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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1

40. 거지남매 – 라우노 패밀리

다음 날, 레오는 카시아를 통해 라우노 패밀리에 접근을 시도했다.

“오베르를 알아?”

항상 오전에 잠을 자는 카시아는 이제야 막 일어나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레오는 대충 둘러댔다.

“네. 거지들한테 들었어요.”

전에 카시아가 있는 가죽거리를 찾을 때 한 거지가 오베르를 언급했었다.

오베르는 라우노 패밀리의 깡패로, 가죽 거리에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보호세를 받고 주변의 건달들이 얼씬도 못 하게 해줬다.

레오가 보기에 그는 라우노 패밀리에서 제법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았다.

“아… 그렇지. 오베르 아저씨가 옛날에 거지였다고 했지.”

카시아는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자리를 고쳐앉았다.

“너는 깡패가 되려고?”

“네.”

레오의 짧은 답변에 카시아는 그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앙상하다. 너무 마르고 작아서 성년의 나이임에도 소년처럼 보인다. 깡패가 되기엔 무리일 텐데.

못내 걱정된 카시아는 눈을 흘기며 부정적인 어투로 말했다.

“거긴 아무나 받아주지 않을걸.”

“괜찮아요. 소개만 해줘요.”

레오는 단호하게 밀어붙였다. 이 여자는 내게 호감이 있다.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다.

그의 추측은 적중해서 카시아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움찔거렸으나 기어이 그만두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알았어. 뭐라고 하면 된다고?”

카시아는 순순히 레오의 부탁을 들어주며 그를 이끌고 오베르를 찾아갔다.

그녀가 찾은 곳은 가죽 거리 입구 부근의 문조차 달리지 않은 황량한 1층 건물이었다.

상가는 아니고 의자와 탁자들만 잔뜩 있는 것이, 척 보기에도 깡패들이 시간을 때우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배가 불룩 튀어나온 중년의 사내가 두툼한 근육을 감싼 비계를 출렁이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 나 왔어.”

오베르는 “허업! 흐읍!”하는 구호를 외치다 카시아를 보고 빙그레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오, 카시아.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뭐 들은 게 있… 옆에는 누구야?”

“내가 숨겨둔 애야.”

“네 아들이라기엔 너무 큰데?”

“당연히 아니지. 나랑 같이 사는 애야.”

“남자친구야?”

그의 질문에 카시아는 붉어진 얼굴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숨겨주고 있던 동생인데. 얘 취직 좀 시켜줘.”

“그걸 왜 나한테 왔어. 그런 거라면 다룬 씨한테 가야지.”

“깡패가 되고 싶데.”

“이 꼬맹이가?”

오베르는 카시아의 곁에 선 쬐끄마한 소년을 내려다보곤 어처구니없어하며 피식 웃었다.

비쩍 마른 레오는 덩치가 크고 뚱뚱한 오베르의 반의반도 되지 않아서 그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으나, 레오는 자신만만한 어투로 말했다.

“이래 봬도 검술을 배웠어요. 일하게 해주세요.”

“얌마.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엌!”

레오는 굳이 말로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오베르의 목울대 옆을 중지로 찔렀다.

아프게 찌른 것은 아니었다. 손끝이 살을 가볍게 누른 정도였지만 오베르는 깜짝 놀라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이 자리는 경동맥을 자르려고 단검을 쑤시는 자리였다.

레오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 요청했다.

“시험이라도 한 번 보게 해주세요.”

“…꼬맹이가 어디서 급소는 주워들었네.”

오베르는 목을 좌우로 꺾으며 눈앞의 소년을 다시 살폈다.

범상치 않은 놈이다. 방금 녀석이 몸을 튕기려는 예비 동작을 전혀 보지 못했다.

방심하고 있던 건 사실이지만 깡패한테 그건 변명이 못 됐다. 어떤 방법을 쓰건 간에 죽이면 이기는 게 깡패의 세계였다. 조그만 몸으로 경계를 덜 사는 것도 능력이라면 대단한 능력이다.

그는 자존심이 상한 듯 툴툴거리며 물었다.

“무기는 뭐로 줄까?”

“양손검이요.”

“무슨 또 양손검이야. 특이한 놈이네.”

오베르는 뒤에 놓인 서랍장을 달그락거리며 뒤적이다가 한손검을 꺼내 들었다.

연습용 목검이 없었는지 그가 꺼낸 것은 진검이었다.

“없어. 한손검으로 해.”

레오는 상관없다는 듯 여상하게 한손검을 건네받았다. 하지만 이내 입가에 잔잔히 퍼지는 미소를 참기 힘들었다. 손에 쥔 검이 무척이나 가깝게 느껴지면서 그의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레오가 차분한 기쁨을 즐기고 있을 때, 오베르는 험하게 깎인 나무 몽둥이를 꺼내 들었다.

건달들을 후려패 혼내주는 용도로 쓰는 것이었는데, 오베르는 레오를 경계해 평소에는 쓰지 않는 작은 방패도 챙겨 들었다.

“와봐.”

레오는 사양하지 않고 다가가며 그를 살폈다.

오베르는 방패를 가슴께에 가깝게 들고 몽둥이를 레오를 향해 내밀고 있었는데, 레오의 눈에는 그가 쥐고 있는 몽둥이가 영 허술하게 보였다.

무릇 무기는 사용자와 단단한 결속을 이루어야만 했다.

레오가 가볍게, 하지만 강한 어울림을 담아 검을 횡으로 휘두르자 오베르가 들고 있던 몽둥이가 반으로 잘려나갔다.

– 통! 도드드륵…

오각형인 듯 육각형인 듯 구분이 쉽지 않게 깎인 나무 몽둥이가 떨어지면서 방에 있던 세 사람 사이로 침묵이 흘렀다.

오베르는 멍청하게 손잡이만 남은 몽둥이를 쳐다봤고, 카시아는 놀란 눈으로 레오를 봤다. 그는 뜻밖에도 씁쓸한 안색을 짓고 있었다.

‘소드마스터가 날 상대할 때 딱 이런 느낌이었을까?’

당시의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떠올린 레오는 입을 꾸욱 다물며 몸을 떨었다.

두 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 * *

오베르와 대결한 날, 레오는 라우노 패밀리에 들어갔다.

카시아는 레오가 시킨 거짓말을 그대로 전하며 남매의 신원을 보증했다.

하지만 라우노 패밀리의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건 레나였다.

오베르의 말을 듣고 달려온 패밀리 간부들은 신발가게에서 레나를 보는 순간 경계를 풀었다. 엄청나게 예쁜 여동생을 보호하려는 오빠, 다른 패밀리에서 보낸 첩자일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허나 의심이 풀리고, 오베르의 말처럼 그가 대단한 실력자인 것과는 별개로 약간의 테스트는 있어야 했다.

그들은 레오가 손에 피를 묻힐 수 있는 사람일지 궁금해했고, 레오는 건달들 몇 명의 목을 무심하게 쳐버리면서 패밀리 간부들을 놀라게 했다.

[ 업적 : 첫 살인 – 레오가 살인의 죄책감을 덜 받습니다. ]

오베르는 간부들에게 “내 말이 맞지? 얘가 내 목을 찌르는데 장난이 아니었다니까.”라며 우쭐거리더니, 남매를 큰 저택으로 안내했다.

“여기야. 보스께서 계시니 인사 잘 드려.”

레나는 저택의 거실에 남겨지고 레오만 따로 불려갔다. 오베르는 거들먹거리며 그에게 예의를 지킬 것을 당부하고 사라졌다.

레오가 몇 군데 칼자국이 깊이 새겨진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벽난로에서부터 이어지는 한 사내의 그림자가 레오를 덮었다.

[ 업적 : 패밀리 보스와의 첫 만남 – 깡패들이 당신의 말을 미약하게 신뢰합니다. ]

중년을 벗어나 노년에 발을 걸친 사내가 느린 걸음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는 라우노 패밀리의 보스인 조세프 라우노였다. 그의 가문은 비록 귀족은 아니었으나 대대로 자신에게 라우노라는 성(姓)을 붙여왔다.

성의 기원은 그들도 몰랐다.

조세프의 할아버지도, 그분의 할아버지도 라우노였으니 전통으로 삼아 그저 지켜갈 따름이었다.

조세프는 희끗해지기 시작한 머리카락보다 훨씬 젊어 보였고 사람 좋은 잔주름이 눈가에 맺혔지만, 두꺼운 입술을 잔혹하게 다무는 사내였다.

그는 레오를 환대하며 동생의 보호를 흔쾌히 허락했다.

레오를 내부 패밀리에 넣어준 것이다.

그를 ‘내부’로 넣어준 것은 큰 특혜였다. 패밀리들은 거느린 수많은 조직원 대부분을 ‘외부’로 돌렸다.

조세프가 다시 한번 악수를 청하며 단정 지었다.

“자네가 우리의 가족이 되어 가족을 위해 힘써준다면, 우리도 자네와 자네 여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네.”

내밀어진 그의 손은 넓고, 호의가 가득해서 레오는 그 손을 맞잡았다.

* * *

남매에게 저택의 방이 제공됐다. 크지는 않지만 갖출 것은 모두 갖춰진 방을 보자 레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

“우와! 여기가 우리 방이야?”

레오는 방을 샅샅이 둘러보는 동생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아니. 여긴 네가 혼자서 쓸 방이니까 편하게 사용해.”

“오빠는?”

“나는 옆 방을 쓰기로 했어.”

“힝… 나랑 방 같이 쓰면 안 돼?”

“안될 건 없지만 방 두 개를 쓸 수 있는데 굳이 하나만 쓸 필요는 없잖아? 바로 옆이니까 오빠가 자주 올게.”

그는 “이잉, 같이 쓰자아~.”라며 칭얼거리는 동생을 달래며, 그동안 쌓였던 한이 풀려나가는 기분을 만끽했다.

레나가 좋은 것만 봤으면 좋겠고, 레나에게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주겠다.

함께 서로의 방을 번갈아 돌아다니던 남매는 저녁 시간이 되어서 아래로 불려 내려갔다.

패밀리 저택의 중앙 홀은 식당으로 쓰이는지 널따란 식탁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전면으로는 연달아 놓인 3개의 커다란 대문을 열어 마치 문 앞의 정원과 홀이 연결된 듯한 개방감을 뽐냈다.

이 저택은 내부 조직원의 가족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여러 개의 건물을 하나로 이어둔 본거지였다. 통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한참 헤맬 수밖에 없었고, 레나와 레오 역시 한동안은 안내를 받아야만 했다.

남매가 내려와 보니 홀에는 여든 명이 넘는 깡패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있었고, 상당수는 요리를 나르느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이윽고 다들 착석하자 오베르가 일어나 목청을 가다듬었다.

오베르는 레오의 예상대로 직급이 높았다. 다만 그는 현역에서 물러날 나이어서 저택에서 가장 가까운 가죽 거리를 관리하며 소일하고 있었다.

오베르가 자리에 앉은 남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우리 새 가족이야. 이쪽이 오빠인 레오. 바짝 말랐다고 우습게 봤다간 큰일 날 거야. 그리고 이쪽이 동생인 레나야.”

“레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레나에요.”

레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고, 레나는 쑥스러운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기가 무섭게 도로 쏙 앉아버렸다.

홀에 모인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휘익! 남매인가? 동생이 예쁘다더니… 세상에.”

“어머머! 어쩜 이렇게 이쁘고 잘생겼을까. 반가워요.”

레오는 패밀리의 환대가 기꺼웠다.

이곳에 들어오길 잘한 것 같다. 여긴 아주머니들과 어린 애들, 노인도 있어서 동생이 몸을 숨기고 성장하는데 최적의 장소로 보였다. 이 대가족 속에서 레나는 반듯하게 크겠지.

남자들이 전부 깡패들이긴 하지만 뭐 어떤가. 하는 일이 그런 일일 뿐 각자 가족에게 헌신적인 남편이고 아버지일 텐데.

레오에게 깡패들이 몰려들어 술을 권했다. 남자들이 흔히 하는 질문을 주고받을 때, 레나는 가족들에게 귀염을 받았다.

몇몇 아주머니들은 반갑다며 선물을 건네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레나는 오빠에게 달려가서 이거 내가 받아도 되는 거냐며 물어보는 통에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다음 날, 레오는 일찍 일어나 바로 동생의 방을 찾았다. 레나가 일어날 때 내가 옆에 없으면 불안해할지도 모른다.

그는 이번엔 레나를 방치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슬슬 잠에서 깨려는 듯 움찔거리는 레나가 있었다. 그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예쁜 내 동생.

레오는 팔불출 아버지처럼 그녀의 코와 입술을 만지작거려 기어이 깨우고는 아침을 같이 먹었다.

그리고 그는 동생을 패밀리의 다른 또래에게 붙여주고서야 안심을 했다.

이제 자기들끼리 놀면서 이곳의 생활을 배우겠지.

그제야 레오는 보스를 찾았다.

조세프 라우노는 그에게 한 깡패를 붙여주며 말했다.

“일은 천천히 시작하지. 자네는 이 친구한테 일을 배우는 시간을 갖게나.”

그는 레오를 급하게 써먹을 생각이 없었는지, 새로 들어온 실력자를 굳이 몇 달간 놀리며 가르치는 시간을 베풀었다.

레오가 배운 것은 상권 관리도 있었지만, 주로 배운 것은 청부살인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앞으로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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