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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

40화 노빠꾸 악마 도살자

재상의 목이 세 바퀴 돌았다.

누가 봐도 즉사였다.

거기에 추가로 뽑힌 팔까지. 시체능욕인가?

“…….”

“…….”

반응이 늦는다. 자신들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비상식 앞에서 사람은 굳어버리고 만다.

“무, 무슨 짓을…….”

누군가가 꺼낸 말. 동시에 병사들이 창을 겨눴다.

“이놈!”

일제히 겨눠지는 병장기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레온은 태연했다. 그는 재상의 목을 돌리고 팔을 뽑은 것에서 멈추지 않고 아직 쓰러지지 않은 무릎을 발로 차 부러뜨렸다.

“이, 이놈이…!”

“언제까지 정체를 감출 참이냐, 더러운 마귀야. 네가 정녕 이 사자심왕의 안목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부들부들 떨리던 시체가 움직였다. 그러더니 피부거죽이 벗겨지며 끔찍한 몰골의 괴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키이이이…!

인간의 외피를 벗고 본모습을 드러낸 재상은 사마귀를 닮은 머리에 커다란 낫 같은 팔을 덜렁거리고 있었다.

레온이 사전에 뽑아버린 덕에 급히 재생한 팔이었다.

“재, 재상님이!”

“악마라고?”

그때였다. 알현실에 모여있던 수십 명의 병사와 귀족들이 외피를 벗어던지고 흉악한 형상을 드러낸 것이다.

“허억…!”

“악마들이다!”

악마가 아닌 자들은 갑작스레 우수수 나타난 악마들에 경악했다. 조금만 반응이 늦으면 곧장 궤멸할 위기였다.

“허둥대지 마라, 천한 것들아!!”

사자심왕의 노호성은 병사들은 물론이고 악마들까지 고막에 대미지를 줬다. 그는 어느새 성검을 뽑고 있다.

“뭉쳐라! 하나 되어 싸워라!”

레온의 일갈에 허둥지둥 하나로 뭉치는 병사들. 귀족과 관료들도 허겁지겁 그 뒤로 물러났다.

“키에에에에엑!”

성스러운 노호성에 고막이 터져나간 악마가 칼날 같은 팔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그러나 칼날이 레온의 팔에 붙잡힌다.

“끼이이?”

도저히 움직이질 않는 팔에 갸웃거리는 악마. 팔을 붙잡은 레온이 그대로 주욱 당기자 녹색 피와 함께 팔이 뽑힌다.

“키에에에에에에에!”

고통에 겨운 악마의 울부짖는 소리는 1초를 가지 못했다. 성검이 그 목을 절단한 탓이다.

레온이 단숨에 악마의 목을 베자, 김진수 과장도 황급히 외쳤다.

“바, 방패 들어!”

성검을 소환할 수 있는 레온과 달리 그들은 무장을 해제한체 알현실에 들어왔다. 대신 죽은 병사의 무장을 들으려 했다.

“키에에엑!”

그때였다. 사마귀 악마가 무기를 주우려던 김도한 팀장을 습격했다. 날카로운 칼날이 그에게 찍히려는 순간, 섬광처럼 날아든 검이 악마의 목을 관통했다.

“고, 고맙…….”

검을 휘두른 자는 레온이 아니었다. 희끗한 노년의 남자, 왕국의 대장군은 악마의 녹색 피가 묻은 칼날을 털어내고 지시를 내렸다.

“악마들이 왕궁에 잠입했다. 모두 죽여라!”

병사와 기사들이 가세하자 악마들이 차례차례 죽어나갔다. 하지만 악마들은 죽어서도 그냥 죽지 않았다.

-끼이에에에에에에!

-캬아아아아아아악!

악마들의 시체에서 솟구친 검은 기운들이 자욱하게 안개를 형성했다. 그것들이 피부에 들러붙으며 정신을 뒤흔든다.

-으, 으익! 크히힉?!

-아아악! 머리가, 머리가 아파…!

고통에 겨워하는 병사들. 김진수 과장과 김도한 팀장도 파르르 떨리며 머리를 붙잡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버티고 있는 건 구대성 정도다.

“타락의 권능. 그렇군, 이 게이트에 자리 잡은 마귀가 그것의 악종들이로구나.”

반면 악마들의 타성은 레온의 정신방벽을 터럭도 침범하지 못했다.

그 강대한 자아와 신성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은 악종들이 침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자리에 신의 은총을 선보이겠다.”

레온은 성배를 꺼냈다. 성배의 성수를 허공에 흩뿌려 자욱한 안개를 훑어낸다.

신성한 은총이 자리하며 삿된 것들이 쫓아내졌다.

“으윽…….”

“이게 무슨…….”

악마가 아닌 자들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 목격한 것은 찬란한 휘황의 성검과 성배를 든 레온이었다.

악종들의 기운이 만연한 공간에서 누구보다도 겹겹이 빛나는 휘황. 그 고귀한 존재에 무릎까지 꿇으며 눈물을 흘리는 자도 존재했다.

“요, 용사시여.”

“용사님이시다…….”

그들이 경배하는 사이, 레온은 소란 중에도 침묵하는 여왕을 향해 다가가려 했다.

“멈추시오.”

검을 겨누고 그를 막아서는 대장군. 레온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충심은 이해한다만, 이 긴급시에 왕족을 먼저 보필하지 않다니.”

“내 충심을 재단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여왕폐하뿐이오.”

“이치에는 맞는 말이다. 허나…….”

레온은 자신에게 향한 서늘한 검날에 손가락을 튕겼다.

-탕!

레온이 검날을 튕기자 막대한 충격에 검날이 휘며 대장군 또한 휘청거렸다. 실로 인간을 초월한 악력. 파르르 떨리는 손을 붙잡는 대장군에게 레온이 말했다.

“질문도, 판단도 본왕이 한다. 이를 재단하는 것 또한 여왕께서 하실 일이다. 그대는 분수를 알라.”

“큭… 여왕폐하께서는, 정신이 혼미하시여 판단을 내리지 못하시오. 하여 그 전권을 재상에게 맡겼으니… 그가 죽은 이상 대장군인 내게 전권이 있소.”

“흠…….”

레온은 여전히 침묵을 고수 중인 천막 너머의 여왕을 잠시 응시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타락자가 아님을 확신하고 대장군에게 말했다.

“이 왕성에 이미 타락자들의 기운이 넘실거리니 속히 정리해야할 것이다.”

“그것이 확실한 것이오?”

“왕은 거짓을 논하지 않는 법.”

“…….”

대장군은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엇을 원하시오.”

“병사의 지휘권. 그리고 악종들을 처결할 권리를 내놓아라. 너희들의 무능을 본왕이 해결하겠다.”

대장군은 잠시 여왕이 있는 곳을 향했다. 옥좌에 기대 무엇에도 반응하지 않는 여왕의 실루엣.

결정권은 그에게 있다.

“……방법은?”

“이 도시의 모든 인간들을 광장에 소집해라.”

그곳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 * * *

구대성과 김진수 과장은 레온의 지시에 따라 척척 움직이는 왕국군을 보며 어안이 벙벙했다.

“NPC들이란 게… 원래 이렇게 협조적이었어요?”

“이런 테마에서 헌터들은 병사 그 이상도 아닌데…….”

편의상 NPC라고 부르긴 했어도 그들의 지능과 자율성은 현대 지구인들과 다를 바 없다.

아니, 오히려 더 권위적이고 외지인을 경계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인가? 병사들이, 관료들이, 귀족들이 레온의 지시에 척척 움직였다.

“역시 왕은 뭔가 다른가 봐…….”

타고난 카리스마. 고매한 정신. 스스로도 의심치 않는 권위.

레온은 타고난 왕족이었으며 어디에서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그는 누군가를 부리고 지휘하는데 익숙하다.

“설탕물 먹일 때만 해도 고민 많이 하긴 했는데…… 역시 만신전 길드에 남아야겠어.”

김도한 팀장의 말에 구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광장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도시의 시민 수만 명을 죄 결집해놨으니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레온은 단상에 올랐다.

“짐은 스페로 왕국의 대장군에게서 전권을 위임받은 라이온하트 왕국의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다.”

웬 외국의 기사가 자신을 소개하자 웅성거리는 시민들. 레온은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너희들 중에 악마에게 홀려 타락한 악종들이 존재한다. 외부의 침공에 맞춰 내부에서 폭동을 일으킬 생각이겠지.”

악마가 자신들 중에 존재한다. 그 말에 시민들은 동요하고 혼란에 빠졌다. 레온은 그들이 충분히 동요하도록 내버려두었다.

“허나, 걱정할 것 없다. 본왕은 수없이 많은 악종들을 도살한 신들의 대리인이다. 짐에게는 타락자들을 구분할 방법이 있다.”

“그, 그게 뭡니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지.”

레온이 손짓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광장을 틀어막고 웬 목재를 쌓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불안에 빠졌다.

“대, 대체 무슨 짓을?!”

레온은 평민의 말에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기름까지 먹인 목재들을 향해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성검을 가져다 대었다.

“전쟁과 불꽃의 신성이시여, 당신의 불을 그대의 전쟁기수에게 내리소서.”

그러자 성검에서 불꽃이 튀었다. 찰나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기름 먹은 목재들을 불로 지피기에 충분했다.

원형으로 쌓은 목재들이 삽시간에 번져 광장 전체를 가두는 감옥이 되었다.

“지금부터! 악종이 아닌 자! 타락하지 않은 자! 이단이 아닌 자! 불꽃에 몸을 던져 제 순수를 증명해라!”

“……예?”

우렁찬 레온의 통보에 시민들은 잠시 넋을 잃었다. 그들뿐이 아니었다. 원형 안에 있던 병사들까지 레온의 명령에 어안이 벙벙한 눈치였다.

-콰아아아아…!

세차게 솟구치는 불꽃. 맹렬하게 타오르는 목재를 전소시키며 그 기세를 더해간다.

저기로 뛰어들라고? 뭐지? 죽으라는 건가?

“미친 소리!”

“저자가 우릴 모두 죽이려고 해요!”

당연한 반응이다. 구대성이나 김진수 과장조차 순간 그 말을 듣고 ‘저 양반이 미쳤나?’하고 의아했을 정도니까.

레온은 평민들의 아우성을 허하지 않았다.

“그 입 닥치지 못할까, 어리석은 것들아!!”

레온의 일갈은 그들은 효과적으로 입 닥치게 했다.

“악종들은 제 악성을 전염시키고 현혹하지. 필요하다면 너희들 전원을 죽여서라도 악이 번지는 걸 막을 것이다.”

물론 숨어든 악종을 죽이자고 시민 전체를 죽일 생각 따윈 없다. 하지만 레온은 능히 그리 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신성의 불꽃을 통과해라. 그리하여 네 순수를 증명해라. 간단한 일이다.”

“미, 미친…….”

“광인이다. 대장군께서 광인을 데려왔어.”

겁나 동의합니다. 김진수 과장은 애써 말을 삼켰다.

“민초에겐 언제나 직접 보여줘야 하는 법. 사자심왕이 수고를 해야겠구나.”

레온은 대뜸 내려가더니 항의하는 시민과 그를 막는 병사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억! 억! 하고 두 사람이 당황했지만, 레온은 그대로 불길 속에 던져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산채로 불태워지는 고통의 비명소리가 끔찍하게 울려퍼졌다. 생물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쩌렁쩌렁했다.

“어라?”

허나, 그 불길 속에서 걸어 나오는 이가 있었다. 항의하던 시민이었다.

“머, 멀쩡하잖아?”

“그럼 그 비명소리는 뭐야?”

“저, 저길 봐!”

시민들의 시선이 던져졌던 병사에게로 향했다.

생육이 타오르며 외피가 찢어지고 그 안에서 흉측한 본모습이 드러난 악마. 병사는 타락자였던 것이다.

“이 신성한 불꽃은 오직 사악한 존재만을 불태운다. 너희들은 전쟁과 불꽃의 신성 페토스께 감사하며 그 이름을 외치고 불길을 건너라.”

불은 오직 악마만을 불태운다. 그 사실을 깨닫자 시민들은 앞다투어 불을 통과했다.

머뭇거리는 시민들이 있었으나 레온이 그에게 다가갔다.

“네놈은 왜 불을 통과하려 하지 않지?”

“예? 그, 그게…….”

“타락자인가? 이단인가? 사교도더냐? 본왕의 칼에 베이고 싶은 것인가?”

“아, 아닙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허겁지겁 달리는 시민. 그때, 레온에게 다가온 아이가 있었다.

“헤헤, 기사님. 꽃 사주세──”

퍽! 아이는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발길질에 날아갔다. 튕겨 나간 아이의 육신이 몇 번이고 바닥을 구르며 기어코 터져버린다.

“폐, 폐하, 무슨…!”

“잠입한 악종들은 들어라! 순수로 위장하기에는 네놈들의 더러운 악취가 진동을 하는구나.”

-키에에에엑!

아이의 시신에서 일어나는 소형 악마. 핏빛을 뒤집어 쓴 소악마가 흉측한 이빨을 드러낸 순간──

-퍽!

어디선가 날아든 흉탄이 소악마의 이마를 관통했다. 즉사와 동시에 사악한 기운이 레온의 성배에 흡수된다. 즉, 소멸한 것이다.

-적대인자 소멸 확인. 저격 포인트 이동.

광장을 둘러싼 건물을 오가며 미니멀 사이즈의 거미기사가 이동한다.

“너희들을 벌할 것이다. 너희들의 영혼을 갈가리 찢어놓을 것이야.”

레온이 검을 들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타락자들이 외피를 찢어발기고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 숫자가 무려 오백을 넘었다.

-인간 놈. 감히 주제도 모르고…….

-네놈, 곱게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악마 주제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

-끼이이이익?!

-내 귀! 내 귀가아아아아아!

뿌슉뿌슉 터져나가는 악마들의 고막. 오직 악마들의 고막만을 터뜨리는 신성한 사자후가 광장에 있는 모든 악마들을 청력을 반쯤 박살내놨다.

살아있는 반신이 진심으로 분노했을 때나 발동되는 신성한 사자후!

그 소음은 실로 300 데시벨! 더이상 소음이 아닌 충격파로 분류되는 기준치의 백배를 넘었다!

물론 악마에게만 통용되는 성법이었다.

레온의 이빨이 우드득 갈린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표출된다. 실로 오랜만에 ‘무리’를 지어 ‘적대’해오는 구더기들을 보고 모욕감을 느낀다.

“쓰레기들이… 인간의 감정에 기생해 잘난체 하는 구더기들이…!”

뿌드득, 뿌드득…! 갈려나가는 이빨과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신성하다. 오죽 신성했으면 가까운 악마들의 육신이 실시간으로 분해되고 있었다.

“감히 인간의 틈 속에 잠입하고 도열을 짜 내 앞에 존재하느냐. 감히 이 사자심왕을 응시하느냐. 너희들은 그럴 자격이 없느니.”

저 더러운 시선을 받아내야 한다니. 이것이 시선추행인가! 레온은 파르르 떨리는 전신을 주체하지 못했다.

“기생충들이 인간 흉내를 내며 두 발로 걸어다녀? 무리를 짜? 군인 흉내를 내? 이 내가 허락할 것 같으냐. 네놈들은,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르다 죽을 것이다. 너희들의 절규와 절망이 하늘 높이 울릴 것이야.”

-미친 새끼.

-두 발로 걷는 거 가지고 뭐라 해…….

-몬가… 몬가 잘못 걸린 거 같은데.

타락자들은 무언가 대단히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파르르 떨었다.

“더 절규해라! 더 비명을 질러라!! 그것이 너희들이 본왕을 기쁘게 할 유일한 방법이니!!”

광장을 중심으로 일어난 전투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끝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레이날드 쉘먼과 지혜의 보옥.

“……타락자들을 심어두는 방법은 통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아… 저 빠꾸 없는 새낏. 죵나 살벌한 새낏…….]

레이날드는 그 말에 진심으로 동의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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