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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9

< 미지의 위협 (5) >

“으음···.”

굳게 닫혀있던 디아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누나! 정신이 들어?”

흐트러졌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과 동시에 근처에서 동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바로 옆에서 간병하며 그녀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

“···으응, 난 괜찮아.”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한 디아나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머리가 살짝 어지럽긴 했지만 그것뿐, 그 외엔 딱히 아픈 곳이 없었다.

하긴, 전투 능력이 전무한 탓에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제압당했을 뿐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역시 꿈이 아니었구나.’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핀 그녀의 눈에 익숙한 집안의 정경이 들어왔다.

이 새로운 땅에 정착한 이후 줄곧 그들 가족이 머물렀던 보금자리.

물론 큰일을 치른 직후인 만큼 평소와같이 평온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디아나! 일어났구나!”

“참말로 다행이야. 라피도 진즉 일어났는데 도무지 눈을 뜨지 않아서 을매나 걱정했는지···.”

황급히 다가온 숙부와 숙모가 그녀를 끌어안고 다독였다.

일이 터진 순간 때마침 장을 보러 나갔던 숙모와 퇴근이 늦어졌던 숙부는 타이밍 좋게 소동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식과 조카들이 횡액을 당할 뻔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노릇.

그들은 디아나가 깨어난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가장 어린 라피도 아론과 마찬가지로 주술로 보호를 받은 덕분에 딱히 후유증이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사건 초기부터 줄곧 기절해 있었던 터라 기억에 남은 것도 없어 조금 놀란 것이 전부라고.

“···다행이네요. 라피는 아직 어리니까 그게 더 낫···.”

이야기를 들으며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던 디아나의 말이 뚝 끊어졌다.

사고 능력이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문득 하나의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맞아! 하, 할머니! 미로파 할머니는요?!”

깜짝 놀란 그녀가 튀어 오르듯 이부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에 휘청거리는 몸을 곁에 있던 동생이 붙잡아줬지만, 지금 그녀에겐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그때 보았던 노파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안 돼!’

자신들을 도주시키기 위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시간을 벌던 옆집 할머니가 라피를 끌어안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던 모습.

디아나는 그 할머니가 그렇게 강한 능력자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아마 그 필사적인 노력이 아니었다면 그녀 또한 이렇게 멀쩡하게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누나. 할머니도 무사하시니까.”

“그래, 지금도 상태를 보고 오는 길이다. 혼자 사시는 분이라 간병을 위해 손님방에 모셔 왔거든.”

“그려, 그려. 거기다 무려 그 주신교단의 성자님께서 직접 상태를 봐주셨단다! 시상에 내 살아생전 성자님을 두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그런 가족들의 말에 힘이 풀린 디아나가 다시 이부자리 위에 주저앉았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성자님이라고요···?”

“응! 누난 아직 본 적 없지? 난 그분이 하늘을 찢고 내려오는 순간도 직접 봤어! 와··· 그건 진짜 평생 못 잊을 거야. 역시 괜히 성자님이 아니었다니까?”

자신이 본 장엄한 광경을 설명하듯 손짓 발짓 동원해 가며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론.

그를 바라보는 디아나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맺혔다.

하지만 동생의 말과는 달리 그녀의 기억 속에도 성자 하인리히의 모습은 확실하게 남아 있었다.

‘그때 제정신이 아니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때 내가 본 건 환상이 아니었구나.’

동생의 묘사와 자신의 기억 속의 인물은 누가 생각해도 동일인이었다.

습격자에게 제압당한 직후의 흐려져 가는 의식 속, 비범한 정신력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순간 불쑥 나타났던 주신교단의 성자 하인리히.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당시의 기억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곤 해도 혼미한 상태였던 탓에 모든 것이 선명하진 않았다.

지금에 와선 떠올릴 수 있는 정보라 해 봐야 인상 깊었던 일부 요소뿐.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한 것은.

당연하게도 그녀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감각에 관한 단상이었다.

따뜻하다기보단 서늘한 분위기의 품속에서 느꼈던— 감출 수 없는 피비린내에 섞여 나오는 익숙한 향기.

그건 매일 휴버트에게서 맡았던 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아련한 느낌이 들 정도로 오랜만에 맡는 향취였다.

‘하인즈 아저씨···.’

뱀파이어로서의 그를 다시 접하는 것은 이곳 타라크로 이주하고 나서 처음이었다.

그러나 매일같이 휴버트와 함께 한 그녀는 어렵지 않게 그 안에서 자신이 알던 ‘아저씨’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둘이 동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런데···.’

다만 한 가지.

그녀조차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분은 분명 성자님일 텐데.’

친숙한 냄새가 느껴졌던 것은 그 한 명만이 아니었던 것.

하인즈와는 반대로 따뜻하고 포근한 향기가 주가 되긴 했지만, 그 한편엔 분명 익숙한 냄새 또한 섞여 있었다.

당시엔 워낙 정신이 없어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뱀파이어와 성자는 누가 생각해도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으니까.

“···설마?”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던 그녀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눈을 크게 뜬 그녀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누나?”

어느새 자신만의 세상에 빠진 그녀의 귀에는 동생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떠오른 어떤 가정에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겨있을 뿐.

‘만약 그런 거라면···.’

디아나가 가녀린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

“성자님, 감사합니다!”

“자네 봤는가? 그때 하늘 전체를 뒤덮었던 그···.”

“예끼, 이 사람. 실없는 소리 하긴. 이 타라크에서 그걸 못 본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오오! 저분들인가? 저분들이 그 소문으로만 들었던···.”

“용병왕 할리 님은 안 계신 건가? 아쉽구나. 타라크의 영웅이었던 그분을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휴버트 상회의 간부를 노린 테러 사건은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되었다.

흉수는 간악하게도 상회 이인자를 납치하기 위해 거처 인근을 통째로 노린 대담한 계획을 획책했으나, 때마침 타라크에 방문한 용사 파티가 빠르게 이상을 파악한 덕분에 늦지 않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 두는 게 좋겠지.’

심연에 유폐된 신이니 사도니 파편이니 같은 소리를 해 봤자 알아들을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신의 기록말살형 때문인지 지상에서 그 존재를 아는 이는커녕 사소한 정보 하나 남아있지 않기도 했으니까.

‘그에 대한 정보를 유포하는 데에도 제한이 있는 것 같고.’

신은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추앙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부활을 노리는 영락한 신과 그 사도 역시 그 방법을 사용해 봤을 터.

그런데도 상황이 그리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그 존재에 대한 정보 자체가 세계의 법칙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놈이 소수의 사도만 운용하는 것도 그 제약의 일환이겠지. 나야 이세계인이라 예외일 테지만.’

그런 의미에서 놈을 따르는 사도는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였다.

분명 이 아우테리카에서 나고 자란 게 틀림없을 텐데 어쩌다 그쪽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물론 그들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래, 예를 들자면.

지금 여기 있는 테미란 맥클레어처럼.

“끄으윽··· 끅!”

밀실의 어둠 속에서 억누른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비명조차 제대로 내지르지 못하고 뚝뚝 끊어지는 그 신음은 그가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역시 영락했어도 신은 신이라는 건가? 저항이 상당하군.”

뻣뻣하게 굳은 채 실험대 위에서 피의 사슬로 사지가 결박당한 테미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처럼 그 앞에 서서 녀석의 심장에 손을 박아 넣은 하인즈가 나직이 읊조렸다.

‘보기에 썩 좋은 장면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생체실험이라도 당하는 듯한 어린아이와 그 가슴을 꿰뚫고 심장을 움켜쥔 성인 남자라니.

뭐라 변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범죄의 현장이었지만, 딱히 녀석을 심문하기 위해 고문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치료하기 위한 절차라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이겠지.

‘이 정도 대수술에 고통이 따르는 건 당연한 법. 아무리 그래도 그냥 죽는 것보단 낫잖아?’

그가 이 밀실에서 이러고 있는 것도 다 테미란을 위해서였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는 여전히 심연에 갇힌 신의 사도였으니, 이제 남은 방법은 죽거나 사도의 힘을 제거하는 두 가지 길뿐이었다.

그런데 사도에게 부여된 신의 힘을 뜯어내는 작업이··· 영육에 깃든 흔적을 강제로 적출하는 과정이 쉬울 리 만무하지 않은가!

“거의 다 됐으니 조금만 더 참아라. 너무 억울해하진 말고. 나도 너와 같은 고통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끄으읍!”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핏발 선 눈을 부릅뜬 테미란.

하지만 하인즈의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그저 언제나처럼 「마인드 허브」를 통해 불필요한 감각을 걸러내고 있기에 평온해 보일 뿐.

···뭐, 사실 거의 다 됐다는 말은 거짓말이 맞았지만.

‘베이스는 오바이포가 틀림없는데··· 상당히 변형이 많이 됐어. 심연의 영향도 제법 있는 것 같고. 순수한 오바이포의 혈족이었다면 일이 더 쉬워졌을 텐데 아쉽군.’

아마 사도가 되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다행히 아직 불완전한 상태다. 테미란이 사도로 낙점된 지 20년이나 지났는데도 이 정도 수준이라는 건···.’

앞서 언급했듯 세계의 법칙에 의해 이름은 물론 존재조차 지워진 신이 사도를 만드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막대한 시간을 들여 차분하게 일을 진행했겠지만, 상황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슬슬 놈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불완전한 사도까지 세상에 내보낼 정도라니. 놈도 어지간히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남은 안배들까지 모조리 무너져 버릴 거라 생각한 것일 터.

따지고 보면 성급한 판단은 아니었다.

진행도를 보아하니 테미란이 완전한 사도가 되기까진 적어도 10년은 더 필요해 보였으니까.

10년이면 자신이 아우테리카에서 활동한 기간보다 배는 많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그 짧은 기간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10년이 더 지났을 때 상황이 어떻게 되어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으니, 놈이 느꼈을 위기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쿨럭! 거의··· 다 됐다며···! 대체, 언제까지···.”

“아.”

그때 아래쪽에서 다 죽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을 통해 체내의 혈류가 강제로 동화된 반발 작용으로 그는 이미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있다.

하인즈 또한 자기 육체를 강제로 통제해 겉보기만 멀쩡해 보일 뿐, 이미 내부는 저와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여기서 더 지체해 봤자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겠지.’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을 실행하는 것뿐.

“이 악물어라. 이번엔 좀 더 아플 거다.”

“뭣?! 지금 여기서 더 아프으그거게겍···!”

말을 채 끝마치지 못한 테미란이 개구리 같은 괴성을 내질렀으나, 이미 한껏 집중하고 있는 하인즈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신혈의 뱀파이어이자 「피의 종주」로서 혈액의 통제력을 극대화하고, 「혼혈진화」의 힘이 담긴 「정제혈정」을 직접 심장에 주입해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결국 사도인지 뱀파이어인지, 둘 중 어느 쪽의 지배력이 더욱 강한가의 싸움이다.’

테미란이 혁명가처럼 온전한 사도였다면 지배권을 찬탈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겠지만, 다행히 그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앞서 대화할 때 여러 차례 느꼈던 신에 대한 불경 역시 그런 내면이 표출된 것이었을 터.

뿌득— 뿌드득—!

피의 사슬로 구속된 작은 육체가 펄떡거리며 강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뼈와 살이 한데 뭉쳐 으스러지고 찰흙으로 빚듯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전보다 더욱 강하게, 더욱 질기게, 더욱 튼튼하게··· 더욱 성숙하게.

“끄읍! 끅! 그만! 그마아안—!”

어느새 십 대 중반의 모습으로 성장한 테미란이 발광하자 새빨간 선혈이 비산했으나 하인즈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그저 태연하게 그 혈액들을 끌어모아 「피의 신비」를 이용해 의식을 보조할 혈마법진을 주변에 구축할 뿐.

‘찾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의 「통찰」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감지되었다.

뱀파이어의 근원인 피를 통해 느껴지는, 테미란의 영혼에 뿌리내린 채 꿈틀거리는 미지의 신성.

심연에 유폐된 놈은 인간의 신 출신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순수한 인간은 사도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릇이 될 육체의 내구성도 문제거니와, 심연 속의 존재와 영적으로 연결되는 순간 곧바로 타락을 시작해서 백색 거인처럼 이지가 없는 괴물이 되어버릴 테니.

‘그러고 보니 흡혈귀와 늑대인간의 인자를 처음 아우테리카에 도입한 게 놈이었다고 했던가?’

그것도 노리고 한 짓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와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놈이 품은 의도가 어쨌든, 피의 신성을 깨우치기 시작한 하인즈 앞에선 전부 무의미할 뿐이었으니까.

동화된 피를 통해 「존재부정」이 발현되자 신성과의 연결이 더욱 헐거워졌다.

그리고 그 순간, 신혈에 오르며 획득한 「원류회귀」가 발동했다.

흡혈귀의 궁극이자 정점에 선 오롯한 하나로서 조금씩 완성되어 가고 있는 힘.

그것이 테미란의 심장을 통해 피를 타고 전신에 퍼져 나가자, 온전한 ‘흡혈귀’로 존재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이물질··· 사도의 힘과 거센 반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십 대 후반의 모습이 된 테미란이 심장을 토해낼 듯 비명을 내질렀다.

그래서 하인즈는 기꺼이 그것을 도와주기로 했다.

푸확—!

손가락이 박혀있던 심장을 통째로 뽑아냄으로써.

“켁!”

“후우. 애먹이게 하는군.”

그는 자신의 손안에서 힘차게 맥동하는 심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끝내 기절해 버린 테미란은 걱정할 필요 없었다.

하인즈 2세에게 종속되며 그 혈맥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제대로 된 성혈의 뱀파이어가 된 그에게 심장 정도는 얼마든 재생할 수 있는 부품일 뿐이었으니.

강제로 엮였던 신앙이 역으로 반전되며 그 대상과 극상성이 된 것도 소소한 이득이었다.

‘자, 그럼 이제···.’

두근— 두근—

사도의 힘을 부여하는 신성과 변이된 흡혈인자를 내부에 가득 품은 채 꿈틀거리는 새빨간 심장.

어쩐지 그것을 통해 저 먼 곳에 있는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보니 반갑군.”

하인즈가 피식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함부로 취할 수 없는 힘이었다.

자칫하다간 테미란처럼 꼭두각시가 되어버릴 수 있는 위험한 물건.

‘잘 먹겠습니다.’

물론 그건 일반적인 경우에 한해서일 뿐, 이미 자신만의 신성을 쌓아가고 있는 하인즈 2세에겐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에게 이렇게 외따로 떨어져 있는 신성은 그저 소화 잘되고 영양도 풍부한 보약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푸확!

손안에 들려있던 심장이 터져 나갔다.

하지만 비산한 혈액이 사방에 흩어지는 일은 없었다.

무언가의 인력에 이끌리듯 다시 순식간에 그의 주먹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핏물.

《새로운 흡혈인자를 수집합니다. 특수스킬「혼혈진화」의 영향으로 개체의 신성이 한층 성장합니다. 스킬「종속 지배」를 획득합니다.》

하인즈의 입꼬리가 만족스러운 호선을 그렸다.

어디선가 분노의 괴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아마 기분 탓일 거다.

이 자리엔 기절한 테미란과 하인즈 둘밖에 없었으니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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