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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19

EP.418 16. 기사 이반 (26)

TTT의 주인공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종류는 작품마다 달랐다. 그러나 각각의 기술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콘셉트는 일관적으로 유지되었다. 도적은 참신하고 교활한 특수 도구들을 활용해 적들을 농락하고 함정들을 돌파했고, 마법사는 환상 마법으로 전장을 통제하고 퍼즐을 풀어냈다.

그에 비해 기사의 기술은 철저하게 전투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른 두 사람에 비해 작품 간의 편차도 적은 편이었다. 특히 ‘검술’ 같은 경우는 동작이 조금씩 조정되고 연속기의 배치와 위력이 달라지는 것이 전부였다. 3편에서 사용하는 검술 동작의 80% 이상을 1편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앞서 말했듯이 스킬북에 검술을 넣는다고 해서 그가 뛰어난 검사가 되는 건 아니었다. 검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특정한 검술을 사용하는 남자가 상대라면 그는 양쪽 다 충족시킬 수 있었다.

“크아아아!”

이반의 검이 매섭게 원더스타인을 베어 들어왔다. 검술에 대한 무지한 그는 감히 이반의 동작에 담긴 허와 실을 읽어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다음 그에게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총 9가지인 것은 알고 있었다.

‘네모, 왼쪽 화살표 네모, 세모, 위쪽 화살표 세모, 아래쪽 화살표 세모, 더블 스텝 회피, 오른쪽 범퍼, 필살기 1번 혹은 3번. 아, 혹시 응용 기술까지 익혔다면, 내가 그를 향해 달려들 때 타이밍 맞춰서 누르면 맞받아치는 반격 기술과 동작 취소 구르기까지 해서 11가지인가?’

원작에 대한 지식, 단련된 동체 시력, 그리고 상대의 근육의 움직임까지 읽어낼 수 있는 바이오맨서의 눈. 그 3가지가 합쳐지면서 이반이 이다음 취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이 원더스타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는 이반의 발목과 손목의 위치, 팔과 허리가 돌아가는 방향을 보고 그중에서 정답을 골라냈다. 덕분에 그는 상대의 첫 번째 공격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공격도 너무나도 쉽게 피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반복되었다.

“크아아악!”

이반은 원더스타인이 자신의 공격을 연달아 피해내자 상당히 약이 올랐는지 검을 휘두르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의 다음 동작을 예측하기 힘들도록 움직임을 더 날카롭게 벼렸다.

그 모습을 보고 알렌과 조는 신음을 삼켰다. 저 정도면 그들 둘이 동시에 덤벼든다고 해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검술로 맞붙었을 때 그렇다는 거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이 뒷골목에서 대적할 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죠?”

그러나 그를 상대하는 원더스타인은 여유가 넘쳐 보였다. 그는 이반의 매서운 공격 앞에서도 즐거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어떤 때는 그의 공격을 흘리고, 어떤 때는 그의 공격을 맞받아치고, 어떤 때는 그의 공격을 역으로 이용해 공격해 들어가면서 그를 완벽하게 농락했다.

“놀랍군.”

“단장님이 저 정도로 검의 고수였다니.”

어느새 모여든 단원들이 둘의 싸움을 지켜보며 혀를 내둘렀다. 검술에 무지한 사람들도 지금 원더스타인이 이반을 실력으로 압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는 것은 그와 붙고 있는 이반 본인이었다. 그는 이미 제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원더스타인과 검을 몇 번 섞는 순간, 검투사로서의 정체성이 그를 깨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렀다. 비록 무의식중에 구사한 검술이었기는 하나 너무나 쉽게 자신의 공격을 받아낸 그의 실력에 승부 욕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원더스타인도 그와 검을 겨루는 일에 완전히 빠진 모양인지 자신이 정신을 차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작정하고 덤벼든 이반이었지만 승부의 흐름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가 더 고차원적인 기술을 꺼내도 그는 척척 파훼해 냈고, 그가 기술 하나하나에 위력을 더 실어도 그는 무리 없이 막아냈다.

그동안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넘쳤던 이반으로서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의 머리를 철퇴로 찍었던 남자 역시 황실 근위대 분대장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라고 했지만, 그의 몸이 정상이었다면 충분히 상처 없이 이길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데 일개 서커스단 단장이 이렇게까지 뛰어난 검술을 보유하고 있다니?

오랫동안 검을 잡지 않은 탓에 실력이 녹슬었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었지만,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다. 실제로 지금 그의 컨디션은 역대 최고였다. 그의 뇌 신경세포는 방금 막 복구된 참이라 10년간 축적된 전투 경험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거기다 지금 그의 몸은 원더스타인이 사흘간 보살펴 준 덕분에 어느 때보다 쌩쌩했다.

그가 자신의 기억을 전부 읽었기 때문에 검술의 약점을 알고 있다고 변명하기도 그랬다. 그가 내뻗는 검은 자신의 모든 움직임을 완벽하게 짚어 내는 지점에서만 나타났다.

그런 것은 단순히 자신의 기억을 읽었다고 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검술에 대한 엄청난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다 그가 검을 잡고 휘두르는 동작이나 상대의 공격을 흘리는 기술은 이반이 전투 도중에 감탄사를 내뱉을 뻔할 정도로 능숙했다. 상대의 실력은 속임수도 뭣도 아닌 진짜였다.

그렇게 공방을 이어가던 이반은 추가로 어떤 사실 하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처음부터 자신이 무슨 기술을 쓸지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처음에 그는 그것을 그가 자신의 기억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단정을 지었었다.

그러나 자신이 투기장에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가문의 비전 기술을 꺼내려 할 때도 그는 그것을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였다. 물론 그것도 그의 어린 시절이나 훈련 장면에서 훔쳐봤다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움찔하고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경계 어린 눈빛을 취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말로 설명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 방금 자신이 펼치려던 필살기를 직접 마주한 적이 있는 사람이나 보일 수 있는 반응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이상했어. 단순히 10분 기억을 읽었다고 이렇게까지 대응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이 원더스타인이라는 분명 페드로프 가문의 검술과 최소 수십 번은 맞붙어본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검술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맞받아치는 것도 투기장에서는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가문 비전의 필살기를 반사적으로 경계하는 것도 설명이 됐다.

“아직 그와 비교하면 멀었군요.”

결정적으로 그가 중얼거린 한 마디가 이반의 추론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그는 검을 휘두르던 것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저, 저희 가문과 연이 있다는 건…… 사, 사실이었군요…….”

전투 기능은 모두 회복되었지만, 언어 기능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떠듬떠듬 힘겹게 꺼낸 말을 들은 원더스타인은 아차 싶었다. 원작의 기사와 검을 나눈다는 즐거움에 취해 그만 치료 중이었다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

웃는 남자의 부가적인 기능인 평정심은 즐거운 일을 할 때는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에 더 몰두하도록 부채질했다.

“이런…… 나도 모르게……. 언제부터 정신이 들어 있었습니까?”

“시, 실례지만 아, 아까 전부터…… 그, 그랬습니다. 다만, 다, 단장님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서…….”

“그렇군요. 저도 당신의 실력을 보고 싶어서 그랬으니 피차 그런 걸로 하고 넘어가죠.”

그가 이만 검을 거두려고 했을 때, 이반이 그를 제지하는 동작을 취했다.

“그, 그전에…… 지,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 제 실력은 단장님이 보시기에…… 어, 어느 정도죠?”

“최고입니다.”

“거, 거짓말……. 바, 방금 누, 누구와 비교해서…… 모, 모자란다고 해놓고…….”

원더스타인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말한 그는 당연히 원작의 기사 이반을 뜻했다. 기사의 검술 스킬은 크게 3종류로 나뉘었는데, 느리지만 위력이 강한 ‘압도’, 그보다 위력은 약하지만 빠른 것이 장점인 ‘선풍’, 그리고 대 인간 기술전에 특화 되어 있는 ‘투혼’이 있었다.

각각 최대 5포인트씩 찍을 수 있었고,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두 개의 응용 기술이 해금되었다. 거기에 3개의 특화 검술을 익히기 전에 필수적으로 3포인트를 찍어야 하는 기초 검술도 최대 5포인트까지 찍을 수 있는 데다가 거기도 각각 단계별로 두 개의 응용 기술을 익힐 수 있으니 기사의 검술은 총 60포인트를 찍을 수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그것을 바탕으로 기사의 레벨을 대충 가늠해보았다.

‘기초 3단계, 압도 3단계, 선풍 3단계, 투혼 4단계.’

보통 사람이 이야기 중반쯤 갔을 때, 도달하는 능력치 수준이었다. 즉, 설정의 기준점이 되는 최종 스테이지에 비해 아직 실력이 모자랐다. 거기다 각 단계에서 파생되는 응용 기술들을 그는 별로 익히지 못했다. TT1에서 나온 서너 가지가 그가 구사하는 검술의 끝이었다. 아마 기사가 되지 못하고 바보로 반년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을 솔직히 밝힐 수 없었기에 그는 적당히 그의 가문과 여러 차례 검술을 나눈 바 있음을 밝혔다. 그러자 이반은 모든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나이는 많아도 20대 후반. 그의 가문이 망하기 전이라면, 그는 아마 10대 후반이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그의 가문과 그렇게 검술을 많이 나누었다면, 그는 당시 내전에 참여했던 검사였다고 봐야 했다. 그것도 적대적 진영 소속의. 그는 단순한 가문의 지인이 아니었다.

“그, 그러면 왜, 왜 저를…… 이렇게까지 도우시는지……?”

“그냥 마음의 빚을 더는 거라고 해두죠.”

여전히 그는 핵심을 감추려는 듯 둘러댔지만, 이반은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사정을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아마 가문의 어른들과 전장에서 사나이들이 검으로 나누는 뜨거운 드라마가 있었으리라.

거기다 이반은 방금의 대결을 통해 상대에게서 그 이상의 목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원더스타인이 간간이 드러내 보였던 검술은 철저하게 페트로프 가문의 감술을 파훼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었다. 그 검술에는 최소 10년은 연구하고 매진한 것 같은 집념이 느껴졌다.

그가 자신을 도운 목적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예전에 신세를 졌던 페트로프 가문에게 그 빚을 갚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페트로프 가문의 검술을 뛰어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가문의 검술을 완벽하게 익힌 검사가 대결 상대로 필요한 것이다.

“하, 한 수 더…… 부탁드립니다.”

“괜찮겠어요? 내일 대결이 있는데.”

“그,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베, 베르카 놈을…… 주, 죽이겠어요…….”

원더스타인은 이글거리는 이반의 눈동자 뒤에 어떤 사고가 오가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이반의 공격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용한 기술은 원작의 베르카가 6년 뒤 시점에서 완성한 ‘페트로프 죽이기’였다.

이반이 어떤 검술로 덤비든 완벽하게 맞받아치는 베르카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다. 한 재능있는 검사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파고들어서 개발한 것이니 이반이 원더스타인의 내력을 오해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는 현재의 베르카가 페트로프 죽이기를 어느 정도 완성했는지 몰랐다. TT3 시점의 이반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죽는 것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평했을 정도고 위험한 자였다. 최대한 자신이 도움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얼마든지 상대해드리죠. 그럼 덤벼 보세요.”

“아, 알겠습니다……. 다, 단장님…….”

둘의 검이 다시 서로를 노리고 움직였다. 누군가는 그것을 살벌한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검을 아는 사람의 눈에는 그것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도하고 이끌어주는 것으로 보였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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