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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7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14화

날아올라라.

쿠구구구구!

인력이 더 강해진다.

액운의 인력이었다.

산의 신이 건드린 액운의 힘은 점차 우리를 수렁으로 빠뜨리듯 끌어당겼다.

쿠구구구구!

고력계에서 막 빠져나와 공허간에 진입한 우리 앞으로 무시무시한 시(尸)들이 모여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미친….’

공허간 전체를 까마득하게 채운 사축기급 시(尸)들.

천인기급은 보이지도 않았다.

합체기 수준의 시들도 수천 마리가 몰려든다

그러나 정말로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쿠웅-

나는 저 멀리.

저 아득한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세 개의 존재감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기운들!

산의 신이나 빛의 신, 시간의 천존이나 영승 등이 가진 힘은 도무지 그 크기가 감이 잡히질 않아 공포스러웠다면,

저 멀리서 나타난 존재감은 오히려 크기가 감이 잡혔기에 더욱더 압도되었다.

나는, 절대로 저 존재들을 이길 수 없다.

쿠웅-

세 개의 존재감.

그것은, 세 마리의 존자급 시(尸)였다.

쿠웅-

모습을 드러내지조차 않았건만, 그 자체로 공포스러웠다.

공허간의 시들은 그 자체로 진인의 사체 혹은 허물이다.

그들이 천겁에 약한 것 역시 그 때문.

그들은 그 자체로 역천의 상징이었으나, 동시에 세계였으니까.

천겁을 받아야 할 주체와 내려야 할 주체가 같아져 버리니, 시들의 체내에 천겁이 들어가면 시의 체내에서 천겁이 마구 증폭하다가 터져 죽는 것이었다.

그러나 느껴진다.

천역 창세 이후 나타났던 존자들은 천지영기를 생성하고 우주의 성운을 뱉어 내는 역할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존자급 시들은 체내에서 천겁이 증폭된들 계속해서 천지영기나 성운을 생성하며 한참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천겁에 망가지는 부분만큼 천지영기나 성운을 뱉어 내면 되니까.

‘제길….’

이래서야, 결국 산의 신을 물리쳤어도 오십보백보 아닌가.

합체기 수준의 시 수천 마리야 뚫고 도망칠 자신이 있었지만, 저것들만큼은 안 된다.

저것들만큼은!

그렇게, 내가 아연한 눈으로 저 멀리서 느껴지는 존자급 시의 기척을 느낄 때였다.

콰직, 콰지지지직!

내 합도영역에 구멍이 뚫리더니, 그 안쪽에서 뇌전의 거체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전명훈이 안쪽에서 튀어나왔다.

“전명훈….”

그의 눈은 음울했다.

나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고통을 드러낸 얼굴.

그러나 그는 고통 속에서 신음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언제나 널 믿어 왔다.]

“….”

[그때 이후로, 몇 번이고. 무슨 말을 할 때도. 아무리 의심이 가도.]

“…나는….”

[아직도, 널 믿는다.]

그의 두 눈에서 적광이 흘러나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우리를 이끌어라.]

“….”

적광은 적뢰가 되었고, 전명훈의 얼굴 아래로 흘러내리듯 움틀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번갯불로 이뤄진 붉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망해 왔지만, 결국 우리를 이끌었지 않았냐.]

그는 내 앞에 섰다.

그의 합도영역이 펼쳐지며, 안쪽에서 김영훈, 오현석, 김연과 북향화 등 당장 전력이 될 수 있는 이들이 튀어나왔다.

[답을 찾아라! 지금 당장!]

그 말과 함께, 나의 동료들은 나를 등지고 나를 지키기 시작했다.

생각할 시간을 벌겠다는 듯.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입을 뻐끔거리다가 두 주먹을 쥐었다.

‘그 말이 맞다.’

답을 짜내야 했다.

다시 고력계로 들어가든, 하계로 내려가든, 무슨 짓이든 하여 답을 찾아내야 한다!

아무리 찾아도 답이 없다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우우웅-

그리고, 필사의 의지로 머리를 쥐어짜 낸 내 눈에,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건….”

그것은 성맥(星脈)이었다.

“….”

현재, 우리 주위의 공허간에는 총 세 줄기의 성맥이 존재했다.

그것은 쇄성기급 시들에게서 뿜어지는 성맥이었다.

존자급 시들은 성맥으로 인해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상하지 않은가?

쇄성기는 세 마리다.

그런데 그걸 잇는 줄기도 셋이다.

딱히 세 쇄성기의 성맥이 삼각형을 그리고 있지는 않았다.

마치 별자리처럼, 시들의 성맥은 어딘가와 이어져 있었다.

첫 번째 시, 두 번째 시, 세 번째 시.

그런 식으로.

그리고, 세 번째 시와 ‘어딘가’가 성맥으로 연결되어 있다.

성맥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그 끝에 별이 있다는 것.

‘존자들이 성맥으로 이어져 있는 걸로 보아, 존자들 역시 하나의 별로 취급된다.’

즉, 이 자리에 쇄성기급 시가 하나 더 있거나, 혹은 그 이상 경지의 시가 있다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잠시 그 성맥의 끝을 노려본 끝에 존자들과 연결되어 있는 마지막 성맥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 그렇군.’

빠드득-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내게 액운이 부여될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아서 허탈함과 어이없음에 울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심기체를 가다듬고, 한참을 준비해서 도전해야 하겠지만 그럴 시간도 없다.

지금 당장 올라가서, 베어 내야 했다.

실패는 멸망이다.

나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저 아래쪽에 있는 존자급 시에게로 간다!”

[뭐?]

전명훈은 순간 미쳤냐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내 눈과 마주친 이후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설마 그게 끝은 아니겠지?]

“그래, 자세한 계획을 말해 주마.”

나는 동료들에게 빠르게 심어를 보내 내 계획을 알려 주었다.

“가장 아래쪽 존자에게로 이동한 후, 내 지휘에 따라 존자들 사이의 성맥… 그러니까 대강 인력이라 이해해라. 존자들 사이의 인력을 통해서 점차 위쪽의 존자로 이동한다. 그런 후 마지막 존자에게서 그보다 더 위로 도약해야 한다!”

정확히 무슨 계획인지는 설명할 틈이 없어, 우리의 목적이 뭔지도 아직 몰랐건만.

동료들은 눈을 빛내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존자들 사이에서 도망치는 건, 찰나지만 가능할 것 같다. 다만 문제라면 동력이 부족해서 한 번밖에 못 할 것 같은데….”

[걱정 마시지요.]

전명훈이 눈을 빛내며, 여섯 개의 팔을 김영훈 쪽으로 뻗었다.

순식간에 김영훈은 거대한 손아귀 여섯에 둘러싸인 모양새가 되었으나, 이내 전명훈의 적뢰가 그에게 흘러 들어가자 뭔가가 변화하였다.

콰지지지직!

적뢰천겁이, 금신천뢰로 변화한다.

[이유는 모르지만, 제 적뢰천겁공은 당신에게 반응하여 변화합니다. 수계에서도 확인해 봤던 사실이지요.]

“…확실히, 이 금빛 번개는… 내가 쓰기 최적화되어 있다.”

그는 놀라워하며 잠시 금빛 번개를 느끼는 것 같더니, 자신의 도 안쪽으로 금빛 번개를 압축하기 시작했다.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존자들 사이를 이동하는 건 문제없다. 하지만 존자들의 앞까지 이동하는 게 문제지. 이동할 때까지 힘을 낭비할 순 없다.]

그리고 전명훈의 말에, 북향화가 소리치며, 내 영역 안쪽으로 전음을 보냈다.

얼마 후.

쿠구구구구!

내 합도영역 안쪽에 피신해 있던 서란이, 섭명함과 함께 내 안에서 튀어나왔다.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일단 지금은 급하니 일단 따르겠습니다!”

서란은 다급히 말하며, 빠르게 섭명함의 지휘권을 북향화에게 넘겨주었다.

북향화는 오현석과 김연에게 말했다.

“두 분이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멸혼귀왕께서는 서란 공의 도움을 받아 섭명함의 동력공간에서 동력을 보급해 주시고, 제가 섭명함을 폭주시키면 기묘귀왕께서 섭명함을 제어하십시오. 섭명함의 힘이라면 능히 존자의 앞까진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고, 출발하였다.

쿠구구구구!

오현석이 섭명함의 동력장치가 되어 섭명함을 발동시켰고, 서란이 주인의 권한으로 섭명함의 권한을 개방하였다.

그 권한을 통해 북향화가 섭명함을 폭주시켰고, 시호는 섭명함의 갑판에 있는 서란과 북향화를 호위했다.

그리고 김연의 의식 실이 섭명함 곳곳으로 스며든다.

폭주로 인해 사축기급으로 올라간 섭명함이, 김연의 제어를 받으며 더더욱 격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본래, 섭명함은 딱히 전투용 법보가 아니다.

흑색귀골곡 시절 귀왕에게 듣기로, 섭명함의 진짜 목적은 혼(魂)의 수거와 보관.

그리고, 명계로의 전송이었다.

그리고 섭명함은 명계로의 전송 기능을 활용하여 섭명함의 선체 자체를 허공간이나 명계의 외곽으로 일시 전송시킨 후 공간이동을 하는 공능이 있었다.

쿠구구구구!

섭명함의 주변으로 귀기가 드리우는 듯하더니, 우리는 삽시간에 명계의 외곽 아주 얕은 곳에 진입하였다.

현실과 가까운.

아주 얕은 곳이기 때문일까.

주변만 조금 희뿌예졌을지언정 주변의 시들은 여전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귀신은 어째서 무서운 존재인가.

자신의 공격은 통하지만, 상대의 공격은 통과해 버리는 반칙적인 존재가 귀신이기 때문이었다.

후웅- 후웅-

사축기 시들이 우리에게 공격을 퍼부었으나, 우리는 반투명한 상태에서 그 공격을 전부 흘려 내었다.

나와 김영훈, 전명훈은 때를 위하여 힘을 비축했고, 김연은 섭명함을 몰며 빠르게 존자들에게로 날아갔다.

쿠구구구구!

태수급 시들이 날아들었다.

그들의 일격 일격은 하나하나가 차원의 힘을 지녔기에, 명계의 외곽에서도 어느 정도 질량을 가지고 날아들었다.

그리고, 김연이 손을 움직였다.

번쩍, 번쩍!

섭명함의 주포가 발사된다.

섭명함의 주포는 위시혼과 음와 부부에 의해 귀력이 잔뜩 증폭된 상태로 날아가 시들의 몸을 꿰뚫었다.

상대의 공격은 제대로 통하지 않고, 우리의 공격은 증폭되어 꽂힌다.

우우우웅!

“간다!”

김연은 난폭하게 섭명함을 운항하며 빠르게 존자급 시를 향해 쇄도하였다.

우우웅-

저 멀리 존자급 시가 보였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제아무리 명계의 외곽에 위치하더라도, 존자급 시에게는 소용없다는 걸.

하지만 상관은 없다.

이미 도달했다!

파아앗!

나는 영역을 펼쳐, 김영훈과 전명훈을 제한 섭명함 전체를 내 영역 안쪽으로 끌어당긴 후 그들과 합류했다.

[적뢰천겁!]

콰지지지직!

적뢰가 휘몰아치고, 김영훈에게 닿으며 금뢰가 되며 김영훈의 등에 금신천뢰(金神天雷)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마치 수계에서와 비슷한 상황.

존자가 거대한 팔을 우리 앞으로 들어 올렸다.

“가라!!!”

내가 소리쳤고, 김영훈이 도신을 들어 올렸다.

다음 순간, 우리는 뇌전(雷電)으로 이뤄진 금색의 새를 보았다.

금색의 새는 나를 태우고, 순식간에 존자의 손을 피했다.

나는 성맥안을 틔우며, 존자의 성맥의 길을 향해 금색의 새를 인도하였다,

파지지직!

성맥을 통하여 금색의 새가 다음 존자에게로 날아들었다.

뱀처럼 생긴 시가 입을 쩍 벌렸다.

금색의 새는 뇌전의 꼬리를 만들며 허공에서 뱀처럼 생긴 시를 피하더니, 다시금 내 인도에 의해 마지막 존자를 향해 날아올랐다.

우우웅!

나는 더욱더 성맥안의 감각을 띄웠다.

성맥은 특이했다.

우연찮게 성맥을 타면 탈수록, 성맥의 본질에 가까워지며 의식이 어떠한 세계로 올라간다.

무엇인지 대강 짐작은 갔다.

귀도공법을 수련할수록 명계의 외곽을 향해 의식이 가까워지듯이.

성맥을 인지하면 인지할수록, 성맥을 타면 탈수록 의식이 ‘시간의 천존의 권역’에 가까워지는 것이리라.

[다음!]

나는 영역의 힘을 끌어 올리며 영언을 터트렸다.

마침내, 김영훈과 전명훈은 마지막 존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알 수 없는 곳과 연결된 성맥을 탔다.

성맥과 내 의식이 동화되며, 내 의식과 시야를 보다 높은 계위의 세계로 도야시켰다.

‘아….’

보인다.

저 멀리.

존자들과 연결되어 있던 별이.

쿠구구구구!

그 별은 인력을 내뿜고 있었다.

그 인력의 정체는 액운(厄運)이었다.

츠츠츠츳!

저것이다.

저것이 바로, 고력계에서부터 천천히 나타나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액운의 정체였다.

계속해서 나를 쫓아다녔던 정체 모를 불행이었던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무극교단이 고력계에 진입할 때 어마어마한 파공성이 나며 고력계 전체로 그 진동이 퍼졌더랬지.’

우스운 일이었다.

무극교단과 광음역, 그리고 전명훈과 나의 질량이라 해 봤자 합체기 대여섯 정도였다.

합체기 대여섯이 한 번에 중경계에 진입한다고 어째서 중경계 전체가 흔들리는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

고력계 전체를 휩쓴 파공성은 우리 때문에 난 것이 아니었다.

우리를 쫓아 고력계에 들어온, 저 [별]에 의한 파공성이었던 것이었다.

하늘이 없는 고력계에서 내가 인력을 보았던 이유.

뻔하잖는가.

고력계에 별이 들어왔으니까.

하계에서는 저주를 걸 때 저주인형을 사용하듯이,

대경계의 존재들은 액운을 부여할 때 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내게 저 별을 선물했는가.

누가 내게 저 액운을 부여했는가.

바로 알 수 있었다.

별에게서 풍겨지는, 50여 개의 악의(惡意).

멸법진언을 엿보았던 명귀계 준선들의 악의였다.

거기에 더해, 태산의 주인의 악의까지 더해진 강력한 액운의 덩어리가, 높은 계위에서 내게 불행을 부여하고 있었다.

스르릉-

김영훈과 전명훈은 내 받침이 되어 주었다.

그들은 성맥안이 없어 내가 뭘 하려는지는 이해를 못 한 느낌이었지만 그들이 나를 믿어 준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의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내 모든 필생의 의지와 기력을 쥐어짜며, 영승의 권능을 일부나마 베었던 초식을 준비하였다.

단악검법(斷岳劍法)

제삼십일초(第三十一招)

적진성산(積塵成山)!

가로베기, 세로베기, 찌르기를 시작으로 내 모든 천지심괴의 절기가 통합된다.

나의 역사를 담은 만상인연도가 맑게 빛나며 희뿌연 안개가 검에 서렸다.

하지만 알 수 있다.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적진성산의 초식을 휘두르지 않고, 내 손에 매어 둔 채 나의 혼을 집중시켰다.

키이이잉-

‘더.’

키이이잉!

‘더!’

파아아앗!

“더!!!”

압축시킨다.

무형검을 압축시킨 총천검을, 계속해서, 나의 역사 그 자체로 압박하여 미친 듯이 압축한다.

총천검이 얇아지기 시작했다.

눈앞의 저것은 별이지만, 동시에 어떠한 개념이기도 했다.

개념을 베려면, 내가 쥔 것 또한 개념으로 화해야 한다.

키이이잉!

총천검이 점차 얇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주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것은 내가 아주 어렸을 적.

황궁에서 연기기 3성 수도자와 전투하며, 검사(劍絲)를 깨달았을 때의 일이었다.

검기(劍氣)를 의(意)에 동화시킨다.

그렇게 하여, 의념의 실과 같이 기(氣)를 실처럼 압축시킨다.

내 손에 들린 총천을, 의(意)로 압축시켰다.

검기를 압축시켰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압력이 필요했다.

의념의 선(線)과 같이, 나의 검을 화현한다.

검법은 세 가지의 총화다.

베기와 찌르기, 막기.

베기는 선, 찌르기는 점, 막기는 면이 된다.

그리고, 그 세 가지를 행하기에 가장 좋은 형태는 사실 따로 있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반개했다.

내 손 안에, 뭔가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얇은, 그러나 세상 어떤 것보다 강인한 것이었다.

무인이 무(武)의 세계에 접어들기 시작할 때 처음으로 보는 의념의 선.

그것과도 너무나도 흡사한 형태.

이것은 더 이상 검(劍)이 아니었다.

이것의 이름은….

“수선은 곧 참오.”

나는 [위]에서 나를 노려보는 태산의 시선을 느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미 나의 뜻을 찾았다. 외압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지금 이 자리에서 녀석의 시선을 끊어 낸다!

선(線)이 되어 버린 총천검이 백열하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소금 알갱이들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이… 참오를 통하여 산(山)을 쌓아 나가라.”

츠츠츠츳!

나는 총천검을 들어 올렸다.

총천검은 성맥의 세계에서, 그 무엇보다 맑게 빛났다.

“소금의 산을 쌓는 것만이 가장 빨리 하늘에 도달하는 것일지니….”

이 진언을 외워 모두가 멸살당했다.

지금도 느껴진다.

이 진언은, 태산을 부르는 힘이다.

멸법진언에 의해, 나를 노려보는 태산의 시선이 점차 강해지고, 그와의 인력이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대로라면 나는 평생, 헌원과 같이 태산의 주인 아래에서 춤추다 죽을 꼭두각시밖에 되지 않을 터.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바다에서 모두와 함께 소금을 들이켜며, 바람과 함께 날아올라라.”

점차 태산과 나 사이에서의 인력이 커지는 게 느껴진다.

이대로라면 어쩌면, 태산이 다시 강림할지도 모르는 일.

그러나 나는 이 부분에서, 진언을 비틀었다.

“의(意)를 모두 합쳐 무색이 되듯….”

키잉-

멸법진언의 올바른 구결의 순서가 비틀리며, 인력이 크게 엇나간다.

총천검의 백색은 남았지만, 검에서 느껴지던 패기(覇氣)의 대다수가 증발해 버렸다.

나는 아랑곳 않았다.

어차피, 남의 것을 빌릴 생각은 없었다.

처음부터 내가 쌓아 온 것이면 충분했다.

나는 오히려 진언의 구결에 유추해, 더욱더 의념을 집중시켰다.

백색의 빛이 무색에 가깝게 빛나는 듯했다.

타앗!

내 받침이 되는 금빛의 새에게서 뛰어올라 총천검을 더욱더 높이 들어 올린다.

‘모자란가.’

알 수 없다.

별을 벨 수 있는가.

저주로 수십 년에 걸쳐 별을 녹인다면 할 수 있겠지만, 한 번에 별을 벤다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두려운 일이었다.

거리가, 애매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깝다면 확실히 베어 낼 수 있을 텐데!

그리고 그때였다.

타앗!

내 영역에서 빠져나온 홍범이, 내 등을 밀어 주었다.

“보여 주십시오, 주인님.”

“….”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인연을 모두 품에 안아 무상(無常)이 되어라.”

멸법진언을 비틀어 되뇌며, 나는 그렇게 내 손에 들린 것을 휘둘렀다.

“그것이 바로….”

느껴진다.

당장이라도 태산이 나를 짓이기고자 강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하지만 이 자리에서 끊는다.

태산의 시선도.

우리에게 남은 불행도.

앞으로 닥쳐올 어떤 운명조차도.

베어 낼 것이다.

내 눈앞에 나의 스승들이 스쳤다.

그리고, 나는 스승들의 말을 내 가슴에 품고 입 바깥으로 뱉었다.

내 눈앞에서, 자신을 희생하여 선의를 노래했던 순수한 거인이 보였다.

-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

“별에 닿는 법이다.”

멸법진언은 비틀렸다.

그와 동시에, 눈앞의 별이 쪼개졌다.

내게 어떤 인력과 시선을 달아 놓았던 태산의 힘은, 인력을 무화시키는 비틀린 멸법진언에 의하여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내 품에서 소금산이 빠져나왔다.

오랜 세월 연화시켜 온 본명법보였으나, 잡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찌 저런 외물에 의지하는가.

내가 쌓아 온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는데.

우리를 감싼 액운은 이제 사라졌다.

태산의 시선도 우리의 일검과 함께 잘려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앞길을 헤쳐 나가는 것뿐.

철퍽!

나는 영역과 영혼, 영육이 모두 누더기가 된 채 김영훈과 전명훈, 홍범의 부축을 받으며 피를 토했다.

“되, 된 거냐 서은현!?”

전명훈이 다급하게 물었다.

나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될 거다.”

“아니 젠장… 존자급 시들은 멀쩡하단 말이다! 저 수천 마리의 합체기 시들은 어쩔 거고! 빌어먹을! 뭘 한 거냐!”

“어떻… 게든… 되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전신이 뭉그러진 느낌이다.

그러나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감싸던 액운은 사라졌다.

쿠구구궁!

내 눈에, 내가 베어 낸 액운의 별이 폭발하는 것이 보였다.

액운이 없어지며, 폭발의 여파로 바람이 분다.

운명의 순풍이었다.

그리고.

파아앗!

내 영역에서, 육요가 빠져나왔다.

그녀는 나와 동료들을 돌아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감사드렸습니다.”

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고 물었다.

“괜찮겠나?”

“…제겐, 저곳이 고향입니다.”

그녀는우리에게 절을 올린 후, 빠르게 소금산으로 날아올랐다.

그녀가 소금산에 도착하자, 소금산이 밝게 빛났다.

동시에 소형화되었던 소금산과 염정의 대궐이 다시 거대화된다.

그녀는 그 소금산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괜찮겠나?”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이번에는 육요를 향한 것이 아닌, 백린을 향한 것이었다.

내 영역에서 빠져나온 백린이 희미하게 웃었다.

“…시혼과 음와를, 잘 보살펴 주십시오.”

“알겠다. 가라.”

“성은이 망극했습니다.”

말을 마친 백린은 빠르게 날아가, 육요의 옆에 섰다.

백린은 나름 사랑받는 존재였다.

위시혼과 음와뿐이 아닌, 교도들에게.

교도가 된 이전 백맥문의 문도들에게.

그러나 이제 그들은 없다.

그러니, 남은 이들 중 더욱더 사랑하는 이를 쫓아간 것일 뿐.

나는 백린의 각오를 읽었다.

설령 앞으로 가는 세계가 환상일지언정, 그녀와의 감정은 진짜이리라 믿는 각오였다.

백린은 대궐 앞에서 육요의 손을 잡고, 우리를 돌아보았다.

그런 후 서로를 쳐다보며 웃던 두 요귀.

아니, 두 사람은 대궐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순간.

내 눈에 두 사람은, 뼈다귀만 남은 귀신과 방탕하게 산 요괴가 아닌, 말쑥한 청년과 정결한 공주로 보였다.

번쩍!

두 사람이 다른 세계로 넘어갔고, 운명의 순풍이 불어닥쳐 우리를 밀어냈으며, 봉래도의 진법이 발동했다.

[끼야아아아아!]

[키게게게게겍!]

[크웽에에에!]

존자급 시들과 태수급 시들이 일제히 진법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소멸한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를 쫓아오지 않았다.

환상일지 진짜일지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되리라.

“너희를… 잊지 않으마….”

나는 또다시 우리를 떠나는, 그러나 불행히 최후를 맞지만은 않은 나의 벗들을 보며 눈물과 함께 웃었다.

운명의 순풍과 함께, 그렇게 광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나는 상실감과 기쁨, 그리고 감히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에 울고 웃으며.

그렇게, 기나긴 중경계 순례행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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