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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7

EP.396 16. 기사 이반 (4)

경찰들은 원더스타인이 승강장에 내려서는 순간 그의 앞을 막아섰다. 아나이스는 그들이 지금까지 지나온 지역의 경찰들처럼 뇌물을 원하는 건가 싶어 지갑을 꺼내려 했다. 그러나 옆에서 보고 있던 니카가 재빨리 그녀의 행동을 제지했다.

“이런 중요시설에는 국가근위대가 경찰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지방 공무원들과 달리 뇌물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니카의 말을 들은 경찰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폐하의 신민도 있었군. 제국 만세! 그렇소. 우리는 그놈들하고 다르오. 얌전히 따라와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무런 문제 없을 거요. 혹시라도……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

경찰이 자신의 뒤편을 향해 고개를 까딱여 보였다. 역 곳곳에는 머스킷을 든 경비병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천장 근처의 발코니에는 긴 라이플을 지닌 저격수들도 보였다. 그들은 경찰들과 대치 중인 괴물 서커스단을 주시하고 있었다. 혹시 그들이 허튼수작이라도 부리면 바로 총을 쏠 기세였다.

“그리고 부단장인 엘라라는 분도 거기 있소? 참고인으로서 함께 가줘야겠소.”

원더스타인과 그녀는 눈을 마주쳤다. 둘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경찰을 따라가야 할 것 같았다.

“별일 없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자기 용무들 보고 있어.”

두 사람은 경찰을 따라 역 개찰구 근처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곳은 밀수꾼, 무임승차자, 난동꾼, 수배범 등 각양각색의 죄로 끌려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두 사람은 가장 안쪽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았다. 둘은 경찰이 자료를 가지러 간 사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주고받았다.

“무슨 일인지 집히는 게 있어?”

“글쎄요. 오해받을 짓은 워낙 많이 하고 다녀서요.”

“흥. 한둘이 아니다? 혹시……당신이 옛날에 저질렀던 죄들이면 어쩌지?”

“옛날이라면?”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 말이야.”

“글쎄요. 그런 심각한 일이었다면 이렇게 예의 바르게 데려오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하긴.”

“별일 아닐 겁니다.”

원더스타인은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은 이번 위기에 대한 분석으로 바빴다. 경찰의 태도로 봤을 때, 그는 자신이 검은 마도사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경찰들에게 수배령을 내린 사람은 그걸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당장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용의자는 검은 마도사 수사팀이었다. 그는 한 달 전에 신문에서 읽었던 기사를 떠올렸다. 수사팀의 책임자라는 대주교가 나와서 검은 마도사가 저주 역병을 퍼트린 주범이며 데볼루트를 사용하는 자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검은 마도사의 행적이 드러난 것은 단원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특히 괴물 단원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저주 역병은 바로 그들의 몸을 그렇게 만든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악당이군!”

“우리와는 참 인연이 깊지 그래? 우리 몸뚱이에다가 서커스 그랑프리까지, 그리고 저주 역병이 퍼진 마을에서 고생했던 것도 그놈 탓이라는 거잖아.”

“이번 대회에 나타나기만 해 봐라. 내가 아주 박살을 내놓겠어!”

단원들은 검은 마도사를 향한 적의를 불태웠다. 그러나 그중에서 마야보다 강한 살기를 내뿜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그가 일으킨 테러로 인해 엄마를 잃었다. 세상 절반을 차지했던 존재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경험은 그녀가 마음의 문을 잠그게 된 계기가 됐다. 그녀의 존재 근원에는 검은 마도사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잘됐네요.”

마야가 던진 한마디의 의미를 못 알아들을 원더스타인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가진 셀레스티얼의 힘을 떠올렸다. 데볼루트를 멸하는 마법. 확실히 현재 그녀만큼 자신을 상대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 없었다.

그는 검은 마도사에 대해 분개하는 단원들을 보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자신은 그들에게 있어서 원수나 다름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과 몇 달을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운 생활을 보내면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자, 그럼 우선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살펴보겠소.”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경찰은 손에 든 서류를 넘겨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혐오스러운 눈으로 원더스타인을 바라봤다.

“정말 온갖 범죄는 다 저지르고 다녔군.”

“무슨……범죄 말입니까?”

“흥. 발뺌할 셈인가? 제국 각지에서 들어온 신고들이 이렇게 많은데?”

경찰은 서류를 넘기면서 그가 저지른 죄목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유부녀 겁탈.”

“공연음란.”

“불공정 계약.”

“사기.”

“미성년자 성추행.”

“인신매매.”

잔뜩 긴장해 있던 그는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걸 느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죄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었다. 엘라도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경찰을 바라봤다.

“자, 잠깐만요. 그걸 다 우리 단장이 했다고요?”

“그렇소. 사건마다 증인도 다 확보된 상태요. 그리고 몇 가지 더 있는데…….”

경찰이 남은 죄목을 읽으려는데 갑자기 밖이 혼란스러워졌다. 몇 사람이 조사실 입구로 들이닥친 것이다.

“단장님은 죄가 없어요!”

“저, 저희가 설명할 수 있어요……!”

“그, 그게 말이죠…….”

“성추행 아니에요.”

그들은 유라크네, 레이나, 아나이스, 마야였다. 그들은 어떻게 들은 것인지 방금 경찰이 읽어준 원더스타인의 죄목에 대해 떠듬떠듬 변명을 늘어놓았다.

원더스타인은 엘라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차렸다. 그녀가 음향실을 이용해 사무실 바깥에 있는 단원들에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린 것이다.

그녀의 호감도 50 보상으로 생긴 능력인 ‘단장 대리’는 놀랍게도 그의 상태창 능력 일부를 그녀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바이오맨서의 힘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서커스단 명성 보상으로 들어온 의상실, 음향실, 소품실 기능은 마음대로 이용하는 게 가능했다.

“그, 그러니까 공연음란의 경우는 말이죠…….”

“유, 유부녀는 겁탈이 아니라 저기…….”

“성추행 아니에요.”

밖에서 안의 상황을 살피던 네 사람은 엘라에게서 경찰이 불러주는 죄목을 듣자마자 머릿속으로 그들이 저지른 일들이 재생되었다. 유라크네는 어느 도시에서 일부러 남편을 찾으며 그에게 강제로 덮쳐지는 플레이를 했던 일이, 아나이스는 배역 이름표를 붙이고 알몸으로 야밤에 산책했던 일이, 레이나는 어느 시장에서 자식으로서 훈육을 당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엉덩이를 까놓고 볼기짝을 맞았던 일이, 마야는 얼마 전에 자신도 모르게 길거리에서 원더스타인이 자신에게 매달리며 애걸복걸하는 환상을 만들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들은 다들 자신들 때문에 원더스타인이 체포당했다고 생각하고는 필사적으로 그를 옹호했다. 그러나 차마 자신이 그런 일에 가담했다고 밝힐 수 없었기에 별다른 증언은 하지 못하고 오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경찰은 그들이 떠드는 꼴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부사수를 돌아봤다.

“증인은 어떻게 된 거야?”

“30분 전에 연락을 넣었으니 곧 도착할 겁니다. 역 바로 옆 호텔이니까요.”

“증인요? 증인이 있단 말이에요?”

네 사람이 놀라서 동시에 소리쳤다. 다들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렇소. 그 사람의 제보 덕분에 당신들이 이곳으로 오는 것을 알고 대비할 수 있었지. 그러고 보니 아까 말하다 말았는데 그는 몇 가지 죄가 더 있소. 우선 몇 건의 살인에 가담했고, 강도질도 했으며, 영주의 부인과 불륜을…….”

“잠깐만요, 불륜이요?”

“불륜?”

“어느 영주의 부인을 말하는 거죠?”

“나이는? 생김새는? 자세히 말해봐요!”

“……다들 앞에 살인과 강도는 못 들은 거요?”

여인들의 극성에 경찰이 혀를 내두르는데 누군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경찰은 그녀를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바로 마지막 죄목에 대해 원더스타인을 고발한 사람이자 그가 이곳으로 올 거라는 걸 제보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백작 부인, 여깁니다. 부인께서 말씀하신 프랑크 원더스타인을 체포했습니다.”

엘라를 비롯한 다섯 여자의 시선이 사납게 사무실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표범 가죽 모피를 두른 부유한 차림새의 30대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원더스타인의 뒤통수를 쏘아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쁜 사람. 프랑쿤. 내가 들어오는데 돌아봐 주지도 않는 건가요?”

원더스타인은 그 말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워낙 빨리 돌아본 것이지 자신이 늦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아본 그는 그녀와 얼굴을 마주쳤다. 당연하지만 그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 누, 누구시죠?”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

서커스 그랑프리 개막식에서부터 여러 악의적인 소문이 원더스타인을 따라다녔다. 불쌍한 사람들을 무대에 세워서 명성을 얻으려 든다든가, 후원자를 유혹해서 지원을 받아냈다든가, 제대로 된 서커스를 할 생각 없이 화제 몰이만 한다든가, 돕는다는 핑계로 여자들의 몸을 희롱하고 다닌다든가.

사기꾼, 바람둥이, 비겁자, 호색한. 그는 온갖 부당한 악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특히 ‘환상의 13번’ 이후로 그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정점을 찍었다. 일시적으로 서커스단의 명성이 반토막이 나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는 그에 휘둘리지 않고 서커스에 매진했다. 단원들도 세파에 굴하지 않고 그를 믿고 따라와 주었다. 그 덕에 예선전을 2개나 통과했고 공연도 흥행을 이어갔다. 최근에 와서 여론은 그를 한 명의 당당한 그랑프리 참가자로 인정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이상한 소문 역시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그들이 들른 적도 없는 마을에서 그들이 악행을 저질렀다고 신문에 기사가 나기도 했다. 가끔은 지역 경찰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그들의 숙소로 찾아오기도 했다. 당연히 해당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서 수백km 떨어져 있던 그들이 범인이 될 수 없었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일어났지만 단원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워낙 대회 초반에 이런저런 중상모략에 시달렸기에 또 이러는구나 하고 만 것이다. 아마 깔보던 자신들이 승승장구하니까 배가 아픈 거겠지 싶었다.

“도스빌 같은 놈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욕 한마디 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소문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제국 땅 곳곳에서 그들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이 들려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우몬이 술집에서 사람을 패고 노름판을 쓸어서 도망가고, 엘라가 서커스를 미끼로 랫맨들을 끌어들여 노예로 팔아치우고, 원더스타인이 여인을 유혹해서 이용한 후 버리는 일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던 것이었다. 물론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들이 모두 진짜가 아닐 뿐이었다.

백작 부인의 진술과 엘라가 제출한 여행 기록 덕분에 원더스타인이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경찰은 오해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는 수사 자료를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사칭한 자들이 제국 곳곳에서 저지른 범죄 목록을 읽고 경악했다.

“흑, 프랑쿤이 프랑쿤이 아니었다니……휘말리게 해서 죄, 죄송해요, 프랑쿤. 아, 아니, 원더스타인 단장님. ”

“진정하시죠. 오해하셨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무엇보다 우리를 사칭한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해 여쭈고 싶은 게 있는데…….”

원더스타인은 훌쩍이는 백작 부인을 달래기 위해 손수건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하지만 그가 손수건을 꺼내는 순간, 유라크네와 아나이스가 그의 양팔을 붙잡아 구속했고, 엘라가 그의 손에서 손수건을 휙 잡아 뺏더니 레이나에게 건넸으며, 그녀는 그것을 백작 부인의 면상에 던졌다. 그리고 마야가 염동력으로 그것을 조종해 그녀의 얼굴을 거칠게 닦아냈다.

“그, 그만! 그만! 아, 알았어요! 좋아요! 묻고 싶은 게 뭐죠?”

원더스타인은 마야에게 몽타주를 그리게 했다. 그녀는 그와 1년 가까이 작업을 함께 해왔던 덕에 그가 요구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일에 익숙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실사에 가까운 그림이 한 장 뽑혀 나왔다. 그는 그것을 백작 부인 앞에 내밀었다.

“그 남자 혹시 이렇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네. 맞아요! 우리 프랑쿤! 조금……한 5, 6년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것 같긴 하지만……. 어, 그런데 어떻게 아시는 건가요?”

원더스타인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TT3는 지금으로부터 6년 뒤의 이야기였다. 원작과 다르게 TT1 전부터 자신이 너무 유명해진 탓일까? 설마 이 사기꾼이 벌써 활동을 개시할 줄은 몰랐다.

가짜 원더스타인이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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