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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8

EP.397 16. 기사 이반 (5)

어느 시대에나 사회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제 잇속을 채우려 드는 인간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TT3 시점에서 원더스타인에 대한 정보는 세상에 많이 퍼져 있었고, 심지어 그의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어느 날, 그의 사진을 보게 된 어떤 건달은 자신이 그와 외모가 닮았다는 점을 이용해 검은 마도사인 척 사기를 쳐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닮았다는 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착각에 불과했다. 실제로 그를 원더스타인과 나란히 두고 보면 둘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나 확연히 알아볼 수 있었다.

우선 그는 원더스타인보다 키가 10cm는 작았고, 몸무게는 20kg은 더 나갔으며, 턱에는 거뭇한 수염 자국이 있었다. 나이도 원더스타인보다 10살은 더 들어 보였고, 피부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똑같다고 할 수 있는 건 장발을 했다는 점과 머리카락 색, 그리고 눈동자 색뿐이었다. 추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용모였지만 원더스타인과 비교하면 많이 모자랐다.

“어떻게 이 사람을 보고 단장님이라 생각할 수 있죠?”

마야가 그린 초상화를 확인한 여성 단원들은 혀를 찼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이런 용모로 그동안 그를 칭하고 다닌 것은 뻔뻔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백작 부인은 원더스타인의 얼굴을 흘끗흘끗 살피다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잡지에 실린 그림은 아무래도 과장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런 완벽한 미남자가 있을 리 없으니까……. 초상화는 실물보다 잘 생기게 그려달라고 하는 게 보통이잖아요? 게다가 부단장 엘라라는 분이 정말 그림이랑 똑같이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뭐? 나?”

엘라가 화들짝 놀라서 되물었다. 자신하고 똑같이 생긴 여자애가 있단 말인가?

백작 부인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흠칫 놀라서 고개를 붕붕 저었다.

“다, 당신이 엘라? 아, 아뇨. 당신하고는 전혀 다르게 생겼어요.”

“그럼 뭐가 똑같다는 거야?”

“그게……제가 가지고 있던 잡지에 괴물 서커스단 그림이 실렸는데……거기 실린 그림이랑 똑같더라고요.”

그녀가 가방에서 꺼내 보여준 잡지는 개막식 무렵에 발간된 것이었다. 단원들은 그녀가 펼친 장을 보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 당시 그들은 무명인 자신들의 사진을 싣는 것보다 마야가 그린 간판 그림을 올리는 게 더 선전효과가 있겠다 싶어서 잡지에 그걸 실었었다.

거기서 마야는 자신을 원더스타인 옆에 대문짝만하게 그리고 엘라는 구석에 찐빵같이 찌그러진 모습으로 그려 넣었었다. 백작 부인이 닮았다고 한 것은 그때의 그림이었다.

“키는 진짜 엘라 씨보다 작고, 몸무게는 2배 정도에……아, 그리고 나, 나이가 40살 정도 되어 보였어요.”

“이익! 그런데 저로 착각했단 말이에요?”

“그, 그냥 괴물 서커스라니까 빨리 늙는 단원도 있겠다 싶어서…….”

사태를 파악한 원더스타인은 경찰에게 가짜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얘기해주었다. 그의 이름, 그의 고향, 그의 생김새 등등. 경찰은 그가 범인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상세하게 알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예전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을 골탕 먹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 원더스타인의 본명은 ‘칼바사 번슈타인’으로 원래 제국 서부 지역에 살던 건달이었다. TT3의 3번째 스테이지에서 부두교를 뒤엎은 용사들은 도망친 원더스타인의 행방을 수소문하다가 검은 마도사가 벨리키 볼라크의 노예시장에서 추종자들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성녀 발렌티나와 싸운 여파로 요양 중인 줄 알았는데 벌써 힘을 회복해 활동하다니? 놀란 용사들은 급히 짐을 꾸려 그곳으로 달려가면서 4번째 스테이지의 막이 올랐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엉뚱한 남자였다.

-내가 바로 프랑크 원더스타인이다! 내게 복종하면 너희들에게 영생을 안겨 주겠다!

누가 봐도 가짜인 티가 팍팍 나는 그가 원더스타인 행세를 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의 옆에 선 괴물들도 어설프게 분장한 티가 역력했고, 그들을 몸에 걸친 환상 역시 조잡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소문의 검은 마도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옆에서 ‘조언자’를 자처하는 한 마도사의 힘 덕분이었다. 그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한 록센이라는 이름의 40대 남자였는데 콤프라치코스의 고위 간부 출신이었다.

그곳의 마도사들은 세뇌와 암시에 능했다. 록센은 노예시장을 찾았다가 마침 원더스타인을 자처하는 칼바사를 보고 그를 앞세워 세력을 모으려 했던 것이었다.

칼바사 번슈타인은 스테이지 초반에 용사들에 의해 정체가 폭로되어 자리에서 끌려 내려왔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그의 운명이 갈렸는데, 그냥 그대로 방치해버리면 그동안 그에게 속아서 착취당해왔던 사람들이 그를 죽여 마을 중간에 그의 시체를 걸어 두었다.

반대로 그가 도시를 빠져나가도록 도와주면, 후일담에 그의 행적이 나오는데 그 또한 우스웠다. 그는 ‘용사들에게 패배한 후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귀족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져 그녀와 함께 평범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원더스타인’ 연기를 하며 귀족 여인에게 빌붙어 살고 있었다.

검은 마도사에 대한 악명이 정점을 찌르던 TT3 시점에서 그를 자처했던 남자였다. 연기력과 뻔뻔함은 수준급이었다. 그는 상대 덕분에 서서히 인간성을 깨달아가는 척 연기를 했고, 귀족 여인은 자신이 세계를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남자를 개심시켰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반하게 됐다. 그러나 그녀의 유모는 그를 위험하다고 여기고 용사들에게 원더스타인이 이곳에 숨어 있다고 고발했다.

신고에 놀라서 출동한 용사들은 번슈타인을 확인하고 어처구니없어했다. 그렇게 호되게 당하고도 또 같은 짓을 저지르다니.

플레이어들은 거기서도 한 번 더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대부분 재밌는 장면을 보기 위해 번슈타인의 거짓말에 맞춰 연기를 해주는 것을 선택했다. 마야의 환상으로 번슈타인과 용사들이 적당히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결국 ‘인간’이 되기로 선택한 원더스타인을 용사들이 눈감아주고 가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원래 너를 죽이려고 했지만, 너를 구하기 위해 앞을 막아선 이 여인을 보니 그러고 싶지 않군.

뻔뻔하기로는 로드 판타스틱과 선두를 다투는 등장인물이지만,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원더스타인에 대비되어 재밌는 행적을 보여주었기에 칼바사 번슈타인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허수아비 역시 그를 재밌다고 생각했었다. 이번에 본인이 당하기 전까지만 말이다.

경찰은 내일 오전 중으로 수배서를 인쇄해서 전 역으로 보낼 것임을 장담했다.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 일련의 사건들은 괴물 서커스단과 관련이 없었다고 발표할 것도 약속했다.

원더스타인은 다 잘 풀리리라 믿었다. 번슈타인은 별 대단한 능력을 지닌 악당도 아니었으니까. 아마 별문제 없이 수습될 것이다.

그는 칼바사 번슈타인의 초상화를 다시 살펴봤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과 이놈을 헷갈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

볼라크 중앙역에 도착한 칼바사 번슈타인은 긴장한 얼굴로 역 안을 둘러봤다. 근처에 있던 경비병 몇이 그를 가리키며 뭐라고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은 총을 고쳐 쥐고 당장 그를 향해 뛰어오려 했다. 그것을 본 번슈타인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프랑크 원더스타인과 괴물 서커스단입니다. 오전에 체포령이 내려지지 않았습니까?”

“방금 체포령이 철회됐어. 무슨 오해가 있었다는군.”

“아, 그렇습니까?”

번슈타인은 경찰들의 속삭임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곧 제 갈 길을 가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백작 부인이 날 신고한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입을 좀 조심해서 놀려야지. 여기로 온다고 말하면 어떡해?”

그의 옆에 선 붉은 색 연미복을 입은 뚱뚱한 중년의 여인이 그를 힐난했다. 그녀의 이름은 엘라. 괴물 서커스단의 부단장이었다.

“하하, 그 바보 같은 여자는 아직 자신이 속았다는 걸 모르는 거 아냐?”

해골 광대가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그가 쓴 해골 모양의 투구 안에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엘라의 뒤를 따라 나온 붉은 피부의 거한은 열차에서 내리는 내내 연신 투덜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 빨리 숙소 가서 씻고 싶은데. 이 염료 너무 따가워. 피부병 생기는 거 아냐?”

“야, 우몬! 뿔 떨어지려 한다!”

“이 뿔도 짜증 나고! 접착제는 왜 이렇게 끈적거리는지…….”

“시끄러워. 너만 고생하냐?”

“아이고, 허리야. 이동할 때마다 고생이다, 우리는.”

세쌍둥이 트라이머리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승강장 위에 내려섰다. 그들은 셋이서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다 보니 걸음걸이가 영 불안정했다.

“뭐야, 다들 왜 내리는 거야? 단장과 부단장만 내리면 되는데.”

“12시간을 쉬지도 않고 열차만 탔잖아.”

“허리가 다 부서질 지경이다.”

“아, 그러니까. 단장이 백작 부인이 쫓아온다고 급하게 도망쳐 나와서는…….”

단원들의 투덜거림에 험악하게 생긴 주걱턱의 여인이 고개를 저었다.

“이번 수확은 꽤 좋았잖아. 노예시장에 가면 이번에 모은 놈들 다 팔아버리고 한동안 분장을 풀고 지내자고. 편하게 돈 벌 수야 있나.”

“유라크네 씨가 제일 편하니까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그냥 소매 여섯 개 달린 옷만 입으면 되잖아.”

“맞아, 맞아!”

“야, 나도 이제 예전만큼 편하지 않아! 단장이 안에 꼭두각시 장치를 넣으라고 해서 무겁다고. 이것 봐.”

여인이 팔을 흔들자 그녀의 어깨와 허리에 달린 기계 팔이 함께 움직였다. 그것을 보고 다른 괴물 단원들도 더는 따질 수 없었다.

때마침 뒤 차량에서 내린 아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단원들은 재빨리 다시 본인들이 맡은 역할로 돌아갔다. 아이들을 그들이 진짜 괴물 단원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선뜻 그들을 따라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제발 서커스단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어제 봤던 그 아이구나. 그래. 부모님의 허락은 맡았니?

-아, 아니요……. 허락해주시지 않으셨어요……. 하, 하지만 저 뭐든지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제발 받아주세요!

-허허, 이것도 인연이군. 좋다. 네 열정에 졌다. 함께 가자!

들렀던 마을마다 꼭 그렇게 무모하게 구는 애들이 몇 명씩 있었다. 가끔은 고아들이 따라오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아이들이 이번에 스무 명이 넘었다.

번슈타인은 오랜 기차 여행에 지친 그들의 투정을 친절하게 들어주었다. 한 명 한 명이 다 돈으로 보이니 입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허허, 다들 나오면 어떻게 하니? 혹시 우리가 너희 버리고라도 갈까 봐? 아까 말했잖니. 여기서는 화물 연결만 처리할 거라고. 자, 보자, 하나, 둘, 다섯, 열, 스물, 응? 한 명이 부족한데?”

번슈타인이 누가 없는지 다시 인원을 점검하려는데 승강장 저편에서 누군가 그를 부르며 달려왔다.

“단장님!”

“응?”

번슈타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대는 그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미역처럼 흐물흐물한 푸른색 머리카락에 조심스럽지 못하게 셔츠 앞 단추를 풀고 가슴을 드러내고 다니는 젊은 여자였다.

단원들도 그녀를 처음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을 주목하는 시선들에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어, 벌써들 모인 거예요? 자유 시간을 3시간이나 줬잖아요. 아, 맞다. 단장님! 아까 경찰에게 가신 일은 잘 마무리되었어요?”

“겨, 경찰?”

번슈타인은 그녀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 당황해서 되묻는데, 갑자기 옆에서 가짜 엘라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더니 속삭였다.

“얘 걔야. 클라라. 괴물 서커스단에 들어간 레카체프 수석. 진짜야. 진짜 괴물 서커스단 사람이라고.”

“뭐, 뭐라고?”

번슈타인은 자신을 향해 빙긋빙긋 웃는 클라라를 돌아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몇 가지 단서들이 빠르게 조합되었다.

진짜 괴물 서커스단, 경비병들의 반응, 경찰 조사.

그는 곧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

튀어야 한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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