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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4

EP.433 17. 인형의 집 (9)

“도대체 어디가 가슴 아픈 이야기라는 거야?”

미키의 투덜거림에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무슨 대단한 사정이 있나 싶었는데 그냥 밥값 못하는 동네 백수건달이었다는 소리였다. 트라이머리 형제만은 그의 심드렁한 반응에 역정을 냈다.

“자식이 부모에게 맞았잖아! 몽둥이로! 가정 폭력이야! 가정 폭력! 그것도 서러운데 마을 전체에 조리돌림당하기까지 했어! 넌 그러면 수치심을 안 느끼겠냐?”

“그런가? 나는 때릴 부모도 없었어. 자란 곳도 슬럼가였고. 그리고 잘못은 애초에 형들이 먼저 한 거 아냐?”

“그래도 노예로 팔려나가는 것처럼 쫓겨나는 건 너무 하잖아! 죄수 호송 마차를 타고 말이야! 그 비참한 기분을…….”

두네돌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우몬이 고개를 쳐들며 소리쳤다.

“그러고 보니 형 이야기에 나온 마차는 지금까지 제가 타고 다니던 거잖아요? 쇠창살 달린 우리, 그거 맞죠? 어쩐지 처음 들어왔을 때, 형들이 신나서 내 숙소라고 끌고 가서 안내해주더니만…… 원래 형들 거였네요?”

“이것 봐, 우리는 마음의 상처가 큰 사람들이야. 마을 사람들의 반응을 보라고. 안 그런 척했지만, 20년 넘게 속으로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었다는 게 이야기에서 드러나잖아?”

“충분히 좋은 사람들 같은데…….”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그렇지. 하지만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고. 그 친절함 뒤에 가려진 차별 의식이…….”

아나이스는 이제 충분하다고 여겼는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래도 과거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알겠어요. 세 분이 왜 그런 성격인지.”

트라이머리 형제는 다른 괴물 단원들과 달리 평소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천시받던 경험 때문인지 유쾌한 스벤조차 가끔은 답답해 보일 정도로 소극적으로 굴곤 했는데, 그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었다.

“그나마 지금은 이야기에 나온 것보다는 많이 성숙해진 것 같군요.”

“말도 마세요. 들어오고 나서도 한동안 다른 단원들이랑 많이 부딪쳤어요.”

“핫핫, 유라 씨랑 제일 많이 싸웠죠.”

“그게 고쳐진 게 우몬이 합류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 때문이지, 아마?”

“아, 맞아요. 그때부터 저 세 사람이 조금 겸손해졌죠.”

“그때 그 일이라면…….”

우몬을 제외한 괴물 단원들이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다들 원더스타인이 저지른 학살극이 떠오른 것이다. 엘라는 다른 단원들이 그 일이 뭔지 질문하기 전에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좋아. 그다음은 유라 언니 차례지?”

“응. 맞아.”

눈치 빠른 유라크네는 엘라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과거를 풀었다. 특이한 몸으로 태어나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일, 무슨 사건만 터지면 원흉으로 지목되어 돌팔매질을 당했던 일, 그리고 끝내는 마을에서 도망쳐 숲에 숨어 살아야 했던 일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거기서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그녀의 전 남편이었다. 소꿉친구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연인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은 듣는 사람이 절로 미소를 지을 정도로 훈훈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3년 반 전 시점으로 접어들자 분위기가 급격하게 암울해졌다. 행복한 끝맺음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신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녀의 남편이 어느 날 세상을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유라크네는 거기서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버거웠는지 남편의 죽음으로부터 2년이 조금 지나서 원더스타인이 자신의 오두막으로 찾아온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고 말았다. 다들 그녀의 마음을 배려해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데, 세쌍둥이의 첫째만은 눈치 없게 질문을 꺼냈다.

“그런데 남편은 왜 죽은 거야?”

“한스텐!”

둘째인 두네돌이 깜짝 놀라 그를 제지했다. 단원들 대부분은 그를 비난하는 눈초리로 쏘아봤지만, 몇몇 단원은 은근슬쩍 유라크네의 눈치를 살피며 기대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녀의 이야기에 깊게 몰입한 만큼 이야기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남편의 운명도 확실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라크네는 모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것으로 누구도 더는 그녀에게 답변을 독촉하지 못했다.

“그럼 다음 사람이 이야기할까?”

엘라의 말에 밴딕은 자신의 차례라 여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때, 열차 뒤편에서 자기네들끼리 모여 쑥덕거리고 있던 랫맨 무리에서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찍찍, 이제 우리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군.”

밴딕은 그에 대해 뭔가 따지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사실 합류 순서만 따지자면 그게 맞았기 때문이다.

“찍찍, 너희는 아직! 단장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 같군!”

랫맨 무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장로의 말에 아나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죠?”

“찍찍, 단장은! 엄청나게 사악한! 악당이다! 온갖! 패륜적인 짓을 저질렀지!”

그리고 그가 다음 말하는 내용은 단원들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단장은 성추행범이다! 우리 마을의 아이들 몇도! 그의 손에 몸이 더러워졌지!”

랫맨 장로는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밝혔다. 랫맨 마을에 방문한 원더스타인은 알 수 없는 힘으로 그들을 구속한 뒤, 한 명 한 명 집안으로 불러서 옷을 벗기고 몸을 검사했다고 했다. 랫맨 장로는 그 과정에서 몇몇 처녀들이 수치심에 목을 맬 뻔했다고 했다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아니, 원래 너희들은 천 쪼가리 한 장만 달랑 걸치고 다니면서 무슨 수치심을…….”

“찍찍, 그래서! 그게 중요하다! 그 한 장은! 남편만이 들출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처녀들을 신부로 맞이하라고 했다! 근데 그는 거절했다!”

랫맨 장로의 주장에 모든 단원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여성 단원들이 못 볼 것을 본 것 같은 눈초리로 랫맨들을 바라봤다.

‘이것들이 미쳤나!’

‘사고회로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상상도 못 한 것들이 내 자리를 넘보고 있었네.’

랫맨 장로는 괴물서커스단을 따라나선 10명의 랫맨은 그렇게 원더스타인에게 몸을 뺏긴 여자들과 그들의 가족이라고 말했다. 장로는 구석에서 수줍게 미소 짓고 있는 랫맨 한 명을 자신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유일하게 이 일과 관련 없는 사람은 랫맨 요리사인 루페뿐이었다. 그는 세상 구경에 흥미를 느끼고 일행에 합류한 것이었다.

“그래서! 마을을 떠나기 전에! 우리랑 다 같이 합방했다!”

“찍찍! 단장님은 신사답게 누구의 몸도 건들지 않았지만! 그걸로 정해졌다! 우리 중 한 명이 정실이다!”

“단장이 마음을 확실히 해서! 누구 하나에게! 프러포즈하기 전까지는! 다들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여자들 간의 우정을 위해서!”

단원들은 거기다 대고 뭐라고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따지기를 잘하는 트라이머리나 농담을 좋아하는 스벤조차 이번에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단원 중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마야뿐이었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에게 이미 정혼자가 있었다는 말에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엘라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딱딱 튕겼다.

“야, 마야, 마야, 정신 차려! 마야? 얘가 진짜 맛이 갔네. 야,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아니야?”

“그래. 랫맨들의 헛소리라고.”

“아…….”

랫맨들이 일으킨 소란이 차차 가라앉자, 밴딕은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나설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차장이 들어와 종을 울리며 이제 다음 역에 도착하기까지 10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왔다.

그에 맞춰 차량 밖에 있던 원더스타인이 안으로 들어왔고, 마침 반대편 입구에서도 미노바가 들어왔다. 둘은 잠시 시선을 마주치더니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 다 아직 아까의 언쟁에 대해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엘라는 이제 충분하다 싶어 손뼉을 짝 치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이만하고 열차에서 내릴 준비를 할까?”

“아, 이 정도면 알차게 시간 보냈다.”

“애들이 납치당한 것도 잊고 있었군.”

“나타샤가 여기서 합류한다고 했지?”

“그것도 까먹고 있었어.”

그렇게 단원들이 자리를 파하려는 그때, 밴딕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직 내 이야기가 남았다!”

그의 외침에 다들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아직 역에 도착하려면 10분 남았다. 내 이야기 안 들을 건가?”

“하지만 이제 슬슬 내릴 준비를…….”

스벤이 그를 제지하려 하자 밴딕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가짜 이야기로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잖아.”

“핫핫, 그, 그렇긴 하지만…….”

엘라는 열차 시간표를 확인했다. 그들은 다음 역에서 나타샤와 합류한 후, 레이나가 알려준 노선으로 갈아탈 예정이었다. 탑승 시각까지 대략 30분 정도 간격이 있었다.

그 정도라면 시간에 쫓기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최대한 짐을 간편하게 꾸려서 출발했기에 챙겨야 할 것도 많지 않았다.

“좋아. 그러면 마저 듣자. 이렇게 몰아서 들을 기회가 언제 있겠어?”

그렇게 10분 동안 밴딕은 자신의 사연을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가 딱 끝나는 순간, 열차도 정차했다.

“밴딕 씨의 붕대에 그런 사연이…….”

“마지막에 단장님, 엘라 누나, 유라크네 아줌, 아, 아니, 누나랑 마주치는 부분이 극적이었어요.”

“역시 사람마다 다 역사는 있는 법이네.”

그의 과거를 들은 덕분에 단원들은 그를 한층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밴딕은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열차에서 내리는 내내 툴툴거렸다.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무슨 불만 있습니까, 밴딕 씨?”

“……아니.”

밴딕은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분명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어째서인지 아무도 안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괴물서커스단이 나타샤와 만나기로 한 환승역에 막 발을 디딜 때쯤 레이나도 열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단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푹 빠져서 역에 도착하기 15분 전에 말해달라는 원더스타인의 말을 깜빡하고 말았다.

원더스타인은 방금 연락을 끊은 참이었고, 다음 연락은 15분 뒤에 있을 예정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납치해간 사람들이 열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서둘러 따라 내렸다. 열차의 절반 정도를 채우고 있던 가면 쓴 손님들이 함께 내렸기에 그녀가 주목받는 일은 없었다.

“인형의 집으로 가실 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열차에서 내리는 순간, 콤프라치코스의 조직원들이 가면 쓴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인도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에게 역에서 대기하라고 했지만, 여기서 혼자만 흐름에서 빠져나온다면 너무 눈에 띌 것 같았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무리에 섞여 그들을 따라갔다.

만약, 당부한 대로 원더스타인에게 말했더라면 그는 그녀의 하차 위치를 고려하여 역에서 숨을 만한 곳 몇 군데와 그 이동 경로를 알려줬을 것이다. 콤프라치코스를 토벌하는 TT3의 여섯 번째 스테이지는 이 역을 거점으로 시작했기에 그는 이 역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데볼루트 소모량 때문에 원더스타인은 항상 모든 채널을 개방해둘 수는 없었다. 단원들이 사연을 돌아가면서 얘기할 때, 한 명씩 번갈아 그 채널을 레이나에게 연결해주는 것이 혼자 떨어져 가는 그녀를 위해 그가 할 수 있었던 최대한 배려였다.

레이나는 15분이 빨리 지나가길 빌었지만, 생각보다 줄이 빠지는 속도가 빨랐다. 역 입구에는 검은색 마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가면을 쓴 손님들은 그곳에 차례차례 탑승했다. 이윽고 레이나의 차례가 왔다.

“초대장을 확인하겠습니다.”

조직원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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