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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8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15화

삼대 재앙(1)

콰아아앙!

폭음이 울리며, 나와 동료들은 일제히 공허간을 넘어 이공간에 도달했다.

익숙한 곳이었다.

증룡진인의 저물도 봉양층.

익숙한 타는 냄새.

익숙한 풍경.

익숙한 존재들….

그리고, 익숙해질 수 없는 상실의 아픔.

나는 뒤를 돌아 남아 있는 이들을 살펴보았다.

김영훈, 전명훈, 오현석, 김연, 북향화, 홍범, 서란, 시호, 연진, 위시혼, 음와….

총 4억에 달하던 무극교단의 무수한 교도들 중, 11명의 인원만이 증룡진인의 저물도에 진입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백린이나 육요 등을 포함해, 다른 수호귀왕들도, 또 다른 중견급 간부들도 모조리.

누구도 우리와 함께 도달하지 못했다.

난 얼마간 우리가 빠져나온 공허간의 입구를 바라보며 묵념했다.

나와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전명훈 같은 경우는 양손을 파르르 떨며 입술을 짓씹는 것이, 나나 동료들이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폭주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우웅-

저물도 내의 수복력에 의해, 우리가 뚫고 온 차원 장막의 구멍이 다시 닫혔다.

그제서야 나는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교염과 나머지 두 명의 천족이 있었다.

“저물도에 있는 이들은 다 내보냈겠지?”

내 질문에 교염은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우리의 소환의식을 치루게 하기 전, 같이 이곳에 들어온 산수들은 모조리 저물도 바깥으로 내보내 버렸다.

아마 그들은 교염과 사축기 수사들이 보물을 독차지하려 한다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이 얻은 건 보물이 아닌, 동료들을 잃고 잔뜩 예민해져 있는 우리였다.

“네놈… 왜 대답을 않고 대가리만 까딱거리는 거냐… 우리가 우스워 보이느냐…?”

전명훈은 교염을 보며 대뜸 시비를 걸고 으르렁거렸다.

눈이 충혈되어 있는 것이, 무극교단에 포함된 금신천뢰문의 제자들은 도무지 구할 수 없어서 분노가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교염도 나름대로 한 성깔 하는 혈교족의 사축기 수사였지만, 눈앞에서 적뢰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충혈된 눈을 부라리는 합체기 태수 앞에서는 바로 엎드려 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닙니다 어르신. 제가 감히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제, 제게는 집에서 저를 기다리는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라는 말에 전명훈은 이를 빠득 가는 듯하더니 다른 천족 놈들에게 눈알을 돌렸다.

“너흰 또 뭔데 고개를 그렇게 빳빳히 세우고 있는 게지?”

“아, 소, 소, 송구합니다 태수 어르신.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녹주와 백위익은 식은땀을 흘렸다.

나는 그들에게 걸려 있는 자혼만천을 회수하며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우우웅!

내 인력에 의해 멀구슬나무 위에 걸려 있던 천련과가 내 손에 들어왔다.

나는 천련과를 손에 넣은 후, 멀구슬나무 옆으로 가 한 시체를 바라보았다.

현귀의 시체였다.

이제 슬슬 부패가 시작되어 가는 현귀의 시체는 꽤나 흉했다.

그러나 그뿐.

수상한 기운이나 괴이쩍은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현귀의 시체를 향해 의식을 뻗어 그의 몸 곳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딱히 이상한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현귀가 익힌 것은 정통 흑린어령문의 공법이었고, 흑룡왕 현음의 힘을 빌리는 공법을 주로익혀 사상원영으로 현음의 힘을 빌리기에 최적화된 육신을 가지고 있었다.

의식의 정밀도를 집중시켜 세포 수준, 유전자 수준에서 녀석의 몸을 뜯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얼마간 현귀의 시체를 보다가 그냥 녀석의 몸을 술법으로 묻어 주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진선과 연관되어 있는 놈이다.

괜스레 시체를 더 건드려서 시선을 받지 않는 것이 좋을 터였다.

나는 천련과를 든 채 동료들이 있는 제단 쪽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앞으로, 진선과 엮이지 않게 조심하자.’

너무 함부로 태산열제공을 사용해 댔다.

그 결과로 태산의 주인과 엮여 나를 믿던 이들이 싸그리 몰살당했다.

이 세계는, 악의로 가득 차 있다.

연위의 말이 틀릴 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옳은 말이다.

냇가에 흐르는 물과 길가에 쌓인 모래 한 알 마저도 위대한 존재와 엮여 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세계인 것이었다.

앞으로는 숨 쉬는 것조차 조심해야 한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것이다.

“교염.”

나는 교염에게 다가갔다.

교염은 황송해하며 내 앞에 고개를 조아렸다.

“받아라. 우리를 도와준 대가다.”

“가, 감사합니다!”

그는 덜덜 떨며 천련과에서 과즙을 한 줌만 빼낸 후 내게 나머지 천련과를 다시 바쳤다.

“위, 위대하신 분께 바치겠나이다.”

“네게 다시 준 것인데 어찌 내게 돌려주느냐.”

“처, 천련과는 쇄성기 승급에도 도움이 되는 영과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복용하시어 경지를 높이소서.”

“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천련과를 받았다.

나는 필요 없을지라도 동료들에게 필요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련과를 받은 후, 난 교염과 함께 우리를 끌어당긴 나머지 둘 역시 바라보았다.

녹주와 백위익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내 앞에 조아렸다.

우그극-

손을 뻗자 공간이 우그러졌다.

동시에 내가 왜곡시켜 놓았던 공간이 다시 돌아오며, 봉양층에 숨겨져 있던 창고가 나타났다.

“…!”

“저, 저건…!”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안에서 필요한 것을 골라라. 저물도 내의 어지간한 것들보다 쓸 만할 거다.”

내가 수십 년 동안 분신을 통해 끌어모아 놓았던 저물도 내의 보물들이었다.

꽤나 쓸 만은 할 터.

그들은 어색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내가 드러낸 창고로 들어가 물건을 골랐다.

녹주는 나무에게 좋은 뇌택진토(雷澤瑨土)라는 흙 한 덩어리를.

백위익은 천혜봉(天慧峰)이라는 영과 중 하나를 골랐다.

“좋다. 그럼 너희 둘은 잠시 저기 가 보고….”

나는 백위익과 녹주에게 고개를 까딱였고, 그들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교염은 왜 내가 남겨 두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안색이 하얘진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어, 어르신 제게 어쩐 볼 일이 있으십니까…?”

“…너는 지족이지. 지족 중에서도 혈교족은 바다 요족이고….”

“예, 예!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바다 요족은 장례를 지낼 때 어떻게 하지?”

“예…?”

나는 교염에게 요족들의 장례법을 물었다.

무극교단의 교도 중 8할 이상은 귀물이었다.

귀물들을 기리는 방법은 위시혼과 음와가 잘 알고 있었지만, 교도 중 2할은 고력계에서 교단에 가입한 요족들이었다.

고력계에는 요족 중에서도 특히나 바다 요족들이 많았고, 그들의 장례를 치러 주기 위해 물어본 것이었다.

해룡족인 서란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서란은 정작 해룡족을 비롯한 용족 전체는 용족의 방식으로만 장례를 치른다 하였기에 그에게 묻는 것은 소용이 없을 듯했다.

물론 서란이 알고 있는 요족의 장례 방식도 있긴 했지만, 그가 아는 건 전부 하계의 방식이라서 맞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굳이 교염을 남겨 둔 것이었다.

교염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혹시 장례를 치를 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습니까…?”

“…항거할 수 없는 존재에게 살해당했다.”

내 말에 교염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희 요족들은, 그중에서도 중경계의 바다 요족들은 대다수 장례를 치르는 방식이 비슷합니다. 일단 자연사하거나 경지를 올리다 주화입마, 혹은 천겁에 당해 죽는 경우 대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풍장을 합니다. 그러나 자연재해를 당하거나 병에 걸려 죽으면 화장을 하고…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면, 그자와 친분이 있을 경우에 친족인 요족들이 매장하며 복수를 다짐해 주고는 합니다.”

자연사는 풍장.

사고사는 화장.

살해의 경우에는 매장과 함께 복수를 다짐해 준다.

그것이 요족의 장례 방식인 것이었다.

나는 동료들과 상의한 후, 증룡진인의 저물 1층. 수류층의 화시들을 전멸시켜 버리고, 커다란 봉분을 만들었다.

4억에 달하는 교단의 교도들을 기리기 위해서.

또한 교도들을 몰살시킨 태산의 신에 대한 복수심을 새기기 위해서였다.

굳이 저물도 안에 무덤을 쌓은 것은 최대한 그들이 죽은 자리에서 가까운 곳에 무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천벌의 신 때와 똑같이, 나와 전명훈은.

그리고 김영훈은.

그리고 나머지 동료들은.

뜨거운 불길 속에서 맹세했다.

“복수해 주마.”

내가 말했다.

“복수하겠다.”

김영훈이 말했다.

“복수하겠습니다.”

오현석이었다.

이어서 전명훈, 김연, 북향화, 서란, 시호, 홍범, 연진, 위시혼, 음와 등이 모두 복수를 입에 담았다.

우우웅!

쿠구구구구!

우리가 일제히 기세를 뿜자, 주변으로 강력한 오행영기가 휘몰아쳤다.

태산의 신을 우리 모두 직시했기 때문일까.

아무리 산의 신이 격을 낮추고 강림했다 하더라도 위대한 존재는 위대한 존재.

그를 본 이후, 우리는 모두 하나같이 강력한 오행신통을 얻었다.

내 경우는 음양오행영기를 더욱더 뚜렷하게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오현석의 경우 태산의 주인을 본 것만으로 체내에 오행축이 생겨나 사축기 대원만이 되었다.

김영훈은 순식간에 뱃속에 오행 속성을 머금은 금단이 생겨나 결단기가 되어 있었다.

북향화는 오행영기로 이뤄진 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신통이 생겨났으며, 김연은 체내에 요핵이 생겨나 뜬금없이 지족 결단기가 되었다.

서란은 혈맥이 자극받았는지 천인기 대원만에서 반보 사축기가 되었고, 시호 역시 혈맥이 자극받았는지, 본인이 다루는 환몽 신통에 오행혈주번마냥 속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연진은 원영의 음양오행이 완벽하게 맞춰져 순식간에 원영기 대원만을 넘어 천인기 초기에 올랐고, 전명훈은 합도영역 내의 뇌전들에 오행 속성이 부여되어 오행뇌겁 등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위시혼과 음와는 각각 오행 속성의 귀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산의 신의 등장에 모두가 끔찍한 경험을 해야 했지만, 반대급부로 하나같이 강해져 버린 셈이었다.

산의 신을 만났던 것 자체가 천겁으로 취급된 것인지, 경지가 상승한 이들도 천겁을 맞거나 하지는 않았다.

모두가 복수를 입에 담으며 불길을 태우게 한 후.

나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아직 할 게 남았단 건 알고 있겠지?”

내 말에 그들은 모두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희를 구해야겠지.”

전명훈은 음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그리고 내 예상으로 보아, 아마….”

나는 얼굴을 굳혔다.

“그녀는 쇄성기 수준이 되었을 거다.”

이미 귀도성모로 우화해서 폭주할 터였다.

이 시기에 그녀가 폭주하는 건 막을 수 없다.

내가 동료들을 구하려 해도 운명의 복원력으로 인해 계속 상황이 원상 복귀 되었던 것처럼.

강민희는 지금 이 시기에 폭주하여 광한계를 집어삼킨다.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나는 지금 300년 정도만 주면 합체기 대원만이 되어 쇄성기 승급을 시도할 자신이 있어.”

합체기 대원만에 도달했던 경험은 가지고 있다.

비록 회귀하며 합체기 극초기로 떨어졌지만 그 경험을 가지고서 다시 대원만으로 올라갈 자신은 충분했다.

“우리 목표는 하나다.”

나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해지자.”

꾸욱….

주먹을 쥐며 말했다.

“더욱더 강해져서, 누구도 우리를 핍박하지 못하게 되자.”

뚝, 뚝뚝….

눈에서 뭔가가 흘렀다.

저주였다.

10회차 원립 이후와 마찬가지로, 내 눈에서는 시커먼 저주가 떨어지고 있었다.

치이이이이-

삽시간에 주변 바닥이 썩어 문드러졌다.

내 눈에서 눈물 같은 평범한 게 흐르지 않은 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쾅-

나는 어쩐지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저주로 이뤄진 괴물 같은 것이 내 몸에서 기어 나와 나를 바라보더니 황급히 내게서 도망쳤다.

내 몸에서 괴물들이 자라나며 도망쳤고, 내 주변으로 은은하게 합도영역의 정경이 비춰졌다.

내 합도영역은 사막이었다.

사막에는 삼천 자루의 무색유리검들이 꽂혀 있었고, 낮에는 대지가 활활 타올랐으며 밤에는 어둠 속에서 괴물들이 자라나 내 영역에서 도망치고자 공포에 떨며 울부짖었다.

나는 나를 중심으로 도망치는 괴물들의 중심에서, 칠공에서 저주가 흐르는 걸 느끼며 말했다.

[강해지고 강해져서, 복수하자. 반드시…!]

저주는 내 몸을 타고 흐르며, 내 몸을 덮어 버렸다.

나는 저주 속에서 20개의 머리를 가진 본체를 드러내며 울부짖었다.

[반드시 복수하여 죽은 이들을 기리자…!]

쿠르르르-

전명훈은 적뢰의 거신이 되었다.

그의 수행이 높아진 탓인지, 전명훈의 머리는 반으로 갈라져 이두육비의 뇌신이 되었다.

오현석은 보랏빛 혼원의 거체를 드러냈고, 김영훈 역시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일갈했다.

황금빛 붕조의 그림자가 김영훈의 주변에서 휘몰아쳤다.

위시혼과 음와, 홍범과 서란, 시호 역시 거대한 본체를 드러내며 피눈물과 함께 귀곡성을 부르짖었고, 북향화와 김연은 말없이 창백한 얼굴로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연진은 태극진뢰신을 통하여 얼굴이 반으로 갈라진 채로 눈물을 흘렸으며, 교염과 녹주, 백위익 등은 내 함성 아래에서 주저앉은 괴물들과 서로 부둥켜안고 덜덜 떨었다.

이번 생의 목표는 간단했다.

강민희를 구한다.

그리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경지를 높인다.

경지를 높이고, 강해질 것이다.

그 단순하고도 어려운 목표를 가슴에 새기며, 나는 눈물을 삼키고 합도영역 안으로 동료들을 품은 채, 저물도를 나섰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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