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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1

EP.400 16. 기사 이반 (8)

찰리와 페렌츠가 벨리키 볼라크로 향하고 있는 것은 콤프라치코스의 일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어찌 됐든 그곳의 식객이었고, 얹혀사는 비용을 치러야 했다. 둘 다 제국 정부에 수배된 몸이긴 했지만, 수배서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장한 데다가 그들의 후원자가 가짜 신분증까지 마련해주었기에 무리 없이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찰리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두 일행은 그가 이번 일을 맡은 것을 마땅찮게 생각했다. 그의 주군이자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이자 약혼자인 비올라는 그가 또 다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했고, 두 사람의 보호자인 집사 록센은 찰리를 부하 취급하는 까마귀 마녀의 행동에 크게 분노했다.

-아무리 그녀에게 은혜를 입었다지만, 도련님께서 이러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는 게 도리지.

-혹시 복수에 대한 마음이 무뎌지신 것은 아닙니까? 두령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지금 도련님의 모습을 보고 뭐라고 하셨을까요?

스승님이라면 복수 같은 것은 때려치우고 지금 생활을 즐기라고 하셨을 거야.

-콤프라치코스는 고아나 노예들을 부잣집에 자식으로 팔아넘기는 사악한 조직입니다!

고아나 노예의 처지를 생각하면 부잣집에 자식으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아?

록센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찰리가 반박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그가 스스로 내적인 확신을 지니고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보다 강한 암시이자 최면이라는 것을 록센은 알고 있었다.

-이 늙은이의 잔소리가 도련님의 귀를 따갑게 했군요. 도련님은 이제 제가 돌보던 아이가 아닌데 말입니다.

무슨 소리. 당신은 언제나 가장 훌륭한 조언을 해줬어. 모두 나를 생각해서잖아? 나는 언제나 당신 말에 귀 기울일 거야.

충직한 집사가 사실 자신을 세뇌하고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했다. 실제로 그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비올라의 존재가 단단한 쐐기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억압된 자유의지는 종종 무의식적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분출되곤 했다.

그는 몇 자리 앞에 앉은 회색 머리카락의 소녀를 바라봤다. 얼굴은 10대 중반 같은데 몸매는 성인 여성처럼 성숙했다. 일부러 옷을 두껍게 입어 남자처럼 보이게 하고 행동과 말투 역시 억지로 남자처럼 꾸민 모습이 귀여웠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데다 고작 승무원의 추궁에 우물쭈물하는 태도로 봐서 절대 귀족은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왜 벨리키 볼라크로 가는 것일까? 설마 본인을 노예로 팔려는 건 아니겠지? 갈 곳이 없다면 자신과 함께 가도 괜찮은데. 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자신이 분명 숙녀분이라고 불렀음에도 그녀는 꿋꿋이 남성형 대명사와 어미를 사용했다. 어쩌면 일행으로 받아줘도 계속해서 자신을 남자라고 우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그것대로 또 즐거운 일이었다. 자신은 남자끼리 뭐가 대수냐며 자연스럽게 붙어 다니면서 목욕을 권하거나 화장실을 같이 가자는 식으로 그녀를 놀릴 수 있었다.

그렇게 서서히 남녀 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머리를 기르고 몸매를 강조하는 옷을 입을지도 몰랐다. 그는 절로 미소가 그려지려는 것을 꾹 참았다.

난 또 무슨 생각을. 내 마음에는 오직 비올라 하나뿐인데. 그는 자신의 이런 망상 기벽이 이곳이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의 본능이 자신이 몸담은 현실이 사실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탈출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록센이 가한 족쇄는 단단했다. 그러한 일탈은 생각만으로 그칠 뿐이었다. 명상을 끝내고 눈을 떴을 때, 그는 다시 한 명의 닌자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역은 벨리키 볼라크. 벨리키 볼라크 역입니다. 제국 최대의 노예시장으로 가실 분은 이번 역에서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페렌츠는 바깥 풍경이 점점 느려지는 것을 바라보며 아쉬운 듯 혀를 찼다.

“결국 여기까지 오는 동안 탈주자는 찾아내지 못했군.”

콤프라치코스에서 그들에게 내린 임무 중 하나에는 도망친 어린애를 붙잡아오는 것이 있었다. 10살 조금 넘은 소녀였는데 최면 교육을 받던 중에 달아난 터라 지금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하다고 했다. 자신을 개라고 믿고 있다고 했던가?

페렌츠는 사냥꾼 집단의 우두머리였던 덕분에 쉽게 아이의 행방을 추적하여 며칠 전에 케메로보라는 역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흔적은 그곳에서 끊겼다. 그가 알아낸 것이라고는 소녀가 마지막에 케메로보의 역무원에게 벨리키 볼라크로 가는 표를 구하려고 했다가 열차표를 살 돈이 없어서 그냥 돌아갔다는 것뿐이었다.

“아마 열차에 몰래 올라탔겠지. 거지꼴을 한 어린애가 혼자 객실에 있는데 역무원이 승차표 검사도 안 했을 리도 없을 테니까. 노예시장으로 가려는 건 아마 가족을 찾기 위함이 분명해. 거기서 팔려 왔다고 했거든.”

두 사람은 열차의 출입구 앞에 서서 내릴 준비를 했다. 도망친 소녀와 며칠 간격을 두고 쫓고 있었기에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찰리는 입구에서 니카를 마주하고 피식 미소를 지었다.

“같은 역에서 내리네요, 우리. 무슨 일로 이곳에 왔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니카는 그의 웃음에 담긴 의미를 눈치챘다. 자신을 남장한 여자애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뭐, 지금은 틀린 말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남자였다. 저런 능글맞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세상에 한 명으로 족했다. 그녀는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개인적인 일이에요.”

“아, 그렇군요. 급하지 않다면 저희와 함께 다니는 건 어때요? 여자 몸으로 다니기에는 많이 거친 곳인데…… 일행분들도 괜찮다면…….”

찰리는 니카의 어깨 너머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여전히 책에 푹 빠져 있는 루엘로를 업기 위해서 도스빌 남작이 낑낑대고 있었다. 니카도 그를 따라 잠시 그곳을 돌아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곧 있으면 다른 일행들도 뒤따라올 거라서요. 그리고……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저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입니다.”

“하하,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녀가 특별히 남자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했으나 그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실실 웃으며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볼 뿐이었다.

일국의 황태자가 이런 수모라니. 원래 그녀는 복대를 이용해 가슴과 허리의 선을 맞추고 다녔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시작되는 통증에 오늘은 도저히 복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적당히 펑퍼짐한 외투로 몸을 가렸는데, 아까 지갑을 찾느라 잠시 외투를 벗고 있었던 통에 그만 그에게 몸을 들키고 만 것이다.

그녀는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신음을 흘렸다. 망할 복통! 이게 올라올 때마다 그녀는 상대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약해졌다. 종종 아까처럼 완전히 차단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력감에 시달렸다.

“그럼 즐거운 여행 되시길.”

두 사람은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역 바깥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이 역 밖으로 사라진 직후, 몇 칸 떨어진 차량에서 번슈타인 일행도 내리기 시작했다. 니카는 그 사이에서 가짜 단원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클라라의 모습을 확인했다.

***

경비병들이 어떤 소녀를 데려온 것은 원더스타인 일행이 막 기차에 오르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역 구석을 계속 어슬렁거리는 소녀를 수상하게 여겨 붙잡아 그녀의 손에 찬 인식표를 확인하고는 그가 원더스타인 서커스단에서 탈주한 노예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으으, 이것 놔! 나는 노예가 아니야!”

소녀의 행색은 지저분했고 행동거지 역시 사람 같지 않았다. 자꾸만 네 발로 선 동작을 취하려고 했으며, 자신을 붙잡은 사람의 손을 깨물거나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마치 개처럼.

“그 가짜 놈들이 흘리고 간 애군요.”

인식표의 이름과 숫자를 확인한 아나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번슈타인도 아까 인원을 확인하면서 아이 중 한 명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혹시나 수색을 요청했다가 진짜 원더스타인 일행의 눈에 띌까 봐 그냥 포기하고 열차에 올랐던 것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우몬에게 제압당한 채 그의 팔과 다리를 마구 할퀴려 드는-물론 시도는 금방 끝났다. 그녀의 손톱이 여럿 부러진 채로-소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녀 역시 노예시장 스테이지에서 나왔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파수견 시그마.’

콤프라치코스는 세 마녀의 조직 중에서 가장 악의가 적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황제를 구워삶아 제국 전체를 농락하는 황실 극단이나 직접적으로 세계의 질서에 도전하는 부두교에 비하면 고아들에게 가정을 찾아주는 그들은 선량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원더스타인은 그들의 진짜 목적이 고작 그 정도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콤프라치코스의 주 고객은 대개 높은 신분을 가졌거나 부유한 집안의 사람이었다. 즉, 조직에서 팔려나가는 아이들은 대부분 장차 사회 요직에 오를 예정이라 할 수 있었다.

콤프라치코스가 노리는 것은 바로 그들이 다 큰 이후였다. 그들이 성인이 되고 부모로부터 재산과 지위를 물려받는 순간에 그들을 이용해 세상을 움켜쥘 생각이었다. 아이들에게 심어두었던 복종 코드를 활성화해 그들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세상을 조직의 발밑에 두는 것이다.

프로젝트 오멘. 그것이 바로 까마귀 마녀가 이 조직을 세운 목적이었다.

그것은 TT3 후반부에 제국이 혼란에 빠지는 원인이었다. 까마귀 마녀를 처치하고 복종 코드가 소멸하면서 프로젝트 오멘 자체를 무효화시킨 용사들이었지만, 그러한 계획이 있었다는 게 세상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콤프라치코스의 손을 탄 아이들이 모두 잠재적인 원더스타인의 추종자로 여겨진 것이다. 황태자 니콜라이가 모든 지위를 잃고 자리에서 끌려 내려와 처형당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조직 내에 프로젝트 오멘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까마귀 마녀뿐이었다. 나머지 조직원 중에는 이 정도 기술과 힘을 지녔으면서 고작 자선사업 같은 일을 한다며 불만을 품은 이들이 많았다.

‘외눈의 록센’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조직의 세뇌와 유전자 조작 기술을 활용해 강력한 힘과 충성심을 지닌 암살 병기들을 만들어낼 음모를 꾸몄다. 물론 그 과정에서 까마귀 마녀에게 음모가 발각당해 TT3 시점에서 조직에서 쫓겨나 암흑가에서 숨어 사는 처지가 됐지만 말이다.

이 개 흉내를 내는 소녀는 그가 콤프라치코스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 키웠던 실험체 중 하나였다. 파수견 시그마. TT3의 노예시장 스테이지에서 그녀는 세뇌와 더불어 육체 개조까지 받아서 충성도 높은 반인반수의 괴물로 나왔다.

원더스타인은 역무원이 불러준 탑승 기록과 그녀가 간간이 외치는 말을 통해 어쩌다 그녀가 이곳에 있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콤프라치코스에서 세뇌를 받던 중에 탈출해 노예시장으로 돌아가려다가, 마침 그곳으로 향하는 번슈타인 일행을 보고 거기에 일부러 자신을 판 것이다.

기차를 탈 수단을 구하는 동시에 추적자들로부터 몸을 숨기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노예로 팔려 갈 생각은 없었기에 이곳에 와서 몰래 빠져나와 몸을 숨긴 것이다. 그러나 번슈타인이 아이들에게 미아 찾기 방지 고리라고 채운 팔찌가 노예 인식표였던 탓에 그만 경비병에게 들키고 말았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난 안 속아! 원더스타인! 넌 똑같은 눈을 하고 있었어! 그놈들과! 서커스단에 받아준다는 건 거짓말이지! 우릴 모두 팔아넘길 생각이지!”

시그마는 그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고함을 쳐댔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눈이 한 번씩 그녀를 향했다. 이곳은 무역도시. 외국인들도 많았고 제국 사람이라고 해도 노예 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의 비중이 높았다.

다들 험하게 구른 탓에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시그마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지나갔다. 노예 제도를 긍정하는 사람이라도 10대 초반으로밖에 안 보이는 어린 소녀를 그렇게 거칠게 다루는 것을 보면 불쾌함을 느끼지 않기 힘들 것이다.

심지어 단원 중에서도 그를 보며 수군대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가스통, 스벤, 알렌, 조! 제가 아니라 가짜가 한 일이라니까요!”

“모를 일이지.”

가스통의 말에 나머지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광대들이란 사람 놀릴 순간만 찾아다니는 족속들인 것 같았다. 그는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가스통도 스벤과 자주 어울려 다니더니 어느새 저 대열에 합류해 있었다.

“어쨌든 이 애는 우리가 데려가야 할 것 같군요. 그런데 이것 참……. 어떻게 달래야 할까요?”

자신을 흘겨보며 으르렁거리는 그녀의 태도를 봤을 때, 진정시키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 엘라, 레이나, 마야, 유라크네, 아나이스가 고민하던 그에게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일단 웃으며 다가가서.”

“자신은 가짜가 아니라 설명하고.”

“노예로 팔 생각은 절대 없다고 말한 뒤에.”

“머리를 쓰다듬은 후.”

“꼭 안아서 토닥여 주세요.”

원더스타인은 어딘가 심드렁해 보이는 그녀들의 태도에 어리둥절했으나 일단 그들이 시킨 대로 하기로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난동을 피우던 시그마가 정말로 얌전해졌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흘끗 바라보더니 누그러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정말이죠?”

원더스타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여성 단원들을 돌아봤다. 어떻게 이렇게 될 걸 알았을까? 그는 그들의 혜안에 감탄했지만, 정작 그녀들은 상황이 진정된 것을 기뻐하기는커녕 이쪽을 흘겨보며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불쾌한 표정으로 쑥덕댔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에게 왜 그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마침 열차가 출발할 시각이 되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그는 그의 손을 꼭 잡는 시그마를 데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량에 올라탔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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