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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5

EP.434 17. 인형의 집 (10)

인형의 집에서는 오늘부터 며칠간 ‘아동 박람회’라는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동안 입양이라는 형태로 아이들을 판매해왔던 콤프라치코스는 본격적으로 개조한 아이들을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조직의 수뇌부는 선별한 손님들에게 초대장을 발부했다. 당연히 그들 중 상당수는 노예 시장의 이용객과 겹쳤다. 그렇기에 벨리키 볼라크 방면에서 오는 손님이 많은 것이다.

오직 초대장을 가진 사람만이 박람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레이나는 그런 물건을 받지 못했다.

“초대장을 주시겠습니까?”

조직원이 그녀에게 재차 요구하는 순간, 그녀의 옆에 선 줄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아니, 나는 진짜 초대를 받았다니까!”

“죄송하지만 초대장이 없는 손님은 탑승하실 수 없습니다.”

“아, 초대장 분명히 주머니에다 넣어뒀는데 어디 간 거야. 잠깐, 저택에 편지를 써서 다시 보내달라고 할 수는 없나?”

“그러려면 신분 확인을 해야 합니다. 가면 아래를 확인해야 하는 데 괜찮겠습니까?”

“상관없어. 여기서만 아니라면.”

“이쪽으로 오시죠.”

레이나는 조직원과 함께 역 사무실로 향하는 어느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에서 초대장을 검사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재빨리 근처에 있던 저 여자의 주머니를 털었다.

레이나의 아버지인 로드 판타스틱은 카드 마술의 명인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 퀸의 제자였다. 핸드 트릭은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가장 먼저 배운 기술 중 하나였다. 소매치기 정도는 그녀에게 일도 아니었다. 레이나는 여인으로부터 훔친 초대장을 조직원에게 내밀었다.

“확인되었습니다. 마차에 올라타 주시길 바랍니다.”

덕분에 그녀는 검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안에 탄 손님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다.

다들 정체를 숨긴 처지라 그들은 예의를 지키며 고상한 말투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한 번 말문이 트이고 나자 그들은 초대장에 동봉된 카탈로그를 뒤적거리며 어떤 상품에 관심이 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는 역시 ‘비누’가 가장 관심이 가요. 평범한 노예는 아무리 신중하게 고른다고 해도 하자품을 걸러내는 선이 한계죠. 자기 몸에 딱 맞는 아이를 어렸을 때부터 키운다면 여러모로 편리하지 않겠어요? 나이를 나 대신 먹게 한다든가, 병을 나 대신 걸리게 한다든가. 그런 아이를 얻기 위해서는 제 피를 마신에게 조금 바쳐야 한다지만, 그렇게 젊음과 건강을 얻으면 좋은 일이죠.”

“나는 튼튼한 사냥개를 원합니다. 나에게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녀석들을요. 고용한 녀석들은 뭔가 믿음직하지 않아서 말이죠. 어릴 때부터 제대로 키우면 완전한 충성심을 각인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름도, 출신도 없는 놈들이니 버리는 말로 쓰기도 편하고요.”

“끌끌, 침실에서 쓸 노예는 어떤가? 카탈로그에 따르면 요청 사항이 많을수록 과도한 개조 때문에 10년도 못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게 오히려 좋지! 나도 한 여자랑 평생 같이 살기는 싫거든.”

그들의 대화는 가만히 듣고 있기에 너무 역겨웠다. 애초에 이런 이들에게만 초대장을 발부한 것일 것이다. 노예 시장을 사적인 용도로 자주 출입하는 사람들. 레이나는 이들과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것조차 소름 끼쳤다.

구역질이 치민 그녀는 창밖의 풍경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평선 끝에서는 마침 동이 터오고 있었다.

그녀는 어제 오후부터 시작해서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이곳까지 왔다. 그녀는 햇빛에 눈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끼며 언덕 아래를 내려다봤다. 끝도 없이 펼쳐진 황금빛 밀밭이 그곳에 있었다. 그 광경에 경도되어 그곳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녀의 귀에 원더스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나 양?

거대한 징을 치는 듯한 울림이 레이나의 머릿속을 때렸다. 강렬한 기시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이 풍경, 이 목소리.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여기까지입니다.’

그것은 먼 과거로부터의 목소리였다.

‘이제부터 당신은 제 딸이 아닙니다.’

그녀의 키는 아주 작았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부디 좋은 부모를 만나서 평범한 삶을 누리세요.’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눈을 덮었다. 그 순간, 그녀는 아득한 심연으로 추락하는 기분을 느끼며 상념에 깨어났다.

“오, 3월에 이런 황금빛 들판을 볼 수 있다니.”

“올해에 ‘플로라의 커튼’이 드리우는 곳이 이 지방이라고 하더군요.”

“플로라의 커튼? 그게 뭐지?”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어느새 그녀는 다시 마차 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레이나 양? 괜찮습니까, 레이나 양?

원더스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방금 머릿속에서 울리던 것과는 어딘가 느낌이 달랐다.

-아, 다, 단장님……. 바, 방금 그, 그것도 단장님이 하신 건가요?

어쩌면 원더스타인이 사용하는 마법의 일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질문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저는 계속 당신의 이름을 부르기만 했는데요.

역시나 방금 그 목소리는 단장님이 낸 게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의 단장님이 낸 것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 아뇨. 아무것도……. 밤새 달려와서 그런지 졸았나 봐요.

어쩌면 그것은 비몽사몽간에 단장님이 진짜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소망이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몰랐다. 그녀는 방금의 목소리를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애썼다.

-역에는 도착한 겁니까?

-아뇨. 그게 제가 실수해버렸어요.

레이나는 지난 15분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인형의 집으로 출발해버렸다는 말에 잠시 놀란 듯 숨을 들이켰지만, 곧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그녀를 안심시켜 주었다.

-초대장을 보니까 각자 숙소가 배정된다고 들었어요. 어떡하죠? 이 초대장의 원주인이 조금 있으면 뒤따라올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에게 몇 가지 정보를 들은 후에 그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 지침을 마련해주었다. 예전이었다면 레이나는 그는 모르는 게 없다고 순수하게 감탄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방금 겪은 환상 때문에 그가 예전에 이곳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레이나 양, 눈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섣불리 행동하지 말아 주십시오. 당신까지 붙잡힌다면 일이 복잡해집니다.

-네. 알겠어요.

잠시 후, 승객들이 내뱉는 감탄사가 마차 안을 가득 채웠다. 밀밭을 가로지르는 넓은 대로를 지나 거대한 5층짜리 저택이 나타났다.

***

나타샤는 니카의 시녀 신분으로 괴물서커스단과 3개월을 함께했다. 그녀는 제국 정보부 요원들 사이에서 위장술에 뛰어난 편이었고, 서커스단 안에서 그 능력을 살려 단원들의 분장을 도맡아 했다.

단원들은 그녀와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그녀를 봤을 때, 그들은 어딘가 낯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그만큼 지금 그녀의 마음이 촉박하다는 증거였다. 어린 주인을 지극정성으로 챙기는 착한 시녀 캐릭터를 연기하는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여유가 없었다.

그녀의 주군이 인신매매 조직에 끌려가 버렸다. 그것도 무려 제국의 황태자가 말이다. 그녀는 반쯤 정신이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가능한 한 모든 인원을 동원하여 콤프라치코스에 대한 정보를 모아왔다. 그 조직은 니카의 명에 따라 지난 몇 개월 동안 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더스타인이 준 정보가 있었기에 그것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대어는 바로 정보부 간부 중에 콤프라치코스의 협력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고작 몇 시간 조사한 거라 누가 그랬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곳에 대한 정보가 ‘파편화’ 처리되어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인 듯했다.

정보부 내부적으로 어떠한 정보를 숨기려고 한다면 ‘기밀’ 처리는 하책에 속했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정말로 중요한 사안들은 ‘파편화’ 처리를 했다.

정보란 자료와 자료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파편화는 그러한 자료들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도록 분산해두는 작업을 의미했다.

이것은 경호의 개념이 보호에서 보안으로 변한 것과 유사한 개념이었다. 정말 중요한 정보는 금고 대신 도서관 어느 구석에 박아두는 게 더 안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힘을 동원하는 것은 힘들었다. 물론 황태자가 잡혀있노라고 떠들어대면 국가 근위대라도 끌고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니카의 암행이 들통나고 말아버린다. 정적들은 몇 개월 동안 황태자라는 작자가 자기 직무를 내던지고 외유를 다녔다고 그를 물어뜯을 것이다. 어쩌면 암살 시도 역시 자작극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나올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납치범 측에서 자신들이 황태자를 납치했다는 것으 알면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정보부 안에 그들의 협력자가 있다면, 군대가 출발하기도 전에 소식이 전해지고 말 것이다. 이번 일은 최대한 적은 인원으로 해결해야 했다.

“이쪽은 드미트리 경으로 니카 님의 경호를 맡고 있었던 기사입니다.”

일행들과 재회한 나타샤는 젊은 기사를 그들에게 소개했다. 그와 한 번 만난 적 있던 바텔, 칼슨, 미노바 등이 아는 척을 했다.

“도련님의 연줄을 동원해보려고 했지만, 단장님의 말대로 콤프라치코스는 해당 지역의 귀족들과 인맥이 있어서 쉽지 않더군요.”

그녀는 그들 앞에 커다란 지도를 펼쳤다. 그곳에는 인형의 집과 그 인근의 지역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단장님께서 정보를 주신 덕분에 조사하는 게 쉬웠습니다. 이 거대한 밀밭의 중심에 있는 저택이 바로 놈들의 본부입니다. 그리고 밀밭 중간중간에 고용인들의 주거지가 있고요. 이 농장에 상주하는 인구만 해도 대략 3천 명으로 추정됩니다.”

“3천?”

“네. 저택 안의 종사까지 합치면 3천 5백은 될 것 같군요. 어디까지나 단위 면적 대비 노동인구로 추정한 거라 그들에게 가족까지 있다고 하면 1만은 될지도 모르겠군요.”

1만이라면 어지간한 시 규모의 인구였다. 그들이 모두 적이라니. 단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물론 그들 모두와 싸우는 건 최악의 방책이죠. 단장님의 말대로 협상으로 풀린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게 결렬됐을 경우…… 싸우는 수밖에 없겠죠.”

열차 안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들의 신체 능력과 재주는 보통 사람을 상회하지만 그들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서커스였다. 진짜 괴물이라면 몇 번 싸운 적이 있었지만, 사람과 맞붙은 적은 없었다.

“물론 직접 총칼로 부딪치는 건 미련한 짓이죠. 밀밭에 불을 지른다거나 해서 소요를 유도하면, 지역 군대를 출동시킬 수 있는 명분이 생기죠. 도련님의 가문이 군부와 연이 있어서 그 정도는 가능할 거예요.”

그 말에 다들 안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라면 해볼 만했다.

회의를 마친 원더스타인은 이제 인형의 집으로 떠날 인원들을 골랐다. 아나이스는 빼놓을 수 없었다. 그녀가 가진 협상 능력은 노예 시장에서 이미 증명됐다. 요청에 따라 나타샤도 일행에 넣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도스빌 남작 역시 강력하게 함께 가기를 희망했다.

“그 애들이 끌려간 건 제 탓입니다. 저도 돕게 해주십시오. 변호사가 필요한 자리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좋습니다. 그리고 미노바 씨, 당신은 안 됩니다.”

“알고 있어.”

미노바는 거기서 뭔가 안 좋은 장면을 보게 된다면 자신을 감정적으로 통제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협상은 그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루엘로를 반드시 데려와 줘. 아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원더스타인은 그의 목소리에서 민망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단호함이 깃들어 있는 것을 읽어냈다. 아무래도 그가 확실히 마음을 다잡은 듯했다.

“물론입니다. 맡겨 두세요.”

몇 시간 뒤,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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