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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7

EP.436 17. 인형의 집 (12)

인형의 집에 초대된 손님들에게는 각자 방이 하나씩 배정되었다. 이 저택은 본관 크기만 해도 어지간한 호텔보다 컸다. 이번 박람회만 해도 500명 이상의 손님들이 초대되었다.

“서관 3층 26호실이군요.”

레이나는 저택 안을 둘러보던 중 일손이 부족하다는 어느 간부에게 끌려가 손님들을 방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저택의 방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봐, 서관으로 가려면 거울방 쪽 통로를 이용해야지. 거긴 별관 방향이잖아.”

그녀를 데려온 간부는 그녀가 엉뚱한 방향으로 손님을 데려가려 하자 앞을 막아섰다. 보통의 조직원이었으면 재빨리 사과하고 시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도 쭈뼛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거울방 역시 어디를 가리키는 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네? 아, 저, 그, 그게…….”

당황해하는 그녀를 간부는 뭔가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는 다른 조직원에게 손님 안내를 맡긴 후, 그녀를 추궁했다.

“언제부터 일했는데 아직도 지리를 못 외운 거지?”

이러한 상황은 원더스타인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가 이 저택의 구조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몇 년 뒤 시점이었다. 그때는 행사 중인 지금과 저택의 방 배치가 달랐다. 현 상황에서 그의 정보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순간, 레이나의 머릿속으로 어떤 광경이 지나쳐갔다. 거울방. 그곳은 저택의 본관 서쪽에 있는 높이 3m의 거대한 거울이 배치된 방을 뜻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본인의 모습이 매일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며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자연스러운 성장이라고 착각했다.

“나무.”

“뭐?”

레이나는 먼 과거를 회상하며 중얼거렸다. 거울 뒤에 있는 창문 너머로 펼쳐진 정원. 그곳에 감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가을이 되면 까마귀들이 날아와 그곳에 있는 감을 먹곤 했다.

“거울방 앞에 감나무가 있었죠. 까마귀들이 그걸 먹던 게 기억납니다.”

“그거라면 3년 전에 베어냈어. 오랜만에 본부 근무라 헷갈린 모양이군? 얼마 전에 새로 보충한 인원인가? 원래 하던 일이 뭐지?”

다시 레이나의 기억이 제멋대로 재생되었다. 그녀는 이 저택에 종사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보석세공사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최면에 쓸 수정을 깎아내는 것이다. 그 작업은 주로 저택 부지 가장 안쪽에 있는 별관에서 진행되었다.

“수정 세공을 보조하라고 명령받았습니다. 그래서 별관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거라면 이번 박람회 기간에만 본관 2층에서 진행하기로 했네. 손님들이 우리 장인들 작업을 지켜볼 수 있도록 말이지. 하여간 집행부 놈들. 일 처리가 이 모양이어서야…… 이쪽은 사람 보충해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시간 뺏어서 미안하군. 자네는 어서 자네 할 일 하러 가보게.”

“네. 감사합니다.”

레이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위기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심장 뛰는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방금 자신은 정말로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처럼 굴었다. 그리고 그게 또 통했다. 그녀의 눈앞에 스쳐 지나갔던 기억들은 결코 환상이 아니었다.

‘난 이곳에 온 적이 있어.’

그녀는 정신없이 발이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 곳을 가도 자연스럽게 그곳을 거닐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 이미지가 선명해지면 선명해질수록 그녀의 호흡은 점점 가빠져 갔다.

위화감은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다. 단장님이 비상구나 통로의 위치를 알려줄 때, 그녀는 그곳에 가기도 전에 그곳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심지어 단장님의 설명이 없었던 세세한 부분까지도 모두 눈앞에 그려졌고 도착해서 보면 모두 들어맞았다.

콤프라치코스는 최면과 세뇌에 능하다고 했다. 혹시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현상도 일종의 최면 현상이 아닐까? 아니, 그것보다 더 확실한 설명이 있다면…….

레이나는 우뚝 걸음을 멈춰 섰다. 방금 그녀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 그것은 그녀 자신을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딸이 4살 때 죽었다는 걸요,

-엄마가 속은 것도 이상한 건 아니야! 걔가 나랑 똑같이 생겼었거든.

-가짜 레이나.

원더랜드에서 엄마와 진짜 레이나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자신은 진짜 레이나가 죽은 지 한 달 만에 입양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똑같이 생긴 아이를 한 달 만에 구해올 수 있을까?

아니, 무엇보다 엄마가 자신을 진짜 레이나로 믿었다면, 4살 때의 자신이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하지 않았어야 했다. 즉, 자신 역시 본인을 진짜 레이나로 생각했어야 그 역할극이 성립 가능했다.

콤프라치코스는 아이를 주문하는 대로 몸과 정신을 개조해서 파는 인신매매 조직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설마…… 설마…… 내가?

내가 이곳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어느새 회장의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본관 2층에 있는 방 중에 가장 그녀에게 친숙한 곳이었다. 사고의 흐름에 따라 걷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이곳으로 향하고 말았다.

문에는 손잡이 대신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까마귀 대가리가 박제되어 걸려 있었다. 그녀는 이것을 어떻게 해야 열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그녀 본인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까마귀 대가리가 길고 음울한 소리로 한 번 울더니 문이 스르르 열렸다.

사무실 안은 평범한 서재와 다르지 않았다. 양옆으로 천장까지 커다란 책장이 세워져 있었고 중앙에는 책상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곳에 들어간 그녀의 눈앞에 다시 환영이 나타났다.

책상 앞에는 등에 검은 날개를 단 창백한 피부의 붉은 머리 미녀가 앉아 있었고, 레이나는 그녀를 아까 원더스타인의 환영을 봤을 때처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든 서류 뭉치를 넘기더니 혀를 찼다.

-내가 골라낸 리스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니? 인물, 재산, 인맥, 배경. 모두 고려해서 골라낸 양질의 부모들인데. 거기다 형제자매도 없어서 갈등의 요소도 적고.

-저는 곡예사가 되고 싶어요. 고모가 골라준 사람들은 신분이 너무 높아서 제가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거예요.

-곡예사라고? 왜? 더 좋은 직업이 많은데 그런 일을…… 잠깐, 너 설마…….

-곡예사가 되면…… 언제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녀의 말에 까마귀 마녀는 딱하다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널 버린 녀석이 그렇게도 좋니? 아니, 그건 둘째치고 그 녀석은 널 지키기 위해 이쪽에서 떨어트려 놓으려는 거야. 그 코쟁이 영감은 너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곡예사가 되겠다고?

-그래도…….

-뭐, 좋아. 나도 그 바보 녀석이 시키는 대로만 해주기는 싫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가난한 집시 무리에 널 던져 놓는 짓은 나 못해. 제대로 된 집안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네. 고모.

거기까지 본 레이나는 숨을 거칠게 들이키며 고개를 들었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자신은 분명 이곳에 있었었다. 아버지에게 팔려가기 전까지.

그때, 그녀의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향해 엄습하는 무언가를 느끼고 재빨리 몸을 앞으로 날려 공중제비를 돌았다. 바닥에 착지한 그녀는 방금까지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단검들이 날아와 꽂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또 아는 닌자를 만나다니.”

흰색의 두건을 쓴 붉은 머플러의 남자가 방 반대편에 서 있었다. 그가 방금 그녀를 향해 공격을 가한 사람인 듯했다.

“당신은 누구지?”

“난 미스테릭서. 넌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잠시 너와 인술을 겨뤘던 적이 있었지. 황금 닌자회의 닌자여.”

찰리가 등 뒤에 비끄러맨 직도를 뽑아 들었다. 레이나는 상대가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적이다. 싸울 수밖에 없어.’

그녀가 평소에 애용하는 작두는 여기 없었다. 그녀는 대신 방 한쪽에 진열된 검 하나를 뽑아 들었다.

“경보 장치라도 되어 있었나?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수상한 자가 돌아다닌다고 아까 로비에서 연락이 왔더군. 10년 전에 외부로 나간 수정 공방이 별관에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말이야.”

레이나는 로비를 담당하던 간부가 자신을 일부러 본관 2층으로 유도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내가 실수했군.”

“어차피 넌 내 결계 인술에 걸려든 참이라 추적하는 건 일도 아니었어. 물론 제대로 된 정보를 갖추지 못한 이상 너도 언젠가 들켰겠지만 말이야. 그러니 순순히 항복해라!”

찰리의 검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움직였다. 고전적인 수법이었지만 효과적인 공격법이었다. 레이나가 초인적인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녀는 뒤로 몸을 날려 창문을 깨고 밖으로 몸을 던짐으로써 공격을 회피했다.

“회장실 방향에서 소리가 났다!”

“침입자가 그쪽에 있다!”

“잠깐, 기다려! 미스테릭서 씨가 대응에 나서셨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라! 우리는 퇴로만 막는 거다!”

창문으로 다가간 찰리는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상대는 아래로 몸을 날렸다. 여기서 보통의 추적자들은 그녀를 따라서 아래로 뛰어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찰리는 레이나와 대등한 실력을 지닌 곡예사였다. 그는 방안에서 시야가 닿지 않았던 나무의 가지들이 약간씩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상대는 아래로 몸을 날리는 척하면서 그곳의 가지들에 몸을 실어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그는 그 흔적들이 위층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회장실이 있는 곳에서 두 층 위에 도착한 레이나는 찰리가 바로 자신을 뒤따라온 것을 보고 놀랐다. 우연히 자신의 잔상의 끝자락을 본 것일까? 아니면, 공중그네를 옮겨타는 몸놀림의 의미를 간파하고 나뭇가지를 확인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만만치 않은 상대임은 분명했다. 찰리 역시 상대에 대해 같은 생각을 했다. 레이나를 상대로 체술로 승부를 내려 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지형적 이점 역시 상대도 저택의 구조를 조사해온 것으로 보아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인술로 결판을 본다.’

찰리는 인법첩을 꺼내 ‘인스피라-기름 침샘’의 페이지를 펼쳤다. 그것은 불놀이 곡예사의 것으로 말 그대로 입에서 침 대신 기름을 뱉어낼 수 있는 축복이었다. 레이나는 상대가 손끝에 적린이 칠해진 장갑을 꺼내는 것을 보고 재빨리 불에 대한 대응을 준비했다.

찰리는 적린이 칠해진 장갑을 끼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곳에서 불꽃이 일어났고, 그는 그곳을 향해 입에 기름을 잔뜩 머금고는 숨을 내뱉었다. 손톱만 한 크기의 불꽃이 수십, 수백 배로 커지더니 복도를 가득 메우며 파도처럼 그녀를 향해 쏟아졌다.

“인술, 화룡유탄!”

레이나는 몸에 걸치고 있던 판초를 벗어 볼록한 형태로 부풀리고는 화염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위로 휘둘렀다. 그리고 그녀는 동시에 품에서 단검을 날려 그녀의 뒤편 벽에 있는 채광창의 상단부를 깨버렸다.

‘쏟아지는 불은 막는 게 아니다. 바람의 길을 만들어 흘려보내라.’

이럴 때는 싫어도 본능적으로 지몬의 가르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가 지금 사용한 기술은 탈출왕 루디니가 개발한 마술을 응용한 것으로 순간적인 기압 차를 이용해 몸을 휘감는 불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었다.

불꽃이 공기를 사르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머리 바로 위로 흘렀다. 그리고 곧 그녀가 깨트린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본관 4층이다!”

“폭발인가?”

“손님들을 대피시켜!”

사방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레이나는 안심할 틈이 없었다. 찰리가 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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