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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4

EP.393 16. 기사 이반 (1)

사이비 종교색이 강한 전능교에 수사기관이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운영하는 보육원인 전능원 때문이었다. 전능원은 오직 중증 장애인 아이들만을 받아들였다.

장애인 아동 복지는 부모들의 결집력에 의해 겨우 지탱되는 형편이었고,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사정이 넉넉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복지 정책의 가장 짙은 그늘에 있었다.

그래서 장애인 보육은 대부분 종교인이나 자원봉사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만으로 그 많은 아이를 감당하기에는 재정 문제는 둘째치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런 현실에서 전능교가 대대적으로 그들을 보호하고 나서니 누구도 그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었다. 그들의 여러 활동을 걸고넘어지면 얼마든지 수사 대상에 올릴 수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국가적으로 복지 공백이 생길 판국이라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다. 정말로 심각한 사건이라도 터지면 몰라도 실제로 보고되는 문제점들은 열악한 복지 시설에서 흔히들 벌어지곤 하는 일이었다.

-그 정도는 어딜 가도 그래. 어차피 따질 부모도 없는 애들이잖아. 걔들을 거기서 꺼내준다고 걔들이 밖에 나와서 알아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게 걔들한테 좋은 일이야.

당국의 입장이 이러니 전능원의 아이들은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어디 신고할 곳이 없었다. 실제로 그들도 현실을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전능원이 아니면 누가 자신들 같은 존재를 받아주겠는가? 하다못해 개, 고양이 분양도 예쁘고 건강한 품종들 위주로 진행되기 마련이었다.

물론 전능원에도 아주 가끔 입양하러 오는 사람이 있기는 했다. 당연히 장애인 아이를 찾으러 오는 것은 아니었다.

전능원에는 소수지만 평범한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개 죽은 교인들의 자식이었다.

이번에 입양 제의를 받은 여자아이도 그런 경위로 전능원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녀는 시설 내에서 다른 아이들처럼 번호로 불렸지만, 그녀의 친구들을 그들이 처음으로 올랐던 무대에서 그녀가 맡았던 배역의 이름을 따서 그녀를 ‘도로시’라 불렀다.

꿈들레 축제 이후로 무대에 올랐던 다섯 명은 여기저기 행사가 있을 때 다 같이 불려 나가곤 했다. 그때마다 그들이 공연하는 내용은 달라졌지만, 그들은 서로를 처음 공연에서 맡았던 배역의 이름으로 불렀다.

도로시, 마녀, 사자, 깡통, 허수아비. 그들의 장애를 고려해서 배역을 선정했었던 터라 그들의 별명은 그들의 모습과 잘 어울렸다. 마녀는 하관을 제외한 얼굴 전체가 녹색의 혹으로 덮여 있었고, 사자는 전신의 피부가 각화되어 가뭄의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진 데다 손톱과 발톱까지 맹수의 것처럼 두텁게 자랐으며, 깡통은 허리와 등, 팔다리가 굽어 양철 나무꾼처럼 삐거덕거리는 움직임을 보여줬고, 허수아비는 사지가 없었다.

그들 중 도로시만이 유일하게 외모가 보통 사람과 같았다. 평범한 세상에서 살다가 마법의 땅으로 날아온 원작의 도로시다웠다.

그녀는 그들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리고 외모도 예쁘장했기에 보육원 내에서는 물론 무대 위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다.

그런 그녀가 입양 제의를 받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일전의 행사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젊은 부부로 도로시를 데려가고 싶어 했다.

“저 언니, 오빠들, 저는……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도로시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자신에게 들어온 제안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들의 반응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마녀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되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조언했고, 사자는 입을 꾹 다문 채 못마땅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렸으며, 깡통은 입양하기로 한 부모의 내력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으며 뭐가 좋고 나쁜지 따져댔고, 허수아비는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부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도로시는 그런 그들을 지켜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서로 외양부터 성격까지 닮은 점이라고는 없는 그들이었지만 모두 그녀를 배려한다는 것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너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면 돼.”

“우리 생각해서 남는다는 소리 하면 죽는다.”

“그래. 내가 따져보니까 강남에 자가 아파트에다 벤츠 S클래스, 부부 둘 다 전문직이면 소득도 높을 거야. 부잣집에 가는 거라고. 넌 가끔 우리에게 간식이나 선물로 보내주면 돼.”

“아니, 처음부터 그러면 새 부모님에게 미움받을 수 있어. 깡통의 말은 무시해.”

허수아비의 퉁명스러운 반응에 깡통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

“뭐, 인마? 그럼 쟤가 과자 보내오면 너 안 먹을 거냐?”

두 사람은 곧 평소처럼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했다. 깡통은 허수아비를 밀어 넘어트렸고 그는 데굴데굴 굴러 그의 약점인 다리를 때렸다. 둘 다 몸이 엉켜 함께 땅을 뒹굴었다.

그들이라고 그녀가 떠나는 것이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녀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최대한 유쾌하게 굴려고 애썼다. 두 사람의 의도를 읽었는지 사자도 평소처럼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뛰어들었고, 마녀는 조잘대는 투로 그들을 나무랐다.

그들의 노력 덕분일까? 도로시는 오랜 고민 없이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를 입양한 부모는 그녀를 데리고 떠나기 전날 아이들에게 치킨, 피자 등을 사 와 송별회까지 열어 주었다. 그들은 떠나는 도로시를 배웅하며 그녀가 새집에서 보내올 편지를 기다렸다.

그러나 1주, 2주, 1달, 2달이 지나도 그녀에게서는 연락 한 통 없었다. 마녀가 용기를 내어 원장님에게 그녀의 소식을 물었으나 잘 지내고 있다는 한마디 들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떠난 지 6개월이 되었고, 그들은 마침내 그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연극의 결말과 같잖아.”

깡통이 아무런 맥락도 없이 툭 던진 말이었다. 그러나 허수아비는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함께 오른 첫 무대. 오즈의 마법사. 원작에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연기한 판본에서는 주인공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서 눈을 뜬 순간, 마법의 세계에서 겪은 기억들은 꿈속의 일처럼 희미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그 일들을 모두 잊고 평범하게 사는 것으로 끝났다.

그 연극 무대의 이야기처럼 도로시는 일반인들의 세계로 돌아간 것이다. 그녀가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겪었던 몇 년간의 일은 어린 시절 잠깐 꾸는 악몽일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은 그녀가 커가면서 잊을 꿈속 주민들에 불과했다.

“이런 식으로 친구를 잃은 건 처음이야.”

“흥. 난 처음부터 걔 안 믿었어. 애초에 친구가 아니었으니까 잃은 게 아니지.”

“…….”

“……제길.”

그들 중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사자뿐이었다. 다들 그가 도로시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것을 도저히 믿지 못했다. 그래서 다들 그녀에 대해 완전히 마음을 접었을 때도 혼자만 오감을 곤두세우고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의 노력은 그녀가 떠난 지 8개월째가 되는 어느 날, 결실을 맺었다.

그는 저녁 시간이 끝나기 직전에 복지사 휴게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는 오늘 오후에 도착한 택배 트럭에서 무안가를 포착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가 그곳에서 확인한 것은 마구 파헤쳐진 선물상자와 사방에 널린 과자 포장지들, 그리고 개봉된 편지를 돌려 읽으며 낄낄대고 있는 교관들의 모습이었다.

“어, 어잇, 94번, 네가 왜…….”

“야야! 여기가 어디라고! 안 나가!”

사자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찢어진 포장지 사이에서 택배 송장을 발견했다. 그곳에서는 도로시가 입양될 때 받았던, 그가 지난 8개월 동안 그렇게나 기다려왔던 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역시 당신들이 중간에 빼돌린 거였어!”

그는 눈이 뒤집혀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안 그래도 이곳 아이 중 가장 힘이 세고 다루기 어려운 게 바로 그였다. 가장 가까이 있던 교관은 그의 주먹에 맞고 소파 뒤로 넘어갔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교관은 그의 발에 턱을 얻어맞고 털썩 주저앉았다.

“우아아아아!”

그는 용감하게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겁쟁이 사자는 끝내 마법사가 준 물약을 마시고 용기를 얻게 된다. 그가 마신 물약은 바로 1여 년 전, 밤 산책 중에 도로시와 나누었던 첫 키스였다. 그것이 바로 오늘까지 그가 그녀를 믿고 기다린 마음의 원천이었다.

“이 자식이!”

“이게 미쳤나!”

교관들은 몽둥이를 들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아무리 원생 중에서 제일 튼튼하고 강하다고 해도, 용기를 솟게 만드는 마법의 물약을 마셨다고 해도 아직 10대에 불과했다. 무기를 든 어른들의 집단 공격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이 새끼가! 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젠장! 우리가 뭘 빼돌려! 그쪽 부모 쪽에서 부탁한 거라고! 너희들하고 엮이지 않게 해달라고!”

“죽여! 이깟 놈 하나 묻는 건 일도 아니야!”

교관들은 그에게 무자비한 몽둥이찜질을 가했다. 그리고 그는 제대로 된 응급 처치도 받지 않고 독방에 내던져졌다. 다음 날, 전능교의 교인인 간호사가 잠시 와서 간단한 치료만 해줬을 뿐이었다.

예전에 허수아비가 처벌당했을 때와 달리 그의 감시는 철저했다. 그는 교관들에게 무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처럼 마녀가 그에게 몰래 다가가 보살펴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용감한 사자가 친구들 곁으로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2주 뒤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더는 그들이 아는 그가 아니었다.

“으으, 나, 나 무섭다. 교관님들 무섭다…….”

언제나 냉철하고 짧게 할 말만 하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사소한 것에도 화들짝 놀라며 겁에 질린 사람처럼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머리 곳곳에는 혈관이 터지면서 피가 고인 멍 자국들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교관들이 그를 폭행하면서 뇌혈관 몇 군데가 터졌고 그 결과 뇌 기능에서 손상이 간 것 같았다.

“야, 사자야, 너 왜 이래, 야……야!”

깡통이 욕설 섞인 말로 다그쳐도 그는 평소처럼 싸늘하게 맞받아치지 않고 계속 칭얼대기만 했다.

“아으으, 크, 큰 소리 내지 마라. 무, 무섭다. 교, 교관님들이 오, 온다…….”

그들의 친구 용감한 사자는 마법을 잃고 겁쟁이 사자가 되어서 돌아왔다. 그는 그날부터 누구보다 교관들 앞에서 고분고분하게 굴었다. 교관들이 장난스레 겁주는 일에도 오줌을 싸거나 제자리에서 경련을 일으키곤 했다.

친구의 망가진 모습에 나머지 세 사람은 차마 그 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저 말없이 그를 돌봐주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였다.

그러나 그들이 변해버린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장이 사자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부모를 찾아서 데려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소 60대는 되어 보였는데 벤츠를 타고 나타났던 도로시의 부모와 달리 트럭을 타고 왔으며, 그 생김새도 땡볕에서 오래 일한 사람처럼 피부가 쭈글쭈글했다.

“94번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이 노부부께서 친아들처럼 키워주기로 하셨으니까. 이분들은 시골 분들이지만 바닷가에 사시는 데다가 가지고 있는 땅도 넓고 다른 욕심도 없으셔. 그저 듬직한 아들 하나 오순도순 키워보시는 게 꿈이신 분들이란다.”

원장은 보육원 대표로 매번 공연에 나서는 세 사람의 기분을 그래도 챙겨주는 편이었다. 그는 그들의 걱정을 불식시키려는 듯 사자가 앞으로 살게 될 집의 사진도 보여주었다.

“어이구, 듬직해라.”

“가자꾸나. 우리가 친아들처럼 챙겨주마.”

“아으으, 시, 싫어……. 나, 여, 여기 있을 거야……. 도와줘, 얘, 얘들아…….”

사자는 노부부에게 끌려가면서 자꾸 친구들이 있는 방향을 돌아봤다. 바보가 됐어도 그들의 이름과 얼굴은 잊어먹지 않은 그였다. 차에 탈 때까지 내내 그들의 이름을 불러댔다.

그러나 그들은 그를 붙잡지 못했다. 이미 원장 차원에서 결정된 일일뿐더러 이곳의 교관들에게 험악하게 굴려질 바에 차라리 노부부의 아들 노릇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려줘! 나 살려줘! 깡통! 마녀! 허수아비!”

그는 차를 타고 떠나면서까지 그들을 찾았다. 그들은 말없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기만 했다.

노부부가 타고 온 트럭에는 한자로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이름인 듯했다. 그러나 세 사람 중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신문을 꼬박꼬박 읽은 깡통만이 한 글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소금 염(鹽) 자네.”

사자도 그렇게 새 부모를 만나서 떠났다. 그 역시 떠나고 연락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그에 대해 소식을 듣게 된 것은 그로부터 반년 뒤의 일이었다. 그것도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모 섬마을 노부부의 아들이 섬을 나가는 여객선에 숨어 탔다가 그만 파도가 칠 때 배에서 튕겨 나가 뱃전에 머리를 들이박고 즉사했다는 것이었다. 승객들이 그가 선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고 증언했고, 마을 이장이 나와서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라 선원들이 자신을 납치하려 하는 줄 알고 그랬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그들은 뉴스에 나온 노부부의 모습을 보고 그 희생자가 친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로부터 12년 뒤. 허수아비는, 아니, 현재 원더스타인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자신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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