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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4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11화

시간의 신

두근-

시간의 천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전신에 오한이 들며 혼(魂)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시간의 천존의 앞에서 예를 취하였다.

“훌륭하다. 예를 아는-”

그 직후.

나는 바로 총천검을 향해 시간의 천존의 얼굴을 베어 냈다.

슈칵!

쿠과과과광!

시간의 신의 몸과 함께 누각 전체가 베여 나갔다.

“…이건 무슨 짓이지?”

시간의 천존이 희미하게 웃으며 물었다.

나는 미약하게 웃으며 총천검을 들어 올렸다.

“위대하신 신께오서 제게 시련을 내리시려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나이까?”

내가 바로 시간의 천존.

아니, 그 화신의 몸을 벤 이유는 간단했다.

츠츠츠츠츳-

내 몸이 점차 젊어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시간의 천존의 화신의 몸은 조금씩 늙어 가고 있었다.

이 말은 무엇인가.

시간의 천존이, 내 육신의 시간을 모종의 방법으로 역행시키는 것이었다.

그래, 사실 그것뿐이었다면 상관은 없었다.

진짜 문제는, 바로 시간의 천존이 내 ‘기억’도 같이 역행시켰다는 것이었다.

만상인연도가 없었다면 내가 십여만 년 동안 새로운 천역에서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는 기억을 깡그리 잊어먹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시련이라, 편하게 해 주려 했던 거였다만?”

“어찌 기억을 잊는 것이 편한 것이겠습니까.”

“지난 세월의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기에 손을 써 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더냐?”

나는 그제야 내가 천존에게 어째서 십만 년의 세월 동안 나를 떠돌게 한 후에 불러냈느냐는 질문의 답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내게 기억은 소중한 것이다.

분명 십만 년의 세월은 너무나 길고, 끔찍스러웠으며, 고독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내 삶이었다.

고통의 세월이었지만, 고통의 세월이 있었기에 그날의 그 고통과 절망이 이 정도나마 풍화되어 지금의 내가 있는 것.

지나간 시간은 힘들긴 했지만 후회되진 않는다.

나는 천존에게 고개를 숙였다.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흐흐, 이제 알았다니 다행이구나.”

나는 천존의 몸을 벤 것에 대해 사과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였다.

스스스스-

나는 또다시 내 시간이 역행하는 것을 알아챘다.

내 육신이 젊어지며, 기억이 사라져 간다.

육신의 경지가 떨어져 간다.

만상인연도가 아니라면 내가 기억을 잃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을 터였다.

나는 천존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인이 천존의 몸에 흠집 낸 것을 벌하려 하십니까?”

“아니.”

“…하면 어째서 이러시나이까.”

“….”

시간의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가리켰고, 내 육신이 점차 빠르게 젊어지며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경지가 점차 내려가기 시작한다.

기억이 빠져나간다.

그 기억들은 순식간에 내 상단전 속에서 흘러내려, 순식간에 19만 년 어치의 기억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천존이시여, 부디 노여움을 거두소서.”

그러나 내가 말해도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내 시간을 더 빠르게 역행시켰고, 나는 마침내 내 동료들이 태산의 주인에게 당하던 기억들까지 빠져나가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눈을 감고, 다시금 총천검을 휘둘렀다.

부우웅!

쿠우웅!

누각이 흔들리며, 시간의 천존의 화신이 다시금 베여 나갔다.

“…어찌 이러시나이까. 부디 저를 그만 시험하시지요.”

하지만 여전했다.

시간의 천존은 순식간에 몸을 회복시키며 나의 역행을 시전하였다.

나는 결국 시간의 천존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아무리 시간의 천존이라 하셔도, 제 삶을 허무로 만드는 것은 허락해 드릴 수 없습니다…! 당장 그만두십시오!”

흩어진다.

스러진다.

내 몸은 젊어질지언정 내 추억과 원한과 슬픔과 기쁨과 절망과 희망

그 모든 희로애락애오욕들이, 그 감정들이 담긴 장면들이 내 머릿속에서 없어져 간다!

외부에 있는 만상인연도가 아니었다면 인지조차 못 했을 일!

나는 이를 빠드득 갈며 말했다.

“당장 그만두십시오!!!”

슈캉-

다시금 시간의 천존의 화신을 베어 냈다.

눈앞의 상대는 두렵다.

당장 나를 잡아서 1초를 영원에 가깝게 설정하고 무한한 시간 동안 나를 고문할지도 몰랐다.

태산의 신이 우주를 붕괴시키는 걸 보았기에, 이들의 한계에 대해서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서은현이란 인간에게, 지금껏 지내 온 시간이란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신일지라도, 내 삶을 역행시켜 없던 것으로 만드는 존재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나는 눈이 돌아간 상태로 총천검을 마구 휘둘렀다.

쿠구구구구!

누각이 스러진다.

세계에 균열이 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경지는 점차 낮아졌다.

낮아지지 않는 것은, 만상인연도에 담긴 깨달음으로 유지되는 무공 경지뿐!

“당장 그만둬!”

고력계에서의 세월이.

무극교단과의 추억이.

명귀계로 떨어지며 생겼던 다사다난한 기억들이.

태수회에 들어가 태수가 되었던 일이.

헌원과 서휼을 상대하며 소금산의 힘을 사용했던 일들이!

점차 무너져 간다.

그리고 기억의 누수는 회차 극초반까지 이어졌다.

‘서, 설마….’

이렇게 되면, 내가 회귀했던 이전 시점의 기억들까지 잃는건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그리고.

파사삿!

“…!”

내가 느끼는 시간 순서대로는 분명 19회차의 초반 이전에는 19회차로 넘어올 때의 기억.

그리고 18회차의 기억이 사라져야 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나와 전명훈이 비승하며 거친 공간적 순서대로 기억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17회차 당시 전명훈과 함께 비승했던 기억이 사라진다.

천벌의 주인의 천겁을 막았던 기억이 사라진다.

그리고….

우우웅-

쇄천봉에서 양수진의 잔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그 기억만은 시간의 천존도 건드릴 수 없다는 듯이.

내 기억과 신체 경지는 계속해서 낮아져, 마침내 1회차, 2류 무인 시절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1회차의 시작점.

등선향에서의 일들.

막 그곳에서 눈을 떴을 때의 당혹감.

마지막으로….

츠츠츠츠츠츠츠-

‘어… 뭐지?’

뭔가 새하얀 기억이 있다.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시간의 천존의 몸이 갑자기 터져 버렸다.

푸콱!

“…!?”

아니, 그의 몸뿐이 아니었다.

그가 소환한 누각 전체가, 갑자기 산산조각 나며 원래 우리가 있던 은하의 옥좌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그그그그그그-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새하얀 빛!

빛이 곳곳에서 끓어오르며 시간의 천존의 권역으로 보이는 곳 전체가 마구 뒤흔들리는 것이었다.

나는 범인과 다름없게 된 몸으로 총천검을 통해 저항해 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새하얀 기억 역시 기억 속에서 완전히 스러지지 않았다.

대신 시간의 역행은 계속해서 이뤄졌다.

SUV를 타고 워크샵을 가던 일.

전명훈이 자기 일을 나한테 넘겼던 일.

회사에서 있었던 일.

대학, 군대, 대학 초,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

그리고 아기 시절.

“….”

나는 현재 무색유리검과 나 자신을 연결하는 법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

그런데 무색유리검이 뭐지?

‘바바… 아바….’

세상이 밝다.

좋다.

조금 춥다.

지린 것 같다.

배고프다.

엄마, 아빠.

젖 먹고 싶다.

….

따스하다.

곧 있으면 세상으로 나간다.

배에 있는 줄로 엄마의 사랑이 들어온다.

어서 엄마 배 속에서 나가야….

….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

….

….

….

파아아아아앗!

지이이잉!

[나는!]

나는, 무색유리검과 연결되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 육신의 기억은 태아 시절, 정자 난자 이전의 수준으로 회귀하여 완전히 무(無)가 되었다.

그러나, 내게는 무색유리검이 있었다.

순간 무색유리검을 놓치긴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내 육신은 모조리 사라졌으며, 남은 것은 오로지 나의 혼과 연결되어 있었던 본명법보 무색유리검뿐이었다!

무색유리검의, 만상인연도에 담긴 나의 기억들.

그래, 이것이 나를 증명하고 있다.

내 검 속에 담긴 찬란한 역사가, 나를 증명한다!

나는 이 순간 무색유리검이었다.

[서은현이다!!!]

나는 검(劍)이 되었다.

모든 것을 베어 내고 끊어 내도, 나 자신만은 끊지 못하는 무딘 검이 되었다.

난 무색유리검 속에서 필생의 의지를 담아, 좌탈입망의 모든 것을 쥐어짜 낸 일격을 크게 펼쳤다.

시간의 천존의 화신은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고, 은하가 밀집되어 있는 듯한 이 세계는 곳곳에서 빛이 범람하고 있었기에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베었다.

무색유리검과, 총천검과, 나의 의지가 모두 하나로 통하였다.

-벤다!

파아아앗!

나의 삶.

역사.

그 모든 것을 담은 만상인연도가 안개를 뿜고, 그것이 삼태극을 이룬다.

나는 삼태극 속에서, 검 한 자루가 되어 세계 전체를 잘라 낼 일검(一劍)을 떨쳐 내었다.

아직도 완성도가 조금 높아졌을 뿐 완성된 것은 아닌 기예.

약식으로 붙인 적(積)이라는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이 일검이, 세계 전체를 분단한다.

쌓이고, 쌓이고, 쌓인 나의 역사.

그렇기에 적(積)이란 이름이 들어간 일검.

절대로, 사라지게 둘 순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아무 일도 없었다.

공간에 흠집이 난 것도 같았지만 그뿐.

티끌만 한 그 흠집에, 딱히 시간의 천존은 영향받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 않고 검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망설임 없이 펼쳤다.

어차피 충격은 줄 수 없단 걸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 볼 뿐!

그리고 내가 펼친 검식의 마지막.

나는 그 마지막 순간에서, 검의 끝에 뭔가가 걸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순간.

따악!

“….”

나는, 불쾌하게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시간의 천존은 다시 원래대로 그 누각에 돌아와 있었다.

“…왜 이러신 겁니까.”

“액(厄)이란 곧 고통이지.”

그는 어디선가 나타난 차를 마시며 웃었다.

“자네에게 그걸 돌려주려면 고통과 함께 주는 수밖에 없었네.”

“…!”

나는 내 검 끝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무색유리검의 조각이, 내 검 끝으로 돌아와 있었다.

만상인연도가 다시 복원되었다.

나는, 19만 년 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시간의 천존을 믿지는 않았다.

말로는 내게 액과 함께 무색유리검을 돌려줬다곤 했지만,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질문했다.

“그러나 감사드리는 것과는 별개로, 정녕 그것이 제 물건을 돌려주기 위함이었던 게 맞습니까?”

“그렇대도. 물론 다른 목적도 있긴 했지.”

“무엇이지요?”

그는 씨익 웃었다.

“알려 주면 들을 수는 있나?”

“….”

“뭐… 일단 내 권능 속에서도 검을 휘두를 정도의 미친놈이긴 하니 미치진 않겠어.”

시간의 천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입을 열었다.

“빛의 주인을 직시해 보려 했지. 그의 본체는 분명 — 너머에 있을 테니 그 좌표만 알아내면 나는 그와 같아질 수도 있지 않겠나.”

“…?”

갑자기 내 시간을 돌린 것과 빛의 주인이 왜 나온단 말인가?

그러나, 별 것 아닌 것 같은 정보였음에도 나는 어느새 내 혼과 영역, 육신이 빛으로 기화하려 한단 걸 눈치챘다.

따악!

시간의 천존이 손가락을 튕기자 내 몸이 다시 돌아왔고, 나는 혼란을 금치 못했다.

‘뭐지? 어선을 직접 마주한 것도 아니고 정보만 몇 줄 들었건만?’

어째서 내 몸이 갑자기 기화하려 했단 말인가?

시간의 천존은 씁쓸하게 웃으며 차를 들이켰다.

“결국 찾지는 못했네. 역시 철두철미하더군.”

“….”

나는 무언가 더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고작 정보 몇 줄로 몸이 녹아내리려 했다.

자세한 것을 들으면, 천벌의 주인을 직시했을 때처럼 회귀 너머서까지 저주가 따라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대신 질문을 돌렸다.

“제게서 원하시는 것이 정확히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알고 싶었던 질문이기도 했다.

“흐음….”

시간의 천존이 차를 홀짝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이었다.

“…!”

그의 몸이, 갑자기 급격하게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주름이 생기다 못해 완전히 고름이 뚝뚝 떨어지고 썩어 문드러지는 시체가 되었고, 그의 옷은 갑자기 삭아서 걸레가 되기 시작했으며, 그의 차는 썩은 물이, 우리가 있던 무릉도원 같던 경치의 누각은 폐허가 되었다.

마치 시간이 급격하게 흘러 노쇠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툭, 투욱….

그의 양 눈이 완전히 썩어, 시간의 천존의 눈두덩이에는 허무만이 가득한 게 보였다.

호로록-

시체가 된 그가, 썩은 물을 들이키며 말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자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가 더 중요해.”

“…예?”

툭, 투툭….

그의 살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자네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지. 기껏해야 정보 몇 줄? 하지만 그것으로는 절대 직접적으로 이야기에 간섭할 수 없어. 평생을 조연으로 남아야 한단 말일세.”

“….”

“자네들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어도 우리가 주는 것들은 전부 변질되고 뒤틀려 버리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썩어가는 그가 웃었다.

“우리 자신이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룬다면, 자네들에게 미약한 선물 하나쯤 주는 건 가능하지. 나는 자네에게 선물을 주려 함이야.”

“…어떤 선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투두둑….

마침내 그의 얼굴의 살점 중 절반이 전부 떨어졌다.

이제 그는 절반쯤 해골의 머리를 가지게 되었다.

[…자네.]

시체가 웃었다.

성대가 썩은 것인지, 그의 말이 영언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이어지는 시간의 천존의 말에 등골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가?]

“…!”

[태산상제에게, 자네의 소중한 사람들이 모조리 죽기 전 바로 그때로.]

덜, 덜덜, 덜덜덜덜-

떨린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시간의 천존의 권능이 무서워서?

그가 내 회귀를 알고 있는 건지 모르는 건지 헷갈려서?

그가 무슨 수작을 부릴지 이해가 안 되어서?

아니다.

이것은, 기대감이었다.

동시에 강력한 열망이기도 했다.

눈앞의 시간의 천존이 분명 수상한 것은 알고 있었다.

내 회귀에 무슨 짓을 하려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덜덜덜덜-

나는 강력한 열망 때문에 전신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10만 년 동안!

아니, 그 이상의 시간 동안!

평생을 그들만을 그리워하며 보냈다!

그 외로움 속에서!

어차피 내 능력으로 회귀한다면 결국 광한계로 진입하기 전일 터.

그렇게 되면, 결국 내가 쌓아 왔던 인연들은 모조리 무효화된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라면….

나는, 내가 쌓아 온 인연들이 있는 그 시간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미칠 것 같다.

미칠 것 같다.

이것은,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독이 든 줄 알면서도 입에 댈 수밖에 없는 선악과다.

결국, 나는 마침내 내 열망을 입 밖으로 토해 냈다.

“…가고, 싶습니다.”

또륵-

내 뺨 위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렀다.

이제는 완전히 몸이 풍화되기 시작한 시간의 천존이 웃었다.

[…보내 줄 수 있다.]

뚝, 뚝….

턱 끝으로, 물방울들이 방울방울 모여 떨어진다.

나는 몸을 덜덜 떨었다.

가슴이, 벅차올라,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너에게 간섭한 댓가로 강력한 희생을 치를 나도 얻는 것은 있어야겠지.]

“…무엇, 무엇입니까. 무엇을 원하십니까!”

[나와… 계약을 하나 하자꾸나.]

스윽-

그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은 내 눈 앞에서 살점이 전부 풍화하더니 백골이 되었다.

그 백골조차도 내 앞에서 조금씩 풍화하고 있었다.

아니, 이 세계 자체가 풍화하고 있었다.

이상했다.

그의 권능이라면 나와 멀쩡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텐데 어째서 이러는 것일까.

마치, 지금 일어나는 풍화를 막지 못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폭주하는 것 같기도 했다.

[네 명(命)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가 입을 열 때마다, 풍화의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시간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제 그의 백골마저 점차 허물어지고 있었다.

누각은 재가 되었고, 무릉도원은 한줌 모래가 되었다.

공간 자체마저도 허물어지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허물어지는 세계 속에서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양수진의 말도 있었지만, 어차피 나는 내 명이란 걸 몰랐기에 그에게 알려 줄 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미쳐 날뛰던 나의 심장 역시 조금은 진정되었다.

[그렇다면, 나와 계약하자. 언젠가 네 명을 깨닫게 되는 날. 그것을 나에게만 귀띔해다오. 절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을 터이니, 오직 나에게만… 그리하면 내 많은 권능을 희생하여 너를 그 시간으로 돌려보내 주마.]

스르륵-

시간의 천존의 화신은 완전히 풍화되어 사라졌고, 먼지 구덩이 속에서 한 장의 검은 종이가 내 앞으로 날아왔다.

어쩐지 상서로운 빛이 감도는 그 종이는, 현고지였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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