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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5

EP.394 16. 기사 이반 (2)

원더스타인은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다. 그는 자신이 누워 있는 곳이 자신의 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봤다.

그가 있는 방은 괴물 서커스단이 묵는 숙소에서 제일 크고 좋은 방이었다. 그리고 이 방의 주인은 현재 알몸인 상태로 그의 몸을 끌어안고 잠들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아나이스 베르그송. 겉모습만 보면 그녀는 여리고 병약한 여인이었다. 물론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은 쏙 들어갔다.

당당함, 자신감, 불굴. 상담(商談)을 나눌 때의 그녀는 전쟁터에 나선 장수와 같은 기백을 뿜어댔다. 이 호리호리한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솟는 건지…….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어젯밤 그녀와 치렀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남은 별빛을 모두 마시고 그녀와 정사를 나눴다.

수줍음, 의존성, 복종. 밤의 그녀는 낮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종종 겁에 질린 사람처럼 굴기도 했다. 그녀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었기에 그럴 때마다 그는 그녀를 다 단단하게 옥죄었다. 그러면 그녀는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는 부두교의 흉계에 걸려 살면서 이뤄온 모든 것을 잃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조차 빼앗기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쪽의 아나이스 베르그송이 가지지 못한 것이 그녀에게 있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원더스타인과의 잠자리였다. 그와 자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일종의 심리 치료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불 아래로 비치는 그녀의 날씬한 허리와 잘 빠진 골반을 살폈다. 그녀의 허리는 약한 곳이 찔릴 때마다 야한 소리를 내며 관능적인 각도로 휘어졌었다. 그 감각을 떠올리자 그는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아직 별빛의 약효가 남아 있는 듯했다.

그녀의 나신을 보며 감상에 빠져 있던 그는 무심결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가 거기서 발견한 것은 그녀의 목에 차져 있는 개 목걸이였다. 어제 마지막으로 그녀가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 실신하는 것처럼 쓰러져 잠들어버린 탓에 벗기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많이 배길 텐데. 그는 그녀의 목에 걸린 그것을 조심스럽게 끌러 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깨지 않도록 몸을 연체동물처럼 변화해 침대를 스르르 빠져나왔다.

밖은 고요했다. 아나이스의 침실은 숙소에서 제일 높은 층을 혼자 쓰는 데다 음향실을 통해 그와 그녀의 목소리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해두었기에 어젯밤의 일을 다른 단원들에게 들킬 염려는 없었다. 침대가 삐걱대는 소리나 벽을 차는 소리는 음향실로 지울 수 없었지만, 바로 아래층에 잠버릇이 고약한 단원들을 배치해 두는 것으로 해결했다.

상태창을 열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시간은 새벽 3시가 조금 넘었다. 잠에서 깨기에는 확실히 이른 시각이었다.

악몽만 아니었다면 아마 계속 잤을 것이다. 그는 볼에 흐른 눈물 자국을 훔쳤다. 웃는 남자의 적용을 받을 때는 꿈 같은 건 꾸지 않았는데, 별빛을 흡입하고 자면 꼭 이랬다.

전능원을 나온 뒤로 그는 매일 같이 악몽을 꿨었다. 그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나쁜 기억 지우개’라고 당시 한창 유행하던 심리 치료 기법이었다.

사람은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들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반작용이 인격적 결함으로 나타나곤 했다. 나쁜 기억 지우개는 문제가 되는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을 억눌러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한 정서 발달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방송에서 한 연예인이 자신만의 멘탈 관리 방법으로 소개한 뒤로 대대적인 유행을 탔다. 학자들은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집중력 향상, 학업 효율 증대, 문제 행동 교정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부모들은 너도나도 자기 자식에게도 그걸 해달라고 요구하곤 했다.

이러한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나쁜 기억 지우개를 21세기의 전두엽 시술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치료법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으로 실제로 치료받는 사람의 기억을 강제적으로 지우는 효과는 없었다.

허수아비는 해당 치료를 통해 전능원에서의 겪은 일들을 기억의 서랍 깊숙한 곳에 박아둘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방송 생활로 바빴던 최근 몇 년 동안은 그곳에서의 일들을 거의 잊고 지냈다.

하지만 별빛 가루를 흡입한 부작용 때문인지 그는 정말 오랜만에 그때의 추억들을 모두 되새겨 볼 수 있었다. 그는 전능원을 나온 직후에 겪었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사자가 사실 염전 노예로 팔려 갔다는 것을 그가 안 것은 사회에 나온 이후였다. 경찰들은 전능교 몰락 후에 그들이 정신 지체아들을 서해의 섬마을에 입양이라는 명목으로 팔아넘겼다는 것을 밝혀냈다. 친구를 사간 노부부는 그런 식으로 입양아를 10여 명이나 데리고 있었다.

그쯤 되면 지역 공무원들이 충분히 수상하게 여길 만한데도 그들은 지역 사회의 압력 때문에 섬 노예 문제를 못 본 척했다. 지역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심지어 탈출하려는 노예들을 다시 잡아들이거나 살해해서 은폐하기도 했다. 수사 결과, 그의 친구 역시 섬을 탈출하는 와중에 과실치사로 사망했음이 드러났다.

친구는 그곳에서도 자신들을 찾았을까? 보육원을 떠나던 날처럼 자신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경찰은 전능교가 입양시킨 아이들을 모두 조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수아비는 도로시의 소식 또한 듣게 되었다. 그녀는 막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참이었다.

사자와 달리 그녀는 제대로 된 가정으로 간 것이었고, 좋은 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자랐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입양되기 전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누구세요?

그녀가 허수아비를 보고 나온 첫 번째 반응이 바로 그거였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전능원에서 보냈던 나날들은 그저 어릴 적에 혼자서 버스를 타고 나갔다가 길을 잃고, 집 주소도 부모님 이름도 대지 못해서 근처 보육원에 임시로 수용됐던 것으로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곳에서 머무른 기간도 몇 년이 아닌 몇 주 정도로 여겼다.

-그녀는 그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괜히 그걸 자극하지 말아 주세요.

그녀의 부모가 그녀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나쁜 기억 지우개. 그녀도 그걸 받은 것이었다.

유년기의 기억은 쉽게 왜곡된다. 몇 마디 말이면 없는 기억도 심을 수 있고, 있는 기억도 쉽게 뒤틀 수 있었다. 그녀는 정신과 치료를 받음과 동시에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합심해서 세뇌를 건 탓에 전능원에서 보냈던 기억을 대부분 잊어버렸다.

-연극의 결말과 같잖아.

죽은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의 말이 맞았다. 정말 연극 그대로였다.

하지만 직접 겪는 현실은 연극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잔인했다. 자신들과 2년 넘도록 함께했던 그들의 친구 도로시는 살해됐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가 심리 치료를 받기로 정한 것은 그러고 얼마 뒤였다. 그동안 혹시나 그녀를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받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일이 저렇게 된 이상 견딜 의미가 사라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도 그렇게 그녀처럼 과거로부터 도망쳤다.

그러나 나쁜 기억은 기대했던 것만큼 깨끗하게 지워지지는 않았다. 일단 치료를 받은 나이도 많았다. 18살이면 이미 성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억을 떠올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그의 몸이었다. 바닥을 구르거나 입으로 무언가를 집는 등.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의 기억을 자극하는 요소가 됐다. 그의 몸뚱이가 있는 이상 무엇도 그를 과거와 완전히 단절시킬 수 없었다.

원더스타인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녹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어딘가 안쓰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울고 있네요.”

“아.”

그는 자신의 눈가에 손을 갖다 댔다. 그곳에는 샘이 터진 것처럼 어느새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단장님이 우는 거 처음 봤어요.”

“그렇……습니까?”

“네. 언제나 사람 놀리는 것처럼 얄미운 미소나 짓잖아요.”

아나이스는 잠시 볼멘소리를 내뱉은 뒤 그의 몸을 뒤에서 감싸 안았다.

“무슨 생각 하셨나요? 음, 혹시……첫사랑?”

“아뇨. 어렸을 때 친구들 생각이요. 아, 첫사랑이라는 표현도 맞아요. 그중 여자애 한 명을 좋아했으니까요.”

원더스타인은 녹색 마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나이스는 짐짓 화난 듯 볼을 부풀리더니 그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질문했다.

“저를 옆에 두고 그러기에요? 단장님의 첫사랑, 아니, 그러니까……그 친구분들은 뭐 하고 지내는데요?”

“모두 죽었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기 전에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웃는 남자의 효과가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나이스는 그가 억지로 그런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방금까지 괴로운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던 갑자기 웃을 리 없었다.

“죄송해요.”

“아뇨. 당신 말대로 당신을 옆에 두고 이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그는 재차 사과하려는 그녀를 재빨리 막아섰다.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의 손이 그녀의 갸름한 볼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입맞춤을 나누기 시작했다. 혀가 서로 얽혀들면서 뜨거운 숨결을 주고받았다.

이제 그녀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단순한 치료 행위가 아니었다. 굳게 닫혀 있던 그의 마음은 어느새 그녀에게 열려 있었다. 그녀에게 경계심을 세우고 거리를 뒀던 예전과 달랐다.

종종 동정심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사람을 사귀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충분한 동정심이 없으면 상대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에게 동정심은 사랑의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동정심이 사랑이었고, 사랑이 동정심이었다. 그가 살던 세상에서는 그 둘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는 밖에 나와서 한 번 실수하고 말았다. 자신에게 마음을 베풀어주는 도우미 누나에게 사랑을 고백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마음에 답해주지 않고 그냥 떠나버렸다. 그녀가 그에게 느끼는 것은 동정심이었을 뿐, 사랑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그런 감정들은 구분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냥 처신을 달리하기로 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 표현에 대해 경계하고 또 경계하는 것이었다. 주변의 여자들이 그에게 마음을 표현해도 그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건 그의 무의식이 그것을 호감 표현으로 인식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베르그송 자작이 처음 고백했을 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가 병을 극복했다는 흥분에서 벗어나면 곧 다른 일반인들처럼 사랑과 다른 감정을 구분 지을 거라고 여겼다.

무엇보다 그녀는 불쌍하지 않았다. 귀족에다 부자였다. 그녀를 동정할 수 없는 그는 그녀를 사랑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유라크네의 마음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만큼이나 비참한 인생을 살았다. 그녀에 대해서는 동정심과 사랑을 구분하지 않아도 됐다.

그렇기에 아나이스가 다시 그 앞에 나타났을 때, 그는 전보다 쉽게 그녀에 대해 마음을 열 수 있었다. 그녀 역시 사회적 불구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으니까. 그는 그녀를 동정했고, 곧 사랑했다. 그의 마음은 충분히 비참한 대상에 대해서만 열렸다.

물론 그는 자신의 그런 심리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저 옛날의 아나이스보다 지금의 아나이스가 심리적으로 더 가깝다는 것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아침을 먹기 전에 한 번 더 뛰어볼까요?”

“아, 흐읏, 다, 단장님…….”

원더스타인은는 아나이스를 침대 위에 눕혔다. 그리고 그녀의 두 다리를 어깨 위에 얹고는 자신의 체중을 그대로 실어 자신의 물건을 그녀의 안 깊숙이 찔러넣었다. 그녀의 교성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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