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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14

EP.413 16. 기사 이반 (21)

숙소로 돌아온 마야는 새로운 깨달음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에 매진했다. 그녀는 한숨도 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다음 날에도 식사까지 거르며 오직 그것에만 몰두했다.

그녀가 그러는 것은 이전에도 몇 번 있었던 일인지라 원더스타인은 그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몇몇 단원들이 그녀의 머리 위로 황금색 빛이 떠오르는 것을 봤다는 소식을 전해오자 그는 서둘러 그녀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는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일단 전체 채널을 통해 단원들에게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그들이 목격한 현상은 게임에서도 나온 적 있었다. TTT에서 주인공들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수한 효과가 발생하곤 했는데 그것과 일치했다.

그것은 이 세계에서 ‘만다라’라고 불리는 현상이었다. 사람이 주변과의 연결을 완전히 차단하고 자기 자신에 몰입할 때 나타나는 것이었다. 만다라에 빠진 사람은 머리 주변에 황금색 후광을 방출한다고 했다.

그것은 노린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육체적, 정신적, 영혼적 파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순간에 번뜩이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단 겪고 나면 자신의 분야에서 한 단계 이상의 진보를 보인다고 했다. 이름난 학자나 장인들도 일생에 몇 번 경험하기 힘들다고 하니 괜히 게임에서 그것을 레벨이 오르는 효과로 썼던 게 아니었다.

원더스타인은 예전에 아르노에게서 파피락스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 만다라에 대한 것도 들었었다. 그것은 파피락스와 완전히 대칭점에 서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마신 시네페쿠스는 득도를 앞에 둔 종교인이나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려는 학자들 앞에 주로 나타나 심마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동안 파피락스에 시달려왔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가 새로운 경지로 도약할 가능성에 근접했다는 말이 됐다.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그 벽을 무너뜨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마 그녀는 지금 마법사로서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가 단원들에게 마야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마야의 방에 도착한 그는 눈앞에서 그녀의 머리 위로 후광이 한 번 더 번쩍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게임에서 만다라는 그저 빛들이 수 놓인 우주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니 그는 그 빛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뇌 안에 있는 신경망이었다. 진화연구소의 힘 덕분에 사람의 몸속을 들여다보는 데 익숙한 그였기에 눈치챌 수 있었다. 광활한 우주 공간에 반짝이는 별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뇌 안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신호들이었다.

사람의 뇌는 어떤 기억, 어떤 사고, 어떤 감정을 떠올리느냐에 따라 뇌에서 해당 부분과 관련된 신경세포들의 연결이 강화되곤 했다. 만다라를 경험하는 사람의 머리 위로 번쩍이는 후광은 뇌 전체에 강력한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면서 머리 쪽의 마력이 그에 자극받아 밖으로 그 형태를 표출하는 것이었다.

“아름답다…….”

단원들 모두 허공에 수 놓인 우주를 감상하는 가운데 레이나가 중얼거린 한마디를 듣고 원더스타인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보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마야의 방에 들어와 있다가 자칫 잘못하다가 그녀의 집중력을 깨트릴 수 있었다.

그는 즉시 단원들을 방 밖으로 나가게 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홀로 방안에 남았다. 혹시나 그녀의 몸에 뭔가 이상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방구석에 앉아 그녀를 조용히 지켜봤다. 새하얀 피부에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눈을 감고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에 인형 같다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었다.

그렇게 이틀, 사흘, 나흘이 흘러 마침내 닷새째가 되었을 때, 마야는 긴 호흡을 내쉬며 눈을 떴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이번 명상을 통해 얻어낸 것을 정리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아.”

며칠간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은 탓인지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마자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그때, 두 팔이 불쑥 들어와 그녀의 몸을 받아주었다.

마야는 몽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지탱해준 사람을 올려다봤다. 금발의 미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익숙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괜찮나요, 마야 양?”

“단장님?”

마야는 그가 왜 자신의 방에 있는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이 연구를 시작한 날로부터 5일이나 흘렀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경험한 무아지경은 시간의 흐름조차 잊을 정도였다.

원더스타인은 설명에 앞서 우선 그녀의 몸 상태부터 살폈다. 다행히 그녀의 몸에서는 조금 지친 것 외에는 크게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몸을 들어 침대에 눕힌 다음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듣더니 드물게 표정에 변화를 보였다. 그녀도 만다라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설마 신비의 극에 달한 그 경지에 발을 디디다니. 믿기 힘든 일이었다.

“닷새 동안 무려 17번이나 광채가 번쩍였습니다. 여태껏 만다라를 경험했던 사람 중에 한 번에 10번을 넘기는 경우는 잘 없다고 들었는데……. 아, 물론 옆에서 남이 세주어야 하기에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요. 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한 겁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죠? 무슨 계기가 있었나요?”

마야는 그의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는 없었다. 5일 전의 일을 더듬어 본 그녀는 자신이 어쩌다 만다라에 접어들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때, 그녀는 한 사람을 떠올리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얼굴, 그의 목소리, 그의 냄새, 그의 손길, 그리고 그를 향한 자신의 마음.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 열렸고, 그녀는 그 안에 담긴 정신계의 신비를 마음껏 탐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차마 그에게 사실 그대로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 부끄러운 것도 있었지만 혹시나 그에게서 원하던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 달 전, 그는 자신들이 그저 스승과 제자 사이일 뿐이라는 말을 한 번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뭔가 오해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은 말이었기에 아직 확실히 거절당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그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안 됐다.

“제가 물으면 안 되는 것을 물은 건가요?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야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해도 단장님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하긴. 저 같은 문외한이 이해하긴 어려운 내용이겠죠.”

원더스타인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비록 자신이 마법에 대해 모르긴 하나 게임에서 보고 들은 지식이 있었다. 그걸 통해 뭔가 얻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마야는 그의 표정에 섭섭함이 이는 것을 보고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장님은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무학의 떠돌이였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은 그를 깔보는 것처럼 들릴 수 있었다.

“아, 저기, 그게 아니라…….”

“아니, 괜찮아요. 설명하기 힘들죠?”

마야는 그의 질문에 다른 변명은 늘어놓지 못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해를 풀고 싶지만, 그렇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밝힐 용기는 없었다.

“알았어요. 제가 괜한 질문을 했군요. 지금은 일단 푹 쉬도록 하죠. 과열된 머리를 식혀야 하니까요.”

그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마야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입을 꾹 다물었다. 지난 두 달 동안 마사지를 핑계로 그에게 몸이 주물럭거려진 그녀는 이제 그의 손바닥에서 나는 냄새만 맡아도 몸이 반응하려 들었다.

“혹시나 배가 고프면 유라크네 씨에게 말하세요. 두 사람의 채널은 계속 연결해둘 테니까요. 아까 마야 양이 눈을 떴을 때부터 죽을 준비해두라고 해두었답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이불을 끌어 올려주고는 이만 방을 떠나려 했다. 그때, 의자가 휙 날아와 그의 무릎 뒤를 치고는 그를 그 위에 앉혔다. 그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마야를 바라봤다.

“지금 드시려고요?”

“아뇨. 저 배 안 고파요. 그것보다 제 성과를 봐주세요.”

“하지만 지금 몸 상태로 봐서는 그냥 푹 쉬시는 게…….”

“할 수 있어요.”

마야의 단호한 표정을 본 그는 난처한 듯 볼을 긁적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좋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대신 죽부터 드시죠.”

“저는 괜찮…….”

“이건 양보할 수 없습니다.”

생글생글 웃는 그의 얼굴을 마주한 마야는 잠시 그를 노려봤지만, 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녀도 챙길 수 있는 것은 확실하게 챙겼다.

“아.”

그녀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핑계로 그에게 죽을 떠먹여 달라고 한 것이다. 그는 그녀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식사를 마친 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선물해준 세 가지 마도구 중 두 가지를 꺼내 보였다. 스케치북과 메모리 레코드였다.

“이제 저는 레코드에 담긴 기억을 읽을 수 있어요.”

“오, 정말입니까?”

“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상의 신비를 모두 제 것으로 만든 것은 아니에요. 그 일부만을 터득했어요. 레코드의 기억을 읽는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신호 단계까지. 그걸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어요. 사실상 못 읽는 거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제게는 단장님이 주신 다른 마도구가 있어요.”

그녀는 스케치북을 펼치며 말했다.

“이건 제가 본 것을 그림으로 그려주는 힘이 있죠. 즉, 제가 레코드에 기록된 기억을 읽으면 그것이 스케치북에 나타나게 할 수 있어요. 몇 가지 복잡한 주문이 필요하지만, 저는 지난 며칠 동안 그걸 개발해냈죠.”

‘외부 캡처 프로그램이군.’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새로운 마법을 간단하게 정의했다. 그는 마야가 시키는 대로 그녀 앞에 등을 돌리고 앉았다. 마야는 메모리 레코드를 그의 머리 위에 띄운 채, 그의 목 뒤에 손을 얹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실험이에요. 제가 단장님의 기억을 정확히 읽었는지 검증이 필요해요.”

“그렇겠죠.”

“제가 질문을 할 테니, 단장님이 그 답을 머릿속으로 떠올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마야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최대한 사심을 배제한 목소리로 준비한 질문을 꺼냈다.

“제일 좋아하는 여자는?”

“……마야 양, 안 들리는데요? 뭐라고 하셨나요?

인간의 한계치까지 발달한 그의 청각이 감지하기 힘들었을 정도이니 마야가 얼마나 목소리를 작게 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다시 질문을 꺼냈다.

“단장님이 좋아하는 여자는 누구죠?”

“좋아하는 여자요? 흠, 알겠습니다.”

원더스타인은 눈을 감고 가만히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야는 메모리 레코드를 통해 그의 기억을 정보의 형태로 읽어냈다. 그리고 스케치북과의 연동을 통해 방금 자신이 읽은 정보를 그곳에 표현하도록 했다. 그러자 그 위에 어떤 그림이 나타났다.

마야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붙잡았다. 긴장감 때문에 종이 위의 그림을 차마 확인하지 못하겠다.

초록색이나 보라색일 확률이 높지. 뭐 검은색일 확률도 배제할 수 없어. 금색일 확률은 낮아. 누가 나오더라도 괜찮아. 끝에 가서 내가 이기면 되니까. 그들은 천박한 몸짓으로 단장님을 잠시 유혹했을 뿐이니까. 한 장 한 장 착실하게 쌓아가는 내 쪽이 미래에는 더…….

-에오옹!

새로운 마법에 집중하느라 환상을 통제하는 힘이 약해진 틈을 타 고양이 월리가 방구석에 나타났다. 그는 마야의 마음을 반영하는 듯 털을 잔뜩 세운 채 스케치북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빼면서도 스케치북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마야는 용기를 내어 스케치북에 나타난 그림을 확인하기로 했다. 아주 살짝 시선을 돌려 그곳에 그려진 여인의 머리카락 색깔만 봤다.

그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 써야 했다. 그녀는 경악으로 인해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놀랐다. 그곳에 그려진 여인의 머리카락 색은 하얀색이었기 때문이다!

월리가 우렁차게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려는 순간, 스케치북에 떠오른 그림을 확인한 원더스타인의 목소리가 그녀의 꿈을 깨워주었다.

“응? 아직 색은 칠하지 않았네요?”

두 팔을 번쩍 치켜들려던 그녀는 순간 어깨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스케치북에 그려진 그림은 당연히 흑백이었기 때문이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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