뭐냐 물었다!!!!!”

분명 기력이 우세한 건 진마열이었다.

체력이 우세한 것도 그였다.

아마 지금 그와 내가 부딪히면 그가 순식간에 내 분체를 없애고 이곳의 보물을 모두 차지하리라.

그러나 진마열은 오히려 내 일갈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듯, 내 눈을 피하며 시선을 깔았다.

“…모르겠습니다.”

“검을 들어라.”

그는 잠시 자신의 손에서 튕겨 나간 개력검을 바라보다, 입술을 악문 후 자신의 손을 변형시킨 괴검을 펼쳤다.

“다시 묻겠다. 네 손에 들린 건 뭐지?”

“….”

그는 고개를 숙였다.

수치의 의념이 그의 마음속에서 드러난다.

* * *

투귀족은 전투로 발정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전투를 통해 경지를 올리고 성장해 나가 그 어떤 종족보다 훌륭한 투사(鬪士)가 된다.

다른 종족과 부딪히며, 그 종족의 체질을 베껴 내어, 끝없이 희열과 광란에 빠져 죽을 때까지 싸움만 하다 죽는 종족.

그것이 투귀(鬪鬼)의 족이다.

진마열도 역시 투귀족으로 태어나,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투귀족의 전통제례인 투무를 통해 투보 일계에 진입했고, 몇백 년 전 고력계에 등장한 정복왕 세력의 ‘능광신마’라는 자와 싸우며 영감을 얻어 투보 이계에 진입했다.

투귀족 왕족 중 재능 넘치는 이가 도달할까 말까 하는 것이 투보 이계였던 만큼, 진마열의 자신감은 절정에 치달았다.

이제 그는 그 어떤 투귀족보다 우월하다!

오래 살기만 하면, 투보 삼계를 너머 투무의 창시자가 도달했다는 투보 사계까지 도달할 자신도 있었다.

이 세상이 그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 같았다.

벌써부터 투무의 극한이 눈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평생토록 멈춰 선 적 없는 것이 그의 일생이었다.

소소한 장애들이 그를 막아서긴 했지만, 여지껏 그래 왔듯 다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진마열은, 그가 깔봐 왔던 인간족의 한 검사 앞에서 눈을 내리깔았다.

전신이 떨리고 있었다.

아직도 방금 본 그 아름다운 검무(劍舞)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너무 경지가 낮으면 경지가 높은 자의 일수를 못 알아본다고들 한다.

그러나 진마열의 경지는 투보 이계였다.

어찌 되었든 그는 그 정도의 안목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낮은 경지는 아니었기에 진마열은 오히려 방금 그 검무에 실린 깨달음을 일부나마 견식할 수 있었다.

미숙했다.

보완해야 할 점들도 많아 보였고, 눈앞의 사내가 자신의 검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게 눈에 보였다.

검로를 통제하지 못해 검초가 폭발하다니, 지나가던 잉어가 웃을 일이었다.

하지만, 진마열은 웃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검을 본 순간, 그가 익혀 온 투무는 더더욱 쓰레기 같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세 번의 동작으로 시작되었던 그의 검식은 고아했다.

그것은 무수한 군중의 술렁임이었으며,

천지심을 어설프게 통합한 비참함이었다.

동시에 초보 검사의 미숙함이었고, 쓰레기 같은 폐물이었다.

그러나 검 속의 술렁임은 끊임없이 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한다.

비참함은 검을 계속해서 발전시킨다.

미숙함은 참오를 통하여 쓰레기 같은 검로를 다듬는다.

무한(無限)한 가능성을 담은 검.

그것이, 눈앞의 사내가 펼친 검이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가능성을 펼쳐 보인 사내가, 진마열은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질문을 했을 때.

진마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다.

수치스럽다.

도대체 왜일까.

투귀족은 투무를 익힐 뿐, 딱히 이름 같은 걸 부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투무란 색다른 방식으로 교미를 즐기는 길 중 하나일 뿐이었다.

모두가 그랬기에 진마열 역시 그들의 의견에 따라 투무의 이름 따윈 고민하지 않았다.

그것이 당연했으니까.

그러나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건, 절대 당연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영역에 닿는 검이었다.

그 검을 앞에 두고 당연을 논한다는 건, 진마열 스스로를 쓰레기로 만드는 행위였다.

‘나는 쓰레기인가….’

늘 자신감에 넘쳤던 투귀족의 태수, 진마열은 난생처음으로 절망에 빠져 전신을 떨었다.

저 검 앞에서 자신은 너무 작아 보였다.

울고 싶었다.

언제나 검을 들면 즐거웠지만, 지금만큼은 즐겁지 않았다.

어디에라도 숨고 싶었다.

하지만 숨을 수 없다.

“다시 묻겠다. 네 손에 들린 건 뭐지?”

그가 묻고 있다!

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답하지 않으면, 자신이 영원히 쓰레기로 남을 거란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겁과도 같은 찰나가 흘렀다.

진마열은 한참을 단어를 고르고, 또 골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수치스러운 감정 속에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의 ‘이름’을 말했다.

“…욕정(欲情).”

그랬다.

그가 휘둘러 온 것은, 아니.

사실상 현재 9할 9푼 9리의 투귀족이 휘두르는 모든 투무가 그것이었다.

“아니… 본능(本能). 그래, 이것은 본능이군요.”

진마열의 대답에, 눈앞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

“….”

예상은 했으나, 직접적으로 맞다는 대답을 듣자 진마열은 어쩐지 헛구역질이 났다.

그가 수련해 온 투무가, 아니 투귀족 전체의 역사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늘 그들의 투무는 우월하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들의 투무는, 그저 투귀족의 본능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그는 아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투무는 잘못된 것입니까?”

그리고, 그가 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아닐지도 모르고.”

그의 말에 진마열의 동공이 졸아들었다.

“네가 휘둘러 온 게 뭔지 알았다면, 이제 앞으로는 어찌 휘두를지에 대해서 고민해라.”

“…!”

더 높은 경지에 있어서, 진마열의 심상을 훤히 읽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그의 검이 너무 형편없어서 어찌 조언해야 할지가 뻔히 보였던 것일까.

진마열은 그의 조언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의 괴검을 들어 올렸다.

“…한번 휘두르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두 명의 무인이 격돌했다.

합체기 수준의 기력을 지닌 진마열과, 투보 4계 수준의 심족이 부딪혔다.

그러나 폭음은 없었다.

충격파도 없었다.

그저, 진마열의 괴검이 깔끔하게 잘렸을 뿐이었다.

아니, 그의 검이 잘린 정도가 아니었다.

그의 상반신이, 영역이, 통째로 도려내어졌다.

방금 전까지 개력검을 들고 싸웠을 때엔 어느 정도 비슷하게 합을 맞췄던 둘이었다.

둘의 경지는 비슷해 보였다.

적어도 진마열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철퍽!

고석의 산에 주저앉은 진마열은 일합에 패배하며 쓰러졌다.

쓰디쓴 패배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지금껏 ‘교미’할 때는 한 번도 지어 본 적 없는 편안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감사합니다.”

패배했다.

본래 목표했던 염정의 대궐과, 육린의 보물 창고의 보물, 그리고 다시없을 신검인 개력검도 모조리 서은현의 차지가 되리라.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음 경지가 눈에 보였다.

수만 년간 투귀족에서 한 명도 오르지 못한 투보 3계가, 아른아른 손에 잡힐 것 같았다.

그것으로 만족했다.

‘다음… 경지가… 눈앞이다….’

시야가 흐려진다.

의식이 흩어진다.

몸이 차가워졌다.

진마열이 바라왔던 결말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는 웃었다.

부활 횟수를 모두 소모하고, 자혼만천도 완벽히 얻지 못해 그가 목표하던 불로불사는 물 건너갔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투무의 혼(魂).

서은현은 무(武)라고 부르는 것의 즐거움을 알았으니까.

그렇게, 투귀족의 태수이자 투마해적단의 선장.

진마열은 죽었다.

* * *

처음 만났을 때부터 불쾌한 놈이었다.

본래는 31초를 펼쳤을 때, 폭발력으로 놈을 완전히 갈아 죽이려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의 눈빛은 짐승의 그것에서 무인(武人)의 그것이 되었다.

그랬기에 나는 같은 무인으로서 힘을 내가 받아 내어 녀석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진마열은 짐승처럼 덤볐을지언정 무인으로 죽었다.

나는 잠시 진마열의 시신을 바라본 후, 총천검을 휘둘렀다.

쿠구구구구!

녀석의 위쪽에 있던 고석과 보물들의 산이 쏟아졌다.

황금빛 보물에 파묻혀 가며, 무인 진마열은 그렇게 완전히 세상에서 사라졌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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