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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1

41화 닥쳐라, 이 악마야

악마들은 손쉽게 소탕되었다.

애초에 잠입을 위해 특화된 타락의 악마들은 전투능력이 낮다.

거기다 신성의 불꽃 바깥으로는 도망치질 못하니 일방적으로 사냥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엄청난 숫자야. 이만한 수가 내부에서 사보타주를 했다면…….’

구대성은 이 퀘스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난이도를 지녔음을 새삼 깨달았다.

내부에만 이만한 악마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아무리 A급 공략대가 온다 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었을까?

구대성은 아니라고 봤다.

“역시…….”

이 남자다.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현대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상식을 가진 이세계의 왕.

지구에 적응할 생각 따윈 없는, 오히려 지구가 자신에게 적응하라 강요하는 오연한 왕족.

그러나 이 남자의 방법은 언제나 결과를 가져온다.

과연, 일개 민초에 불과한 우리들이 이 남자를 믿는 것 말고 방법이 있나? 차라리 그에게 거는 게 낫지 않나?

그것은 구대성은 물론이고 헌터들도 내심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만년 D급에 불과한 자신들이 악마들의 군세에 맞서 싸울 정도로 성장했으니까. 그래도──

“김 팀장님. 저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미투.”

헌터들은 광장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

성 내부의 악마들이 일망타진됐다.

하지만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자신들 틈 속에 타락자가 있음에 경악했고, 혹시 제 옆의 누군가가 악종이 아닐까 두려움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사람의 살가죽을 뒤집어쓴 악마들을 두려워했다.

“끌어내라!”

레온은 그들의 두려움을 희석시킬 필요를 느꼈다. 모든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포한 악마 한 마리를 광장 중심에 매달았다.

“스페로 왕국의 시민들이여,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이 사자심왕이 존재하는 한 이 악종들은 너희를 범할 수 없느니.”

시민들은 매달린 악마를 응시했다. 하지만 그 시선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더 가득했다.

매달린 악마는 자신에게 향해지는 두려움을 만끽하며 음산한 목소리를 흘렸다.

“흐하하하하…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너희들은 파멸할 것이다. 타락의 권능이 너희들을──”

“닥쳐라, 이 악마야!”

“꾸헭?!”

레온의 손날이 악마의 두개골에 내리치자 손바닥 모양으로 함몰됐다.

두개골이 함몰되며 눈알 하나가 터져나가고, 턱까지 내려앉은 악마의 모습은 추레하기 짝이 없었다.

“이 추레한 짐승을 보아라! 이 타락한 권수들이 너희들을 유혹하고 두려움에 빠지게 하는 원흉이다! 그대들이 굶주린 것도, 그대들이 병에 드는 것도, 그대들 가정에 불화가 드는 것도, 그대들이 오늘 아침에 넘어진 것도, 결혼을 못한 것도, 도박에서 돈을 잃은 것도 모두 이 악종들의 탓이다!”

“그게 왜 내 잘못──”

“닥쳐라, 이 악마야!”

“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오른쪽 귀가 뽑혀 나갔다. 악마가 비명을 질렀다. 시민들은 그런 악마의 모습을 구경하며 의문을 가졌다.

-뭐야, 우리 엄마가 병든 게 저 악마 탓이라고?

-내가 메릴다한테 고백하다 실패한 것도 다 악마 탓이야?

-어제 도박장에서 돈을 잃은 것도 저 새끼가 작업한 거여?!

“이 버러지 같은 것들! 그게 왜 내 탓──”

“닥쳐라, 이 악마야!”

“끼이에에에에에에에에엑!”

손가락이 반대방향으로 접혔다.

“올바르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이여. 악마들은 그대들의 삶에 불운을 가져오는 존재다. 그대들의 삶 모든 불운에는 악마가 관여했음이야. 그대들이 올바른 신앙을 알지 못하는 것도 악마가 훼방을 놓았기 때문이다.”

무지성 다 악마탓. 악마는 억울했지만, 항변하지도 못했다. 무어라 입만 열면 레온의 폭력이 가차 없이 휘둘러지는 탓이다.

“허나, 두려워할 건 없다. 그대들을 위하여 전쟁과 불꽃의 신성, 페토스께서 신성한 불꽃을 내려주셨으니.”

레온은 광장을 불태우던 목재를 쥐었다. 타오르는 불꽃은 레온의 살갗을 조금도 태우지 않는다.

“거기 그대. 적발 청년.”

“저, 저 말입니까?”

“그래, 이리 나와라.”

레온이 콕 집어 지명하자 어쩔 수 없이 나서는 청년. 레온은 그에게 타오르는 목재를 건넸다.

“쥐어라.”

“예?”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청년은 망설이면서도 이 불꽃을 통과하던 때를 떠올렸다. 악마가 아니면 상처 입히지 않았던 맹렬한 불길. 한 번 경험했기에 그는 이 불타는 목재를 쥐었다.

“와아…….”

그리고 예상한 대로 불길은 청년을 상처 입히지 않았고.

“이것으로 이 악마를 벌해라. 이 악마가 마땅한 벌을 충족할 때까지.”

“앗… 그, 그건…….”

“자비를 베풀 셈이냐? 네놈, 설마 악마를 동정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제 아버지도 이 악마들한테 죽었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분노를 표출해라! 전쟁의 신성께서는 마땅한 분노를 기꺼워하시니. 너희들에겐 이 삿된 짐승을 정화할 의무가 있다!”

꿀꺽, 청년은 목재를 쥔 채 악마를 응시했다. 악마의 사나운 눈이 청년을 노려보자 두 다리가 떨린다.

너 그걸로 날 건드리기만 해봐라.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릴──!

“눈 착하게 뜨지 못할까!”

“꾸헭?!”

레온의 주먹질에 이빨이 우수수 털리는 악마.

두개골은 함몰되고, 눈알은 뽑히고, 귀는 뜯겨져 나가고, 이빨까지 떨어져 나간 그 참담한 모습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들어라, 시민들이여! 그대들에게는 이 삿된 짐승을 처벌할 마땅한 권리가 있느니! 벌하라! 고통을 줘라! 산채로 태워버려라!”

불타는 목재는 쌓여 있었다. 그 신성은 옅어졌으나 그렇기에 더욱 오래 악마를 고통스럽게 하리라.

“으아아아아악! 아버지의 원수!!”

“꾸헭?!”

청년이 불타는 목재로 악마를 두들겨 팼다. ‘신성한 와이어’에 묶인 악마는 저항할 수 없었고.

“악마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시민들의 환호성은 악마를 두렵게 만들었다.

“이, 이 미친 놈들! 너희들에게 타락의 저주가──”

“닥쳐라, 이 악마야!”

악마는 항변할 혓바닥마저 뽑혀 나갔다.

그리고 악마는 몰랐다.

시민들에게 맞아 죽는 자신은 지극히 행운아라는 걸.

* * * *

지하감옥.

음습하고 축축한 성의 지하에는 악마들이 붙잡혀 있었다.

쾌락과 타락의 악마 벨타스는 축축한 지하 감옥에서 울리는 비명소리에 파르르 떨었다.

악마생 34년. 그동안 숱한 인간들을 고문하고 타락시켰지만, 설마 자신이 이런 처지가 될 줄은 몰랐다.

“크윽… 어, 어째서 손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거지?”

벨타스는 자신의 손에 묶인 ‘와이어’를 풀려 애썼으나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다각다각!

유난히도 섬뜩하게 울리는 철소리. 철로 된 다리가 돌바닥을 두드리며 이동하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끼룩

시뻘건 카메라 아이들이 벨타스를 응시했다. 미니멀한 사이즈는 얼핏 보면 귀엽다고도 할 수 있었지만, 벨타스는 알았다.

저 작은 동체의 기계거미가 동족들을 무참히 학살했다는 것을.

“뭐, 뭐냐!”

기계는 어떻게 타락시켜야 할까? 벨타스는 당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야피가 말했다.

-정보를 제공바람.

“하! 미물 따위가 하는 말을 들을 것 같으냐!”

호기롭게 지껄였지만, 차가운 기계의 시선은 무덤덤하게 그를 응시할 뿐이다. 어째 불안할 정도로.

-포로 14번. 비협조적.

그 말을 끝으로 야피가 철로 된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무장한 병사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하! 죽일 테면 죽여라! 내 반드시 부활해 너희들을… 그, 그건 뭐냐!”

벨타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병사들이 가져온 물 여물통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 탓이다.

여물통에는 성배의 성수가 희석된 물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빅데이터 참조. 합리적 결론 도출.

그, 그게 뭔데? 벨타스가 파르르 떨리는 의문을 속으로 삼켰다.

-물은 정답을 알고 있다.

“뭐?”

순간, 벨타스의 목에 와이어가 감겼다. 야피의 기계팔이 휘감은 와이어를 당기자 그대로 악마의 안면이 여물통에 처박힌다.

“끄르하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살갗이 녹아드는 고통에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벨타스.

올라오는 거품이 그의 비명을 대신했다.

“푸핡!”

목에 감긴 와이어에 힘이 풀리자 곧장 얼굴을 들어 올리는 벨타스. 벨타스의 얼굴 낯짝은 흉측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너, 너 이 자식! 나는 쾌락과 타락의 악마 벨타스다! 이런 짓을 벌이고도──!”

-비협조적.

어푸! 어푸풁! 끄헤에에에엑!

성수가 희석된 물통은 악마를 소멸시키기에는 충분치 않다.

하지만 고통만은 확실했다.

“쿠헤엙!”

-협조바람. 객관적 판단하에 유용한 정보제공 요청.

“자, 잠깐.”

-비협조적.

=푸헤에에에엑!

“사, 살려줘.”

-비협조적.

-끄르하아아아아악!

“마, 말하겠다! 뭐든 말하겠어! 그러니까 제발 성수는 그만! 그마아아안…!

그제야 야피는 와이어를 당기던 힘을 풀었다.

“그, 그런데 뭘 말해야 하는 거냐. 나는 아는 게 없──”

-비협조적.

“마, 말하게쓴니다. 머든지, 머든지 말하테니…… 그만, 그만해주세여…….”

벨타스는 자신이 아는 것을 모조리 실토했다. 인간을 타락시키는 법, 중상급 악마들이 자리 잡은 곳, 위치, 규모… 무엇이든 자신이 아는 건 모조리 실토했다.

벨타스가 한 말은 단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기록 중이던 야피는 차가운 기계음을 흘렸다.

-14번 포로. 정보 텍스트 30,564자. 1~13번 포로의 평균 텍스트 39,667자에 9,104자 못 미침.

“예? 그게 무슨…….

-귀하는 더 많은 정보를 실토할 수 있음.

이 미친놈이?! 평균이라매! 평균이라매! 그리고 텍스트 숫자로 어떻게 내가 더 말할 수 있는지 알아!

-함량미달시 포로의 생명유지 필요성에 지대한 의문을 제기.

“뭐부터 말할깝쇼?”

* * * *

-이상. 32개체의 정보 텍스트 종합. 유사성 89% 이상의 정보일치. 합리적 진실이라 도출.

야피의 보고는 실로 정확하고 합리적이었다.

악마들을 고문해 무엇이든 정보를 내뱉게 하고 그들이 내뱉는 정보 중에서도 서로가 일치하는 정보를 찾는다.

일치율이 높을수록 정확한 정보일 테니, 이를 바탕으로 레온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흠, 잘 알았다. 수고했다, 스피너 경.”

-끼룩!

레온은 정리된 정보를 사용해 악마들을 주살할 생각이다. 광장에서 수백 마리의 악마들을 도살하긴 했지만, 그런 하급 악마들론 신성을 강림할 수 없다.

적어도 상급악마 다섯 마리 정도는 처리해야 여신 플르를 강림시킬 수 있을 터.

“스피너 경. 정보를 다 획득한 악마들은 어떻게 했지?”

-처리함. 127데시벨 평균 14초 유지. 매우 성공적.

그것이 지하감옥에서 울리는 절규의 비명소리임을 야피는 구태여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일정 음압이 나올 때까지 고통 속에서 죽게 해라’라는 주문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다.

-광장 처형대 개체도 사망을 확인. 최고 155데시벨. 시민들의 환호성 189데시벨.

야피는 악마들이 부르짖던 괴성을 재생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주겨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

“흠, 정의가 수행된 소리는 언제 들어도 감미롭군.”

레온은 이를 끝으로 침실에 들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내일 아침부터 악마들을 사냥할 것이다.

지난 200여년 동안 레온은 악마들의 흔적을 쫓으며 도망치는 놈들을 사냥해왔다. 그는 악마 사냥의 스폐셜리스트.

그 누구도 사자심왕의 주살을 피하지 못하리라.

‘가슴이 뛰는군.’

레온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품은 채 침대에 누웠다. 베개 맡에서 그는 악마들을 잔혹하게 사냥하는 내일을 상상한다.

“흠…….”

가슴이 답답하다. 잠이 안 오고 손발이 달달 떨린다. 이상하다.

뭐지? 왜 마음이 평온해지지 않지? 심장이 두근거리고 정수리가 솟구칠 것처럼 끓어오른다.

‘짐이 이렇게 잠에 든 동안에도 악마 놈들은 그 더러운 숨결을 지상에 내뱉겠지?’

그것을 떠올리자 분노가 치솟았다. 눈에 핏발이 서고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폐하. 심박수 급증. 현기증 증세. 흉부 통증. 호흡곤란 발생.

“크으으…!”

레온은 벌떡 일어섰다. 도저히 잠이 오질 않는다.

“스피너 경. 악종들이 나와 같은 땅에 살아 숨 쉰다는 것에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이를 어쩌면 좋겠는가?”

-조속한 원인제거.

“명안이다! 밤 나들이를 나가야겠어!”

레온은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살아있는 반신에게는 무한한 활력이 있어 아무리 전투를 반복해도 지치지 않는다.

그것은 기계도 마찬가지. 레온은 야피와 함께 성 밖으로 뛰쳐나갔다.

악마들에게 잔혹한 밤이 시작됐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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