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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0

그녀 (7)

콰르르르릉!

적뢰(赤雷)가 마구 기승을 부린다.

백운의 몸에 박힌 일곱 개의 뇌전의 창이 일제히 붉은 빛을 토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백운은 기절할 듯이 눈을 까뒤집고 옥좌에 앉아 전신을 벌벌 떨고 있었다.

아마 인간이었다면 입에서 거품을 물고 있었을 것 같았다.

콰지지지직!

그녀는 마치 붉은 뇌전의 감옥에 갇힌 듯한 모습으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몸을 떨어 댔다.

[그, 그, 그… 그만, 그만… 흐, 제발….]

모습을 보아하니, 상성상으로는 내 멸계요주번보다 전명훈을 데려온 것 하나가 더 잘 먹힌 모양.

-뽑을 수 있겠나, 전명훈?

나는 심어로 전명훈에게 질문했다.

허공분쇄에 오른 덕인지 심어의 정확도가 훨씬 높아져, 이제는 사실상의 전음이나 다름없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는 잠시 뇌전의 창을 잡고 있다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말했다.

-불가능하다. 누가 박아 놓은 건진 몰라도… 내 권능으로도 안 뽑혀. 번개들이 내게 협조하기는커녕, 이 뇌전창들은 오히려 나를 비웃고 있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 어떤 번개라도.

심지어 천겁일지라도 전명훈 앞에서는 유순한 한 마리 양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양수진이 남겨 놓은 뇌전창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자아가 강한 부류 같았다.

‘어떻게 한다….’

원래는 전명훈을 시켜 뇌전창을 통해 위협을 한 후, 뇌전창을 그녀의 몸에서 뽑아 주며 이것을 대가로 천천히 설득을 하려 했다.

그녀 역시 뇌전창이 뽑히기를 바라고는 있을 테니까, 그녀 역시 나처럼 [윗분]들의 법으로 인해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면, 그 규칙을 넘어설 정도의 이득.

즉 뇌전창으로부터의 치료를 해 줄 생각이었다만….

‘못 써먹겠군. 그럼 어떻게 한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내 몸 상태를 관조했다.

‘몸 상태가 엉망이다.’

그 짧은 시간 성사와 대적한 결과.

영역 전체가 거의 진탕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아마 백운 성사에게 멸계요주번을 박아 넣는 작전이 실패했다면, 나는 진즉 영역 전체가 찌그러져 반가사 상태가 되고 강제로 재천존자가 되었으리라.

‘상성이 잘 먹혀서 다행이지….’

상식적으로 쇄성기가 성반기 성사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는가.

자체적인 경지 차도 경지 차건만, 성사는 거기에 중경계 혹은 항성계의 힘까지 빌려 끌어 써 대니, 이 안에서는 사실상 진선에 준하는 것이 성사였다.

괜히 고력계의 존자들이 성사 한 명에게 대부분 숙청당한 건 아닌 것이다.

처음 그녀의 힘을 마주했을 때부터, 백운 성사와 직접적으로 맞붙을 생각은 버렸다.

처음부터 전명훈을 어떻게든 데려와 그녀의 몸에 박힌 창을 만지게 하면 내게 승기가 있고, 그럴 기회조차 못 잡으면 내 패배인 싸움이었을 뿐이었다.

[아, 아어억, 어어어어억!]

나는 적뢰 속에서, 거의 튀겨지다시피 하고 있는 백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본래는 조금 온건한 방법으로 설득드리려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군요. 그러니 이 상태에서 여쭙겠습니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어쨌든 성사 자리쯤 올랐다면 이 정도 고통은 버틸 것이다.

“제게 존자 칭호의 하사를, 취소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그그극… 어그그그극….]

“대답하지 않으시겠단 겁니까….”

[으, 으그그극… 으극….]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으, 으아. 아아아….]

“제게….”

난 적뢰 속에서 그녀의 의념을 읽으며 말을 이었다.

“존자 칭호의….”

적뢰는 밝았지만, 그 속에서도 백운의 의념은 뚜렷했다.

“하사를….”

명백한 ‘거부’의 의념!

“취소하여….”

콰지지지직!

겉보기에는 내가 힘없는 아낙네를 전기 고문 하며 겁박하는 것 같아 보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그녀의 진의를 마주하는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기개 있게 나를 끝까지 잡아 두겠다고, 그리 말하고 있었다.

입에서야 비명이 나온다지만, 우리 경지쯤 되면 굳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닐지언정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뇌전 속에서도 백운의 눈은 점차 고통에 익숙해지며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주십시오.”

[흐, 흐으… 흐으으으….]

파지지지지지직!

뇌전의 감옥 속, 그녀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흐, 흐흐흐흐….]

“…!”

콰칭-

그녀가, 내게 손을 뻗는다.

그것만으로도 뇌전의 감옥의 일부가 뚫리며 백운의 마른 고목 나뭇가지 같은 손이 안쪽에서 튀어나왔다.

즈우우웅-

손에서 인력이 뿜어지며 주변의 시공간을 뒤틀어 버리고 있었다.

삽시간에 그녀의 손이 내 어깨에 닿았다.

[같… 이… 느껴 보자꾸나….]

“…!!!”

우우우웅!

그녀의 손을 통해, 시뻘건 저주문이 내 몸에 씌워지며 백운의 통증 중 일부가 내게 떠밀려 오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밀어내는 부류의 저주!

-서, 서은현!

-멈추지 마라!

전명훈이 당황해 멈추려 했으나, 나는 심어를 통해 크게 일갈하며 도리어 웃었다.

‘끝까지 가 보자는 거군.’

솔직히, 그녀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멸계요주번을 처음 꽂았을 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 오판이었던 모양.

성사쯤 되면 그 정도 고통에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는 것일 터였다.

그렇다면, 나 역시 제대로 각오를 다지겠다.

츠츠츠츠츠-

전신에서 저주가 흘러나왔다.

나는 영언을 터트리며,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내 어깨를… 함부로 만지지 마십시오.]

파아아아앗!

우드드드득!

난 21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으로 변화하며, 백운의 손을 어깨에서 떼어 내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그러나, 무겁다.

‘정신 나간… 이게 다 죽어 가는 ‘천족’ 수사의 힘이란 말인가…?’

앙상한 백운의 팔에서 뿜어지는 완력은, 천지쌍수 합체 후기인 내 완력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몸에 총천검을 씌우고, 검의 힘까지 합쳐서야 겨우 그녀의 앙상한 팔을 떼어 낼 수 있을 정도!

일전 증룡의 저물도에서, 증룡에게 인간형으로 두들겨 맞고서 영역이 박살 나 죽을 뻔했다는 합체기 수사의 기록을 본 적이 있었다.

이제야 이해가 됐다.

진인쯤 된다면, 정말 순수한 완력만으로 합체기 수사를 패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리고, 백운 성사는 풍문으로 들리기를 본래 진인이었다가 모종의 사건 때문에 경지를 조금 낮춰서 광한계에 들어온 진인이라 하였다.

‘그녀의 완력은, 최소 인간형으로 변한 증룡진인과는 동급일지도 모른다!’

이대로 가면 필패.

그러니, 특단의 대책을 써야 한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내 어깨에서 떼어 냈다.

물론 그녀의 팔을 잡은 손을 통해서도 그녀의 고통이 물밀듯이 들어왔지만, 참을 만은 했다.

그리고, 나는 반대쪽 손으로 저주문을 뿜어냈다.

멸계요주번이 요사스러운 빛을 내뿜으며 내 손 위에 형성되었다.

검은색의 살덩이 같은 무언가의 집합체.

안쪽에서는 수많은 입과 눈알이 뒤룩거리는 괴번!

나는 괴번의 깃대를 잡고, 깃대의 끝부분을 역수로 쥔 채, 그대로 백운 성사의 배를 향해 검은 깃대를 쑤셔 넣었다.

[——–!]

찌이이잉!

인식할 수 없는 비명 소리가 기, 혼, 명.

삼계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진인들이 내뱉었던 것과 똑같은 비명 소리!

백운 성사가 진심으로 못 버틸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는 의미였다.

[—–!]

[그아아아아아!]

그녀의 손을 통해, 내가 그녀에게 밀어 넣은 고통이 또다시 전해져 왔다.

이제 남은 것은, 누가 누가 더 고통을 잘 버티느냐일 뿐!

‘한번 해 보시지요, 성사!’

나는 고통 속에서도 앙천광소를 지으며 깃대를 더더욱 깊숙이 쑤시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드!

‘미친….’

광한계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백운 성사가 미쳐 날뛰는 게 느껴졌다.

당장 양수진의 유산으로 인해, 바로 앞에 있는 우리에게는 어찌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발작으로 인해, 광한계 곳곳에 지진 해일과 재해가 일어나는 게 느껴졌다.

당장 느껴지기로는 천련산 아래쪽에서는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일어나는 중이었고,

광한계의 인력이 성계에까지 마구잡이로 뻗치며 성계를 떠도는 별의 조각들이 광한계로 끌려왔다.

곳곳에 운석이 떨어지고, 공허간의 시(尸)들이 광한계로 들어온다.

우우우웅!

그리고, 나는 이어지는 미친 현상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쿠구구구구구구!!!

위와 아래가 바뀐다.

천지(天地)가 역전(逆傳)된다.

[위]쪽의 하늘이 아래로.

[아래]쪽의 땅이 위로.

귓가에 무수한 광한계인들의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단순히 위아래가 뒤집힌 것이 아니라, 중력은 그대로였다.

그러니까.

땅을 디디고 서야 할 자리에 하늘이 오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중력은 그대로다.

그렇다면 어찌 되는가.

“서은현! 어떻게 좀 해 봐라!!!”

전명훈이 악을 썼고,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광한계 전체가 일제히 뒤집혔다!

광한계의 생령들이 일제히 하늘로 떨어진다!

다행히 광한계의 생령들은 절대다수가 수도자였기에 비행이 가능해서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 치더라도, 이대로라면 중경계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콰릉, 콰르르르릉!

‘땅’에서 천겁이 내리치며 광한계 전체가 일제히 번개의 바다로 뒤덮였다.

콰지지지직!

그냥 번개라면 전명훈이 있는 이 자리에서는 절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백운 성사가 무얼 하는지 알아챘다.

‘이 미친….’

현재 광한계 곳곳에서 내리치는 천겁!

그 천겁 하나하나에, 지금 백운 성사를 고문하는 나와 전명훈의 모습이 찍혀서 광한계 전체에 송출되고 있었다.

천겁 자체의 위력은 결단기도 맞을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았지만, 스치기만 해도 지금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즉, 나는 지금 광한계 정체에 성사를 고문하는 악종으로 얼굴이 팔려 가는 중이란 의미였다.

“서은현!!!!!!”

전명훈이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희색을 띠었다.

‘지금, 다른 생령들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중이다!’

즉, 이제는 타 생령들에게 구원을 요청할 정도로 정신력이 한계까지 몰렸다는 의미였다.

[조금만 더 하면 된다! 더 힘을 줘라, 전명훈!]

나는 21개의 머리에서 투지를 띄우며 깃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직… 이게 제 전력(全力)이 아닙니다. 성사…!]

단악검법

제삼십이초

아심검(亞心劍)

영유월감(嶺踰越嵌)!

키이잉!

내 심상에 맺힌 검의 형상이, 백운 성사의 혼(魂) 안쪽으로 꽂혔다.

그녀가 나를 떠올리는 한, 마음은 끝없이 베여 나간다!

이제부터는… 한계의 몰린 정신력마저 베여 나가리라!

파아아아아앗!

새하얀 빛이 끓어오른다.

다음 순간.

뚝!

“…어?”

나는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모든 현상이 정지되었다.

‘이건….’

정지된 세계.

그곳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그리고 눈앞의 존재뿐이었다.

[…네가 이겼다.]

나는 눈앞의 존재를 보았다.

‘뭐지?’

새하얀 소복을 입고, 곳곳이 나무껍질 같은 피부가 드러나 있는, 머리에는 나뭇가지가 자라나 있는 아름다운 여인.

백운 성사.

전성기 시절의 모습이,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녀는 한탄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차며 말했다.

[악종 놈. 마음대로 하든지 해라. 네 덕에 아껴 두었던 힘을 해방해서, 얼마나 극심한 손해를 보았는지 가늠도 안 되는군. 마음대로 해라. 존자 칭호는 안 부여할 테니,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려라.]

모습은 완쾌한 듯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나, 단숨에 나를 광한계 곳곳으로 쫓아 버리는 권능은 잃어버린 것인지, 나를 쫓아내지 않고 ‘사라져라’라고 말하는 그녀였다.

[…성사의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인간형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예를 취했다.

그녀는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내게서 등을 돌리며 말했다.

[난 이제 성사가 아니다.]

나는 그제서야 그녀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눈치챘다.

경지를 일시적으로 한 단계 내린 대신 내 힘에서 벗어난 화신을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광한계의 시간을 잠시 멈춘 이 정신 나간 권능으로 볼 때,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존자가 되었을 뿐일 터였다.

아마 몇 년 정도면 다시 성사의 경지를 회복할 것이 분명했다.

[내 앞에서 썩 꺼져 버려라. 검마(劍魔) 놈….]

나는 그렇게 존자에 오른 후.

검마(劍魔)라는 칭호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 외에 존자로서의 정식 칭호는 인정받지 않을 수 있었다.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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