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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1

< 미래를 보는 투자자 400 >

한국정부는 OTK컴퍼니와 손잡고 본격적인 새만금 신도시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남풍현 새만금개발청장과 강진후 대표는 새만금개발공사 설립에 관한 MOU에 서명하고 악수를 나눴다.

발표가 나오자 전 세계의 관심은 새만금으로 쏠렸다.

“새만금? 들어본 것 같은데, 어디야?”

“그 세계최대 간척사업을 벌인 곳인가?”

“거기를 신도시로 개발하겠다고?”

“중국의 푸동이나,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건가?”

IB와 PEF, 연기금 등이 세계 주요도시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달리 세계최고 부자인 강진후는 부동산 투자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간척지에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글로벌기업과 투자자들은 한국지도를 펼쳐 놓고 새만금에 주목했다.

“여기 땅 누구 소유야?”

“전부 한국정부 소유입니다.”

“땅을 좀 살 수 없나?”

“현재는 산업용으로 기업에만 매각하고 있습니다. 매입을 위해서는 기업이 직접 새만금으로 들어와 건물과 공장을 짓고 기업활동을 해야 합니다.”

“당장 투자계획 검토해봐.”

그동안 투자를 머뭇거리던 국내외 기업들은 바로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고, 걸려오는 투자문의 전화로 새만금개발청 직원들은 행복한 비명을 내질렀다.

박상엽과 정기홍 등 OTK컴퍼니 직원들은 그 사이 미국으로 가서 관련기업들과 접촉했다.

박상엽은 ‘디즈니 파크, 익스피리언스 앤 프로덕트’ 레슬리 베이즐 사장을 만났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자회사로 디즈니 테마파크와 상품,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다.

“새만금은 중국과 일본에 인접해 있어서 아시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최적의 입지입니다. 또한 금융과 첨단산업이 어우러진 향후 동아시아의 중심이 될 도시입니다. 한국은 인구 5천만 명에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지니고 있는 만큼 디즈니랜드가 들어온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강진후 대표님께서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직접 사업을 추진하고 계십니다.”

정부는 새만금에 테마파크 부지까지 마련해 놓았고, 관련 기업들에게 제발 투자해 달라고 사정했었다. 테마파크가 들어서면 관광객 유입을 비롯한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디즈니랜드 역시 몇 차례 제안을 받았고, 당시에는 상하이 디즈니랜드 건립을 핑계로 거절했지만…….

베이즐 사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제안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담당자들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디즈니는 OTK컴퍼니와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 협력해나갔으면 합니다.”

* * *

각 나라들이 하겠다고 하는 신도시 개발계획을 다 합치면 수백 건이 넘는다. 새만금 역시 그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강진후는 새만금을 국제금융도시이자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발표된 계획들은 놀라운 것이었다. 먼저 OTK컴퍼니 측에서는 본사 이전, OTK연구소 이전, 세계최대의 배터리 생산 및 연구단지 조성, TWR 연구소 신설, 벤처클러스터, 한국 최대 컨벤션장, 영상제작 스튜디오 건립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발표에 따르면 새만금에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리조트 등 온갖 관광레저시설이 들어오고, 실제로 해당 기업들은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10년 안에 서울에서만 최소 20만 명 이상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기를 쓰고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던, 수도권 집값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모든 사람들이 이제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서울과 수도권을 대체할 만한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들 어떻게든 수도권에 아파트를 사려 했던 거고.

그런데 이제 상황이 변했다. 투기수요는 자취를 감췄고, 이대로라면 평생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을 거라는 공포감에 추격매수를 하려던 구매자들은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거 서울이 아니라 새만금에 집 사야 하는 거 아니야?

-와씨! 디즈니랜드랑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들어온다는데.

-우리 회사도 새만금에 공장 설립 검토하고 있음.

-ㅋㅋㅋ 강진후가 한다니까 지금 기업들 다 새만금 투자 검토 중. 진짜 지린다!

-이게 바로 OTK이펙트, 이 정도면 임팩트, 이건 팩트.

-아재개그 노잼 ㅡㅡ;

-백날 새만금 개발해봐야 서울과 수도권 대체하는 건 절대 불가능. 기업들 때려넣어봐야 세종시처럼 주말부부만 늘걸.

-생각해봐. 지방 사는 사람들이 서울 가고 싶어 하는 게 문화생활 즐기기 위해서인데, 강진후 말대로라면 서울 사람들이 문화생활 즐기러 새만금에 놀러가게 생김. 이러면 굳이 서울생활을 고집할 이유가 없음.

-상황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서울에 집사는 건 미친 짓이다. 형 말 들어라~

-ㅎㅎㅎ 투기꾼들 전부 적 된 거 아님?

빚을 잔뜩 끌어다가 여러 채의 아파트를 산 다주택자들은 급하게 집을 내놓았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땅 투기꾼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마찬가지.

일반적으로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아니, 계발계획이 발표되기 전부터 투기꾼들이 몰려가기 마련.

투기꾼들은 일찌감치 3기 신도시 예정지에 토지를 잔뜩 사고, 무허가 건물들을 잔뜩 지어놓았다. 역시나 국토해양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자 투기꾼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반대시위를 벌였다.

“3기 신도시 개발을 철회하라!”

“토지강제수용은 재산권 침해다!”

“아이고! 평생 모은 재산으로 전원주택에서 살려고 다 지어놨는데. 내 집 부수고 아파트를 만들겠다니!”

“내 땅 못준다, 이놈들아!”

물론 진짜로 반대하는 건 아니고, 한푼이라도 많은 토지보상금을 받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진짜로 3기 신도시 개발을 철회하게 생겼다!

새만금 개발로 수도권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면, 굳이 3기 신도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아직 공식적으로 취소발표가 나지는 않았지만, 토지매입 협상이 중단됐다.

놀란 투기꾼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새만금에 신도시 개발되면 우리 다 죽는다!”

“개발은 수도권에 해야지, 새만금이 웬말이냐?”

“이건 세금낭비다!”

“선거표를 노린 호남지역 특혜다!”

“정부와 OTK컴퍼니의 정경유착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다주택자들과 투기꾼들은 즉시 OTK컴퍼니 본사 앞으로 몰려갔다. 지방 투기꾼들은 단체로 관광버스를 대절해 올라왔다.

그들은 현수막을 펼쳐놓고,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채 힘차게 소리쳤다.

“수도권개발 예정대로 진행하라!”

“진행하라! 진행하라!”

“강진후는 새만금 신도시 개발 즉시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새만금 환경파괴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서민 집값 보호하라!”

“보호하라! 보호하라!”

* * *

OTK컴퍼니 본사 앞은 시위의 명소가 된 지 오래.

이젠 하다하다 투기꾼들까지 몰려와서 시위를 하는구나. 놀랍게도 숫자가 꽤 많다. 오늘 모인 것만 해도 수백 명이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택규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저분들 전에는 3기 신도시 계획 중단하라고 시위하지 않았었나?”

난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나보지.”

“흠, 츤데레인가?”

“비슷해.”

“그런데 이 좁은 나라에 부동산 투기꾼들이 왜 이렇게 많아?”

좁아서 더 그런가?

사실 투자와 투기의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투자는 좋고 투기는 나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라는 말은 써도 ‘주식 투기’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이는 투자대상으로서 부동산만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상품은 오르든 떨어지든 매수한 사람들이 이익과 손해를 본다. 안 산 사람 입장에서는 작전주가 상폐하든,반트코인이 3천만 원 가든 알 바 아니다.

그런데 부동산은 폭등할 때와 폭락할 때 모두 사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 폭등할 때는 거주비가 따라서 오르고, 폭락할 때는 전세금이나 보증금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저 사람들도 문제지만, 나라가 그걸 용인한 게 문제였지.”

한국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대단히 쉬운 구조다.

예를 들어 10억짜리 전세에 살며 5억 원을 버는 사람과, 10억 원짜리 자가에 살며 매년 집값이 5억 원씩 오르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은 둘 중 누가 되고 싶을까?

당연히 후자가 훨씬 유리하다. 5억을 벌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집값이 5억 원이 오르는 동안 집주인은 아무런 노동도 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세금이다.

연봉 5억에 대해서는 거의 50퍼센트 가까운 소득세가 붙는다. 하지만 부동산은 팔기 전까지는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보유세는 내지만) 설사 판다고 해도 양도세는 소득세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이러니 사람들이 근로소득보다 불로소득을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

돈 벌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말로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정작 80퍼센트씩 대출받아 열 채든 이십 채든 사서 임대사업자 등록하고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정부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굴러간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 이기심이 사회전체에 해악이 되지 않도록 법과 세금으로 조절하는 거고.

허창민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수십 퍼센트씩 폭등했다. 직원들 중에서도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부동산은 상승할 때도 경제에 충격을 주지만, 하락할 때 더 큰 충격을 준다. 벌써부터 다주택자 파산, 은행부실, 전세 세입자들 피해 같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들은 이를 내 책임으로 몰아붙였고, 투기꾼들은 떨어진 집값이랑 땅값 물어내라며 소리치고 있다.

“아까부터 입장을 밝히라는데, 어떡할 거야?”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내 말에 택규는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면 안 돼.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시위하시는데, 당연히 답변을 줘야지. 안 되겠다. 내가 대신 해야겠다.”

택규 쪽지에 뭔가를 쓴 다음, 건물 경비원을 불렀다.

“이게 OTK컴퍼니 입장이라고 시위하시는 분들께 전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쪽지를 전달받은 시위대에 소란이 일었다.

몇몇 사람들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강진후 당장 나와!”

“지금 사람 놀리냐?”

“무릎 꿇고 사과해라!”

난 깜짝 놀라 택규를 보았다.

“너 뭐라고 쓴 거야?”

택규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냥 증권방송에 맨날 나오는 자막.”

“그게 뭔데?”

“투자는 시장상황에 따라 원금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최종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고, 당사는 투자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

* * *

정치권은 현재 정부가 내놓은 추경안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벌이는 중이었다.

여당인 새정치당은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경을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은 추경이 내년 총선을 위한 선심성 예산이고, 정책실패를 세금으로 틀어막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사실 추경이 선심성이라는 지적은 맞다. 정부가 돈 쓴다고 하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으니. 그렇기 때문에 이제까지 추경이 통과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이번에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추경심사를 어떻게 유리하게 끌고 갈지에 대해 세밀한 전략을 짰다. 기왕 선심성 예산 쓰는 거라면 가능한 지역구로 예산을 많이 가져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갑자기 새만금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자유국민당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새만금 개발은 요원한 일이었다. 적어도 현 정부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강진후가 나서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그가 가진 자본과 영향력이라면 얼마든지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국제금융도시니, 한국의 실리콘밸리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만약 이게 현실화되면 어떻게 될까?

과도한 수도권 집중해소, 국토균형개발 달성, 건설경기 활성화, 경제성장, 고용증가,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등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에게 있어서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느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재선과 당에 도움이 되느냐다.

청와대와 여당은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며 표정관리를 했다.

새만금은 진보진영 텃밭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 위치해 있지만, 개발을 처음 진행한 건 자유국민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민주자유당이다. 여야가 합의한 사항인 만큼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도 국책사업으로 계속 추진되어 올 수 있었다.

자유국민당 역시 새만금 개발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게 자유국민당 주도로 진행돼야지 현 정부와 새정치당이 중심이 돼서는 지지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국회에 새만금 개발을 위한 추경을 요청했다.

추경예산은 무려 17조 원!

역대 가장 큰 추경금액이자. 이전 추경에 비해 10조 원이 증가했다. 이중 80퍼센트가 새만금 매립지 공사를 비롯해 도로, 철도,항만, 공항 등의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이었다.

기존 추경안에 있던 다른 개발계획은 뒤로 밀리거나 물거품이 됐다. 초대형 추경에 야당은 즉시 반발했다.

자유국민당은 경제청문회 없이는 추경과 국회정상화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고, 여기에 반드시 정기수 경제부총리와 이응관 청와대 정책실장, 그리고 강진후가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나경 대표가 말했다.

“정부는 마치 추경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국민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경제정책에 잘못은 없었는지,왜 추경이 필요한지에 대해 국민들을 납득시키는 게 먼저 아니겠습니까? 경제청문회 없는 추경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또한 정부가 발표한 새만금 개발계획에 따르면 공공개발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개발 주도권은 사실상 강진후가 쥐고 있습니다.이는 OTK컴퍼니에 대한 명백한 특혜입니다! 저희 자유국민당은 국민들을 대신해 이를 철저하게 파헤치겠습니다!”

< 미래를 보는 투자자 400 > 끝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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