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428

EP.427 17. 인형의 집 (3) -2023년 7월 11일 수정

우몬이 서커스단에 합류한 것은 작년 3월의 일이었다. 베르그송 영지로 향하기 3주 전, 그들은 괴력으로 유명한 어느 남자의 소문을 듣고 그를 섭외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당시 서커스단의 내부 분위기는 그리 밝지 못했다. 불과 몇 주 전, 단원들은 원더스타인의 실체가 무엇인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는 원더스타인이 더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한스텐, 두네돌, 세브람 씨. 좋은 아침이죠?”

“아, 네, 그…… 그렇습니다…….”

“활기찬 바침, 아, 아니, 아, 아침입니다…….”

“저, 정말 너무 좋습니다! 하, 하하, 하하하…….”

껄렁껄렁한 태도로 그를 대하던 세쌍둥이는 이제 그 앞에서 매우 공손한 자세를 취했고,

“유라 씨, 오늘 아침은 죽입니까?”

“죄, 죄송해요……. 호, 혹시 다른 게 드시고 싶으신 건가요……? 이, 이거 버리고 다른 음식으로 할까요?”

그에게 가장 사근사근하게 굴었던 유라크네도 그의 앞에서 벌벌 떨었으며,

“엘라 양이 어디 갔는지 아십니까, 스벤 씨?”

“하, 하…… 하핫? 글쎄요? 야반도주라도 한 걸지도…….”

“…….”

“아, 아뇨! 하핫! 화장실에 갔을지도…….”

선을 넘는 데 거리낌 없던 스벤마저 농담하는 것을 주저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를 친근하게 여기던 단원들이 모두 그를 두려워하며 피했다. 그것은 모두 지난달 그가 저지른 일 때문이었다.

그는 길에서 마주친 병사 무리를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도륙해 버렸다. 그때 드러난 그의 모습은 특이한 외형으로 배척받던 그들의 눈에도 괴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아무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꼴로 만들어 버렸다. 그 끔찍한 참상을 저지르면서도 그는 평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그를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모두 착각으로 드러났다. 그가 그들을 평범한 사람으로 취급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보기에 그들이 정말로 얌전한 일반인들에 불과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그와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부단장인 엘라밖에 없었다. 단원들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원더스타인에 대해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들 알고 있었다. 그가 이전에도 그녀 앞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고, 그걸 빌미로 그녀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을 말이다.

“아, 엘라 양. 여기 있었군요.”

엘라는 자신을 보며 반갑게 다가오는 그를 보며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녀는 상대가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당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단원들에게는 잘해주는 편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인망을 다 잃고 따돌림당하고 있는 것을 보니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자업자득이지 뭐.’

엘라는 그에게 기울어지려는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따지고 보면, 그가 단원들에게 아예 손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의 사건 직후, 그는 자신에게 칼을 들고 덤비는 메리사를 돌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그건 메리사가 먼저 공격한 탓이긴 했다. 그러나 평소 아우, 누님 하며 살갑게 지내던 사람을 그 꼴로 만들어 놨으니 다른 단원들이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배길 리 없었다.

“여기도 섭외할 사람이 있다고 했지? 자, 가자.”

두 사람은 야영지를 떠나 산속의 화전민 마을을 방문했다. 그곳은 마차로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벽지 중의 벽지에 있었다.

“실례지만 여기 우몬이라는 남자가 산다고 들었습니다.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가장 처음 만난 마을 사람들에게 원더스타인이 질문했다. 그들은 그의 행색을 아래위로 살피더니 혀를 찼다.

“쯧, 당신 같은 양반이 도대체 몇 번째인지.”

“또 우몬에게 내동댕이쳐져서 쫓겨나겠군.”

“그 애를 좀 내버려 두시구려!”

‘저주받은 이’가 사람 사는 곳에 살고 있다면, 그가 나름대로 그 지역 구성원들에게 받아들여졌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사람들이 그를 감싸는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사람이 내뱉은 단어에 둘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애라뇨? 분명 키가 2m가 넘는 거구의 남자라고…….”

“2m가 넘는 건 맞소. 하지만 우몬의 나이는 9살이라오.”

“엄마와 둘이서 사는 아이요. 그런 애를 데리고 뭘 하겠다는 거요.”

원더스타인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껏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아직 어린애라니. 포기해야 하나 싶은데 옆에 있던 엘라가 돌아서려는 그의 발길을 제지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거야? 보고 가자.”

“하지만 나이가…….”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는 그보다 어릴 때 무대에 서봤거든? 그리고 엄마만 있는 게 뭐 어쨌다고. 난 둘 다 없었어.”

그녀의 당당함에 원더스타인은 더는 대꾸하지 못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우몬의 집이 어딨는지 묻는 엘라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와 엄마. 그녀가 그 둘 없이 자란 것은 둘 다 그의 탓이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숲속에 지어진 오두막 앞에 도착했다. 나무들 사이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곳에서는 아까부터 쿵쿵거리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리고 있었기에 찾는 일은 쉬웠다.

엘라는 그곳에 선 존재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파충류를 연상케 하는 붉은 가죽 피부에 머리에 난 두 개의 뿔, 그리고 입에는 멧돼지처럼 기다란 엄니까지. 그는 성경에 묘사된 악마에 가까운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람의 한계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단단하고 큰 근육이었다. 그것이 한 번 꿈틀댈 때마다 커다란 통나무가 쩍 하고 반으로 갈라졌다. 보고도 믿기 힘든 힘이었다.

“어…… 누구세요?”

우몬은 장작을 패다 말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곧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태도가 낯설다는 것을 느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의 무서운 외모와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에 겁을 집어먹거나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자신을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으며 엘라는 순수하게 감탄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는 그에게 막 두 사람이 자신들을 소개하려는데 오두막 안에서 30대로 보이는 어떤 여인이 뛰어나왔다. 그녀는 바로 우몬의 어머니였다.

“우몬, 그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그녀는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며 우몬의 앞을 막아섰다. 지금까지 우몬의 힘과 외모를 이용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은 많았다. 주로 그에게 용병이나 검투사 일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암흑가에는 ‘괴물 투기장’이라는 게 있습니다. 마귀나 마수, 혹은 마법사의 실험체나 수인들을 잡아다 올려놓는 곳이지요. 우몬 군도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링네임과 설정까지 이미 정해놓았습니다. 반은 인간의 피가 흐르고, 반은 마귀의 피가 흐르는 반인반마! 하프 오우거 레온! 어떻습니까?”

“우리 아들은 아직 어린애라고 말했잖아! 어서 꺼지지 못해!”

그런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그녀는 커다란 칼을 들고나와 그들을 쫓아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우몬은 깜짝 놀라 그들을 집 밖으로 던져버렸지만 말이다.

우몬의 어머니인 미노타는 과거 정식 기사였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저주 역병에 걸린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고 우몬을 낳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그를 버리라고 했지만, 그녀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기사 작위를 유지할 수도 없었고, 영지에도 머무를 수도 없었기에 이렇게 산에 들어와 사는 것이었다.

“너희들도 내 아들을 데려가려는 거지? 응?”

그녀는 손에 든 칼로 두 사람을 가리키며 당장이라도 그들을 베어버릴 기세로 날뛰었다.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괴물 서커스라고?”

“네. 그게 저희가 하려는 겁니다.”

미노타는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우리 아들을 사람들 앞에 구경거리로 내세우겠다는 건가?”

“계속 이대로 숨어서 사는 것보다 그렇게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몬 군도 그걸 바랄 텐데요.”

“뭐? 네가 뭔데 내 아들에 대해 아는 척이야?”

미노타는 원더스타인에게 한 마디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그러나 그런 둘의 설전은 얼마 가지 않아 우몬에 의해 종결되었다.

“저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싶어요.”

그는 밖에서 엘라에게서 바깥세상에 대해, 서커스에 대해, 그리고 그 말고도 다른 괴물 단원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듣고 온 참이었다. 어렸을 때는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부모님 곁이 편했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곳에서 사는 것이 갑갑해져 가는 그였다.

그런 와중에 마침 그의 외모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두 사람이 이곳에 찾아온 것이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하, 정말이지. 너도 네 아빠랑 똑같구나. 멋대로 떠나버리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그에게 윽박질렀지만, 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좋아. 허락하겠어. 대신 조건이 있어.”

“뭡니까?”

“우리 그이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났거든? 그래서 그동안 못한 게 너무 많아. 그걸 좀 같이 해줘야겠어.”

“뭐라고요?”

엘라가 기겁해서 빽 하고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더스타인은 재빨리 그녀를 진정시켰다.

“엘라 양, 가만히 있으세요. 기껏 허락해준다지 않습니까.”

“아니, 그래도…… 정말 저 여자랑…….”

“그러고 보니 여기서 하루거리에 포크커틀릿으로 유명한 맛집이 있었죠. 자, 용돈을 드릴 테니 단원들을 데리고 가서 먹고 오세요.”

자신을 향해 웃는 그를 향해 엘라는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지만 그를 동정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저질.”

사흘 후, 원더스타인은 미노타와 계약서를 쓰고는 마차로 돌아왔다. 그는 우몬의 짐까지 집에서 챙겨 나왔다. 미노타가 아들과 얼굴을 마주치면 떠나보낼 자신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흘 동안 그녀와 함께 지낸 그의 얼굴은 상당히 수척해 보였다.

그렇게 우몬은 괴물서커스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 목적지인 베르그송 영지로 향했다.

***

“그렇군요. 그렇게 우리 영지에…… 아니, 잠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저, 정말 방금 그게 우몬 군의 섭외 과정이라고요?”

“그럴 리 없어요!”

아나이스와 유라크네가 고함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사람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던 우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문제 있어요?”

“아니, 당연히 있죠! 단장님은 뭐예요. 뭘 했던 거예요. 우몬 군의 엄마랑 사흘 동안!”

“아, 그거요.”

우몬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산삼을 캐셨어요.”

“산삼…… 엥?”

“무, 무슨 은어인가요?”

놀라는 그들을 향해 우몬은 그의 아빠가 심마니였다고 밝혔다. 아빠가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해 죽고 나서 그의 서랍에서 산삼의 자생지가 그려진 수첩을 발견했는데 지금까지 우몬 모자는 그것을 한 뿌리도 캐지 못하고 있었다.

“저는 덩치가 너무 커서 아빠가 표시해둔 지점에 올라가기 힘들었어요. 힘만 세고 요령이 없어서 산삼을 다 엉망으로 만들 게 분명하고요. 그리고 엄마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고요. 그렇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자니 뭔가 분란이 일어날 것 같았고 말이죠.”

가난하고 정겨운 시골에 그런 값비싼 물건이 떨어지면 어떤 방식으로든 화목이 깨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마침 우몬의 계약금이라고 돈을 한 보따리 내놓고 가는 원더스타인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래서 미노타는 그에게라면 산삼 캐는 일을 맡겨도 괜찮겠다 싶었다. 마침 곡예사이기도 하니 몸놀림이나 손기술도 믿을 만하다고 여겼다.

“아, 그랬던 거였어?”

엘라도 이번에 처음으로 그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되었다. 그때는 원더스타인과 거리를 두려던 때라 그에 대해 굳이 자세하게 캐묻지 않고 경멸만 하고 말았는데 설마 이런 사정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모르게 그녀는 그때부터 그를 여자관계에 헤픈 남자라고 멋대로 단정하고 말았었다.

‘이거 조금 미안한걸. 아니, 그때는 알았어도 딱히 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안 했겠지만.’

우몬의 이야기가 끝나고 잠시 일었던 소란이 가라앉을 무렵, 다음 괴물 단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그들 중 가장 나이가 많고 마른 이였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