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409

EP.408 16. 기사 이반 (16)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괴물서커스단은 저녁 늦게서야 겨우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그들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밥도 먹지 않고 그대로 방에 들어가 뻗어버렸다.

원더스타인도 피로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할 일이 많았기에 쉴 수가 없었다. 그는 숙소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클라라의 치료에 착수했다.

이번 치료는 평소보다 힘이 더 많이 들어갔다. 클라라의 상태가 여태껏 봤던 것 중에 가장 심각한 탓도 있었지만, 등에 마야가 업혀 있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마야는 역에서 합류하자마자 선 채로 원더스타인의 품에 쓰러지듯 안겨 잠들어버렸다. 화물칸 몇 개 분량의 짐을 몇 시간 동안 마법으로 들었다 놓았다 했으니 곯아떨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고생한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듯 건네는 것도 그래서 그는 그녀를 등에 업고 숙소까지 걸어왔다.

그런데 그녀는 숙소에 들어와서도 도무지 정신을 차릴 줄 몰랐다. 심지어 그의 등에서 떨어지지도 않았다. 염동력이 자동으로 발동되는 건지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등에 매미처럼 딱 달라붙어 있었다.

억지로 힘을 쓴다면 떼어 내지 못할 것도 없었지만, 그는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할 일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1시간이 넘는 작업 끝에 그는 겨우 클라라의 육체를 수복하는 일이 마칠 수 있었다.

“단장님…… 나 버리지 마세요……. 쓸모 있도록 노력할게요…….”

클라라는 치료받는 내내 식은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는 듯 계속 위와 같은 맥락의 말을 반복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고서야 그녀가 며칠 동안 상태가 이상했던 이유를 알아차리고는 탄식을 내뱉었다.

아나이스가 합류하고 재정 긴축 상태가 된 뒤로 서커스단 사람들은 원더스타인의 능력에 의지하는 일이 잦아졌다. 소품실, 의상실, 배역 이름표 등. 처음에는 그들의 부탁을 막 들어주던 원더스타인도 데볼루트 소모량이 너무 많아지자 자신의 마법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그렇게 막 쓸 수 없다고 밝혀야 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단원들은 예전에 비해 가난해진 여행에 대해 자주 투덜거리곤 했다. 그리고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주기적으로 원더스타인에게 치료받아야 하는 클라라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을 것이다.

이번에 대동물들이 합류한 뒤로 그들의 먹잇값 때문에 재정 문제는 더욱 커졌다. 다행히 그들을 사이드쇼로 활용해 공연 수입을 늘린다는 해결책을 내긴 했지만, 클라라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어쩌면 서커스단에서 내쳐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을지도 몰랐다. 아마 그에게 치료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것은 그런 마음의 발로에서였을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번에 돈을 손에 넣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것만 들어온다면 클라라가 마음에 품은 병도 가실 것이다.

클라라의 치료를 마치고 나서 그는 회의를 소집했다. 괴물서커스단의 운영 회의는 그와 엘라, 아나이스, 미노바, 클라라로 이루어져 있었다.

회의라고는 하나 그냥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종종 다른 단원들도 함께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 그는 클라라를 제외한 세 명에 도스빌 남작만을 추가로 불렀다. 다른 단원들은 지치기도 했거니와 오늘 회의 주제는 많은 사람이 알아서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원더스타인의 등에 어부바 인형처럼 딱 달라붙어서 자는 마야를 제외한다면 총 5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숨겨진 자금이라고요?”

“이 정도면 작은 시의 1년 예산 규모인데…….”

원더스타인은 황실 비자금에 대한 것을 그들에게 털어놓았다. 그들은 처음에는 그가 밝힌 엄청난 액수에 꽤 당혹스러워하는 듯했지만 잠시뿐이었다. 그들은 얼마 안 있어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그 큰돈으로 뭘 할지 떠들어댔다.

“동물들을 더 사는 게 어떨까? 아까 시장에서 슬쩍 봤는데 희귀한 동물들 되게 많던데.”

“그건 엘라 네 개인적인 욕심이지! 베티에게서 받은 애들로 충분하잖아. 그것보다 장비들을 바꿔야 해. 너무 낡은 탓에 우리 무대는 따로 으스스하게 꾸밀 필요도 없을 지경이라고.”

“뭐든 좋으니 다음 도시에서부터는 특급 호텔에서 잡시다. 난 자꾸 미노바 씨 옆 침실이 걸려서 밤마다 방이 덜덜 떨린다고요.”

다들 출처 불명의 돈에 대해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어 보였다. 고작 그 정도로 벌벌 떨기에는 그들이 지난 1년간 경험한 것들이 너무 컸다. 그러나 그들의 미소는 원더스타인이 제공한 정보들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아니이스가 입을 열면서 싹 사라졌다.

“이거 황실 비자금이군요.”

그녀의 말에 엘라, 미노바, 도스빌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화, 황실 비자금?”

“잠깐! 그러니까 황제의 돈이라고?”

“그럼……위험하지 않나?”

원더스타인은 숨겨진 자금에 대해 밝히면서 제국이나 황실에 대한 것은 단 한 마디도 입에 담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어떻게 그것을 알아냈는지 궁금했다.

아나이스는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작성했던 메모를 테이블 위에 펼치며 말했다.

“이거 ABC 트라이앵글이잖아요.”

그녀는 작년에 제국 정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을 설명했다. 황태자의 재정 개혁에 맞서 귀족 진영이 황실의 비자금 착복에 대해 폭로한 것이다.

상계도 한동안 그것 때문에 시끄러웠었다. 상회들 몇이 세금 절감을 목적으로 황실 비자금 조성에 협력해온 게 들통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거기서 황실이 국고에서 돈을 가로챈 수법이 바로 ABC 트라이앵글이라고 말했다.

“A는 행정부(Administration), B는 은행(Bank), C는 자치 특구(콤뮤나, Commune)를 의미해요. ABC 트라이앵글은 국가에서 자치 특구의 국가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체에 지원하는 자금에 적용되는 은행의 어음 처리 기한 연장과 이자 면제 조건을 이용하는 절세 기법이에요. 우선 행정부와 사업계약을 맺은 증권회사 한 곳과 콤뮤나에 설립한 유한회사 한 곳이 필요한데…… 사업권을 100% 도급 형식으로 넘긴 다음…… 거기에 지방세법 특설조항의 허점을 이용해서…….”

네 사람은 멍하니 그녀가 하는 설명을 경청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그녀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나마 법을 배운 도스빌 남작만이 간신히 그 내용을 쫓아갈 수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설명을 마치자 방안에 정적이 찾아왔다. 다들 서로의 눈치를 보며 누군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원더스타인이 어쩔 수 없이 나서려는 그때, 엘라가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어색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뭐야. 생각보다 간단하잖아. 아, 나는 어……이, 이해했어! 음, 그러니까…… 마술 같은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다는 거지?”

엘라의 정리에 원더스타인과 미노바는 감탄 어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술 같은! 아하, 그런 말이었군요.”

“오, 카드 마술처럼 휙? 그거 대단한걸!”

“…….”

아나이스는 바보처럼 미소 짓는 그들을 향해 좀 더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해줄까 고민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었다. 지금 중요한 건 절세 기법의 내용이 아니었다. 미노바는 그녀가 더 어려운 얘기를 꺼내기 전에 재빨리 다음 단계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 돈은 그래서 우리가 가져가도 괜찮은 거야?”

미노바의 질문에 아나이스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원더스타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했다. 그는 왜 그것이 궁금한지 알 수 없었으나 원작에서 봤던 전문 용어들을 간신히 떠올리며 그녀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녀는 그가 불러준 정보들을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검토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종류의 계좌라면 출금 조건만 명확히 갖춘다면…… 문제없이 우리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황제의 돈이라면서요. 들키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그럴 확률은 없어요. 단장님의 정보가 확실하다면요.”

원더스타인은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비자금은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이 죽어버려서 황실과의 연결고리가 이미 끊긴 상태였다. 그래서 TT3 시점인 6년 뒤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사실 비자금에 대해서는 노예시장 스테이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후반부인 황궁 스테이지에 가서야 지하 비밀통로에서 죽은 한 귀족의 백골 옷 주머니 속에서 그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정보를 입수하고 다시 노예시장 스테이지로 돌아와서 비자금을 취하면 게임에서는 파티의 자금이 대량으로 추가되고, 후일담에서는 도적의 미래가 다르게 나왔다. 원래 암흑가에서 고군분투하며 세력을 다시 정비한다는 내용이 노예시장에서 취한 자금을 이용해 암흑가를 빠른 속도로 평정시켰다고 바뀌었다.

선택에 따라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대목에서 원더스타인은 자신감이 조금 옅어졌다. 이곳에 와서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오늘 보지 않았던가?

혹시 이번 일도 큰 나비 효과를 일으키지 않을까? 아니, 그건 둘째치고 지금 비자금이 정물 주인 없는 돈이 맞을까? 원작의 그 귀족이 지하 비밀통로에서 안 죽은 것은 아닐까?

그가 제안한 일이었지만 오늘 이반의 모습을 떠올려 보니 막상 실행에 옮기기 껄끄러웠다. 그러나 그가 고민에 빠진 사이 아나이스가 비자금을 손에 넣기 위한 전략을 모두 수립해 버렸다. 그녀는 어느새 그로부터 회의 주도권을 빼앗아 작전의 세부 사항을 전달하고 있었다.

“내일부터 또 바빠지겠군요. 돈을 찾기 위해서 갖춰야 할 서류와 신분들이…….”

“최소 세 사람은 이 일에 매달려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리고 다른 단원들에게 누설하지 않도록 하세요. 많이 알아서 좋을 게 없는 내용이니까요.”

“물론이지.”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원더스타인은 음향실을 통해 그들의 대화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만 들리도록 손을 썼다. 그러나 나타샤는 제국 정보부의 상급 요원답게 그 마법의 파훼법을 이미 찾아냈다.

그것은 당장 입에서 튀어나오는 육성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었다. 사물을 통해 한 번 걸러진 소리에는 마법의 적용이 약해졌다. 그 증거로 미노바의 코골이는 들리지 않더라도 그 때문에 벽과 바닥이 울리는 것은 다른 방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그래서 나타샤는 정보부의 최신 발명품 중 하나인 축음기를 동원했다. 그것은 주변의 소리를 담을 수 있었다. 나타샤는 회의가 끝난 새벽에 몰래 방으로 들어가 축음기를 회수해 왔다. 그리고 니카와 나란히 앉아서 그것을 들었다. 축음기에 담긴 음성은 거칠고 조잡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대강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타샤는 그것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솔직히 원더스타인이 그렇게 비밀스러운 정보를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아무르 후작에 대해서는 맞췄다지만, 그것은 그냥 이름 하나 언급한 것에 대해 주군이 반응한 것이 다이기 때문에 그냥 우연이 작용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분명한 음성으로 황실 비자금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ABC 트라이앵글도 나왔다. 이것보다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축음기 성능으로는 세부적인 것까지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다.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서 더 자세한 정보를 캐내야 했다.

“좋아. 나타샤. 당장 근처에 있는 우리 진영의 정보부 지부로 가. 그리고 그곳 병력을 동원해서 이곳 서커스단 사람들을 체포하고 심문해서 계좌를 토해내도록 해.”

“전하?”

나타샤는 니카의 목소리에 싸늘함이 깃든 것을 깨닫고 그녀를 돌아봤다. 그녀는 부하의 시선을 똑바로 맞받아치며 되물었다.

“왜? 내가 공과 사를 혼동하는 사람으로 보여? 내가 이곳에 들어온 목적은 이것 때문이잖아. 두 달 동안 신세 지긴 했지만, 이제는 충분한 거 같아. 콤프라치코스에 대한 정보는 아쉽지만 이만 마무리 지어야지.”

나타샤는 주군의 태도가 왜 갑자기 돌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서커스단 생활하는 게 너무 즐거워 보여서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주군이 3달의 휴가가 끝나고도 더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어쩌지 걱정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태도는 냉정하기 짝이 없었다.

혹시 원더스타인이 뱀 마녀와 연결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일까? 물론 그가 비자금에 대한 것을 알고 있는 게 수상하긴 했지만, 그는 정보의 출처를 밝혔다. 그는 한 귀족의 이름을 댔다.

그는 나타샤가 파악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 재무부에서 일하다가 실종된 사람이었다. 원더스타인이 그와 만난 적이 있다면 비자금에 대해 들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원더스타인에 대해 수상쩍은 점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주군은 왜 갑자기 그에게 돌연 적대적으로 구는 것일까? 그녀의 의문은 니카의 다음 명령을 듣고 풀렸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