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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4

EP.403 16. 기사 이반 (11)

벨리키 볼라크 역에 내린 괴물서커스단은 세 팀으로 나뉘어 움직였다. 클라라를 구하는 쪽과 번슈타인을 추적하는 쪽, 그리고 역에 남아 있는 쪽이었다.

번슈타인 일당은 서커스단이 빌린 화물칸에서 돈 될 만한 것들은 싹 쓸어서 가지고 달아나버렸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역장으로 달려간 단원들은 그들의 짐이 마구 헤집어진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당신들!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겁니까!”

그들을 발견한 역무원들은 분개해서 펄쩍 뛰었다. 하역장의 일정표는 분 단위로 빡빡하게 돌아가는데 그들이(?) 던져두고 간 짐들을 치우느라 작업이 정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괴물 단원들은 역에 남아서 남은 짐들을 정리해야 했다. 그들은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안 그래도 그들은 노예 시장 안에 들어가는 일이 걸쩍지근하던 참이었다. 우리에 갇혀 짐승 취급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들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밴딕 아저씨가 안 보이는데요.”

“응? 밴딕?”

“어, 그러고 보니…….”

단원들이 밴딕의 실종을 알아챈 것 또한 그때였다. 서로 얘기를 나눠본 그들은 볼라크 중앙역을 출발할 때부터 밴딕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향실을 통해 그에게 급히 연락한 엘라는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밴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희들……. 나만 두고 갔겠다…….”

“그, 그게 클라라 선배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에 다들 정신이 팔려서…….”

“정말 너무 하는군……. 엘라, 너…… 저주할 테다…….”

“미, 미안하다니까!”

엘라는 삐쳐서 툴툴대는 밴딕을 간신히 달래고는 소품실의 기능을 이용해 이곳으로 오는 새 열차표를 그에게 보내주었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그녀는 알렌, 조, 미키, 설리반을 대동하고 번슈타인 일당을 찾으러 떠났다. 나머지 사람들은 역에 남아서 괴물 단원들과 함께 짐을 정리하기로 했다.

번슈타인 일당을 추적하는 일은 쉬웠다. 대동물 10여 마리를 옮기는데 흔적이 남지 않을 수 없었다. 엘라는 그들의 행방을 수소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이 투기장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투기장? 동물 시장이 아니고?”

미키의 반문에 엘라는 혀를 찼다.

“아무래도 조련사에게 파는 건 무리겠다 싶었겠지.”

서커스 업계는 좁았다. 현재까지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동물을 길러내는 데 성공한 사람은 베티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그런 동물이 나타난다면 누구나 그 출처를 의심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번슈타인 일당은 상의 끝에 동물들을 투기장에 팔아넘기기로 했다. 투기장에는 종종 맹수가 검투사들의 상대로 오르곤 했기 때문이다. 번슈타인이 클라라를 처분하러 떠난 사이, 가짜 엘라가 투기장을 찾았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동물들이라?”

투기장에 검투사를 공급하는 일을 하는 노예상은 가짜 엘라의 제안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사실 투기장에 오르는 맹수는 사람보다 상품성을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기본적인 소통도 힘든 데다가 인간처럼 실력이 규격화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껏 무대에 올려도 기대했던 싸움은 보여주지 못하고 인간이나 동물 중 한쪽이 허무하게 당하는 일이 잦았다.

외국인들은 제국의 투기장을 사람을 냅다 몰아넣고 죽게 내버려 두는 형벌처럼 묘사하곤 했지만, 이는 실제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노예주들은 검투사들의 건강 상태와 특기를 고려해서 그들을 올려보낼 무대를 신중하게 선택했다.

투기장도 결국 일종의 서커스였다. 노예주의 목적은 그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그들을 이용해 손님들을 많이 끌어모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유술이 특기인 무술가가 짐승의 이빨에 당해 허무하게 쓰러지거나 현란한 검술이 특기인 검사가 코끼리의 앞발 한방에 걷어차여 나뒹구는 경기 따위 재미도 없을뿐더러 귀중한 선수만 잃을 확률이 높았다. 혹은 반대로 비싸게 사 온 맹수가 경기장에 오른 첫날에 요령 없이 덤벼들었다가 인간 선수의 기술에 걸려 한 방에 저세상으로 가버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그래서 노예주들에게 있어서 맹수는 사업적으로 위험도가 큰 물건이었다. 그 희소함으로 초반에 화제 몰이하긴 좋지만, 꾸준한 돈줄로 키우긴 힘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동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들이 있다면 위와 같은 단점을 크게 상쇄할 수 있을뿐더러 그것을 넘어 이제껏 보지 못했던 형태의 쇼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일단 동물들을 직접 보고 싶군요.”

“물론이죠.”

노예상과 가짜 엘라는 건물 마당으로 나갔다. 괴물 단원들이 지키고 있는 몇 개의 우리 안에 베티에 의해 동물로 변한 조련사들이 갇혀 있었다.

“자, 무슨 명령이든 한 번 내려보세요. 잘 훈련된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가짜 엘라는 마치 자신이 길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말을 늘어놓았다.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은 그녀의 뻔뻔함에 기가 찼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방금 앵무새 에드워드가 호크와 중간에 만나서 엘라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만 끌면 됐다.

“자, 그러면 일렬로 서 보겠니?”

그들은 모두 한때 일류 조련사였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동물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노예상이 무슨 명령을 할 때마다 못 들은 척을 하거나 날카로운 태도로 경계하거나 전혀 엉뚱한 행동을 하곤 했다.

노예상은 제법 오랫동안 이 바닥에서 굴렀다. 그는 동물들이 포획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마당에 들어설 때만 해도 기대감에 젖어 있던 그의 표정은 금방 싸늘하게 굳어졌다. 가짜 엘라는 그의 분위기가 변하는 것을 보고 크게 당황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얘, 얘들아? 왜, 왜들 그래? 아까까지는 잘 들었잖아.”

“흥. 됐소. 이미 견적이 다 나왔소.”

노예상은 그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는 사기꾼의 헛소리에 혹해 흥분했던 것이 부끄러워 괜히 문지기를 붙잡고 왜 저런 것들을 들여보냈냐며 화풀이를 했다.

가짜 괴물서커스단 일당은 우리 안에서 딴청을 피우는 동물들을 노려보며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때, 상회의 대문이 벌컥 열리며 일군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찾았다!”

엘라가 가짜 괴물서커스단을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고, 그들은 붉은색 연미복을 입은 소녀의 등장에 잠시 몇 초간 굳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소란이 뒤따랐다.

***

원더스타인은 투기장으로 향하던 중 엘라의 연락을 받았다. 그녀는 들뜬 목소리로 동물들과 짐을 모두 되찾았다고 말했다.

“별일 없었습니까? 놈들이 힘을 쓰려고 하지 않던가요?”

“응. 안 그래도 정체를 들키는 순간 무기를 들고 덤비더라. 하지만 알렌과 조 그리고 설리 아재가 나서서 모두 제압해줬어.”

그들 셋이라면 단원 중 무력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할 수 있었다. 알렌과 조는 암흑가에서 이름난 칼잡이들이었고, 설리반은 부두교에서 한 분파를 대표하는 마도사였다. 한낱 시골 건달들로서는 저항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저희도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 물론 이쪽도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했지요. 지금 말하는 경기장 쪽으로 와주세요.”

클라라가 팔려 간 곳은 이곳 노예 시장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었다. 원더스타인은 TTT에서 그곳을 방문해 본 적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이반이 검투사 시절 활약했던 무대였다.

경기장에 도착한 원더스타인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선수용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곳은 몸을 풀며 다음 경기에 오를 준비를 하는 선수들과 그들에게 경기 내용에 대해 조언하는 보조인들, 경기 프로그램을 확인받고 돌아다니는 직원, 들것에 실려 나온 선수를 살피는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북적였다.

노예 상점에서부터 그들을 안내해온 직원이 투기장 직원과 서류를 교환하며 클라라에 대한 인도 절차를 밟는 동안 원더스타인은 대기실 안을 둘러보았다. 이곳도 그가 게임에서 와 본 적이 있는 공간이었다. 찌그러진 갑옷과 투구를 걸친 괴물 검투사들이 주인공들에게 덤벼들곤 했었다.

그렇게 안을 살펴보던 그는 곧 트로피들이 진열된 선반에 시선이 멈췄다. 그곳에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챔피언십 경기에서 우승한 사람들의 이름의 명패가 걸려 있었다. 그는 6년 전부터 5년 동안 우승한 사람의 이름이 모두 같은 것을 확인했다.

페트로프 13호.

그것은 그 사람의 진짜 이름이 아니라 투기장에서 사용하는 링네임이었다. 바로 기사 이반의 것이었다.

6년 전 명패부터 쭉 훑어보던 원더스타인은 작년의 챔피언십 경기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 걸린 것을 발견했다. 그는 확실히 투기장을 떠난 모양이었다.

그때, 대기실 밖에서 관중들의 거친 함성과 함께 이번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징 소리가 들려왔다.

“네. 마침내 이번 지역 선수권 대회에 우리 경기장 대표로 나설 진출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작년 챔피언십에 부상으로 출전 못 한 분을 이제 푸는 걸까요? 아직 경기력이 불안정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의 실력을 많이 회복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퇴장하는 승자에게 갈채를! 페트로프 13호!”

사회자의 마지막 한 마디가 원더스타인의 주의를 끌었다.

페트로프 13호라고?

그는 멀리 경기장에서 내려와 대기실로 들어가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봤다. 붉은색 투구에 가시가 삐죽삐죽 솟은 흉갑. 그것은 TTT에서 이반의 수집 가능한 복장 중 하나였던 그의 검투사 차림이었다. 얼굴은 투구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체형이나 걸음걸이는 확실히 이반의 것과 유사했다.

어째서 그가 아직도 여기에?

원더스타인이 그가 사라진 대기실 방향을 향해 자신도 모르게 발을 옮기려 했다. 그러는 그 순간, 노예 상점 직원이 아나이스를 향해 소리쳤다.

“자작 부인! 끝났습니다! 이제 여자를 데려갈 수 있습니다!”

클라라에 대해 투기장 쪽과 이야기가 끝난 모양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이반이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클라라부터 되찾는 게 우선이었기에 일단 그에 대한 호기심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그러나 운이 좋은 건지 투기장 직원은 그들을 페트로프 13호의 대기실로 데려갔다. 오늘 클라라를 밤 시중 상대로 제공하기로 한 검투사가 바로 그였다는 것이다.

‘이상하군. 이반이 그런 용도로 여자를 찾았다고?’

기사 이반은 누구보다 바른생활을 추구하는 사나이였다. 재물과 승진에 대한 집착도 없었고, 술과 여자를 즐기지도 않았다. 심지어 투기장에서도 그는 어지간하면 상대에게 중상을 입히려 들지 않았다. 15살에 투기장의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로 그는 6년 동안 투기장을 벗어나기 위해 벌였던 마지막 승부 외에는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

그렇게나 금욕적인 그가 잠자리 시중을 들 여자를 찾다니…….

물론 이반은 작중에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잘생긴 얼굴에 훤칠한 키, 단단하게 잘 발달한 근육은 남자가 반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주인공 중 유일한 남자 캐릭터라서 그런지 커플링도 가장 많았다. 작중 등장하는 온갖 여자 캐릭터와 엮였긴 했지만,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역시 다른 두 주인공과의 관계였다.

도적인 키아라는 그에게 자주 장난을 치거나 놀리는 등 친구처럼 짓궂게 굴었으나 이성으로서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듯 가끔 진지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마야는 늘 무뚝뚝한 표정을 고수했지만, 그와의 신체 접촉에 동요하거나 그에게 다른 여자가 달라붙을 때마다 심술부리는 행동을 하곤 했다.

TTT 커뮤니티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올라오는 떡밥이 바로 이 키아라와 마야의 정실 대전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이반은 둘을 전혀 이성으로서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그런 남자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여자를 찾는다니. 원더스타인은 직접 듣고도 믿기 힘들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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