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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20

EP.419 16. 기사 이반 (27)

클라라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금방 기운을 차렸다. 치료받은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병석을 털고 일어난 그녀는 자신이 따라갔던 사람들이 가짜 괴물서커스단이었다는 것을 듣고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일이 번거롭게……. 저는 단장님이 정말로 저를 팔아넘기려는 줄 알고…….”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정신을 차리면 그래도 이번 일에 대해 단장으로서 주의 주려고 했었다. 그녀의 실수 때문에 하마터면 서커스단의 재산을 몽땅 털릴 뻔했다. 거기다 베티의 동물들 역시 어디론가 팔려 갔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자신을 보자마자 펑펑 눈물을 쏟는 그녀를 보니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준비한 훈계 대신에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야단친다며?” 뒤에서 엘라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삐죽였다.)

“이거 좀 섭섭한데요. 노예라니요. 제가 사람을 계약으로 묶어 강제로 부려 먹는 일을 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정확히 그런 사람이지.”

엘라가 뒤에서 으르렁거렸다. 그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척했다.

“아, 아니에요! 그, 그러니까…… 제 말은…… 죄송해요……. 저는 그저…… 단장님이 저를 필요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아서…….”

“왜 그런 생각을 한 겁니까?”

클라라는 그와 설리반이 하는 대화를 엿들었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자신이 정말 제대로 들은 건지 갑자기 확신이 없어졌다. 엉뚱한 사람을 원더스타인이라고 착각한 마당에 그것 또한 자신이 뭔가 잘못 안 걸 수도 있었다. 단장님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듣고 난 직후라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그, 그냥…… 왜, 왠지 중요하거나 진지한 얘기는 저랑 안 하려는 거 같아서…….”

그래서 그냥 옛날부터 품어왔던 불만을 털어놓았다. 우물쭈물 자신감 없는 태도로 말하는 그녀를 보고 원더스타인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클라라의 문제로 단원들끼리 회의를 열었을 때도 나왔던 말이었다. 그가 클라라를 너무 조심스럽게 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를 데려왔을 때부터 그랬다. 그는 그녀와 대화를 나눌 때, 개인사에 대해서는 일부러 언급을 자제했다. 심각한 얘기는 피하고 즐거운 얘기만 하려 했다. 자살로 마감한 그녀의 운명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찰리가 죽은 뒤로는 더욱 조심했다.

모두 그녀가 걱정되어서 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그녀가 보기에 미묘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클라라 양을 위한답시고 한 일이었는데…….”

“저를 위해서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를 보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푹 쉬도록 하죠.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해요.”

자신을 토닥여주는 주인의 손길에 클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체온을 느끼니 이제야 안심이 됐다.

곧이어 방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루엘로가 들어왔다.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달려가더니 클라라의 품에 뛰어들어 안겼다.

“언니! 왜 그랬어! 나 걱정했단 말이야!”

“멍청한 녀석. 무슨 고집으로 치료를 거르고 다닌 거냐.”

그녀와 클라라는 몇 개월 동안 같은 방을 썼다. 둘의 첫 만남은 최악이었지만, 삼손에 대한 편견 없는 태도 때문에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지금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언니로 클라라를 꼽을 정도로 그녀는 그녀를 좋아했다.

클라라는 자신의 품에 안겨서 우는 어린 소녀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병 속에 갇혀 지냈던 그녀에게 있어서 낯선 일이었다.

그동안 그녀는 원더스타인 외 다른 단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을 대등한 인격체라기보다 원더스타인의 부속품쯤으로 여겼다. 서커스단에 잘 녹아들길 바라는 주인의 명령을 존중해서 최대한 친절하게 대했을 뿐이었다.

물론 그녀에게 그들을 깔보거나 속이려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관심이 없었을 뿐이었다. 비록 인간의 육체를 얻었다지만, 그녀의 근본은 마신 시네페쿠스의 정수였다. 자신이 관심 있는 것 외에 모두 귀찮은 지껄임일 뿐이었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그녀의 주인이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걱정이 뚝뚝 묻어나는 루엘로의 울먹임과 머리카락을 채찍처럼 휘두르며 윽박지르는 삼손의 일갈을 듣자 그녀는 그들에 대해 다른 감정이 이는 것을 느꼈다. 한 번 믿었던 주인에게 버림받아 봐서 그런 걸까?

“미안, 미안해, 루리. 그리고 삼손도…….”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아 안심하고 방을 나갔다. 그러나 다음날 대화를 나누겠다는 그녀와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하필 다음날 마야가 만다라를 경험하게 되면서 며칠 동안 그녀에게 붙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만다라가 끝나고도 미루어 놓은 일을 처리하고 이반의 치료와 수련을 진행하는 등 잠시 시간을 내기 힘들 정도로 바빴다.

계속 쉬기만 했던 클라라는 그의 일이라도 돕고 싶어 했으나 그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절대안정을 취하도록 요구했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 있는 투기장 경기도 관람하지 못했다. 피가 튀는 거친 싸움은 그녀의 안정에 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신 그녀는 루엘로, 니카, 미키, 도스빌 남작과 함께 거리를 돌아다녀야 했다.

투기장 관람에는 연령 제한이 적용되어 있었고 그 기준은 만 16세였다. 15살인 니카, 12살인 미키, 10살인 우몬, 6살인 루엘로가 거기에 해당되었고, 그들은 입장할 수 없었다.

기사들의 대결을 자주 봤던 니카나 너무 어린 루엘로는 투기장에 못 들어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남자애들답게 화끈하게 피가 튀는 싸움을 기대했던 우몬과 미키는 상당히 아쉬워했다.

배역 이름표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름표를 붙인 사람에 대한 인식만 바꿔줄 뿐이었다. 여권에 표시된 생년월일과 외양 묘사까지 바꿀 수는 없었다.

“클라라 누나는 단장님이 막았다고 쳐도, 도스빌 아저씨는 그런데 왜 안 보러 가는 거예요?”

우몬의 질문에 도스빌 남작은 민망한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출입 금지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더군. 쳇, 설마 다른 지역 투기장과 목록을 공유할 줄은 몰랐지.”

“다른 지역에서는 왜 금지당했는데요?”

“예전에 검투사 몇 하고 승부조작을 벌였다가 걸렸거든.”

“와, 진짜. 아저씨 정말 치사했네요. 옛날부터.”

“승부조작은 나쁜 거예요!”

“시끄러워! 이것들아! 제길 하필 오늘 같은 날 걸려서는…….”

도스빌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일이 많은데 애들까지 돌봐야 한다니. 거기다 오늘은 동화책이 써주기로 약속한 날이기도 했다.

“아저씨, 다음 권은 어떻게 된 거예요?”

“너, 오늘이 마감일인 것은 기억하고 있나?”

루엘로와 삼손의 독촉에 도스빌 남작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젠장, 원고료 한 푼도 안 주면서.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약속했잖아요.”

“어서 내놔라! 만약 동화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시끄러워! 그래서 내놓지 않는다면 뭐? 내가 안 썼으면 어떻게 할 건데, 응?”

“지, 진짜…… 안 쓴 거예요?”

“말도 안 된다!”

루엘로가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머리카락도 덩달아 축 늘어졌다. 요즘 그녀가 살아가는 활력소는 그가 쓰는 동화책을 읽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을 보자 도스빌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달랬다.

“야야, 누가 안 썼다고 했어? 조금만 기다려. 마무리만 약간 하면 되니까.”

“우으으, 저, 정말이죠?”

“그래. 일단 이 서류만 끝내놓고. 그러니까 좀 울지 마라. 일하는 데 거슬린다.”

“우움…… 저도 그만 울고 싶은데…… 배고파서 울음이 멎지 않아요…….”

루엘로가 근처에 지나가는 포장마차를 힐끔 훔쳐보며 말했다. 도스빌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결국 먹을 걸 사달라는 말이었다.

분명 숙소를 나오기 전에 밥을 한솥 퍼먹고 나왔는데도 그녀는 금방 허기를 느꼈다. 이곳 카페에서도 벌써 파르페를 3통이나 비웠다.

우는 걸 핑계 삼아 먹을 걸 요구하는 그녀의 태도가 우습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애가 밥 먹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할 정도로 그는 소인배가 아니었다.

“사주고 싶어도 나도 가진 현금이 얼마 없는데…….”

“우에엥, 또 눈물이 나려 해요.”

“알았다, 알았어. 어차피 오늘 돈이 많이 들어올 거니까, 나중에 비용으로 청구하면 되겠지.”

도스빌 남작은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꺼낸 돈을 루엘로와 우몬에게 주고는 간식을 사 오게 했다. 두 사람은 그것을 받고 희희낙락하더니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는 골목 쪽으로 달려갔다. 서커스단에서 대식가 1, 2위를 다투는 두 사람은 먹는 일이 제일 즐거웠다.

“아저씨는 뭐 드시고 싶으세요?”

“관심 없다. 너희들 먹을 거나 사라.”

“네. 미키 형하고 니카 누나는?”

우몬은 아까부터 말이 없는 두 사람을 돌아봤다. 니카는 무슨 이유인지 아침부터 상당히 저기압이었다. 이곳에 왔을 때부터 차 한 잔 시켜두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거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미키는 그런 니카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단검의 날을 정비하고 있었다.

“우리도 됐어.”

“나도 마찬가지.”

“야, 뭐야, 뭔데? 나도 같이 가!”

마침 화장실을 갔다 온 클라라가 두 사람을 쫓아 달려갔다. 미키는 떠나는 세 사람을 잠시 바라보다가 니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 건데, 니카 형, 아니, 누, 누나.”

미키는 아직도 그녀의 이름 뒤에 붙는 호칭이 어색한지 입맛을 다셨다. 그녀가 자신을 여자라고 밝힌 지는 1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동안 밤새 뒹굴고 떠들고 놀았던 형이 사실 누나였다는 사실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적응하기 힘든 일이었다.

니카는 그에게 힘들면 형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녀는 지금 남자였으니까 말이다.

그녀가 오전 내내 심기가 불편했던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에 내려진 축복이 새벽에 막 끝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은 다시 원래 대로 돌아왔다.

마침 나타샤도 오늘 오후에 복귀한다고 했으니 잘된 일이었다. 그동안 원더스타인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에게 남자로 돌려달라는 부탁을 미뤘었는데 타이밍 좋게 별빛의 약효가 끝난 것이다.

그러나 니카는 왠지 기뻐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변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황태자 니콜라이’라는 직책에서 육체적으로 완전히 벗어난 해방감 덕택에 여자였던 때를 그리워하는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 꿈에서 깨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펠레빈과 약속한 3개월은 이제 채 1주일도 남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원더스타인에게서 그 가루를 더 받아내어 가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전에 지나가는 말투로 슬쩍 그 영양제는 어디 갔냐고 물어봤을 때, 그는 다시 구하기 힘들 정도로 귀한 물건이라고 말했다.

다시 여자로 돌아갈 일은 없는 걸까? 만약 그 가루를 더 구할 수 있었다면, 자신은 황태자로 돌아가서도 종종 여장하고 궁전 밖을 나가지 않았을까?

니카가 허탈한 한숨을 내쉬는 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한때 그의 목숨을 노린 적 있는 남자가 그가 원하는 물건이 담긴 유리병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병 안에 담긴 반짝이는 가루가 담겨 있었는데, 그건 얼마 전에 콤프라치코스의 간부가 탈주한 실험체들을 수색하는 데 써먹은 물건이었다. 주술적 처리를 한 병 속에 담은 ‘별빛’ 가루는 데볼루트를 몸에 담은 사람을 추적하는 힘이 있었다.

콤프라치코스의 일을 돕기로 한 그였기에 그는 그것을 가지고 노예시장을 돌아다니며 실험체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사냥꾼 출신답게 무언가를 추적하고 포획하는 일에 전문가였다. 유리병을 가진 그는 조직의 간부들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사냥감을 찾아냈다.

오전에도 한 건 해결한 그는 잠시 포장마차에 서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그때, 그는 병 속의 가루들이 요동치는 것을 발견했다.

가루들이 움직이는 형태로 보아 사냥감은 바로 그의 뒤를 지나고 있었다. 그는 노련한 사냥꾼답게 기척을 숨기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표적의 모습을 확인했다.

“우몬 오빠, 여기야! 여기 양고기 팔고 있어!”

루엘로가 그곳에 있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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