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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28

그녀 (5)

드드드드드드!

백옥루 근처 천련산이 흔들렸다.

[자네가 지금 내게 대적하겠다는 것인가.]

“제가 어찌 성사께 대적하겠습니까.”

[칼을 들이밀어 놓고?]

“그저 자기 보호를 위한 것일 뿐이지요.”

나는 담담한 눈으로 백운 성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반드시 제게 칭호를 부여하셔야 한다면, 그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그러기 전에는 절대 그런 이름은 받을 수 없습니다.”

[…좋네. 설명해 주지.]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천역(天域)의 구조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가?]

“부디 성사께서 자세한 가르침을 주소서.”

우우우웅-

주변의 환경이 변화했다.

백운 성사가 환영을 투영시켜, 이 천역의 천체도 전체를 소형화시켜 보여 주는 듯했다.

곳곳에 은하단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그물 같은 것들이 널렸다.

[우리가 있는 일월천역이네. 대다수가 성계와 부해계를 나누긴 하지만, 사실 계의 크기 자체는 성계의 크기가 압도적이지.]

우우웅-

그녀가 띄운 환영에 은은한 인력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환영 곳곳에 인력의 흐름이 보였다.

인력이 천역 곳곳을 왜곡시키는 것이 보였다.

[별들이 내뿜는 인력에 의해 천역은 이렇게 곳곳이 왜곡되어 있지. 그중에서도 특히 왜곡이 심한 지점들은 준선들이 거하는 곳이야.]

나는 준선들이 거하는 지점들을 살펴보았다.

왜곡된 곳들은 대략 140여 곳.

즉, 일월천역엔 개열기 준선들이 140여 명이나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뭔가 이상한 게 보이는가?]

내가 일월천역의 모형도를 보고 있자 그녀가 질문했다.

나는 백운 성사의 말에 아까부터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을 질문했다.

“…부해계와 중경계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군요.”

그랬다.

부해계나 중경계 같은 곳들은 어디를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백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해 주었다.

[그러하지. 부해계와 중경계는 성계에 없지. 사실 대부분의 중경계인들은 중경계를 중심으로, 그 아래쪽 어딘가에 성계와 부해계가 있다고 생각하곤 하네. 하지만 틀렸지. 경지가 너무 낮아 천역의 구조를 인지하지 못하니 오해가 생기는 것이야.]

우우웅-

다시금 환영의 구조가 변화했다.

[본디, 천역의 중심은 중경계가 아닐세. 오히려 성계. 우주라고도 불리는 곳이지. 빛의 속도로 팽창하는 성계를 중심으로 그 안쪽에서 무수한 생령들이 탄생하고, 각자의 운명에 따라 ‘다른 길’을 걷는 것일세.]

“다른 길…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한 가지 묻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오직 수선(修仙)만이 진리이자 절대라고 생각하는가.]

그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수선 역시 하나의 방식일 뿐이지요.”

[맞는 말일세. 수선은 하나의 방식이지.]

따악!

백운이 손가락을 튕기자, 끝없이 펼쳐진 별들의 바다에서 환영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생령들이었다.

수선의 길을 걷는 수경 수해의 생령들이 보였다.

그 생령들은 마치 별들을 흉내 내듯 점차 기운의 크기를 불리고, 생명을 강화시키며 자신들의 혼에 인력을 만들어 냈다.

얼마 후 인력이 어느 정도 강해진 생령들은 하나둘 그 자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현상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흠칫했다.

“저건….”

[그래. 비승이지. 이제 보여 주겠네.]

파아아앗!

그녀가 손바닥을 뒤집자, 주변의 환경이 변화했다.

그곳은 새카만 어둠.

아무것도 없는 공허였다.

그리고 그 공허의 중심.

그곳에 다섯 개의 거대한 빛덩이와 그 중심의 작은 빛.

그리고 다섯 개의 빛덩이 주변에 있는 모래알 같은 점들이 즐비한 곳.

그곳은… 공허간이었다.

[성계와 공허간은 겹쳐 있지. 그리고 자신의 인력을 수행하여, 그 인력이 극점에 이른 자들. 이른바 ‘수선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모두 공허간에 도달해 중경계에 오는 것이야. 쉽게 설명하자면….]

우웅-

내 앞에 두 장의 종이가 떠올랐다.

한 장의 종이에는 우주가, 한 장의 종이에는 새카만 어둠이 그려져 있었다.

백운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우주가 그려진 종이와 검은 종이가 서로 포개어졌다.

성계가 그려진 종이가 위쪽으로 포개진 상태에서, 백운이 무언가 술법을 발휘하자 종이 안쪽의 그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선자는 모두 그 종이 속의 생령들일세. 그리고 생령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진바 인력이 강해지고, 주변의 힘을 끌어모으지.]

그림 중 몇몇 그림들의 크기가 커졌다.

[그리고 그 힘이 임계점에 달하면….]

우웅-

그리고 가장 크기가 커진 그림이, 주변의 먹물을 흡수하여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튀어나왔다.

[이렇게, 다른 겹쳐진 세계로 이동해 버리는 거야.]

먹물을 흡수해 튀어나온 그림은 포개어진 검은 종이 안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것이 수선자들의 비승의 정체일세.]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질문했다.

“결국 인력이 강해지면 공허간의 중경계로 이동한다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부해계들은 뭡니까.”

[부해계는 모두 위대한 존재들의 시체. 그리고 위대한 존재들의 시체는 그 자체로 성계와 같은 성질을 지니네. 조금 크기가 작은 게 흠이지만… 종이로 설명하자면 이런 식이지.]

검은 종이 앞쪽에, 사람 모양의 종이 모형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종이 인형은 갈가리 찢어져서, 그 찢긴 부위가 잘게 검은 종이 위에 붙었다.

나는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수선 외에 ‘다른 길’은 무엇입니까.”

백운 성사의 말에 따르면, 생령이 인력을 가지게 되면 공허간으로 와 중경계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인력 외에 다른 것을 가질 수도 있단 말인가?

내 질문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너무 간단한 거지. 자네도 알고 있는 결말일세.]

“예?”

내 앞에 또 다른 종이가 띄워졌다.

그 종이는 잿빛의 종이었다.

[삼라만상의 생령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인력을 가지게 되네. 그 인력이 충분한 이들은 공허간까지 도달하는 것이고, 그러지 못한 이들은 다른 곳에 도달하지.]

성계의 그림 중 자그마한 그림들이 먹물을 모아 성계에서 튕겨져 나왔다.

잿빛의 종이가 다시금 그 종이들에 포개어졌다.

성계에서 튕겨져 나간 그림은 잿빛의 종이에 스며들었다.

나는 그 잿빛의 종이가 무엇인지를 이해했다.

“…저승이군요.”

그랬다.

그녀는 지금 성계 아래쪽에 ‘공허간’과 ‘저승’이 포개어져 겹쳐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그 설명대로라면, 광한계에서 귀도공법을 익히면 ‘명계의 외곽’ 같은 곳에 접속할 수 있는 이유가 이해되었다.

겹쳐져 있으니까였다.

“저승과 공허간이 성계를 중심으로 겹쳐져 있는 것이 ‘천역의 구조’인 것입니까?”

내가 질문하자 백운 성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끝이 아니지.]

따악!

두 개의 종이가 더 나타났다.

[성계를 중심으로, 공허간과 저승이 겹쳐 있네. 공허간은 인력을 수련한 이들이, 저승은 인력을 이기지 못한 이들이 죽어서 가게 되지. 그리고 ‘인력의 변화’를 조율하다 보면 또 다른 곳에 도달한다네.]

한 개의 종이에는 무수한 ‘선’들이 죽죽 그어져 마치 우주 전체를 가둘 듯한 그물이 되었다.

나는 그 그물 같은 종이의 정체를 알아챘다.

‘성맥…?’

“인력의 변화를 조율한다는 건… 그런 수련법이 있다는 겁니까?”

[아닐세. 인력의 변화 같은 건 정상적인 생명체가 수련할 수 없는 것일세. ‘저승’과 ‘공허간’이 수선자와 생령이 도달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별’들이 도달하는 곳이라네.]

“별…?”

[그래. 성계를 구성하는 별들과, 이 세계의 세월의 흐름이 저 세계에서 조율되지. 저 세계는 시간의 강 원천강, 혹은 운계(運界)라고 불린다네.]

“…!”

‘그렇군….’

난 백운 성사의 말을 이해했다.

원천강이라고 불리는 저 세계는, 시간의 천존의 권역인 것이었다.

[원천강은 생물이 아닌 혼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무생물’들이 도달하는 곳. 어차피 원천강에 대해서는 신경 쓸 필요 없고, 나머지 한 곳이 우리 같은 생령들에겐 더 중요하네.]

우웅!

그녀의 말에 나는 마지막 종이를 보았다.

그 종이는 총천연색의 알록달록한 빛으로 가득했다.

[화계(花界). 혹은 동천꽃밭이라고도 불리는 기이한 차원이지. 성계의 생령들이 죽어 저승으로 가고, 성계의 무생물들이 원천강으로 가 조율된다면, 동천꽃밭은 원천강에 있는 무생물들과 저승에 있는 영혼들을 다시 성계로 되돌려 주는 세계라 할 수 있지.]

“그렇군요….”

[여하튼 이 다섯 개의 서로 다른 차원이 겹쳐진 것이 하나의 천역이야. 절대 다수의 천역들은 모두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나는 천역의 구조를 이해하며, 내 성맥안의 정체를 이해했다.

‘그렇군. 명각이 ‘명계의 외곽’을 인지하는 감각이듯이. 성맥안은 시간의 천존의 권역. ‘원천강의 외곽’을 인지하는 감각인 거로군….’

나는 단순히 성맥과 별들의 인력을 조사해서 성맥안을 얻었다 생각했으나, 어쩌면 그것은 내가 얻은 것이 아닌 시간의 천존.

아니 더 정확히는 그의 선보인 영승이 나를 허락했기에 성맥안을 얻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성맥안의 감각은 나를 제외하면 굉장히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얻을 길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질문했다.

“그래서 성사께서 칭호를 하사하는 것과 이 천역의 구조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요?”

내 말에 백운 성사가 주변의 모든 환영을 지운 채, 내 앞에 다섯 장의 종이만을 띄웠다.

[이 다섯 세계가 겹쳐 포개어진 것이 천역이라 했지.]

스스스-

다섯 개의 종이가 포개어져, 조금 두꺼운 한 장의 종이처럼 변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운 성사가 종이에 변화를 주었다.

종이 안쪽의 먹물이 모여 손가락만 한 구체가 되었다.

그리고 그 구체를 중심으로 종이의 일부가 왜곡되었다.

[생령의 힘이 임계점을 넘어가면 이렇게 차원 자체를 초월하게 되지. 그렇다면 한 가지 묻겠네. 지금 여기 있는 이 먹물의 구체는, 어느 세계에 속한 구체지?]

“평면이 아닌 입체에 속했으니, 결국 모든 세계에 속했다 할 수 있겠군요.”

[맞지. 그럼 여기서 한 가지 문제를 내겠네. 먹물이 모여 차원을 초월해 겹쳐진 모든 종이의 영역에 속했지. 그렇다면, 이 먹물은 결국 ‘어디에’ 속하게 되겠는가.]

“…? 그게 무슨 소리인지요. 종이의 평면을 초월한 것이 그 먹의 구체가 아닙니까.”

[틀렸어. 결국 그 본질이 먹물에 불과할 뿐인 이상, 언제라도 어떤 종이에든지 다시 흡수될 수 있지.]

슈르륵-

입체의 세계로 튀어나왔던 먹의 구체가 잿빛의 종이로 흡수되어 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백운 성사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자네에게 칭호를 하사하는 의식은, 자네를 공허간이나 성계 등 비교적 안전한 곳에 ‘묶어 놓기’ 위해서일세. 자네는 지금 이 먹의 구체와 같네. 평면을 초월했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어떤 곳에든 다시 흡수될 수 있는 처지지. 즉, 자네는 그 경지에 든 순간부터 언제든지 저승, 동천꽃밭, 원천강 등 일반적인 생령은 절대 살 수 없는 곳에 떨어질 수 있는 처지란 말일세.]

오싹!

‘그 말은 즉….’

나는 일전 내 회귀를 쫓아왔던 저승의 천존을 떠올렸다.

가장 오래된 존재.

가장 깊숙한 어둠.

그 존재가 나를 박제시키려는 무궁한 어둠 속으로, 언제든 빠져버릴 수 있단 의미였다.

“…저승에 빠져버리면 당연히 죽겠습니다만… 원천강이나 동천꽃밭 같은 곳에 빠지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흐흐, 긍정적이군. 원천강은 생령들이 아닌 무생물들이 가는 곳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그랬지요.”

[그곳에 생령이 가면 그곳의 법칙에 의해 ‘무생물로 변화’해 버리겠지. 이성을 강제로 삭제당하고 우주의 먼지가 되어 성계로 배출될 걸세. 동천꽃밭은 다르겠나. 동천꽃밭은 성계나 공허간 따위보다도 훨씬 저승 및 원천강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 곳이거늘. 동천꽃밭에 가면 다시 탈출할 기대보다는 저승으로 끌려갈 걱정부터 하는 게 좋을 걸세.]

그녀가 나를 준엄하게 바라보며 모든 환영을 없애 버리고 말했다.

[받아들이게. 칭호를 하사하는 것은 오로지 자네를 보호하기 위해서일세.]

그러나 나는 머릿속으로 방금 백운 성사가 보여 준 천역의 구조도를 떠올려 보며 말했다.

“…입체의 먹물이 쇄성기이기에, 그 먹물이 다른 세계에 흡수될까 저희를 중경계에 매어 두는 것이라면… 애당초 저희가 ‘또 다른’ 세계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면 해결되는 게 아닙니까?”

나는 내 명각을 설명해 주었다.

“저는 귀도공법을 익혀 명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그 명각으로 인해 저는 명계의 외곽과 광한계. 두 세계에 걸쳐져 있다는 것이지요. 두 세계간 균형을 유지한다면 어느 날 한쪽의 세계로 끌려갈 걱정은 없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내 말에 백운은 고개를 저었다.

[어림없는 소리지. 그 균형을 잡는 것이 쉬워 보이는가! 최소한 ‘세 개’의 세계에 걸쳐져 있지 않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자꾸 고집부리지 말고 칭호를 받게나!]

“…세 개라….”

나는 잠시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역시, 저는 칭호를 하사받지 않겠습니다.”

[뭣!]

“어느 세계에 떨어지더라도 제가 감내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나는 백운 성사에게 예를 취한 후, 뒤를 돌아 백옥루를 뜨려 하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투쾅!

어마어마한 충격이 내 등을 강타했다.

[정 고집을 부린다면, 강제로라도 칭호를 주입할 수밖에….]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해 보시겠단 겁니까.”

파아아아앗!

새하얀 섬광이 천련산에서 터져 나온다.

나는 긴장하며 기세를 끌어 올렸다.

다음 순간.

성사전이 시작되었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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