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433

EP.432 17. 인형의 집 (8)

트라이머리가 괴물서커스단에 합류한 것은 재작년 11월의 일이었다. 아직 마차 한 대에 원더스타인과 엘라, 스벤 이렇게 세 사람이 함께 타고 다니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엘라는 원더스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진짜로 서커스단을 꾸릴 생각인 것 같긴 한데, 고향에서의 참상을 생각하면 그가 평범한 서커스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일부러 그가 하는 일에 관심이 없는 척했다. 행여나 서커스라는 말에 혹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상대는 가족, 친구, 이웃들을 죽인 사악한 마도사였다. 무슨 목적으로 자신을 데리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약에 따른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의 일에 도움이 되는 일은 조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봐, 내가 보기에 벌써 몇 명한테 거절당한 거 같던데…… 맞아?”

그러나 두 달이나 함께 다니다 보니 경계는 자연스럽게 누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싫어도 함께 여행하다 보니 크고 작은 대화를 나누기 마련이었고, 게다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일관되게 증오를 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목적지를 바꿔가며 어디론가 향하고는 별 소득도 없이 발길을 돌리는 일이 한 달째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마차를 나설 때와 다르게 매번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마차로 돌아오는 그가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안쓰럽게 보였기에 그녀는 오랜만에 먼저 말을 걸었다.

“웬일입니까, 제 일에 관심을 다 가져주고.”

원더스타인은 정말 기쁜 듯 웃었다. 그녀는 이제 그가 자신을 조롱하려고 저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주 웃어버리고 말 것 같았다.

“징글징글하게 굴기는! 착각하지 마! 나는 댁에게 조금의 도움도 주고 싶지 않아. 그저 두 달 동안 먹은 밥값과 재워준 값을 하려는 것뿐이지. 당신에겐 아무것도 공짜로 받고 싶지 않으니까!”

“핫핫, 부단장은 당차군요! 솔직히 말하고 도움을 구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단장님?”

엘라와 원더스타인 사이가 그나마 부드러워진 것은 한 달 전 합류한 스벤 덕분도 있었다. 그는 무서운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유쾌한 남자였다. 그는 찬 바람이 부는 두 사람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스벤 씨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좋습니다. 엘라 양의 추측대로 저는 사람들을 찾아가 서커스단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번번이 거절당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당연하지. 바보가 아니고서야 뭘 믿고 당신을 따라나선대?”

엘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그 바보에 자신도 해당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서커스를 할 건데? 생각은 하고 사람을 모으고 있는 거야?”

“괴물 서커스요.”

그의 말에 엘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지금까지 저주받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던 거야? 스벤을 데려왔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

“핫핫, 몰랐나요, 부단장은?”

“나는 당연히 능력만 보고 뽑은 줄 알았지.”

그녀의 말에 스벤은 잠시 할 말을 잃고 그녀를 바라봤다. 순수하게 능력만 보고 판단하는 그녀의 태도는 신분과 외모 때문에 사회에서 겉돌았던 그에게 상당히 낯선 것이었다.

“그리고 말했잖아. 나도 두 달 전에 얼결에 이 인간에게 끌려온 거라고. 괴물 서커스를 한다고 할 줄은 몰랐어. 그건 그렇고 이거 쉽지 않겠는데? 물론 괴물 서커스에 대한 수요는 아직 많을 거야. 즐긴다고 대놓고 말은 못 해도 다들 별난 걸 보고 싶어 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걸 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거지. 지금 가려는 곳에도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거야?”

“네. 하지만 이번에도 잘 될 것 같지는 않네요. 엘라 양의 말처럼 괴물 서커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

엘라는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더니 뭔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발을 탁탁 굴렸다. 사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그 사람들을 협박해서 끌고 다니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아마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들을 해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그녀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후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나랑 같이 가자.”

“……네? 엘라 양이 저랑 같이요?”

어쩐지 크게 반기는 그의 얼굴에 엘라는 벌컥 화를 냈다.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당신의 진짜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이면 평생 가도 안 끝날 것 같으니까 하는 말이야! 아까 말했잖아. 밥값은 하겠다고. 나는 이 서커스단의 부단장이니까.”

“후후, 좋습니다. 이거 기쁜걸요.”

“윽, 기뻐하지 마!”

“핫핫, 저도 함께 가도 될까요? 아무래도 제 외모가 섭외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좋습니다. 다 함께 갑시다.”

원더스타인이 다음 섭외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몸 하나에 머리가 셋 달린 세쌍둥이 형제였다. 그는 이전에 들른 곳에서 그들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어떤 자들이랍니까?”

“별로 좋은 얘기는 나오지 않더군요. 마을에서 문제도 많이 일으키고 골칫덩어리라고 합니다.”

“핫핫, 과장된 걸 겁니다. 우리 같은 이들은 외모 때문에 배척받기 마련이니까요.”

원더스타인은 일단 마을에 들어가면 술집에 가서 그들의 행방을 물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그 계획을 철회했다. 그들은 마을에 들어가자마자 트라이머리 형제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세쌍둥이는 마을 중앙에 설치된 우리 안에 기절한 채로 갇혀 있었다. 온몸의 멍과 상처들로 보아 몽둥이찜질이라도 당한 듯했다.

“저것 좀 봐.”

엘라가 가리킨 곳에는 붉은색 물감으로 그들의 죄목이 적힌 푯말이 걸려 있었다. ‘사람이 아닌 죄’라는. 방금까지 농담을 던지고 웃던 스벤의 웃음이 잦아들었다.

“저게 무슨 말이야? 사람이 아닌 죄라니?”

“별로 좋은 뜻 같지는 않군요.”

“외지인인가? 놈들에게 다가가지 말게. 아주 고약한 녀석들이니.”

건너편 건물 앞 의자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허리에 찬 총과 가슴에 단 별로 보아 이 마을의 보안관인 듯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사람을 이렇게 우리에 가둬둬도 되나요?”

“우리 마을 사정에 신경 쓰지 말게. 저놈은 저래도 싼 녀석이야.”

보안관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엘라는 욱해서 받아치려고 했으나 원더스타인이 그녀를 제지하고 나섰다.

“도와주겠다면서 일을 더 키울 생각입니까?”

“하지만…….”

“일단 그 사정이라는 것부터 들어보죠. 보안관님, 사람을 이렇게 도로 한 중간에 구경거리로 두는 것은 공화국법에 없을 텐데요.”

“내 개인적인 권한일세. 어쨌든 꼬마 아가씨께서 화가 단단히 난듯하니 설명해 주지.”

트라이머리 형제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이 마을에서 자랐다. 형제의 어머니는 임신한 와중에 저주 역병에 걸렸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낳았다.

“너희들의 몸은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란다. 하지만 속 좁은 사람들은 그런 너희의 몸을 트집 잡아 자꾸 괴롭히려 들 거야. 그럴 때는 이렇게 외쳐. 그건 차별이라고. 알겠지?”

형제의 엄마는 그들이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그러나 그들은 엄마의 가르침을 잊지 않았다. 어디서든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고 다녔다.

“저희는 세 사람인데 왜 식량 배급을 2인분밖에 안 주는 거죠?”

“차별이다!”

“보릿고개 배급은 노동량에 비례해서 주는 건데, 너희는 지난해에 1인분밖에 일 안 했잖아? 그래도 너희 몸이 2인분 열량을 소모한다고 해서 2인분을 주는 건데…….”

“지금 우리가 머리 셋에 몸 하나밖에 없다고 비꼬는 겁니까?”

“차별이다! 차별!”

그렇게 그들은 불합리한 배급 제도에서도 제 몫을 받아냈고,

“요금을 2인분 내라니요? 저희 몸은 하나인데 왜 배삯을 2배로 내라는 거죠?”

“차별이다!”

“아니, 너희 머리 때문에 자리를 두 칸 차지하니까 요금을 2인석으로 내라는 건데…….”

“지금 우리가 머리 많다고 놀리는 겁니까?”

“차별이다! 차별!”

불합리한 요금 체계도 바로잡았으며,

“뭐? 너희가 마지막으로 잡혔으니까 이제 너희가 술래해야지.”

“우리 셋 다 잡아야지. 왜 한 명만 잡고 셋 다 술래를 하래?”

“하지만 너희 몸은 하나…….”

“지금 차별하려는 거야?”

“우리의 몸이 이상하다고?”

“차별이다! 차별!”

또래들이랑 놀 때도 규칙을 자신들에 맞게 수정했다.

저주받은 몸으로 태어난 데다가 엄마 없이 자란 애들이라 그들의 아빠도 그들에게 함부로 매를 들지 못했고, 마을 사람들도 그런 아이들의 억지를 너그럽게 받아주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나이를 먹어감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저께는 강변의 뷔페식 선원 식당에서 3명 다 먹어 놓고 1인분 요금만 내겠다고 버티다가 점주랑 주먹다짐을 벌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끌고 와서 뒤지게 팬 다음 여기에 가둔 거요.”

“어…… 아무리 보안관이라도 그런…….”

“내가 이 애들의 아버지요.”

보안관은 어제 처음으로 매를 들었음을 고백했다.

“내 탓이오. 내가 애들을 잘못 키운 탓이지.”

“앞으로는 어쩌실 생각입니까?”

“매질을 계속해야 하지 않겠소? 20살 넘은 아들들하고 이러고 있는 것도 참 우습다만…….”

원더스타인과 엘라는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이런 사정이 있다면 설득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혹시 저희에게 맡겨 보시지 않겠습니까?”

원더스타인과 엘라는 자신들이 괴물 서커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솔직히 밝혔다. 아무리 그래도 아들들을 구경거리로 내몰기는 그랬던 보안관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했다. 그러자 근처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노인, 아주머니, 청년, 소녀 등 마을 사람들이 우 몰려와 그에게 어서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아우성쳤다.

“자네 아들들 성격이면 평생 이 마을에서밖에 못 살아!”

“밖에 내보내서 고생도 시켜야 철이 들죠.”

“동감!”

“오빠들도 세상 구경하고 좋잖아요.”

그들의 설득에 보안관은 결국 형제를 서커스단에 넘기기로 했다. 얼마 안 있어 기절에서 깨어난 형제는 보안관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드러누웠다.

“아이고, 아버지가 우리를 구경거리로 팔아넘기는구나!”

“우리 같은 몸으로 태어난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하고 돈을 벌어요? 그냥 집에서 용돈 받고 집안일이나 도울게요!”

“이건 차별이야! 차별!”

괴물서커스단 사람들은 그래도 눈물을 흘리며 흙바닥을 뒹구는 그들의 모습이 제법 안쓰럽다고 생각했지만, 보안관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들의 저런 꼴은 예전부터 너무나 많이 봐왔다.

“그럼 아들들을 잘 부탁합니다.”

원더스타인이 보안관과 계약서를 작성하는 동안, 엘라와 스벤은 트라이머리 형제에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그들은 스벤의 모습을 보더니 펄쩍 뛰었다.

“사, 살아 있는 해골이라니?”

“괴물이다! 우리를 이런 괴물과 동급 취급하는 거야?”

“저 흉측한 꼴 좀 보라지! 악마 추종자임이 분명해!”

보안관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더니 원더스타인이 극구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매를 들어도 좋다는 항목을 계약서에 적어 넣었다.

더불어 그들은 늘어난 단원 수에 맞춰 이동 수단도 하나 더 얻게 되었다. 보안관이 죄수 호송에 쓰는 마차째로 형제를 넘겨준 것이다.

“살려줘요! 촌장님! 우리 풀어줘요!”

“아줌마! 아버지 좀 설득해 봐요!”

“얘들아! 구해줘! 뭐하냐!”

트라이머리는 쇠창살을 마구 흔들며 마을 사람들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저 손만 흔들 뿐이었다.

“제발 좀 사람이 돼서 돌아와라!”

“천천히 세상 구경하다 와!”

“어디 가서 마을 망신시키지 말고!”

“너무 빨리 돌아오지는 마!”

그렇게 세 사람은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트라이머리 형제를 데리고 그들의 고향을 떠났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