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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6

EP.435 17. 인형의 집 (11)

니카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배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남자로 돌아오면서 사라졌던 하복부의 고통이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거기다 가슴에서는 묵직한 이물감까지 느껴졌다. 설마 하는 생각에 몸을 내려다본 그녀는 자신이 다시 여자로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꺼내줘! 너희들 진짜 우리 단장님에게 죽고 싶어? 야, 이 개새끼들아!”

그녀의 잠을 깨운 것은 옆에서 철문을 발로 쾅쾅 차며 고함을 지르고 있는 클라라였다. 그녀는 평소의 그녀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욕설을 마구 내뱉고는 씩씩거리는 모습으로 방안을 서성거렸다. 그러다 그녀는 곧 니카가 깨어나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니, 니카? 이, 일어났네? 어, 언제부터 눈을 뜬 거야?”

“그러니까…… 클라라 씨가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너희들의…… 어, 거기를 따서 거기에 박아버린다…… 라고 말할 때부터요.”

그녀의 말에 클라라는 얼굴을 붉히며 손발을 마구 허우적거렸다.

“으악! 아, 아냐! 나, 그, 이, 있지…… 너무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말이 막……! 어, 어쨌든 그런 말을 했다는 건 단장님에게 비밀이다! 응?”

옆에서 루엘로가 그런 클라라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상하게 저 나이대 어린애들은 욕 잘하는 사람을 동경하곤 했다. 니카는 평소에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좋아, 좋아! 그래서…… 어때? 몸은 좀 괜찮아?”

“네. 조금 멍한 것만 빼고요. 두 분은요?”

“좋지 않아.”

“나도.”

클라라는 몸 여기저기를 주무르는 시늉을 했고, 루엘로는 본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 다 표정이 밝지 못했다.

“나는 온몸이 삐걱거려. 그날이 온 것처럼.”

“그, 그날요?”

움찔 놀라는 니카를 향해 클라라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응. 단장님께 치료받아야 하는 날.”

“아…… 그거요…….”

루엘로는 울상을 지으며 자신의 축 늘어진 머리카락을 내밀어 보였다.

“나는 괜찮은데, 삼손이 이상해. 몸이 아픈 거 같아. 계속 골골거리고 있어.”

“뭐 당연한 일이지. 저놈들이 우리에게 별빛을 먹였으니까.”

“별빛이요? 그게 뭐죠?”

“우릴 납치한 놈이 우리에게 들이밀었던 유리병 있잖아. 거기에 든 가루가 별빛이야.”

니카는 그제야 기절하기 직전에 그것을 봤던 것이 떠올랐다. 그 남자는 단장님이 가지고 있던 것과 똑같은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그가 던진 마취 침에 찔려 잠들고 말았기에 눈을 뜨고 나서도 바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 이름이 별빛이란 말이지.’

드디어 자신이 먹은 가루의 정체를 알게 된 니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면 당장 그 물건을 구해봐야지 싶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상시를 대비하는 게 목적이었다. 저번처럼 암살이라도 벌어졌을 때, 여자로 변할 수 있다면 암살자들의 시선을 피하기 유용할 것이다. 주기적으로 약발이 잘 드는지 테스트도 해봐야겠지만…….

“우리야 그렇다 치지만, 니카 너는 몸에 별 이상 없지?”

“네? 네! 저요? 무, 물론이죠!”

“역시나. 사실 아까 네 옷을 조금 벗겨서 몸을 점검했거든. 멀쩡한 것 같더라.”

“하하, 그, 그랬군요…….”

니카는 그제야 자신들이 납치당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했다. 상황은 여유롭지 못했다. 황태자 자리로 돌아간 뒤의 일이나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직 자신들이 어디로 끌려온 건지도 몰랐다.

“단장님이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안 오네요.”

“어쩔 수 없지. 이곳에는 마신의 영역이 소환되어 있으니까. 이 안에서는 다른 마신의 힘이 차단돼.”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그들은 뒤를 돌아봤다. 소리는 그들이 있는 감방 구석의 어두운 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대단하군. 과연 닌자 아카데미의 수석다운 눈썰미야.”

“뭐야? 누구야?”

어둠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불쑥 솟았다. 하얀 복면에 하얀 도복을 입고 목에는 붉은 머플러를 두른 남자였다.

“오랜만이군, 클라라.”

“날 알아?”

“미인계로 나를 가지고 놀았던 걸 잊었나?”

“뭐?”

클라라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녀의 기억과 원래 클라라의 기억을 뒤적여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무슨 헛소리야? 사람 잘못 본건 아냐? 닌자 아카데미는 또 뭔데?”

“그렇군. 부정할 셈인가. 한 번 이용하고 버린 남자는 기억할 가치가 없다는 건가. 후후, 내가 불평할 처지는 아니지. 나도 닌자 아카데미에 잠입 임무로 갔었으니까.”

“너 미쳤냐?”

찰리는 손을 들어 클라라의 항변을 제지했다.

“어쨌든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우리 쪽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말해야겠군. 너희는 이곳에서 탈출한 실험체가 아니더군.”

“그럼 우리를 풀어주는 건가요?”

니카의 질문에 찰리는 고개를 저었다.

“적대 조직에서 보낸 닌자들을 그냥 돌려보내 줄 수는 없지. 무슨 술수를 써서 페렌츠를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온 이상 너희는 포로로서 이곳에 있어 줘야겠어.”

“무슨 소리예요. 저희는 그냥 평범한…….”

“열차에서 나에게 접근한 것도 미인계의 일환이었나?”

“네?”

찰리는 의아해하는 니카 앞에서 인을 맺더니 입에서 ‘피융!’ 하고 바람 새는 소리를 냈다.

“네 수작 따위는 만난 순간부터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반한 척한 거야.”

“무슨 척?”

“애초에 내게는 미인계가 통하지 않아! 내게는 비올라 아가씨 한 사람밖에 없다!”

“아까는 나한테 놀아났다며?”

클라라의 논리적인 반론에 찰리는 입을 딱 다물더니 곧이어 큰 소리로 외쳤다.

“갈! 헛소리로 날 흔들어 놓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너희 같은 위험인물들은 어린이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여기 갇혀 있어라!”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막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세 사람이 콜록거리는 사이 철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연기가 가라앉고 나자 쇠창살 너머로 찰리가 인을 맺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인법, 순간이동! 닌닌!”

“야, 문 여닫는 소리 다 들렸거든?”

이번에도 역시 클라라의 지적에 아무런 반론을 하지 않고 찰리는 사라졌다. 니카는 그제야 몇 주 전에 정보부에서 올라왔던 소식 하나를 떠올렸다. 암살범인 페렌츠를 탈출시킨 의문의 백색 닌자에 대한 것이었다. 행동거지와 말투로 보아 저자가 그자임이 틀림없었다.

“저 남자는 도대체 뭘까요?”

“정신 개조당한 도구야.”

“네?”

클라라는 철창 너머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최면, 암시, 세뇌, 인식 왜곡. 온갖 지저분한 주술과 금제가 다 걸려 있는 것 같더라. 여기가 어떤 마신의 영역인지 알 것 같은데……. 이거 최악이네.”

“왜요?”

“놈들이 우리도 저렇게 개조할 수 있다는 말이거든.”

그녀의 말에 니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노예로 잡혀 온 것도 소름이 끼치는데 정신이 개조당할 수 있다니? 니카는 어서 원더스타인이 자신들을 구해주러 와주길 바랐다.

***

감옥을 나온 찰리는 이 지하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공간으로 향했다. 거대한 공동의 중앙에는 등에 까마귀 날개를 단 새하얀 피부의 여인이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그녀의 앞에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중년의 집사가 서 있었다. 그는 찰리에게 서류 뭉치 하나를 건넸다. 그것을 읽은 찰리의 표정이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사실이었군요, 라센 공. 지금까지 저를 속이다니. 당신은 원더스타인과 같은 편이었군요.”

그가 읽은 자료에는 까마귀 마녀와 원더스타인의 관계에 대해 적혀 있었다. 그는 배신감에 찬 표정으로 라테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녀는 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세뇌된 바보와 대화를 나눠봤자 피곤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녀는 증오와 감탄을 반반 담은 눈빛으로 록센을 노려봤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내 힘을 ‘증폭’시켜서 나를 묶다니.”

“당신은 마신의 세포와 데볼루트를 융합해 만들어낸 가짜 사도 아닙니까. 한쪽의 힘을 키우면 다른 한쪽이 밀려나기 마련. 후후, 얌전히 묶여 있지 않으면 마신의 힘에 잠식당해 ‘화신’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록센의 입에 조소가 걸렸다. 지금 저택의 지하에 마신의 영역이 형성된 것은 다 그가 라테나의 힘을 폭주시킨 덕분이었다.

그녀는 현재 화신으로 변하기 바로 전 단계에 있었다. 그가 만든 쇠사슬에 묶여 그가 그린 마법진 안에 있지 않으면, 그녀는 얼마 가지 않아 마신에게 몸을 뺏겨 이성이 없는 괴물로 변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중한 남동생 분과의 추억도 모두 사라지겠죠.”

“개자식!”

“네. 인정합니다.”

록센은 옆에 선 찰리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그는 두 사람의 대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라테나의 란제리 아래로 비치는 그녀의 몸매만 열심히 훔쳐보고 있었다.

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정보가 들어오면 다른 일에 집중하도록 방어기제가 설계되어 있었다. 보다시피 록센이 시골 영지의 충직한 집사 캐릭터가 아니라 조직의 야심가로서 면모를 드러내자 엉뚱한 행동을 해서 본인의 눈과 귀를 틀어막았다.

“콤프라치코스는 이제 제 겁니다.”

“여긴 나와 내 동생이 만든 곳이야.”

라테나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붉은 피가 흘렀다.

“후후, 그렇지만 동생 분은 당신을 떠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따지고 보면, 당신은 원래 나에게 와야 할 권리를 빼앗지 않았습니까? 지혜의 마신 클레벤타인의 사도 자리는 내 거였습니다. 하지만 마신의 클론이라는 이유로 당신이 그 자리를 강제로 가져가 버렸죠.”

“그래서 날 죽이고 사도 자리를 되찾겠다?”

“후후, 아니요. 저는 힘이 가지고 싶은 거지 이름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허울뿐인 여왕의 자리에는 계속 당신이 앉아 계세요. 대신 당신은 평생 여기 앉아서 저에게 힘만 공급하게 될 겁니다.”

“그러고도 네가 무사할 것 같아? 내 동생이 날 구출하러 올 거야.”

그녀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록센은 안타까움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후, 10년 넘게 얼굴 한 번 안 비친 분이 오겠습니까? 그리고 애초에 소식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도 않을 겁니다. 이 저택의 인원은 10년 동안 조금씩 내 수족으로 채웠거든요.”

억지로 짜낸 자신의 공갈을 그가 웃어넘기자 그녀는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때, 찰리는 자신의 인법첩(忍法帖)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침입자가 있는 모양이군. 내 결계 인술에 누군가 걸려들었다.”

그는 품에 든 수첩을 펼쳤다. 그가 펼친 장에는 ‘인스피라-무단입장 적발’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인술-감지 결계’로 읽혔다. 이것은 매일 같이 도둑 관람객을 잡아내던 한 곡예사가 깨우친 인스피라로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영역에 입장한 사람을 알려주는 힘이 있었다.

“경비병들을 보낼까요?”

“아니, 내가 직접 처리하지. 록센, 당신은 이 마녀에게서 정보를 더 캐내도록.”

“알겠습니다, 도련님.”

록센은 서둘러 공동을 떠나는 다재다능한 충견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인형의 집에 들어선 레이나는 화장실 가는 척 몰래 대열에서 이탈해 원더스타인 일러주는 대로 움직였다. 그는 정말로 이 저택의 구조를 훤하게 꿰고 있었다. 그녀가 곤란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근처의 창고나 비상구 등을 알려주어 그녀가 숨도록 했다.

덕분에 그녀는 직원 대기실에서 조직원들의 복장을 한 번 훔칠 수 있었다. 그녀는 넓은 챙의 검은 모자를 쓰고, 검은 바지와 흰 셔츠를 입고, 위에는 검은 판초를 몸에 두르는 것으로 옷 갈아입는 것을 완료했다. 다행히 조직원들도 모두 화려한 파티용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그녀는 가면을 벗을 필요가 없었다.

-이걸로 한숨 돌렸군요. 아까 말했다시피…….

-네. 최대한 눈에 띄는 짓은 하지 않을게요.

원더스타인과 연락을 마친 레이나는 저택 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까부터 계속 어떤 기시감이 그녀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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