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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0

EP.399 16. 기사 이반 (7)

원더스타인이 클라라의 실종을 눈치챈 것은 그녀가 역을 떠난 지 1시간 반이 거의 다 되어서였다. 그들이 열차를 타기로 한 시각까지 이제 10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약속 장소에 모인 단원은 전체 인원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불과 20분이 남았을 때만 해도 그저 다들 자유 시간을 보내느라 바쁘구나 싶었지만, 아직도 빠진 인원이 많이 보이자 그는 뭔가 일이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단장! 어서 연락 돌리자! 이러다 열차 놓치겠어!”

엘라가 허공에 뜬 뭔가를 읽으며 소리쳤다. 그녀의 호감도 50 보상인 ‘단장 대리’는 그녀에게도 상태창 비슷한 것을 제공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의 눈앞에 커다란 황동색 판이 나타나 그 위에 붉은 열기가 번지며 글자들이 새겨진다고 했다. 그녀는 그것들을 꾹꾹 누르더니 누군가와 대화하는 시늉을 했다.

“가스통은 다른 할아버지들이랑 지금 역 입구에서 달려오고 있대!”

“알렌과 조는 수아브 씨를 놓쳐서 지금까지 찾아다니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엥? 그런 거 그냥 풀 냄새 먹인 고기 한 점 올려두고 피리를 불면…….”

“다행히 방금 막 잡았다고 합니다. 역 2층에 있다고 하니 금방 내려올 겁니다.”

“……좋아. 이제 나는 닭 아저씨에게 연락해볼 테니까, 단장은 클라라 선배에게 해 봐.”

“알겠습니다.”

그는 음향실의 채널을 조정해 클라라에게 연결했다.

“클라라 양, 제 말 들리시나요? 클라라 양?”

그러나 아무리 그녀의 이름을 불러봐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소리 크기를 상당히 높였는데도 귀에는 먹먹한 반향만 반복될 뿐이었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예전에도 한 번 겪은 적 있었다. 바로 시네페쿠스의 화신이 나타났을 때였다. 그때, 놈의 주변으로 마신의 영역이 소환되면서 그곳에서는 다른 마신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었다.

설마 지금 클라라에게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원더스타인은 몇 가지 단서를 추리다가 곧 그녀의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육체는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피부가 어두운 회색빛이 되면서 쩍쩍 갈라지고 붕괴하기 시작했다.

원래 지금까지의 주기로 봤을 때, 그녀는 나흘 전에 치료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아직은 버틸 만하다며 치료를 거절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 그녀의 말과 행동은 어딘가 이상했었다. 언제나 활기찬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게 쓸쓸하고 슬픈 기색이 보였었다. 마치 삶에 낙담한 듯한…….

설마 또 죽으려고 마음먹은 건 아니겠지? 원더스타인은 급하게 다른 단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혹시 클라라의 행방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다행히 첫 번째 시도 만에 그는 찾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클라라 씨는 이상한 놈들에게 붙들려 갔어요.”

대답을 한 건 니카였다. 그녀는 1시간 반 전, 클라라가 혼자 기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은 일이다 싶어서 따라 탔었다.

그녀는 현재 그녀와 몇 칸 떨어진 차량에 있었다. 원래 그녀는 그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지만, 가짜 괴물 서커스 단원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러지 못했다. 아직 자신의 얼굴은 잡지나 신문에 실린 적이 없지만,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놈들이 클라라 양을 납치한 겁니까?”

“아뇨. 클라라 씨는 그 가짜를 진짜 단장님으로 아는 눈치던데요.”

“…….”

황당함에 잠시 할 말을 잃었던 원더스타인은 클라라를 바보로 규정하는 대신 그녀를 위한 다른 변명거리를 찾아냈다.

“지금 클라라 양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서 그런 걸 겁니다. 원래 치료를 받아야 하는 날짜로부터 나흘이나 지났어요. 원래라면 지금쯤 서 있기도 힘들어야 정상인데……. 클라라 양의 장담을 너무 믿었군요.”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몸을 처음 봤던 때가 떠올랐다. 당장에라도 무너져 내릴 석고상처럼 위태로웠었다. 그러게 왜 고집을 피워서는…….

원더스타인은 니카에게 번슈타인 일당에 대해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고, 그녀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그녀가 클라라를 따라온 것은 단순히 그녀에 대한 걱정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알기로 클라라는 정보 찾기의 전문가였다. 원더스타인이 무엇을 좀 알아봐 달라고 하면, 그녀는 제국 정보부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해당 정보를 구해오곤 했었다.

아마 마도의 힘을 빌린 것이겠지. 놀랍기는 했지만 탐나지는 않았다.

국가의 공식적인 기관에는 마도사를 두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간혹 그들의 힘을 빌리거나 그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때는 있어도 어디까지나 개인 단위에서였다. 그들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도 결코 기관의 요직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들은 조직의 목표보다 자기네들의 종교적 소명을 우선으로 하는 자들이었다. 애초에 신앙적 아집이 없는 사람은 마신의 간택을 받을 수 없었다. 즉, 마신의 힘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이 그런 종류의 인간이라는 증거였다.

당장 이곳 사람들만 봐도 그랬다. 그들에게 일부러 무대를 망치는 주문을 하거나, 다른 곡예사의 공연을 방해하도록 명령하거나, 본인의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다른 일을 할 것을 권하면 다들 웃기지 말라며 거절할 것이다.

그래서 제국 정보부도 과거 마도사들을 영입하려다가 포기했다. 그들을 제대로 부리기도 힘들뿐더러, 그들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보다 그들을 통해 정보가 새어나갈 것이 더 염려스러웠다. 마신의 눈과 귀를 정보기관 가까이 두는 것은 너무 위험한 선택이었다.

니카가 클라라의 뒤를 밟은 것은 혹시나 그녀가 원더스타인이 내린 비밀 임무를 따로 수행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였다. 지난 며칠간 원더스타인이 보인 행동으로 봤을 때, 황실 비자금은 벨리키 볼라크에 있는 게 확실했다.

마침 클라라의 행동 또한 그 시점 들어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니카는 그녀가 기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그녀가 자신들보다 일찍 그곳에 도착하여 원더스타인이 시킨 뭔가를 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녀는 정말 엉뚱한 사람을 따라 탄 게 분명해 보였다. 니카는 맥이 빠져 좌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혼자 확신에 가득 차서 열차에 뛰어오른 게 바보 같았다.

“봐라. 별거 아니지?”

원더스타인과 대화를 나눈 도스빌 남작이 하품하며 한마디 하고는 다시 졸기 시작했다. 그는 마감 기간을 맞춘다고 밤새 글을 쓰느라 어제 제대로 자지 못했다. 동화책이 약속한 날짜에 꼬박꼬박 나오지 않으면 루엘로와 삼손이 그를 붙잡고 닦달을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열차에 오르기 직전에 그는 가까스로 한 권을 뽑아낼 수 있었다.

“흠흠.”

그의 옆에는 귤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책에 푹 빠져 있었다. 그녀는 기차에 오르고 나서 내내 다른 일에는 관심도 없고 독서에만 열중했다.

두 사람은 그녀가 열차에 오를 때, 마침 옆에 있었던 터라 따라 탄 참이었다. 혼자 가게는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둘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만 됐다. 열차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승무원이 표 검사를 하기 위해 차량으로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랬다.

“잠시 승차권 검사가 있겠습니다.”

앞 좌석을 차례대로 확인한 승무원은 검표기를 짤깍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니카는 침착한 태도로 자신들이 무임승차자가 아님을 밝혔다.

“저희는 방금 볼라크 중앙역에서 탑승했습니다. 벨리키 볼라크까지 갈 건데…….”

“열차 내에서 승차권을 구매하면 역에서 구매하는 가격에 50%의 추가 운임이 요구됩니다. 세 사람 분량의 요금을 내주시죠.”

추가 운임이라니. 아슬아슬하게 3명분이 된다고 안심했던 니카의 얼굴이 굳어졌다. 도스빌 남작과 루엘로에게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쳇, 혼자 탔으면 아무 문제 없었는데.’

니카는 어쩔 수 없이 승무원을 구슬려 보기로 했다. 그녀에게는 상대의 호흡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런 승무원 하나 구워삶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와 눈을 딱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만이 아니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을 감돌고 있던 감정의 흐름이 딱 끊기고 말았다.

‘하필 지금!’

여자의 몸으로 지내면서 그녀는 다른 사람의 속내를 읽는 능력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아예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했다. 그럴 때면 그녀는 갑작스러운 오한을 느꼈다. 주변관 차단된 싸늘한 독방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어어, 그, 그러니까…….”

“무임승차자군!”

승무원은 그녀가 우왕좌왕하며 돈을 꺼내지 못하자 잡았다는 미소를 지으며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를 향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니카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그녀 자신이 놀랄 정도로 우물거리고 있었다.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정도로 그녀에게서 자신감을 앗아갈 줄은 몰랐다. 최소한 정상 요금의 3인분을 보이면 일방적으로 추궁당하는 일은 피할 텐데 그마저도 떠올리지 못했다.

“돈을 못 내겠으면 내려야지! 유치장 신세 며칠 지겠군.”

그나마 가까스로 그것을 떠올리고 주머니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승무원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의 입에는 즐거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지금까지 무임승차자 하면 뻔뻔하게 콧대를 세우거나 억지를 피우며 욕을 내뱉는 인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순진한 반응을 보이는 여자를 보니 왠지 반가웠다. 그가 막 그녀의 팔을 비틀이며 그녀를 구속하려는데, 누군가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그만하시오. 숙녀에게 무슨 짓이오. 보기 좋지 않군.”

그를 만류한 것은 젊은 남자였다. 얼굴을 가리려는 의도인지 밤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지만 아래로 드러난 입술과 턱선으로 보아 상당한 미남이 분명했다.

“뭐, 뭡니까? 아, 아니, 그러면 손님이 요금을 대신 내줄 겁니까?”

“그러지.”

당황해하는 승무원을 향해 남자는 지폐 몇 장을 꺼내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승무원은 민망한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괜히 니카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우, 운 좋은 줄 아시오! 이 신사분이 없었다면 험한 꼴을…….”

“그만 떠들고 가지.”

남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축객령을 내렸고 승무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은 채 차량을 떠났다. 니카는 황급히 도움을 준 남자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저, 저기 가, 감사……감사합니다!”

“천만에. 곤란한 여인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뿐이오.”

뒤돌아서서 그냥 가려는 그를 향해 니카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아, 저 돈은 가지고 있어요. 추가 운임이 붙기 전의 요금이긴 하지만 이거라도…….”

“아니. 됐소. 협객은 도움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법.”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차량의 맨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 옆자리에 앉은 그의 일행은 그의 행동을 보고 혀를 찼다.

“우리가 자선가냐? 모르는 계집을 왜 도와줘?”

남자의 일행은 아직도 이곳을 보며 우물쭈물하며 서 있는 니카를 바라봤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 색깔을 보고 잠시 움찔했지만, 곧 그녀의 가슴에 달린 것을 보고 시선을 뗐다.

“그냥 소란스러운 게 싫었을 뿐이오. 명상하는 데 방해돼서. 안 그래도 방금 막 내 정신이 내 몸을 빠져나와 차크라의 우주로 들어서려던 참이었단 말이오. ”

“지랄. 명상은 무슨. 아까부터 흘끔흘끔 저 애 몸매 훑어보고 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아아, 우주로 들어선다……우주로……차크라 합일! 닌닌!”

눈을 감고 다시 명상에 잠긴 척하는 찰리를 보며 페렌츠는 혀를 찼다. 그의 동료는 실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가끔 보면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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