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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

⊹ 40화 ⊹

늑대들은 귀를 파닥였다.

사락사락

댄버스 부인의 기척은 느껴진다. 툴레인 그들은 더욱더 기척에 민감했다.

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온몸의 털이 자꾸만 한쪽으로 쏠리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코가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오븐에서 달콤한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븐을 들여다보던 도아는 푹신한 오븐 장갑을 양손에 끼고서 문을 열었다.

열기와 함께 버터와 빵 굽는 냄새, 거기에 체리의 달콤함이 함께 훅 끼쳐 나왔다.

인원수와 늑대들의 먹성을 고려해서 파이는 둥글게 만들지 않았다.

오븐판을 채우도록 네모지게 만들었다.

도아가 파이를 슥슥 잘라낸 후에 씩 웃어 보였다.

“그럼 일단 다들 한 조각씩 들어요.”

가장 먼저 레―소소에게 접시가 돌아왔다. 파이의 가장자리와 윗부분은 갈색으로 먹음직스럽게 바삭바삭 구워졌고, 안에 들어 있는 절인 체리는 새빨간 빛깔의 보석 같았다.

“따뜻할 때 먹어도 맛있어요.”

아이스크림이나 휘핑크림을 올리면 더 좋겠지만, 지금은 그런 재료가 없었다.

도아의 말에 레―소소는 조심스럽게 가장자리를 한 조각 잘라서 입에 넣었다.

“!!”

눈이 동그래진다.

“마, 맛있어요……!”

브랜디에 절였기에 구우면서 알콜은 다 날아갔지만 향이 남아서 고급스러운 맛을 더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어떻게 흐물거리지 않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삭아삭 씹는 맛이 남아 있었다.

파이는 바삭바삭하고 버터향이 풍부했다. 그것과 안쪽의 완벽한 체리가 합쳐진다.

입 안 가득 황홀한 단맛이 몰아쳤다.

춥고 피곤하고 지친 몸에 당분이 확 들어가는 거다.

도아의 요리 솜씨가 워낙 훌륭하기도 하지만,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저도 모르게 레―소소는 허겁지겁 포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리가 돌아다니며 차를 보충해 주었다.

침을 꼴깍꼴깍 삼키던 늑대들에게도 체리파이가 전부 돌아갔다.

“맛있다.”

“으으, 진짜 맛있다.”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들처럼 맛있다, 맛있다, 라는 말만 연신 내뱉으며 늑대들은 체리파이를 먹었다.

케이크 서버를 든 댄버스 부인(보기에는 케이크 서버만 둥실둥실 떠다니는 거 같지만)이 파이를 계속 덜어 주었다.

도아는 모두의 얼굴이 단숨에 행복해져서 부드럽게 풀린 걸 보고 미소 지었다.

‘역시 맛있는 것만큼 단순하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게 없다니까.’

늑대들은 하나같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일단 파이로 속을 달래는 사이에.

도아는 물에 불려둔 쌀을 냄비에 올렸다. 화덕에 화력을 높인다.

그리고 재워뒀던 불고기도 살폈다.

‘좋아.’

그래도 30분쯤 재워야 맛이 난다.

얇게 썬 고기를 전부 사용해서 간장과 설탕으로 달콤 짭짤한 불고기를 만들었다.

국물을 자작하게 했으니 흰 쌀밥에 얹어 먹으면 완벽하리라.

‘하, 한국인인 나는 여기에 겉절이만 있으면 더 완벽한데 말이야.’

지금은 재료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밥을 지으며 도아는 불고기를 볶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맛있는 냄새가 오두막 안에 가득 퍼졌다.

늑대들은 눈을 반짝이며 부엌을 바라보았다. 프란츠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도아 님, 저희가 뭔가 도울 거라도…….”

“괜찮으니까 쉬고 있어요. 부상자들 먹을 것도 따로 해야 할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알겠어요. 아, 식기가 부족해요. 식기 있어요?”

“네? 저희 몫이라면…….”

“그럼 식기 내주세요. 맞다. 댄버스 부인에게 수선할 옷을 내주면 좋겠네요.”

“수선할 옷을요?”

프란츠가 의아해서 묻자 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댄버스 부인이 깨끗하게 수선해 줄 거예요. 일단 내일 움직이려면 장비를 최대한 수선해 두는 게 좋으니까요.”

“그게 아니라 외부 경계라든가…….”

밖에서 땅울림 소리가 나자 모든 늑대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아가 말했다.

“괜찮아요. 마물은 오두막을 인지 못 하거든요.”

레―소소가 깜짝 놀라 물었다.

“인지 장애 마법이 걸려 있나요?”

“비슷하죠.”

도아의 말에 레―소소는 오두막을 둘러보았다. 작고 소박한 오두막이지만 절대로 보통 오두막은 아니었다.

‘B급 모험가는 다 이런 걸까?’

“그러니까 오두막 안에 있을 때는 안심해도 괜찮아요.”

극도의 긴장 상태가 이어지는 게 얼마나 정신을 피로하게 하는지 도아는 잘 알았다.

“그러니까 오늘은 장비를 내려놓고 쉬어도 좋아요.”

그 말에 기사들은 서로 돌아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무장해제를 하는 건 마음이 어려웠다.

그때 레―소소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레―소소!”

“무슨 짓을……!”

허둥지둥 니알이 달려와 레―소소의 옷을 꼭 잡았다.

“안에 옷 입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다들 도아 님의 말을 따르세요.”

프란츠가 한숨을 삼키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늑대들이 머뭇거리면서도 옷을 내려놓고 장비를 벗어 두었다.

댄버스 부인은 그런 옷과 장비를 들고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헉, 옷이 깨끗해졌어!”

“구멍 난 거 수선됐다!”

“아, 구두 굽 나간 것도 처리해 주셨네.”

“가죽 갑옷도 흠집은 어쩔 수 없지만 더러운 것들을 닦아 주셨어……. 어떻게 핏자국이 다 지워졌지?”

“내 사슬 갑옷도 깨끗해! 새로 샀을 때 빼고 이렇게 깨끗한 적이 없었는데.”

늑대들이 뽀송뽀송해진 자신들의 옷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했다.

레―소소와 몇몇 여성들은 배려를 받아 침실에서 옷을 벗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상쾌해진 얼굴로 방을 나왔다.

그때는 이미 도아가 식사를 전부 차려놓은 후였다.

“쌀 괜찮아요? 이제 와서 묻는 것도 무의미하긴 하지만요.”

“네, 비에나리에는 ‘아라’에서 쌀을 많이 수입하거든요.”

레―소소가 얌전히 대답했다.

“아, 다행이네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레―소소는 숟가락을 들었다.

새하얀 쌀밥은 윤기가 반지르르하게 흐르고 고소한 냄새가 폴폴 풍기고 있었다.

입 안 가득 밥을 넣고 씹자 그것만으로도 맛있었다.

‘밥을 어떻게 지은 거지?’

놀란 레―소소에게 도아가 말했다.

“밥만 먹지 말고 불고기도 먹어요. 단것 먹고 먹어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레―소소가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니에요, 맛있어요!”

조심스럽게 포크로 불고기를 콕 찌른다. 도아는 젓가락질을 가르쳐주고 싶은 욕망을 눌러 참았다.

그럴 때가 아니다.

게다가 먹을 수 있으면 뭐. 포크도 괜찮지.

레―소소는 불고기를 조심스럽게 입 안에 넣고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맛있어!’

불고기는 짭짤하고 달콤했다.

간장 소스의 맛이 고기에 스며들어 있었고, 고기에서 완전히 육즙이 빠져나간 것도 아니다.

씹을 때마다 육즙과 감칠맛이 함께 흘러나왔다. 설탕의 희미한 단맛이 감칠맛을 더해 준다.

입 안에 있는 쌀밥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다.

너무 짜지 않게 밥이 잡아주고 있으면서 쌀밥의 풍미가 불고기와 잘 어울린다.

입 안에 있는 걸 삼키기도 전에 그녀가 다들 먹으라고 손짓했다.

기사들도 그제야 수저를 들었다.

이번에는 감탄사도 없었다. 모두가 열심히 숟가락을 움직이며 빈속을 채웠다.

도아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밥이랑 불고기랑 잔뜩 있으니까, 배부를 때까지 드세요.”

레―소소는 냄비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괜찮을까?’

그런 걱정을 눈치챈 것처럼 베리가 말했다.

“딕샤 부됵하신 분, 제가 더 드릴게여.(식사 부족하신 분, 제가 더 드릴게요.)”

주걱으로 열심히 밥을 푼다.

산더미처럼 밥을 쌓아놓고 베리가 웃었다.

“모댜나면 더 드데여.(모자라면 더 드세요.)”

마지막 한 사람까지 배를 전부 채우고서야 냄비는 깨끗하게 비워졌다.

“딱 맞았네요.”

도아가 빙긋 웃었다.

상처도 치료받았고, 옷도 깨끗하고, 맛있는 밥도 배부르게 먹었다.

긴장이 풀리지 않으려야 풀리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하나둘씩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씻으실 분은 욕실 사용하시면 되시고, 레―소소는 저와 함께 침실을 사용하지요.”

졸고 있던 레―소소가 “네, 네!” 하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레―소소는 침실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겉옷을 벗었다.

도아가 침대 아래에 제 침낭을 폈다.

야전 침대는 부상자용으로 다른 방에다가 내놓았다.

“도, 도아 님.”

레―소소가 침대 위에서 조심스럽게 도아를 불렀다.

“같이 주무세요.”

“네? 불편하지 않겠어요?”

레―소소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오히려 제가 아래에서 자야 하는걸요. 내일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도아는 레―소소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같이 잘까요?”

도아가 침대 위로 올라가 누웠다.

베리는 눈치가 빨라서, 아가씨를 배려해 이미 늑대들과 함께 거실에서 자겠다고 이야기한 상태였다.

그러니 침실에는 단둘뿐.

레―소소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도아 님.”

“네.”

“저희……. 나갈 수 있을까요?”

속삭이는 목소리는 꺼져가는 촛불처럼 작았다. 밖에 있는 귀 좋은 늑대족들을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기운이 없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도아가 말했다.

“그럼요.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정말요?”

“네.”

도아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레―소소가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도아는 멈칫했다가 부드럽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버티느라 고생했어요.”

“윽, 읏―”

큰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레―소소는 도아의 품속에 얼굴을 묻고 작게 울었다. 눈물이 펑펑 솟구쳤다.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눈물은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참 울고서, 레―소소는 5일 만에 처음으로 편안히 잘 수 있었다.

❖ ❖ ❖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길다.

비에나리에는 산과 산 사이에 마을이 있어서 더욱 그랬다.

서너 시간은 부지런히 걸어야지 다음 마을에 도착할 수 있지만, 쿠낙은 그 시간을 1시간 정도로 단축시켰다.

최대한 많은 마을을 돌면서 주변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때 그 일도 신경 쓰이고.’

마검 크사툴.

그와 달리 상대는 마검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어떻게? 라는 의문이 그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만약 그도 그렇게 마검을 자유자재로 다루게 된다면, 지금과는 달라질까? 훨씬 더 편안해 지나?

―쿠낙, 눈이 금색이었는걸.

도아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그 말에 감흥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너무 많이 희망을 버리고, 버리고, 버려서 이제는 완전히 잊어버린 거 같았다.

그보다는.

그런 것보다는 훨씬 확실한―

쿠낙은 생각이 뻗어나가는 걸 멈췄다. 지금 해 봐야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쿠낙은 천천히 검집을 쓸어내렸다.

웅웅 낮은 소리를 내며 검이 운다.

그날 이후로 마검은 치명적인 타격이라도 입은 듯이 소리가 무척 작아졌다.

늘 들리던 비웃는 소리도, 한밤중에 그를 잠들지 못하게 만들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환청이 사라지고, 일정한 수면시간을 확보하자 머릿속이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정상이 뭔지도 이미 잊어버린 거 같지만.’

첫 번째 마을 근처에 도착하니 뜻밖에도 입구 쪽에 모험가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이러면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을 필요가 없어서, 쿠낙은 후드를 뒤로 젖히며 모험가들에게 다가갔다.

다들 초보 모험가들이었다.

저렴한 장비들이 새것이라 반질반질하다. 그 모험가들도 쿠낙을 발견했다.

“헉.”

“대박.”

“쿠낙이다.”

“나 무서워.”

“진짜? 진짜 쿠낙 맞아?”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는 소리가 S급에게는 다 들린다는 걸 알고 있을까?

쿠낙은 그들이 겁먹지 않게 익숙한, 사교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모험가 분들이시죠. 쿠낙 샌델이라고 합니다.”

이제 십 대 후반쯤 됐을까, 어린 모험가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쿠낙을 바라보았다.

그중 한 명이 헛기침을 하고 나섰다.

아직 어린 수사슴이라는 걸 뿔 크기를 보니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S급 모험가님을 만날 줄은 몰라서요. 파티 리더인 킨즈입니다.”

“이 마을에 무슨 일로 오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 말에 리더가 파티를 힐끗 돌아보더니 쿠낙에게 말했다.

“저희는 가도의 푯말을 고치는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옆 마을이 아무리 가도 나오지 않아서요.”

“나오지 않는다고요?”

“네, 그래서 다시 마을로 돌아온 거예요. 여기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안 그래도 이상해서 모험가 길드에 사건을 의뢰했다고 하더라고요.”

“언제부터 그랬다고 합니까?”

리더가 돌아보니 옆에 서 있던 고양이족이 대답했다.

“일주일 전부터요.”

“감사합니다.”

쿠낙이 인사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리더인 킨즈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 저기요.”

쿠낙이 돌아보니 킨즈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혹시 저희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함께 일을 하면 무척 영광일 거 같은데요.”

“킨즈, 그만해.”

다른 파티원이 소곤거렸지만 킨즈가 눈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S급이랑 일을 할 기회잖아.”

“하지만…….”

“오염이 무서우면 어떻게 모험가를 하려고 그래? F급 모험가로 끝날 거야?”

쿠낙이 헛기침으로 대화를 끊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혼자 움직여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쿠낙은 이 대사를 내뱉는 게 무척이나 생소하면서도 즐겁다고 느꼈다.

“저도 일행이 있어서요.”

그 말에 뒤에서 킨즈를 말리던 소녀가 헉 하고 외쳤다.

“설마 그 일행분 슈퍼루키 도아 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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