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99

EP.398 16. 기사 이반 (6)

번슈타인 일행이 타고 온 열차는 노예시장으로 향하는 직통 노선이었다. 이 역에서는 화물칸 결합만 끝나면 바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들은 혹시나 원더스타인 쪽 사람들 눈에 띌까 싶어 아직 발차까지 시간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바람 쐬던 것을 그만두고 열차에 다시 올랐다.

지금 해당 열차에 연결 중인 화물차에는 괴물 서커스단의 것도 있었다. 아나이스가 열차 시간표와 운송 단가, 하역 시간을 고려해 짠 최선의 조합이 바로 이번 열차에 짐을 부치고 1시간 30분 뒤에 오는 열차에 사람이 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클라라는 이번에 도착한 열차에 자신들의 화물차가 연결되는 것을 지켜본 뒤 역무원으로부터 수령증을 받아 막 승강장으로 나오던 길이었다. 번슈타인은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어떻게든 그녀를 데려가려 했다.

“자, 클라라. 어서 열차에 오르자. 지금 출발해야 해.”

“네? 지금요? 하, 하지만 그러면……다른 단원들은요?”

“일단 시간이 되는 사람들만 지금 출발하기로 했어. 그러니까 어서 타라. 응?”

“하지만 열차표는…….”

“탑승해서 구매하면 돼!”

번슈타인이 노리는 것은 원더스타인 쪽의 화물이었다. 그는 그동안 괴물 서커스단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었기에 한 달 전에 엘라가 베티로부터 동물들을 상속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동물들이라고! 엄청난 가격에 팔 수 있을 거야! 랫맨 10여 마리는 덤이고.’

그러나 역무원으로부터 화물을 넘겨받기 위해서는 그저 얼굴만 들이댄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계약서상 정해진 인물이 필요한 서류, 신분증을 모두 갖추고 방문해야 했다. 번슈타인은 그녀를 이용해 화물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자, 어서. 가자꾸나.”

“아, 알았어요…….”

클라라는 어리둥정할 표정을 지으며 번슈타인의 손에 이끌려 열차에 올랐다. 만약 그가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클라라의 표정을 돌아봤다면 조금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순진한 그녀의 태도와 밝은 목소리에 비해 그녀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클라라는 번슈타인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칼디르에서의 사건이 끝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원더스타인이 그 내막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해주지 않는 것에 내심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서커스단 안에서는 평범하게 지내라고 했지만, 저런 엄청난 마귀가 나타난 마당에 그 사정에 대해서는 귀띔해줄 수 있지 않은가? 그래도 그의 첫 번째 심복을 자처하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그녀에게는 속삭임을 엿듣는 시네페쿠스의 사도로서의 힘이 있었다. 완전히 힘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힘이 약간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아직 그것을 원더스타인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그도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데 자신도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능력을 사용한 덕분에 그녀는 베티의 과거를 더듬어 올라가면서 진상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베티라는 여자가 18년 전, 서커스 그랑프리 현장에서 단장님이 흘린 연구서와 트릴의 파편을 주워 나름대로 트릴을 더 키워보려다가 사달을 일으킨 것이다.

그녀는 그제야 왜 단장님이 해당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지 이해가 갔다. 그 연구서에는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가 많을 것이다.

거기에는 어쩌면 클라라 자신에 대한 것도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가 플라스크 속에 웅크리고 있던 시절의 이야기 말이다. 자신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까.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끝까지 본인에 대한 것을 그녀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직도 자신을 뒤에서 음모나 꾸미는 음흉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일까? 애완동물이 손을 물지도 모른다고?

그녀를 경계하고 불신하는 단장님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그녀는 이것이 어떤 현상인지 알고 있었다.

시네페쿠스의 속삭임! 이런 식으로 단장님에 대한 내 신뢰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건가? 흥. 하지만 소용없어. 난 파훼법도 다 알고 있다고. 주인님이 해준 좋은 말들을 떠올려! 이런 허깨비 짖는 소리 말고. 그분은 날 소중히 여긴다고 하셨어. 믿는다고 하셨다고.

그녀는 능력이 일부 돌아온 것도 모두 마신의 계략임을 간파했다. 어떻게든 자신을 흔들어서 단장님을 배신하게 하려는 것이다. 클라라는 그의 시도를 비웃었다. 비록 자신이 마신에게서 비롯된 존재이긴 했지만, 그에게 종속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더는 병 속에 갇혀 있던 그 새끼 악마가 아니었다.

그러나 며칠 전, 그녀의 믿음을 흔들리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원더스타인은 당시 연구서의 내용을 분석하는 데 난관을 겪고 있었다. 그의 지식으로 큰 얼개를 이해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파고들려 하니 연금, 문양, 도식, 진언, 주문 등 모르는 내용이 많았다.

그가 TTT 세상에 대해 잘 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플레이어로서였다. 학문 레벨까지 가버리면 도저히 손을 쓰기 힘들었다. 그가 주변에서 가장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마야였다. 지금까지도 책을 읽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그녀에게 묻곤 했었다. 그녀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스승님이 창피를 당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그가 모르는 개념을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서에 관해서는 그녀의 도움을 청하기 힘들었다. 검은 마도사가 저주 역병의 원흉이자 데볼루트를 사용하는 마법사라는 사실이 공표된 마당에 이것을 그녀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그녀는 불세출의 천재. 어쩌면 이 연구서를 읽고 나면 원더스타인에 대한 모든 것을 간파해내 버릴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가 차선책으로 선택한 사람은 바로 벤 설리반이었다. 그래도 부두교에서 한 분파를 이끌던 그라면 마도에 대한 지식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단장님의 연구를 제게 왜……?”

“……사신들과 싸운 뒤로 기억에 손상이 많이 갔습니다.”

“아, 가장 행복한 기억! 교주님에게는 연구였군요!”

“뭐, 그렇지요……. 어쨌든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그렇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마도학을 연구한 학자라면 모를까 그는 그저 하나의 마신을 모시는 마도사에 불과했다.

“그게……흠, 이 문양이 의미하는 바가……그러니까 황도의 궤적……뭐 그런 거였는데……. 어, 이건 꽤 오래전부터 안 쓰던 실전된 도식이라고 들었는데……그, 그러니까…….”

알고 있는 주문이나 문양도 그의 스승으로부터 배운 몇 가지뿐이었다. 모시는 마신의 시선을 끄는 주문, 본인이 잡은 사냥감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바닥에 그리는 문양 같은 것 말이다.

‘아이참, 단장님도 내게 물으면 다 가르쳐 줄 텐데.’

클라라는 한밤중에 두 사람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시네페쿠스의 마도사가 근처에 있는 것을 알았다면 원더스타인도 음향실을 통해 음소거 기능을 썼겠지만, 클라라의 정체에 대해 모르는 그는 그저 목소리를 낮추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클라라는 원더스타인의 방으로 조심히 움직이면서 두 남자가 주고받는 대화를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 상황에 대해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설리반이 감히 자신을 제치고 첫 번째 심복이 되려고 애쓴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쩔쩔매고 있구나, 설리반! 너는 그냥 몸 쓰는 일이나 해. 헤헤, 조금 더 있다가 적절한 순간에 내가 난입해서 놈이 모른다고 한 부분을 다 풀어버리면 단장님도 날 인정하시겠지?’

자신은 더는 그의 애완동물도, 자존감이 바닥을 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어린애도 아니라는 것을 그에게 증명할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원더스타인의 방문 앞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충분히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한 시점에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자신감 넘치는 설리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장님! 이 46번째 페이지 다음은 혹시…….”

원더스타인은 그가 찢어진 페이지를 발견했음을 알고 쓴웃음을 지었다. 세 마녀에 대한 페이지 다음에 있던 것은 바로 원더스타인 제조법에 대한 것이었다. 설리반과 주종 계약을 맺긴 했지만, 그것마저 보여주기 껄끄러웠던 그는 그 페이지를 찢어서 숨겨두었다.

그러나 설리반은 사냥의 마신인 밀레투스의 마도사. 작은 흔적을 알아채는 능력이 뛰어났다. 그는 페이지 사이의 미세한 절단면을 보고 해당 페이지가 소실된 것을 눈치챈 것이다.

“아, 그거요? 역시 설리반 씨는 알아보시는군요. 20년 가까이 제 손을 떠난 녀석이다 보니 관리 상태가 엉망이었던지라…….”

“흠, 최근에도 손을 대신 것 같은데…….”

설리반이 책 사이를 유심히 관찰하더니 중얼거렸다. 그는 찢긴 것이 며칠 안 되었다는 것도 간파해냈다. 계속 모르는 것만 나오다가 자신 있는 분야가 나오자 완전히 몰입한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둘러댔다.

“맞습니다. 이놈을 발견한 뒤로 계속 복구해보려고 노력했죠. 뭔가 쓸모 있는 정보는 없을까 해서요. 하지만 기대 이하더군요. 별로 도움 되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설리반 씨를 부르기 직전이 되어서야 결정했습니다. 그냥 제거해 버리기로 말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대화다.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그냥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원더스타인이 외출한 틈을 타 그의 방에 숨어들어 그 연구서를 훔쳐봤다.

그녀는 그것의 내용들을 무리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던 그녀가 처음으로 손을 멈춘 지점은 바로 인공 사도의 제조에 관한 장이었다. 그녀는 조금 더 집중해서 해당 장을 읽었다. 기초적인 준비 과정을 넘기자 그 뒤에는 각 마신의 사도 제작에 대한 설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토끼 마녀, 까마귀 마녀, 뱀 마녀의 페이지를 차례대로 넘기던 그녀의 손이 다시 한번 멈칫했다. 방금 그녀가 넘긴 페이지가 46번째였다. 어제 원더스타인과 설리반이 대화를 나눴던 페이지는 바로 그다음 장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다음 페이지를 펼쳤다.

그곳에는 앞서 보였던 것과 달리 조잡하기 짝이 없는 설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게딱지를 층층이 짊어진 가재와 비슷한 형태의 생물이었다. 그곳에는 제작 과정과 실험 결과까지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플라스크 속에 든 생물의 그림. 그 밑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실패작. 폐기 예정.]

클라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20여 년 전, 병밖에서 자신을 관찰하던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무표정한 얼굴의 원더스타인이 자신을 들여다보던 모습을. 그리고 동시에 귀에는 어제 원더스타인이 입에 담았던 말들이 들려왔다.

-아, 그거요? 역시 설리반 씨는 알아보시는군요. 20년 가까이 제 손을 떠난 녀석이다 보니 관리 상태가 엉망이었던지라…….

-맞습니다. 이놈을 발견한 뒤로 계속 복구해보려고 노력했죠. 뭔가 쓸모 있는 정보는 없을까 해서요. 하지만 기대 이하더군요. 별로 도움 되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설리반 씨를 부르기 직전이 되어서야 결정했습니다. 그냥 제거해 버리기로 말입니다.

연구서가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 역시 몸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는 지난 17년 동안 플라스크 안에서 자신을 만든 존재에 대해 두려움과 분노를 품어 왔었다. 검은 마도사에 대한 악명을 접하는 것만으로 그가 어떤 존재인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그와 만나게 된 뒤로 그런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상한 부모였고 그녀를 아끼는 주인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환상에 불과했다. 그녀는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실패작으로 낙인찍혔고 폐기될 예정이었었다. 17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가 그녀를 살려두려고 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뭔가 쓸모 있는 것은 없을까 탐색해보려던 것이었다. 그리고 재회로부터 반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또 폐기처분이 결정되었다.

“헤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처음으로 육체를 가지고 세상에 나와서 자신감을 잃고 떨고 있을 때, 그분이 자신을 보듬어 주었다. 그녀는 주인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여겼다.

“헤헤헤.”

하지만 그것은 모두 가짜였다. 역시 검은 마도사는 그녀가 생각했던 그런 악당에 불과했다.

-내게 다시 돌아와라.

시네페쿠스가 속삭였다. 그녀는 미련 없이 그의 부름에 몸을 맡겼다. 그녀는 현세를 걷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까마득한 심해였다. 주변에는 사람 대신 검은 그림자들이 일렁거리고 웅웅 울리는 듯한 말들이 거품 터지듯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혼은 시네페쿠스의 정수를 핵으로 하여 제작된 것이다. 그런 그녀가 겪는 파피락스는 일반인들이 겪는 것과 그 깊이가 달랐다. 마신은 그녀에게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것을 들려줄 수 있었다.

그는 소문, 오해, 험담을 사랑하는 마신. 그는 클라라가 번슈타인을 원더스타인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아예 전혀 다르게 생긴 존재라면 모를까 주변의 가짜 단원들까지 포함해 그럴듯한 무대만 있으면 충분히 암시를 걸 수 있었다.

그러나 클라라는 그가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정말로 그를 진짜 원더스타인으로 생각했다. 기차에 오른 그녀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단장님과 괴물 단원들이 왜 자신만 따로 데려가려는 것일까?

그녀는 멀리 좌석에 떨어져 앉은 척하면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화물을 넘겨받은 뒤에 쟤는 어쩌죠, 단장님?

-처분해야지. 더는 필요 없어. 노예시장에 내다 팔면 될 거야.

-으아아, 역시 악명 높은 악당이라니까. 우리 단장님은.

충분하다. 어떤 이야기인지 더는 안 들어도 알겠다. 클라라는 창밖의 경치를 구경하는 척 고개를 돌렸다. 그늘진 그녀의 얼굴 아래로 물방울이 반짝였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