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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29

EP.428 17. 인형의 집 (4)

“핫핫,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우몬 군의 이야기를 먼저 풀어 버리니 순서가 조금 이상해졌군요? 아무래도 가장 처음 합류한 단원인 저부터 이야기를 풀어 가야 하는 게 순리겠죠.”

해골 광대가 사람들 앞으로 나섰다. 스벤이 어떻게 서커스단에 합류하게 되었는지는 엘라 역시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가 들어온 것은 그녀가 고향을 떠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그때, 그녀는 원더스타인과 잠시라도 함께 있고 싶어 하지 않았고, 스벤을 섭외할 때 역시 따라가지 않았었다.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실 여러분에게 고백할 게 하나 있습니다. 제 진짜 나이에 대해서입니다. 사실 저는 59살이 아니라 139살입니다.”

그의 뜬금없는 고백에 단원들은 피식하고 웃었다. 다들 그가 또 무슨 농담을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스벤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매우 진지했다.

“59살은 ‘살아온’ 시절만 합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제야 단원들은 그의 턱이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가 우스갯소리를 하거나 거짓말을 할 때는 언제나 턱이 덜그럭거리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게 무슨 의미예요? 살아온 시절만 세다니?”

“말 그대로입니다, 우몬 군. 저는 80년을 무려 죽은 채로 보냈습니다.”

“죽은 채로? 그렇다면 당신…… 정말 시체에서 부활했단 말이야?”

“그게 가능한 일인가?”

사람들은 그를 두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예전부터 스벤이 다른 괴물 단원들과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단원들은 비록 몸이 이형이라고 할지라도 그래도 생물로서 형체는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만은 달랐다. 눈도, 혀도, 귀도 없는 텅 빈 해골이 보고, 듣고, 말했다. 심지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뼈다귀를 원격으로 움직일 수도 있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몸이었다.

그때, 가스통은 그의 말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알아챘다. 그는 연금술 길드의 마스터 중 한 명이었다. 은하수 제조는 그의 전문 분야는 아니었지만, 저주 역병의 역사는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잠깐만! 자네는, 어, 그러니까…… 당신은…….”

“평소처럼 반말을 써도 됩니다, 가스통 형님. 핫핫, 말했잖습니까. 살아온 세월은 59년이라고.”

“어…… 그래? 크흠, 좋아. 그러니까 자네는 139살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내가 알기로 저주 역병은 100여 년 전에 퍼지기 시작했단 말이지. 그러면 자네는 도대체 어떻게……?”

“하핫, 예리하시군요! 네. 저는 다른 단원들과 다릅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은 둘 중 한 분이 역병 감염자였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저주 역병에 걸려서 이런 몸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역병에 걸렸다고 해도 자네처럼 되는 경우는 지금까지 보고된 바가 없는데?”

“제가 저주 역병에 걸린 경위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100여 년 전, 당시 동부를 휩쓸고 다니던 악마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역병 군주. 저는 그 악마와 마주치고 이런 꼴이 되었습니다.”

스벤은 평소와 달리 진지한 목소리로 100여 년 전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

인류가 대륙 전체에 자리 잡은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도시와 마을 밖 어두운 구석에는 온갖 신비한 존재들이 지상을 활보하고 있었다. 악마, 마귀, 요정, 환수 등. 100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오늘날보다 훨씬 빈번하게 사람들의 주거지 근처에 출몰하곤 했다.

그 당시, 인류는 영적으로 크게 진보하는 과도기에 있었다. 계몽주의가 도시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퍼지는 한편, 약해진 종교의 권위 때문에 시골에서는 마귀와 마신의 추종자들이 크게 준동했고, 증기기관이 산업과 경제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한편, 과밀화된 인구와 위생 문제 때문에 전염병이 창궐해 삶과 죽음의 공간이 분간 없이 뒤섞여 있었다.

그 시절 집시들에 대한 박해가 심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들은 옛날부터 악마의 앞잡이로 많이 매도되었고, 떠돌이라는 특성 탓에 병을 옮기는 매개체로 인식되었다. 집시가 랫맨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 것이 오늘내일 일은 아니었지만, 그때가 유독 심했던 것은 그러한 사회적 배경 때문이었다.

스벤은 그러한 시대에 집시로 태어나서 집시로 자랐고, 마침내 집시 한 무리를 이끄는 부족장이 되었다. 그는 일찍이 아내를 흑사병으로 잃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자신을 꼭 닮은 딸은 세상에 남겨두고 떠났다.

“아빠, 아빠! 정말 백작 어르신의 환갑잔치에 초청받은 거예요?”

“그럼! 어찌나 놀랐는지 그 소식을 듣고 내가 눈알이 빠져버렸지 뭐냐!”

양손으로 눈을 가린 그는 입으로 코르크 마개 빠지는 소리를 내며 손을 쫙 펼쳐 보였다. 그곳에는 정말로 사람의 눈알이 뽑혀 나와 있었다.

에스메랄다는 왁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다. 정말로 아빠의 눈알이 뽑힌 줄 알았기 때문이다. 스벤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 곧 깔깔 웃으며 곧 본인의 눈이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게 뭐예요! 딸내미 심장 떨어져 죽는 꼴을 보고 싶어요?”

“괜찮지 않았니? 그저께 저 친구가 만들어준 소도구인데…….”

스벤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야영장 구석에 홀로 떨어져 있는 이를 가리켰다. 그는 누더기를 뒤집어쓴 채 혼자 무언가를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에 이 부족에 들어온 사람이었는데, 손재주가 뛰어나서 이런저런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어때? 이번 잔치에서도 이것 한 번 써먹을까?”

“우웩! 그러다가 잔치에서 쫓겨날걸요?”

에스메랄다는 그의 손에 들린 눈알을 질색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새로 들어온 아저씨의 재주는 인정하는 편이지만, 그의 취향만은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다. 만들어도 뭐 저렇게 진짜 사람 눈알처럼 만든담.

스벤의 무리는 재주꾼과 광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은 장터나 축제가 열리는 곳을 찾아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고 돈을 벌었다.

흑사병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집시 부족들이 해체되는 와중에 스벤의 무리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부족장인 그의 인망 때문이었다. 그는 가장 힘든 시절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 했고, 그의 부족민들은 배를 굶주리면서도 다른 집시들처럼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았다.

그러한 인고의 시간에 대한 보상일까.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 그들을 찾아왔다. 어느 귀족 가문의 잔치에 놀이패로 초청받은 것이었다.

스벤은 부족원들과 함께 밤낮 가리지 않고 재주를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했다. 그는 남은 자금을 모두 털어서 그들의 행색을 정비하고 장비와 옷도 새로 맞췄다. 이런 큰 판에서 한번 입소문을 제대로 타면, 앞으로 흥행을 이어나가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들의 공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막상 잔치 당일이 되자 귀족 측에서 그들을 부르지 않겠다고 통보해온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합주단을 불렀다는 모양이더군.”

소문에 빠른 부족원 중 한 명이 소식을 가져왔다. 스벤은 스트라우스라는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얼마 전, 프라빈에서 열린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젊은 천재 작곡가였다.

“제길. 역시나 고상한 놈들은 고상한 놀이를 즐긴다 이건가.”

“잔치라면 우리 같은 놀이패가 더 맞을 텐데…….”

“젠장, 잔치 당일에 통보해주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부족원들은 재주꾼과 광대들이 처한 현실에 분노했다. 이 시대의 곡예사들은 대부분이 집시였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사회적 대우가 아주 형편없었다. 남자의 경우 이유도 없이 지역 주민들에게 몰매를 맞기도 했고, 여자들은 불량배들에게 겁탈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그들은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했다. 그들 대부분이 제대로 된 신분도 없는 무적자 신세였기 때문이다. 이번 같은 부당한 대접을 받고도 항의 한 번 못하고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처지였다.

“핫핫, 어쩔 수 없지. 그러면 예정을 바꿔서 강을 따라 장터를 돌아볼까.”

스벤 역시 분통이 터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웃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광대놀음을 가르쳐준 스승에게서 배운 그가 광대로서 살아가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낙천성은 부족민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은 귀먹은 노인네에 대한 스벤의 농담을 들으며 기분을 풀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스벤의 긍정적인 태도와 별개로 일은 점점 꼬여갔다. 그들이 그다음 들른 지역은 마침 흑사병이 퍼져 모든 장터에 집시의 출입이 거부되었다. 성자 빅터가 방역 방침을 세운 이후로 환자 몇 명만 나와도 이렇게 지역이 통제되곤 했다.

결국 그들은 먼 길을 돌아 다른 지역으로 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중간에 도적 떼를 만나 새로 산 옷과 장비들을 잃었으며, 그나마 남은 자금도 부족원 중 한 명이 몽땅 훔쳐서 도망가 버리기까지 했다.

그 일은 스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도망친 사람은 지난 십수 년간 스벤의 옆을 지켜왔던 그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보다 마음의 상처를 더 크게 입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의 딸인 에스메랄다였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있었다. 사기꾼, 좀도둑, 창녀, 거지, 광대 등.

주변에서 온갖 업신여기는 소리를 들어도 그녀는 자기네 부족은 의리와 인간성만큼은 다른 고결한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궁지에 몰리자 너무나도 쉽게 세간에서 떠들던 ‘집시의 본성’을 보여주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진심으로 가족처럼 여기고 믿고 따랐던 사람이 말이다. 그녀는 그것이 너무나도 가슴 아팠다.

스벤은 다음 목적지에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족이 와해되는 것도 그렇지만, 더는 딸아이가 상처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때, 그에게 일거리를 가져온 사람이 바로 그 신입이었다. 그에게 가짜 눈알 소도구를 만들어준 사람. 그는 인근에서 꽤 지체 높은 양반이 재주에 뛰어난 집시들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가져왔다.

“보세요. 이 포상금. 이 정도면 자금난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어요.”

그는 제안에 쉽게 혹하는 듯했지만, 스벤은 그 일이 탐탁지 않았다. 그것은 한낱 떠돌이 재주꾼들에게 주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었다.

“흠, 아무래도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일단 예비 소집에는 가보죠. 뭔가 아니다 싶으면 계약 안 하면 그만 아닙니까.”

그의 꼬드김에 스벤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제안을 승낙했다. 확실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들 부족이 계속 유지되기 힘들었다.

그는 일단 다른 부족원들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혹시나 이것이 헛소문이거나 귀족의 어처구니없는 장난임이 드러났을 때, 그들이 또 실망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자네와 나. 둘만 가기로 하지.”

“네, 네. 그러죠.”

집시들을 모집하는 사람은 얼마 전 흑사병이 퍼져 떠나야만 했던 그 지역의 영주였다. 스벤은 부족을 이끌고 그곳 근방으로 이동한 뒤 신입 부족원을 데리고 잠시 근처에서 일거리를 알아보겠다고 말하고는 야영지를 떠났다.

“아빠, 금방 돌아올 거지?”

“핫핫, 물론이지! 턱이 빠지도록 큰 일거리를 찾아서 돌아오마!”

스벤이 입을 쩍 벌렸다. 그러자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턱관절이 떨어지더니 턱이 평소보다 2배는 길게 아래로 늘어졌다. 에스메랄다는 꺅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이, 진짜! 자꾸 그런 기술만 개발할 거야?”

“핫핫, 깜짝 웃음을 주기에는 이만한 게…….”

“그것 좀 하지 마! 솔직히 저번 환갑잔치 건도 왠지 전날에 아빠가 그쪽 사람들에게 보여준 ‘혓바닥 30cm’ 때문에 취소당한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슬슬 들기 시작했단 말이야.”

스벤은 뜨끔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안 그래도 그도 그날 통보를 받았을 때,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빠가 폭주 안 하도록 잘 제어해주세요, 이고르 아저씨.”

“낄낄, 그렇게 할게.”

스벤과 이고르는 그들을 배웅하는 에스메랄다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길을 떠났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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