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42

⊹ 42화 ⊹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쿠낙이었다.

“어? 쿠낙, 들어왔어요?”

도아의 물음을 무시하며 순식간에 다가온 쿠낙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쿠낙은 제 눈으로 본 걸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떤 미친 작자가 불꽃 속에 제 팔을 찔러 넣는단 말인가?

도아가 그 무모한 동작을 하는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도아가 증발해서 사라지는 줄 알았다.

도아가 털썩 무릎을 꿇은 걸 보고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살아 있는 걸까?’

그때 도아가 꼼지락 움직이는 걸 보고서야, 비명처럼 외침이 터져 나왔다.

깜짝 놀란 그녀가 이쪽을 돌아보자, 안도감에 다리가 풀렸다.

그는 달려가 그녀 손에서 고형 포션을 빼앗아 들었다.

수통에 포션 한 알을 집어넣고 흔든 후에 팔에 뿌린다.

쿠낙의 얼굴은 말 그대로 핏기 없는 새하얀 색이었다.

그런데도 손은 정확하게 움직였다.

도아는 슬쩍 포션이 뿌려진 그녀의 팔을 바라보았다.

장갑과 옷은 재가 되어 완전히 사라지고 맨팔이 드러나 있었다.

붉고 검게 변했던 팔이 순식간에 다시 새하얗게 차올라서 돌아온다.

둥근 분홍빛 손톱도 원래대로 돌아와 붙었다.

도아는 멍하니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쿠낙은 말없이 이어서 그녀의 얼굴에도 포션을 뿌렸다.

온몸이 흠뻑 젖었다고 생각될 쯤에서야 쿠낙이 포션 병을 내려놓았다.

그 와중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아는 어쩐지 멋쩍어져서 굳은 그의 얼굴을 향해 “에헤헤.” 웃어버렸다.

그녀는 B급이고, 제법 강한데 어째서인지 쿠낙에게는 계속 큰 부상을 당하는 꼴만 보여 주는 거 같다.

“쿠낙, 저기―”

도아가 말을 고르는데 쿠낙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엘리멘탈 공략법을 모릅니까?”

도아가 눈을 깜박이고는 말했다.

“일단 반대 상성의 크리스털을 던져서 먹이면 되는 건 아는데, 워터 크리스털이 배낭 안에 들어 있어서…….”

도아가 뺨을 긁적였다.

“저는 어떻게든 감당이 되지만 일행은 감당이 안 될 거 같았거든요.”

“그럼 어떻게 유인을 하든가, 최대한 리스크를 줄여 볼 생각은 없었습니까? 그런 목숨을 거는 무모한 계획 말고 말이죠.”

“목숨을 건 건 아닌데…….”

어쩐지 자꾸 밀리면서 변명만 하게 된다. 도아는 쿠낙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쨌든 잘 끝났으니까…….”

도아가 중얼거리자 쿠낙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렇게 큰 화상을 입으면 쇼크로 사망할 수 있다는 건 압니까?”

으으. 쿠낙, 잔소리쟁이.

도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걱정해 주는 사람에게 저렇게 말하는 건 실례지, 실례야.

도아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전에 던전 때도 생각했지만, 도아 양은 어째서 그렇게 무모―”

더는 못 참겠다.

갑자기 도아가 양팔로 덥석 그를 안아서 쿠낙은 멈췄다.

도아는 전에 써먹었던 방법을 야무지게 또 써먹었다.

조세핀 류, 매달려 사과하기.

“다음부터는 이렇게 안 할 테니까요? 네? 걱정하는 거 잘 알았으니 화내지 말아요.”

꾸욱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윽 하고 신음을 뱉었을 만한 힘이었다.

그러나 쿠낙은 긴 한숨만 쉬었을 뿐이었다.

숨결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알겠습니다.”

“정말요?”

“네.”

도아는 그제야 슬그머니 팔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쿠낙이 덥석 그녀의 양 뺨을 붙잡았다.

도아가 얼떨떨한 얼굴을 하자 그가 찬찬히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괜찮습니까?”

“네? 네.”

“회복통이 심할 텐데요. 화상으로 인한 상처는 더욱이요.”

“…….”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도아는 어설프게 웃어 보였다.

“참는 건 익숙하거든요.”

“별로 달가운 소리는 아니군요.”

쿠낙이 그녀를 놓아주며 말했다.

불꽃이 사그라든 걸 봤는지, 늑대기사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도아 님, 괜찮으신가요?”

“아주르 나자크님.”

쿠낙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한 틈을 타서 도아는 통각을 켰다.

“!!”

순간 허리가 확 꺾였다.

후드득 눈물이 떨어진다.

꺽꺽 소리가 나올 거 같아서 도아는 입을 막았다.

“도아 님!”

“도아 양?!”

도아를 돌아본 쿠낙이 깜짝 놀랐다. 그녀의 몸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안 돼, 못 버티겠어. 통각 오프, 오프!’

순식간에 다시 몸에서 통증이 사라진다. 도아는 숨을 몰아쉬었다.

간신히 도아는 고개를 들었다.

“괘, 괜찮아요. 참을 만해요.”

창백해진 도아의 얼굴을 보고 쿠낙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멀쩡해지면 이상하겠지?’

도아는 주머니에서 아무 약초나 꺼내서 입 안에 쑤셔 넣었다.

“통증을 줄여 주는, 켁?!”

갑자기 쿠낙이 제 입 속에 손을 넣어서 도아는 깜짝 놀랐다.

가죽 장갑이 입 안에 들어오는 게 당연하지만 좋은 느낌은 아니다.

“또 환각제를 쓴 겁니까?”

“하혀혀!(아녀요!)”

도아는 그의 손목을 잡고 밀어냈다.

어딘가 핀트 나간 쿠낙의 검은 눈이 무섭다.

“환각제, 아니라, 통증을 줄여 주는 약이에요.”

“…….”

“완전 의심의 눈초리.”

“회복통을 줄여 주는 마취약 따위 들어본 적 없습니다.”

‘헉.’

그러고 보니 그러네.

향정신성 물질 외에는 답이 없었다.

“도아 님, 무슨―”

쿠낙이 고개를 들었다. 프란츠는 오싹해져서 멈춰 섰다.

“누구지?”

쿠낙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프란츠는 등 털이 다 곤두서는 걸 느꼈다.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면 죽는다.

“쿠낙, 그 레―소소의 일행이에요. 괜찮아요. 우리 편. 프란츠, 이쪽은 쿠낙이에요. 제 일행이고요.”

고통 때문에 순식간에 올라갔던 심장박동 수가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움직여도 되나? 되겠지?’

몸은 다 나았지만, 마나관만 문제 있는 거니까?

마나를 쓰지는 말아야겠다.

도아는 눈물을 대충 닦아냈다. 쿠낙이 아주 조심스럽게 도아의 오른팔을 어루만졌다.

저도 모르게 도아가 흠칫해서 그가 얼른 손을 뗐다.

“아픕니까?”

“괜찮아요…….”

도아가 몸의 긴장을 풀며 말했다.

“약 먹었으니까요.”

“…….”

“앞으로는 안 먹을게요.”

도아가 얌전히 말했다.

‘안 그래도 라크샤샤가 싫어할 테니까.’

통각을 없애는 건 몸의 경고를 듣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회복통이라는 것도 그래서 자연스러운 거라고, 라크샤샤가 그랬다.

―회복통을 없애는 건 멍청이 같은 짓이야. 그러면 사람들은 고통으로 교훈을 얻지 못할 거야. 고통은 몸의 비명이고 자신의 한계를 말해 주는 거지.

라크샤샤는 ‘정신론’을 극도로 혐오했다.

―무슨 수로 정신으로 제 몸을 극복한단 말이냐? 그럼 병자들이 다들 멀쩡해지게? 뒈진 후면 가능하겠지. 그때는 정신만 남을 테니.

그러니까 라크샤샤의 가르침에 따르면 도아는 지금 끙끙거리며 눈물을 떨구고 있는 게 맞는 거였다.

그래야 고통 속에서 후회하며 다시는 그런 무모한 짓을 안 할 테니까.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아야 생존확률이 높아지니까.

게다가 이렇게 움직이면 마나관에도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었다.

마나관이 망가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부터는 어지간하면 그냥 참자.’

도아는 그런 기특한 다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낙이 비틀거리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부축해 주었다.

기사단원들은 프란츠 뒤에 서서 소곤거렸다.

“프란츠, 봐봐.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이야.”

“마검 소유자…….”

탄식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쿠낙은 그들을 무시하며 도아가 바로 선 걸 확인하고 바닥에서 커다란 파이어 크리스털을 주워 주었다.

“아, 고마워요. 와― 예쁘다.”

지금까지 봤던 붉은색 파이어 크리스털이 아니라 푸른빛 파이어 크리스털이었다.

크기는 달걀만 하고, 안쪽에 불꽃이 어른거리는 것처럼 반사광이 비쳐 보였다.

마치 모래사장에서 예쁜 유리 조각을 주운 어린아이처럼 도아는 신이 났다.

그 옆모습을 보니 쿠낙은 어쩐지 기운이 빠졌다.

도아에게 화났던 게 줄어들고 걱정이 앞섰다.

“도아 양, 그렇게 계속 약에 의존하는 건…….”

“B급은 어쩐지 볼 때마다 너덜너덜 하군.”

도아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

“엇, 폐하도 왔어?”

평소와 다르게 로베른의 옷차림이 평범했다.

“어라? 옷이 왜 그래?”

“변복했지. 짐도 가끔은 평민들의 속사정을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고, 네. 그런데 두 사람 다 들어온 거야? 밖에서 단서는 좀 얻었어?”

그가 쿠낙을 보고 미소 지었다.

“마검이 하도 난리를 쳐놓는 바람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어야지.”

“무슨 난리?”

이번엔 도아의 시선이 쿠낙을 향했다.

쿠낙이 조용히 말했다.

“도아 양, 제 생각에 이 마을은 던전화가 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도아는 눈을 깜박였다.

잠시 머릿속이 맹렬하게 회전하는데 몸이 홱 당겨졌다.

로베른이었다.

그가 그녀의 완전히 드러난 새하얀 팔을 보고 픽 웃었다.

“인간 태우는 냄새가 나더니. B급은 인신 공양하는 취미가 있나?”

“제물이 되는 취미는 없어. 다음부터는 무모한 짓 안 할 거야.”

“그런 것치고는 멀쩡해 보이는데, 또 환각제 썼나?”

도아는 당황해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안 썼어. 안 썼어요. 왜 멀쩡한 사람을 음해하고 그래?”

“아니면 지금쯤 바닥을 구르면서 울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로베른이 싱긋 웃으며 말했고, 도아는 시선을 피했다.

“통증을 좀 줄여 주는 약을 썼어요…….”

“그런가? 회복통을 줄여 주는 약이라면 날개 돋친 듯 팔릴 텐데.”

도아는 쿠낙과 로베른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앞으로는 안 쓸게요.”

“그 말 벌써 두 번째인 거 같네. 신뢰도가 추락하는 소리가 들리나?”

도아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일단 내 약 기운이 떨어지기 전에 거점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이 상황에서 광장을 살피는 건 아무래도 힘들어 보였다.

“더해서 쿠낙의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할 거 같은데요. 그 던전화, 라는 거요.”

잠깐 침묵하는 사이에 프란츠가 끼어들어 말했다.

“고블린을 따돌리긴 했지만, 그래도 도아 님 말처럼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편 들어주는 사람이 고마워 눈물이 찔끔 났다.

도아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두막은 제법 지붕이 높았다. 잘못하면 미끄러질 만큼 가파르게 세운 박공지붕이다.

덕분에 비나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지붕이 무너질 걱정은 없었다.

층고가 높은 게 좋기도 하고.

‘언젠가 지붕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해야지. 지금은 그냥 나무색이니까, 색은 입히고 싶네.’

도아는 뾰족한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안에 있는 것보다 밖에서 주변 상황을 보며 판단하는 게 더 빠르기 때문이었다.

도아는 오른 눈썹을 만졌다. 눈썹이 있어야 하는 곳이 맨들맨들하게 반 토막 나 있었다.

그녀는 욕실에서 거울을 보고서야 그녀의 한쪽 눈썹이 타버렸다는 걸 알았다.

눈썹이 없는 짝눈이 되어 버렸다.

‘꺄악.’

눈썹을 그리는 도구도 없어서 도아는 결국 짧은 눈썹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걸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 모두가 예의바르다고 해야겠지.’

옷도 새 옷으로 갈아입었고, 타 버린 머리카락 끝도 다듬었다.

도아는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도아 양, 몸은 괜찮습니까? 아래에서 쉬어도 되는데요.”

“나중에 몰아서 쉴게요.”

도아의 말에 쿠낙이 빙긋 웃었다.

도아는 그 웃음을 보고 미인은 웃음도 박력이 있네, 하는 허접한 생각을 먼저 했다.

“그 말 기억해 두지요.”

도아는 “네에.” 하고 작게 대답했다.

굴뚝 위에는 로베른이 서 있었다.

로베른은 오두막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짧게 차가운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다.

그게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B급이 느끼기에는 어떤가?”

“뭐가?”

도아가 되묻자 로베른이 가볍게 지붕 끝으로 내려오며 말했다.

“공기, 마나.”

도아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확실히 마나가 무겁다.

던전에 들어갈 때에 비하면 가볍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농도는 아니었다.

“이건 내 추측인데, 쿠낙이 말한 대로 던전화가 맞는 거 같아. 그러니까.”

도아가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는 밤의 적은 빛으로도 아름다운 반사광을 발했다.

그야말로 칠채칠색(七彩七色)으로 빛난다.

“어딘가에 ‘차원의 균열’이 생겼어. 거기서 고농도의 오염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던전 비슷한 현상이 생겼다, 라고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위치는? 알 수 있겠나?”

“글쎄.”

“아주르 나자크라면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럼 참 편리하겠지만.”

“정말로 모르겠나?”

되묻는 로베른을 돌아보고 도아가 말했다.

“알 수 있는지 확인해 볼게.”

“일단 알겠네.”

도아는 굴뚝 위로 가볍게 올라섰다.

안개는 완전히 걷혔고, 달이 떠올라 있어서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여기서 광장이……. 아, 보이네.’

광장에 뭔가 있을까 하고 도아는 샅샅이 광장을 살폈다.

그때 도아의 시선에 뭔가가 들어왔다.

어느 부분이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것처럼 공기가 일렁였다.

“어?”


           


World Tree Travel Agency

World Tree Travel Agency

세계수 여행사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
Score 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Start your adventure in the continent of Rencia! Those who pre-order now will receive a special SS-grade item set and mount. No ordinary game pre-order! Pre-order your journey to another world, YES! “Welcome to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where the boundary between life and death fades.” Due to reserving an ‘adventure’ with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Doah, who booked it thinking it was just a game, gets the chance to become a traveler of another world instead of being a traffic accident victim. Completing the main quest included in the travel package might allow you to return to your original life without dying… “What will you do if I become unable to control it anymore?” “You can hold your head high. The B-grade approved by fate is yours alone.” Along with some dangerous and suspicious men, “Duke Elmond called me ‘sister.'” Rencia, full of unexpected connections. Under the solid(?) support of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armed with SS-grade items, will Doah’s journey come to a safe conclusion? ‘Chapter 1’ The start of the journey, the beginning of a grand main quest, is surely… ‘Let’s eat first!’ (Maybe) Love and (definitely) adventure await at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will you pre-order now? [Y/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