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40

39. 거지남매 – 카시아

수도 오르빌로 향하는 영상과 함께 세 번째 거지남매 시나리오가 시작됐다.

민서를 괴롭히던 비현실적인 둥실거림은 사라지고 다급한 허기와 갈증이 레오를 덮쳤다. 그의 곁에는 꾀죄죄한 어린 레나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었다.

동생을 보자 이전의 기억이 물밀듯 쏟아졌다. 함께 떠오르는 타락한 동생의 사진, 그는 아직도 사진 속에서 밖을 내다보듯 유혹하는 레나의 눈동자가 괴로웠다.

“오빠, 나 배고…”

“레나!”

레오는 울컥이는 눈물을 참으며 동생을 와락 부둥켜안았다.

민서의 정신이 전보다 더 또렷하지 않았더라면 통곡을 했을지도 모른다.

[ 업적 : 최초의 사망 – 플레이어가 레오에게 동화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

“으으응, 오빠 왜 이래. 나 힘없어.”

레나가 저리 가라는 듯 꼼지락거리자 레오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동생을 놓아주었다.

전과 다를 바 없이 오물이 잔뜩 묻은 레나는 입술이 바짝 말랐고, 견디기 힘들어 보일 정도로 목이 가늘었다. 걸레 쪼가리 같은 원피스도 여전하다.

“레나야,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레오는 주머니의 동전을 확인하고 성급히 레나를 이끌었다.

{초기 자금}으로 주는 은화 여덟 개와 동화 다섯 개. 거지남매 시나리오에서는 이 돈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약혼관계 시나리오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 눈물 나게 고맙다.

이 개 같은 게임도 한 줄기 양심은 있나 보다.

다시 찾은 식당에서 레오는 동생에게 양념 된 닭고기를 사줬다.

전에는 돈을 아낀다고 양념 되지 않은 것을 사줬었는데 이번엔 아끼지 않았다.

레나는 허겁지겁 닭고기를 입에 물며 빠르게 양념투성이가 되어 갔다. 레오는 동생이 체하지 않게 자제시키며 틈틈이 입가를 닦아줬지만 동생은 걸신들린 듯 닭고기를 뜯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슴이 미어진다.

레오는 민서의 정신이 또렷한 것과는 별개로 가슴에서 밀려오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엔 꼭 행복하게 해줄게. 절대 너를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그는 레나의 식사를 도우며 생각을 정리했다.

‘지난번에는 카시아한테 레나를 너무 오래 맡겼어. 이번엔 가능한 한 내가 데리고 있어야 해.’

그런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당장 갈 데가 없다.

레나와 레오는 한 건물 옆에 거주지를 만들어놨지만, 그 집은 내일 아침에 건물주인이 하인들을 끌고 와서 박살을 낼 예정이었다.

집도 절도 없는 상황이 막막하다. 그는 이 식당에 잠시 궁둥이를 붙이고 있을 때 거취를 결정해야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보다 당장 어디로 가야 하지?’

이 레나와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동생을 이 꼴로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예쁜 얼굴이 노출됐다간 큰일이었다.

숙식 가능한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었다. 레나의 외모도 문제지만, 이 레오는 손재주가 없어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무척이나 버거웠다.

이번 레오에게 있는 건 잘난 외모와 시나리오 보상으로 받은 몇 가지 능력들… {검술.2v}, {사냥}, {초기 자금}, {뒷골목의 규칙}, {합격술}, {방중술}, {귀족 사회}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업적들이 제법 있지만, 이것들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때, 그의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방중술}이랑 {귀족 사회}랑 잘난 외모를 이용하면…’

{귀족 사회} 정보를 통해 음탕하고 에로스적인 방법이 속속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모두 귀족 여부인네를 홀려 원하는 것을 갈취하는 삶이었다.

‘역겹군.’

레오는 잔뜩 찡그리며 그 선택지를 잊어버리고 돈이 될만한 검술과 사냥 능력을 다시 살폈다.

허나 사냥 선택지는 빠르게 지워졌다. 오르빌 근처에는 산이 없었다.

‘그냥 레나랑 멀리 떠나버릴까? 멀리 산속에 작은 집을 짓고 살까?’

이 거지남매 시나리오는 고달픈 삶이 약속되어 있었다. 그는 동생을 먹여 살려야 했고, 또 적절히 교육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 그녀를 공주로 만들어야 한다.

숨이 턱 막혀와서 멀리 달아나는 것을 고려했지만, 레오는 그것조차 힘들겠다며 이내 포기했다.

동생 레나는 지나치게 예뻤다. 산속에서 평생을 숨어지낼 수는 없으니 언젠가는 밖으로 나와야 할 텐데, 그때는 레나가 훌쩍 아름답게 커버렸을 거다.

레오는 홀로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킬 자신이 없었다. 동생이 그렇게 커버리기 전에 그녀가 살아갈 기반을 닦아놓아야 했다.

선택지를 하나씩 지우고 보니 남은 건 검술뿐이었다.

검술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일단 오르빌의 수비병이 되는 길은 피하는 게 좋았다.

수비병도 결국 병사, 내년 봄에 터질 전쟁에 끌려갈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 이 개 같은 게임은 틀림없이 날 전쟁터로 끌고 가겠지.

용병이 되는 방법도 있으나 이건 상단을 따라 돌아다녀야 해서 레나를 곁에 두지 못하는 직업이었다. 신원을 밝히지 못할 처지라 오르빌에 머물며 근무하는 저택 경비병도 될 수 없었다.

기사? 이건 조금 아쉽다.

기사는 확실히 탐나는 직업이었다. 그가 기사가 된다면 레나는 안전했다. 기사의 여동생을 건드릴 만큼 간 큰 놈은 거의 없었다.

레나가 귀족의 눈에 띄면 다소 귀찮아지겠지만, 그들 역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진 못할 터였다.

현재 벨리타 왕국의 정계는 소드마스터 파벌이 장악했고, 기사단은 헤르만 백작이 휘어잡았다. 여동생이 예쁘다고 기사에게 외압을 행사했다간 박살이 난다.

레오는 아쉬움에 물컵을 들어 벌컥 마셨다. 그는 기사가 될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지난 시나리오 보상으로 {검술.2v}를 얻었다.

덕분에 스스로 느끼기로는 카트리나와 함께 있던 기사, 데로스를 조금 뛰어넘은 것 같지만 문제는 신체였다.

기사가 되기 위한 최소 조건은 ‘엑스퍼트’로, 마나가 몸에 충분히 베이고 검술이 일정 수준에 올라야 했다.

드물게 검술만으로 기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검술 실력이 압도적이라면 모를까 고만고만한 실력이라면 육체의 성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혼관계 시나리오의 레오 덱스터라면 그 우월한 신체로 기사가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으로 보일 정도로 키가 작고 피골이 상접한 이 레오의 몸으론 어림도 없었다.

그래도 아쉬움을 버리는 데는 물 한 모금으로 충분했다. 병사와 마찬가지로 기사는 내년에 있을 전쟁에 참전해야 한다.

결국, 남는 건.

‘또 깡패인가.’

선택지가 강요되는 느낌이었으나 패밀리에 들어가서 레나를 보호해 달라고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긴 했다. 그의 능력이면 패밀리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패밀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을 버리지 않으니까.

‘지난번엔 레나를 보호해 달라고 하기도 전에 끝났지.’

전에는 억지로 코롤라 패밀리에 들어갔다. 자진해서 손에 피를 묻혔고, 보란 듯이 흔들었다.

빠르게 깡패가 되기 위해서 한 짓이었지만, 그 탓에 패밀리의 신뢰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음을 굳힌 레오는 손가락을 꼽으며 갈 곳을 탐색했다.

이곳 오르빌에는 3개의 대형 패밀리가 있었다. 마약과 노예 유통을 주 사업으로 하는 코롤라 패밀리, 불법 무기 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고 노예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베르자 패밀리, 상권을 관리하고 청부 살인으로 돈을 받는 라우노 패밀리다.

레오는 접었던 한 손가락을 다시 폈다. 일단 베르자 패밀리는 가망이 없었다.

[ 업적 : 코롤라 패밀리 만세 – 코롤라 패밀리에 소속된 깡패들에게 미약한 호감을 얻음. 코롤라 패밀리가 적대 중인 패밀리로부터 미약한 적의를 삼. ]

전에 코롤라 패밀리의 간부가 되면서 얻은 업적이 선택지 하나를 지웠다.

코롤라 패밀리는 그를 호의적으로 보겠지만, 베르자 패밀리는 그만큼 그를 적대할 것이었다.

식탁 밑으로 펼쳐진 손가락이 하나가 될 무렵, 레나가 식사를 마쳤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텅 비어버린 접시와 레오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오빠는 왜 안 먹었어?”

“응? 아니야. 나도 많이 먹었어.”

레나는 자기가 너무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오빠의 눈치를 보며 자책했고, 레오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가자. 우리 갈 곳이 있어.”

“집?”

“아니. 다른 곳이야.”

레오가 그녀를 이끈 곳은 외진 골목에 있는 신발가게였다. 그 가게에는 카시아가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무료하게 앉아있었다.

어쩔 수 없이 찾아오긴 했지만, 막상 카시아를 보니 레오는 심경이 복잡해져서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약방 앞에 쓰러진 거지 남매에게 대가 없는 호의를 베풀고, 집을 제공하며 레나를 숨겨주기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당시 레오는 그녀가 좋았다.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이상함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증오가 뒤섞였다.

이젠 저 여자가 밉다.

레오가 가게 앞에서 우물쭈물 서 있자 카시아가 안에서 손짓하며 말했다.

“들어와.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주춤거리는 레나와 달리 레오는 작정한 듯 성큼성큼 들어갔다.

거지의 행동치고는 무례했지만, 카시아는 개의치 않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우리 언제 본 적이 있니?”

“아니요.”

거지의 퉁명스러운 말투에도 그녀는 눈을 떼지 못했다. 입을 조금 벌리고 몽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혼잣말하듯 낮게 읊조렸다.

“어쩐지 그리운 느낌인데… 무슨 일로 왔어?”

[ 업적 : 카시아의 마음을 녹인 남자 – 카시아에게 미약한 호감을 얻음. ]

‘업적 때문인가? 반응이 달라졌네.’

지난 시나리오에서 카시아는 동생에게 지극정성인 레오에게 호감을 느꼈고, 그 호감은 업적으로 인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레오는 이러면 일이 많이 쉬워졌다고 생각하며, 전보다 덜 절박한 어투로 요구했다.

“여기에 며칠 머무르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 돈이라면 드릴게요.”

레오는 좋고 싫고를 떠나서 카시아가 필요했다.

그녀는 오베르라는 라우노 패밀리의 깡패와 친분이 있었고, 라우노 패밀리는 청부살인을 하는 탓에 정보상도 겸하고 있다고 들었다.

레오는 정보에 목말라 있었다.

거지 남매가 실은 남부의 콘라드 왕국, 예리엘 왕가의 적통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거지남매는 유일하게 신분의 장애가 없는 시나리오였고, 남매를 쫓아낸 콘라드 왕국의 왕자, 에릭 드 예리엘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레나는 즉시 공주가 될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라우노 패밀리에 들어가 콘라드 왕국과 예리엘 왕자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었다.

카시아는 좋은 징검다리였다.

그녀를 통해 오베르에게 접근하면 라우노 패밀리는 그를 의심하지 않을 테고, 신뢰를 얻으면 레나의 보호를 요청할 계획이었다.

카시아에게 맡기지 않고.

레오가 남은 {초기 자금}을 모두 꺼내어 탁자에 올렸다.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만한 금액이 짤그랑, 놓였으나 카시아는 전처럼 은화를 만지작거리지 않았다. 도움을 줄까 말까 고민하지도 않고 말했다.

“좋아. 어차피 방에 침대도 비니까. 대신 이거 하나는 가져간다.”

그녀는 은화 하나를 집어가며 쉽게 승낙하고는 먼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난 카시아야. 넌 이름이 뭐야?”

“전 레오고 얘는 레나에요.”

“그래, 반가워. 그런데 얘는 좀 씻어야겠다. 여기 물통 있으니까 들어가서 씻어.”

레나의 몰골을 본 카시아는 간략히 집 소개를 해주고는 직접 물통을 방에 들여주었다.

레오는 업적의 힘에 놀라워하며 문을 닫았다.

카시아가 거지 남매에게 도움을 주는 보기 드문 사람이긴 하지만, 이렇게 흔쾌히 허락해준 것은 분명 업적의 힘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 여자의 반응은 좀 특이하긴 해. 장군들은 이렇지 않았는데.’

똑같이 ‘미약한’ 호감을 얻은 업적은 카시아 외에도 있었다. 왕자라던가 귀족들의 호감도 얻었으나 그들의 반응은 조금 더 눈길을 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카시아의 반응은 확실히 달랐다.

‘역시 이상한 사람이… 으앗!’

레오가 카시아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레나가 또 옷을 홀랑 벗어 던졌다. 레오는 동생에게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옷을 벗는 게 아니야!”라며 감정이 뒤섞인 충고를 해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레나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신발가게로 나왔으나 레오는 그곳에서도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밖으로 나오자 달라붙는 카시아의 눈길이 부담스러워서 그는 그녀를 외면하며 옷가게를 찾아 나섰다.

‘아 잠깐, 기왕 나온 김에 선생님을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

전에는 카시아를 찾아 헤매느라 시간이 늦었지만, 이번엔 아직도 해가 중천에 걸려있었다.

레나에게는 선생님을 빨리 붙여줄 필요가 있었으므로 그는 전에 동생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찾았다. 옷가게를 먼저 들려 옷을 갈아입고 레나의 옷을 구입한 레오가 찾은 그 선생님은 전과 같은 장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 노인도 제법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동생의 외모를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고, 이번에도 레나를 보더니 전처럼 비밀을 지키겠노라 약속했다.

‘당장 할 일은 모두 다 했는데… 아직도 시간이 남네. 건달 몇 명만 잡을까? {초기 자금}을 다 써버려서 돈이 없으니 불안하네.’

레나가 방에서 선생님과 대화하는 사이 레오는 신발가게를 어슬렁거리며 작은 유혹에 흔들렸다.

황혼이 슬슬 깔리려 하는, 딱 건달들을 낚기 좋은 시간이었다.

무기라도 하나 구해두면 안심일 것 같은데…

레오가 생계형 살인을 고민할 때, 카시아의 눈동자는 왔다 갔다 하는 그를 따라 좌우로 흔들렸다.

‘내가 왜 이러지?’

한참 어린 청년이었다.

나이가 적어도 열 살은 차이 나는데도 저 소년 같은 청년을 보고 있으면 카시아의 속은 걷잡을 수 없이 울렁거렸다.

그가 잘생겨서 이런 것은 아니었다. 이건 욕정과 같은 충동이 아니라 명치를 밑으로 잡아당기는, 어쩐지 애달픈 감정이었다.

카시아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푼돈을 지키려다 건달에게 맞아 죽었고, 아버지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해버렸다.

어린 그녀에게 남은 것은 넝마가 된 마음과 손님이 오지 않는 신발가게, 그리고 몇 년이나 남은 계약뿐이었다.

아버지가 대롱대롱, 심장이 멎어 피가 아래로 쏠리면서 성기가 불룩 솟은 채 매달린 모습을 보았다.

그 뒤로 그녀는 무의미한 삶을 살았다. 그저 무료하게 가게 앞 벽을 쳐다보며, 미래를 고민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살다가 죽겠지.

그런데 오늘, 불현듯 나타난 청년이 그녀의 마음을 헤집었다. 보기만 해도 속이 떨리는 이 남자는 동생에게 헌신적이었다. 그는 어린 동생에게 잠잘 곳을 마련해주고, 옷을 가져다주고, 선생님까지 붙여줬다.

저 앙상한 몸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저리도 동생을 위할 수가 있을까.

카시아는 저렇게 극도로 쇠약한 몸을 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그랬다. 하지만 그는 끝내 죽음을 택했다. 나를 내버려 두고.

나약한 아버지.

카시아는 그에게 강렬한 애증을 느꼈다.

그때, 그녀의 마음을 엉망으로 만든 청년이 사라졌다. 그는 밖으로 나온 선생님을 배웅하고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닫힌 문이 섭섭하다.

‘응? 뭐? 내가 왜?’

카시아는 자신이 왜 이런 감정에 휘둘리는 줄도 모르고 다시 가게 앞을 봤다. 벽에 가로막힌 익숙한 골목길을 보니 그녀의 들뜬 심경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전과 같을 수가 없었다.

그새 날이 어두워졌다.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닫힌 문을 바라보니 안에서는 남매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레오가 동생에게 카시아와 친해져서는 안 되고 대화도 가능하면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것도 모르고, 그녀는 오래도록 홀로 지켜온 신발가게에서 잠시 우두망찰했다.

저 안은 따뜻할 것 같다.

여긴… 목 매달린 아버지가 어느새 방에서 나와 그녀의 등 뒤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내버려졌다는 한기가 그녀를 휘감았다.

카시아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어 아버지를 외면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일하러 갈 시간이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