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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11

EP.410 16. 기사 이반 (18)

서브 퀘스트 ‘라하이나 눈’의 목표는 레이나의 그림자를 그녀의 사회적 나이와 일치할 때까지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그것을 달성하면 그 보상으로 그녀는 가면을 자유자재로 탈착할 수 있었다.

퀘스트의 진행 방법은 간단했다. 그녀의 그림자가 그 나이 때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제공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단원 퀘스트로 명확하게 떴기에 원더스타인은 간편하게 그녀의 욕구를 파악하고 충족시켜 줄 수 있었다.

그는 그녀를 유치원에 데려가 또래들과 어울리게 해주었고, 직접 만든 도시락을 손으로 먹여 주기도 했으며, 매를 들고 따끔하게 훈육을 시키는 한편, 함께 거리를 거닐며 축제를 즐기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의 그림자는 한 달 만에 4살에서 8살로 자라났다.

그는 이 정도 속도라면 4월쯤에는 그녀의 현재 사회적 나이인 17살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8살이 된 지 한 달이나 흘렀는데도 추가 퀘스트가 뜨지 않고 있었다.

그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보자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말대로 일이 진행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그림자가 더 이상의 성장을 거부하는 이유가 뭔지 어렴풋이 짐작 갔기 때문이다.

8살은 그녀가 어머니를 떠나보냈던 해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그녀를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도 크게 변했다. 그녀의 그림자는 행동거지만 어릴 뿐, 기억은 그녀 자신과 온전히 공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8살 이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보다 더 나이 먹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공포는 고작 한두 가지 바람을 들어준다고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닐까? 단장님의 어린 딸로?’

레이나는 그저께 원더스타인과 같이 목욕했던 일을 떠올렸다. 8살이면 이제 혼자서 씻을 수 있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가 씻겨주는 것을 즐겼다. 처음에는 그러고 나서 가면을 다시 쓰면 자신이 저지른 짓에 몸 둘 바를 모르던 그녀였으나 이제는 가면을 쓰고 난 다음에도 그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리곤 했다.

“아빠. 잠시만 안고 누워 있으면 안 돼요? 딱 30분만요.”

그림자로서 행동했던 기억은 그림자뿐만 아니라 그녀 본인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라하이나 눈의 퀘스트가 그녀의 그림자를 정신적으로 성숙시켰던 것과 반대로 그녀 본인은 정신적으로 퇴행시켰다.

유년기에 애정결핍에 시달렸던 사람이 어른이 되고 나서 연애를 시작하면 연인에게 아기처럼 굴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녀도 원더스타인과 둘만 있을 때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그림자가 미래로 한 발자국 나아갈 때마다 그녀 자신은 과거로 반 발자국 정도 물러났다. 그림자를 미래로 유도하는 작업은 기억을 공유한다는 특성 때문에 현재의 그녀를 과거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저 솔직히…… 진짜 아빠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요?”

레이나는 그저께도 침대에 누워 원더스타인의 품에 꼭 안겨 그렇게 칭얼댔었다. 그것은 그녀의 진심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빠에게 계속 어리광 피우고 지낼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물론 그분은 자신의 속마음을 모르는 듯 그런 얘기를 꺼낼 때마다 언젠가 저주를 해제할 수 있을 거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하곤 했지만…….

“아침부터 너무 슬픈 곡이지 않아?”

벤조를 뜯던 레이나의 손이 멈췄다. 그녀에게 말을 건 사람은 엘라였다. 아까부터 잠옷을 입고 욕실을 왔다 갔다 하던 그녀는 어느새 붉은색 연미복을 갖춰 입고 그녀 앞에 앉아 있었다.

레이나는 아침 식사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식당에 있는 단원들은 대부분 후식을 즐기고 있었고 마당 한 구석에는 랫맨들이 남은 잔반들을 대강 섞어서 죽을 끓여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감상에 좀 빠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연주해버렸어.”

레이나는 다시 벤조를 뜯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다른 경쾌한 곡을 연주했다. 덕분에 식당의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그런데 넌 무슨 볼일이야?”

한 곡의 연주를 끝마치고 레이나는 여전히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엘라를 향해 질문했다. 그녀의 반응은 마주한 사람이 무안함을 느낄 정도로 차가웠다. 물론 엘라는 그녀가 화났거나 사람을 깔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싸늘한 말투나 눈빛은 모두 그녀의 아버지인 지몬이 학대에 가까운 훈련으로 강요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괴물서커스단으로 적을 옮긴 지 4개월이나 되었다지만, 10년 가까이 몸에 밴 버릇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았다.

어차피 엘라는 레이나가 누구보다 착하고 순진한 친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황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빠지면 그녀의 어리숙한 본 모습이 나타나곤 했다. 그래서 그녀가 이렇게 쌀쌀맞게 대꾸한다고 해도 전혀 섭섭함을 느끼지 않았……

“레이나 양, 아침 연주 잘 들었어요. 나중에 또 부탁해도 될까요?”

유라크네와 차를 마시던 원더스타인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녀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갔다. 그러자 레이나는 들뜬 목소리로 밝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네, 네! 물론이에요! 어, 언제든지 부탁만 해주세요! 네! ……휴, 그래. 무슨 볼일이지?”

방금까지 간드러진 가성을 내며 아양을 떨던 그녀가 자신과 얘기할 때는 다시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엘라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나 진짜 섭섭하다.”

“무슨……말이야?”

정말 모르겠다는 말투로 되묻는 친구를 보고 엘라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레이나에게 무슨 죄가 있겠어. 다 저 인간의 탓이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 그래. 무슨 볼일이냐고 물었지? 우리 조금 있다가 쇼핑 가지 않을래? 니카 양이 자기 몸에 맞는 옷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고.”

니카 양이라는 낯선 단어에 레이나는 잠시 멈칫했다. 지금까지 그들은 니카를 니카 군이라고 불러왔었다. 다른 어린 남자애들은 그냥 이름을 막 불렀지만, 그만은 정식 단원이 아닌 객원인데다가 귀족 출신답게 여자 단원들에게 예의 바른 태도로 대했기에 그만큼 존중해준 것이다.

그런 그가 오늘 아침 식사 전에 사람들 앞에 서서 자신이 여자임을 밝혔다. 단원들은 반은 놀란 듯했지만 반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그만큼 그녀가 지금까지 은근히 티를 낸 게 많았기 때문이다.

“그, 그게 집에서 워낙 남장하고 다니라고 그러셔서요. 나타샤가 가문 일을 처리하러 간 동안에는…… 좀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 밝혔습니다. 안 그래도 이제 제가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날이 한 달도 안 남았기도 했고요.”

니카는 어젯밤부터 며칠 동안 여자 옷을 입고 다닐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지금까지 샀던 옷들은 대부분 그녀의 몸에 맞지 않았다. 몸이 커진 것과 체형의 변화를 고려 안 하고 대충 남자 때를 기준으로 옷을 고른 탓이었다.

“단장이 여기서는 밖을 돌아다니려면 최소 6명은 뭉쳐 다니라잖아. 클라라 선배가 어제 그렇게 된 마당이라 걱정이 되나 봐.”

엘라는 그 대목에서 코웃음을 치며 인상을 팍 찌푸려 보였다. 레이나는 그 모습을 보고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엘라가 원더스타인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 일부러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 같이 가자. 그런데 6명이라면 나머지 3명은 누구야?”

“일단 루리와 삼손.”

“2명은 2명이네.”

레이나는 식당 구석에서 뭔가 서류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는 도스빌 남작과 그 옆에서 그를 보채고 있는 6살짜리 소녀를 바라봤다. 그녀와 그녀의 머리카락은 그에게 동화책의 다음 편을 쓰라고 독촉하고 있었다.

“도스빌, 어서 글을 쓰지 못하겠나? 그런 재미없는 숫자나 만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도스빌 아저씨, 하루에 한 편은 써야죠!”

루리는 답답한지 주먹으로 그가 앉은 식당의 탁자를 쾅 하고 내리쳤다. 그러자 탁자가 세로로 쩍 갈라졌다. 도스빌 남작은 그것을 보고 입을 쩍 벌리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짓더니 곧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나는 오늘부터 맡은 일이 있어서 바쁘다고. 아, 진짜라니까! 단장님이나 너희 아빠에게 물어봐. 야, 그리고 언제부터 하루에 한 편이었어? 4일에 한 편씩 준다고 했잖아.”

그의 말에 루리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성난 파도처럼 마구 뜰썩였다.

“너, 너무해요!”

“저, 저주할 테다, 도스빌!”

“시끄러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나 바쁘니까 아까 한다던 외출이나 어서 가지 그래?”

레이나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을 때, 엘라는 마지막 6명째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식당 구석에 앉아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마야였다. 그녀는 엘라의 제안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나 바빠.”

그녀의 손에는 은빛의 금속 원반이 들려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 달 전에 그녀의 호감도 50 보상으로 얻은 ‘메모리 레코드’였다. 그녀는 아직 그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을 담는 건 가능했지만, 그것에 담긴 내용을 읽지 못했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디스크를 재생할 때와 같은 능력이 필요했다. 아직 엄마가 남긴 디스크도 제대로 해독을 못 한 마당에 그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메모리 레코드를 다루는 데에 그렇게 안달 내지 않았었다. 딱히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원더스타인이 이반의 치료를 위해서 그녀가 가진 도구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후로 그녀는 밤새 잠도 못 자고 그것을 다루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1주일 정도 뒤에 이반을 이곳으로 데려올 거라고 말했고, 마야는 존경하는 스승 앞에서 그때까지면 충분할 거라고 허세를 부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밤새 작은 실마리 하나 건지지 못하고 있었다. 옷 쇼핑 같은 일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그냥 유라크네 씨나 데려가.”

“유라 언니는 예전에 겪은 일 때문인지 이런 곳 돌아다니기 무서워하더라고, 그렇다고 다른 아저씨나 할아버지들을 여자애 옷 사는 일에 데리고 다닐 수도 없잖아? 그러니까 같이 가자. 응?”

끈질긴 설득에 마야는 성가신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봤다.

“입을 옷이 없으면 그냥 내 옷이나 줘. 니카 걔 나랑 키 비슷하던데.”

니카와 마야는 또래 중에서도 키가 작은 편에 속했다. 두 사람 다 155cm 전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엘라는 그녀의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네 옷은 니카 양에게 작아.”

“……뭐라고?”

“아, 너는 아까 니카 양이 여자였던 거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그냥 방에 올라갔었지? 걔 외투 벗은 거 봤는데 가슴 나보다 더 크더라. 지금까지 붕대나 두꺼운 옷으로 몸매를 속였던 거래.”

“그, 그런……”

마야가 당황함을 드러내는 그 순간, 주방 뒤편에서 니카가 걸어 나왔다. 그녀는 엘라를 보며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엘라 씨, 유라크네 씨가 권해서 세탁실에 걸려 있던 옷들 입어봤는데 제 몸에 맞는 건 없었어요. 아, 그리고 루엘로 양 거였나? 아동복 같은 게 있던데 입다가 단추가 터져버렸어요.”

그때, 그녀의 뒤를 따라 세탁실에서 나온 유라크네가 그녀의 말을 바로잡아 주었다.

“니카 양, 그거는 마야 양 거예요.”

“아, 그래요? 워낙 작아서……. 죄송합니다, 마야 씨.”

엘라는 스산한 기운이 등골을 훑는 기분에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마야가 무서운 눈빛으로 니카를 쏘아보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가자.”

“어,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어?”

“내 옷 찢어 먹었잖아. 나도 새로 하나 사야지.”

“아, 그렇구나. 좋아. 바로 출발하자.”

엘라는 아직도 도스빌 남작을 붙잡고 동화책 타령을 하는 루엘로를 달래기 위해 달려갔다. 마야는 여자들끼리 쇼핑을 나간다는 말에 긴장한 표정을 짓는 니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정했다.

‘남장하던 애라 역시 체격이 굵은 거일 거야.’

‘세탁실에 걸어 놓았던 그 옷은 원래 나도 단추 안 잠그고 다녔으니까 뭐…….’

그녀는 니카의 가슴에 튀어나와 있던 둔덕의 크기를 자신도 모르게 계산하지 않도록 애썼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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