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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23

EP.422 16. 기사 이반 (30)

원더스타인은 이반이 손쉽게 승리를 거두리라 예상했다. 베르카가 몇 년 뒤에 이반과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이반의 검술을 파훼하는 기술을 완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그는 데볼루트를 몸에 주입해 힘을 강화하기까지 했다. 둘 중 아무것도 갖추지 않은 지금의 그가 이반을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물론 지금의 이반에게는 원작과 달리 6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베르카가 그 반년 동안 실력 차를 상당히 좁혔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반은 어제 그 공백기를 채울 만한 경험을 했다. 그것은 바로 원더스타인과의 대련이었다.

원더스타인이 측정한 그의 검술 레벨은 22였다. 기초 3단계, 압도 3단계, 선풍 3단계, 투혼 4단계. 거기에 응용 기술 9가지를 더한 값이다.

원작에서 기사가 검술에 부여할 수 있는 포인트는 총 60이었다. 물론 그것을 다 채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별히 편중된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라면, 통계적으로 검술 레벨이 TT1은 40 초반대쯤, TT2는 40 중반대쯤, TT3는 40 후반대쯤 되면 게임이 끝났다. 즉, 검술 레벨 40대가 바로 원작 시점에서 그의 실력이라고 봐야 했다.

그의 레벨 22는 원작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어제 원더스타인과 한 대련이 그의 검술을 급격하게 성장시켰다.

그는 단 하루 만에 검술 레벨이 22에서 29로 상승했다. 그가 그렇게 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간의 전투 경험을 한꺼번에 주입받으면서 검술에 관해 일종의 각성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에서 그의 대련 상대가 사용한 검술이 바로 미래의 그가 7년에 걸쳐서 발전시킨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추구하는 검술에 딱 알맞은 스타일로 정제되어 있었다. 그가 그것들을 쉽게 흡수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알렌과 조가 말하길 지금의 그는 자신들이 전력으로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반은 두 사람에 대해 ‘베르카와 비슷한 실력’이라고 평한 것으로 보아 그가 이번 시합에서 이기는 것은 필연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시합의 양상은 원더스타인이 예측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초반에 검을 섞을 때만 해도 그는 이반이 너무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치고 나갈 기회가 있는데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베르카의 공격을 맞받아쳤을 때도 밀리는 그림이 나오자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일까? 밤새 자신과 대련했으니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흘러가는 방향은 컨디션 탓만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반이 기술적으로 완벽히 대처했는데도 그가 튕겨 나가는 모양새가 여러 번 포착되었다. 그가 힘과 속도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었다.

분명 그의 몸은 자신이 최상의 상태로 회복시켰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계속해서 둘의 대결을 관찰하던 원더스타인은 베르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눈치챘다. 순간순간 보이는 이상한 각도로 꺾이는 관절, 갑옷 이음매가 들썩일 정도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근육, 인간의 가동 한계를 벗어난 동작 등. 그것은 TT3의 스테이지 보스로 나왔던 그가 보여 줬던 움직임이었다.

‘설마 콤프라치코스의 손길이 벌써 이곳에?’

TT3 시점에서 이곳 검투사들은 대부분 데볼루트 비약에 중독되어 광신도로 변한 상태였다. 콤프라치코스의 간부였던 록센이 퍼트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곳에 손을 뻗는 것은 몇 년 뒤의 일이었다.

설마 이것도 자신이 과거를 바꾼 탓일까? 이반의 경우처럼 그가 감지하지 못한 경로로 인과가 작용했을 수도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일단 바텔에게 상대에 대한 대처법을 전달하기로 했다. 지금 베르카가 육체를 개조한 방식은 원작의 것과 거의 일치했다. 그렇다면 공략법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역시나!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도핑 아닙니까? 우리는 그렇게 꼼꼼하게 검사하더니. 왜 저 녀석은…….

-정규 검투사들은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고 있으니까요. 확증이 없으면 일단 시작된 시합은 중간에 멈출 수 없습니다. 상대는 우리 선수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불평은 이기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선수가 들어오면 전달하겠습니다.

경기가 시작한 지 3분이 지나자 3분의 휴식 시간이 제공되었다. 1라운드가 끝난 것이다. 숨 가쁘게 검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공이 울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동시에 검을 거두었다.

이반은 상대의 몸 곳곳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던 부위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설마 너…… 도핑을 한 거냐?”

“그래.”

너무 당당히 자신의 부정을 인정하는 그의 모습에 이반은 할 말을 잃었다. 잠시 후, 그는 경멸에 찬 눈빛을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

“그런 건 죽어도 안 하던 놈인 줄 알았는데……. 아니, 지금 와서 그런 말을 하기엔 우습긴 하군. 너는 그 이상의 짓거리들을 해댔으니.”

그의 말에 베르카는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웃기고 있군. 도핑한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아니면 고작 며칠 만에 그렇게 몸을 만들 수 있을 리 없지.”

“나는 나 자신 그대로 이곳에 서 있다. 내가 6개월 전과 뭐가 바뀐 게 있나?”

“흥. 갑자기 검술이 그렇게 발전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바보로 사는 동안 마음 속에서 수련했나?”

“그건…….”

말을 잇지 못하는 그를 향해 베르카는 코웃음을 치며 돌아섰다. 이반도 잠시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관중들은 두 사람의 이름을 열광적으로 연호했다. 처음과 달리 베르카의 이름도 자주 오르내렸다. 사람들은 그가 설마 이반과 이렇게까지나 대등한 승부를 펼칠 줄은 몰랐다.

“신발 벗고 어서 눕게.”

“자자, 검은 여기다 두고.”

코너로 돌아온 이반에게 세 노인 세컨드가 바로 달려들었다. 가스통은 그의 무기에서 날이 상한 부분을 손질하고 신발 바닥에 송진 가루를 먹였다. 칼슨은 그를 매트 위에 눕히고는 뭉치거나 긴장한 부위를 찾아 풀어 주었다.

그리고 바텔은 그에게 베르카를 상대할 전법을 전달해주었다. 그것은 아까 원더스타인이 그에게 말해준 것이었다.

베르카와 직접 검을 나눠본 이반은 그가 말한 전술 하나하나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검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실전 경험 역시 풍부해야 했다. 심지어 그는 이반이 놓쳤던 부분까지 완벽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분석을 원더스타인은 관중석에서 해냈다는 것이었다. 직접 싸운 자신도 아직 한 라운도 정도는 더 뛰어야 파악할까 말까 싶은데 그는 멀리서 본 것만으로 다 알아맞힌 것이다.

‘이런 분이 왜 고작 서커스단의 단장을 하는 거지?’

이반은 원더스타인과 아직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가 제정신을 차린 것은 어제 오전의 일이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계속 베르카를 쓰러트리기 위한 일에만 매진했다. 그래서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자세히 묻지 못했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그가 더는 검사로서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함께 지내는 단원들조차 그가 그렇게 검을 잘 쓰는지 몰랐다고 했다.

‘잡념은 여기까지. 일단 베르카부터 쓰러트리고 볼 일이다.’

공이 울리고 세컨드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두 사람은 검을 들고 다시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두 번째 라운드는 시작부터 이반의 우세였다. 그는 원더스타인이 알려준 공략법을 이용해 베르카가 개조한 육체의 약점을 찔러 들어갔다.

관절이 부자연스럽게 꺾이는 지점은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상대의 동작을 제한시켰고, 근육이 팽창하는 신호를 감지하면 뒤로 물러났다가 수축하는 시점에 진입했으며,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난 움직임은 신체의 원래 부위가 가지는 기능을 무시하고 무게 중심이 되는 지점을 무조건 축이라 생각하고 동작 반경을 읽어냈다. 그것들은 모두 원작에서 이반이 베르카를 상대할 때 나오는 내용이었다.

‘이놈은 진짜 괴물이냐!’

그에게 미래의 정보가 전달된 것을 알 리 없는 베르카는 이반이 고작 한 라운드 만에 자신이 만들어 낸 신체 변형 패턴을 모두 분석해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마샤의 말에 따르면 이 약은 본인의 상상력의 한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은 즉, 자신이 상상력의 한계까지 끌어다 써도 결국 이반의 손바닥 안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제길!”

2라운드를 마치고 코너로 돌아온 베르카에게도 세컨드들이 달려들었다. 게나프는 그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마샤는 그의 신체에 무리가 가는 부분은 없는지 점검을, 찰리는 그의 장비 보수를 맡았다.

베르카는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들의 조언은 정론이었지만 직접 이반과 싸워본 그는 그것으로 놈을 쓰러트릴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페트로프 죽이기. 그것을 쓸 때였다.

3라운드에 들어선 베르카는 무턱대고 달려드는 대신 신중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가 3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한 페트로프 죽이기는 이제 막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단계였다. 그는 그중 딱 하나의 기술 파훼법밖에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반이 그 기술을 쓰도록 판을 짜야 했다.

그러나 이반은 좀처럼 그가 원하는 기술을 내놓지 않았다. 그도 바보가 아니었다. 수 싸움에서 상대가 단 하나의 전략만 고수하고 있는데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그는 몇 가지 페이크 동작을 통해 상대가 어떤 기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알아차렸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굴면 속아주기도 힘들다. 다른 전략으로 덤벼라.”

“덤비기 싫은데?”

베르카의 입에 비웃음이 걸렸다. 이반은 이를 악물며 필사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쫓았다. 그러나 작정하고 도망치는 베르카를 잡아내는 것은 힘들었다.

원더스타인이 가르쳐준 공략법은 베르카가 그에게 살의를 가지고 덤볐을 때, 유효한 것이었다. 원작에서 그는 도망치지 않았기에 그에게 그에 대한 공략법은 없었다.

그래서 3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온 이반이 바텔을 통해 베르카를 잡아낼 전략을 요청했을 때, 그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반은 그가 거짓말하고 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게 복잡한 공방 속에서 순식간에 해답을 찾아낸 사람이 이것만 모르겠다고 나오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뜻밖의 대답에 어안이 벙벙했던 이반은 곧 그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살인을 하기를 원치 않고 있구나.’

오늘 시합에 나서기 전에 원더스타인과 이반은 잠시 대화를 나누었었다. 베르카의 처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반은 당연히 그를 죽여버리겠다고 했고, 원더스타인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점수제에 따라 이반의 승리였다. 그에게 자유를 되찾게 해준다는 원더스타인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알기에 이 이상 그에게 도움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이반은 베르카를 죽이고 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에 공감해주지 않는 그에 대해 순간 원망이 솟았으나 금방 그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는 검을 버린 검사였다. 아마 검을 놓으면서 거기에 얽힌 은원도 떨쳐내려 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은’을 차마 저버릴 수 없어서 자신을 지도해준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거기에 자신의 ‘원’까지 함께 짊어져 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부탁이었다.

현재 이반에게 신체 강화를 쓰고 도망치는 베르카를 잡아낼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상대는 의사를 명확히 해 왔다. 그가 어떤 기술을 쓰면 받아줄 용의가 있다고.

4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이반은 검을 들고 다시 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상대가 유도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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