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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8

EP.437 17. 인형의 집 (13)

“인술, 그림자밟기!”

레이나의 등 뒤에는 그가 내뿜은 불꽃이 커튼을 불씨 삼아 타오르고 있었고, 덕분에 그녀의 그림자는 그의 발 바로 앞에 닿을 정도로 길어졌다. 그는 기술명을 외침과 동시에 그녀의 그림자를 꽉 밟았다.

레이나는 짓눌린 그림자에 대칭되는 목과 어깨 부위에 강한 압력이 작용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상대가 외친 기술 이름과 그의 행동을 통해 그가 사용한 능력의 원리를 순식간에 파악해냈다.

‘불을 가려야 한다.’

그녀는 허리를 쭉 펴서 머리에 있는 모자를 등 뒤로 떨궜다. 모자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순간적으로 그녀의 목과 어깨를 불꽃으로부터 가려주었다. 속박이 풀리는 것을 느낀 그녀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렸다.

‘빠르군.’

찰리는 그녀가 옆 복도로 사라지자 인술을 해제하고 그녀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저택을 무대로 술래잡기를 이어갔다. 그는 바닥에 깔린 대리석을 기름 바른 것처럼 미끄럽게 만들어 그녀의 도주를 방해했고, 전시된 갑옷을 꼭두각시 인형처럼 움직여 그녀를 공격하게 했으며, 목소리를 몇백 배로 키워서 그녀를 기절시키려고도 했다.

레이나는 그때마다 곡예 기술들을 응용해 그의 공격을 적절하게 파훼했다. 그러나 그런 추격전도 얼마 가지 않아 끝나고 말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소에서 그녀는 막다른 골목을 마주하고 말았다.

“이곳은 얼마 전에 보수공사를 한 곳이라 모를 것 같았지.”

“날 이쪽으로 유도한 거였군?”

“그래. 조직원들이 지금 이곳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짜고 있다. 넌 탈출할 수 없어.”

“그럴지도 모르지.”

레이나의 목소리와 눈빛은 아주 싸늘했다. 전투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랬다. 그녀의 일행들이 봤다면 흠칫 놀랄 정도로 지금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물론 그들도 곧 이것이 그녀의 옛날 모습이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차가운 얼음 인형. 그녀는 곡예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지몬이 교육한 방식대로 행동했다. 동작은 물론 표정 하나하나까지도 그의 지도대로 움직였다.

이것은 그녀의 몸에 밴 습성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이런 자신이 싫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해주고 있는 것이 그러한 교육 덕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항복하는 게 어때?”

“탈출은 네 말대로 불가능할지 몰라. 하지만…….”

그녀는 검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그녀와 10m 넘게 떨어져 있는데도 찰리는 등골을 훑고 지나가는 오싹함을 느꼈다. 당장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목이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예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널 죽이는 건 가능하거든.”

레이나가 몸을 폭발적으로 튕겼다. 그녀의 호감도 30 보상으로 들어온 기술인 ‘부전여전’을 발동한 것이다. 이것으로 그녀는 앞으로 30여 분 동안 원더스타인과 같은 육체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찰리는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칼의 궤적을 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가만히 있었다간 목이 잘릴 뻔했다. 그는 레이나가 입었던 잔 상처들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확인했다.

“도핑 계열 인술인가.”

그는 그녀가 휘두른 검이 건물의 벽을 두부 썰 듯이 잘라내는 것을 확인하며 헛웃음을 흘렸다. 일단 인간의 힘을 초월한 건 확실했다.

이제 입장은 반대가 됐다. 그녀가 쫓는 쪽이었고 찰리가 쫓기는 쪽이었다. 그러나 이번 추격전은 그렇게 길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찰리의 머릿속을 스쳤다.

힘도 속도도 상대가 훨씬 우위에 있었다. 수첩에 든 인술 공격을 날려도 적중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어쩌다 맞은 공격도 상대는 순식간에 회복하고 그를 쫓아왔다.

“미스테릭서 님, 이쪽으로!”

그때, 그는 조직원 중 한 명이 신호를 보내는 것을 감지했다. 그것은 그녀를 어떤 곳으로 유인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판사판이라 생각하고 수첩에 있는 인술을 모두 꺼내어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 가며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여긴?’

정신없이 그의 뒤를 쫓던 그녀는 이제 한두 번의 도약이면 그를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몸을 날려 들어간 방은 지금까지 지나갔던 곳과 전혀 다른 풍경을 하고 있었다.

‘수정의 홀?’

다면체의 붉은 수정들이 방 안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다. 레이나는 그제야 이곳이 아까 로비 담당자가 가보라고 했던 본관 2층의 그 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붉은 수정은 지혜와 속임수의 마신 클레벤타인의 신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마도구였다. 이것에는 사람에게 최면을 거는 힘이 있었다.

레이나는 자동으로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지식에 잠시 몸을 멈칫했다. 찰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홀 너머로 몸을 숨겼고, 그것을 확인한 조직원들은 수정의 힘을 끌어올렸다.

“모두 저 여자를 향해 최면을 걸어라!”

붉은 수정들이 일제히 빛을 발했다. 그것을 마주한 순간, 레이나의 머릿속은 핑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앞으로 또다시 처음 보는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예전에도 수정의 홀에 온 적이 있었다.

그건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이 사람으로 할래요.

라테나는 레이나가 내민 서류를 찬찬히 읽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조건들은 나쁘지 않은데 입양자의 목적이 마음에 걸렸다.

-죽은 아이의 대용품?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인데. 부모는 결국 아이가 가짜인 걸 자각하게 된다고. 죽은 아이와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사실은 부모와 아이 모두 상처받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곤 하지.

그녀의 말에 레이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콤프라치코스는 세워진 지 아직 3년도 안 된 조직이었다. 그중에 대용품으로 입양된 아이들이 몇 있었지만, 제대로 크려면 아직 멀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사례를 오랫동안 봐온 것처럼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녀의 질문에 라테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걸로 아픔을 겪은 녀석을 한 명 알거든.

-아.

레이나는 그녀가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아차렸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라테나는 그녀가 혹시나 오해할까 봐 재빨리 부연 설명을 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녀석이 무슨 복수심이나 분노 때문에 널 만든 건 아니야. 물론 창조주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에서는 변함없지만…….

-그건 알고 있어요.

-어쨌든 그러니까 너도 잘 생각해서 선택을 하렴.

-저는 괜찮아요. 아니, 오히려 더 좋아요. 이걸로 그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라테나는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에휴, 복에 겨운 녀석. 이렇게 주변에 자기 위해 주는 사람 많은 것도 모르고. 좋아. 녀석이 돌아오면 이 외모대로 바꿔 달라고 하자. 물론 부모는 저번에 말했듯이 미켈튼의 부유한 상인으로 말해두는 거다?

-알겠어요.

-응? 그런데 이 아이 이름……. 네가 그날 서커스 신동으로 화제가 되어서 그런가? 유난히 곡예사들이 낳은 아이 중에 네 이름이 많이 보이네. 어쩌면 추모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어린 재능이 테러로 죽었다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야. 최면 걸기에는 좋겠어. 원래 ‘이름’을 받아들이는 작업이 절반은 먹고 들어가거든.

그때, 홀의 문이 열리며 한쪽 눈에 안대를 한 30대의 남자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회장님이 돌아오고 계십니다. 그…… 아가씨 건은……?

-타이밍 좋은걸. 우리도 막 결정을 내린 참이야.

-그렇습니까? 어떤 인물입니까?

-그저께 의뢰 들어온 사람. 지몬 마기어.

-아, 그 남자. 죽은 아이의 대용품이었죠?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건 이름이 같다는 거군요. 그건 최면에 있어서 중요한……

-이미 고모에게 들었어요, 록센 아저씨.

-그렇습니까, 레이나 아가씨.

레이나의 몸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쓰러지기 직전에 홀 반대편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사람을 바라봤다.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집사 복장의 40대 남자였다.

‘록센?’

그녀는 그의 이름을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어린 자신을 안아주는 금발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기억이 어떤 사실의 의미하는 건지 그녀의 이성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본능은 느꼈다.

‘붙잡히고 말았어요. 죄송해요…… 아빠…….’

***

원더스타인은 역에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레이나와 연락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말을 걸어도 그녀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혹시 잠든 건 아닐까요? 밤새 기차를 타고 움직였다면서요.”

“아닐 겁니다. 그러면 숨소리라도 들려야 합니다. 그런데 납치된 세 사람도 그렇고 모두 그것조차 끊겨 버렸습니다. 이건 다른 마신의 영역에 들어갔을 때, 혹은 성역에 들어갔을 때,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콤프라치코스가 정교회의 예배당을 저택 안에 갖춰둘 리도 없으니 아마…….”

원더스타인은 화신 주변으로 해당 마신의 영역이 형성되는 것을 레카체프에서 한 번 겪었었다. 그는 원작에서 까마귀 마녀가 화신으로 변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녀가 그곳에 있는 것일까?

TT3의 여섯 번째 스테이지 ‘인형의 집’ 보스전은 레이나를 서포트 캐릭터로 데려가느냐 안 데려가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졌다. 레이나를 데려가지 않는다면 까마귀 마녀는 화신으로 변해 통상의 전투를 벌이지만, 레이나를 데려간다면 그녀는 레이나의 기억을 헤집어 원더스타인을 그녀의 아버지로 믿게 해 전투원으로 부려 먹었다. 조직의 상품 출신인 레이나는 최면술에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까마귀 마녀 보스전에 레이나를 데려가는 것이 빨리 깨기를 노리는 플레이어들에게 필수적으로 고려되곤 했다. 동료 한 명을 버려야 하긴 하지만, 게임 난이도 측면에서는 까마귀 마녀가 화신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난이도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정상적으로 TTT의 이야기를 즐겨온 플레이어라면 레이나가 적들 손에 넘어가더라도 그녀를 때려잡는 대신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움직였다. 볼거리를 하나라도 더 즐기고 도전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보통의 플레이어들은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이벤트였다.

원래 그는 납치당한 단원들이 정신을 차리면,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고 최대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일을 풀어나가려고 했다. 음향실 너머로 들리는 그들의 숨소리 덕분에 그들이 무사함을 알고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물론 레이나와도 연락이 끊겨 버리자 그는 도저히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허수아비 오빠. 기억 못 해서 미안해. 나 너무 무서웠어. 춥고 어두운 곳에 갇혀 있었어.

자신이 주저하는 사이, 레이나가, 혹은 셋 중 누군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는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친구를 잃는 것은 한 번이면 족했다.

“단장님! 어쩌시게요?”

그는 만류하는 아나이스의 손길을 뿌리치고 바로 역 사무실로 향했다.

“박람회 때문에 오셨습니까?”

덩치 큰 조직원 둘이 사무실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고 서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곳에 있는 책임자와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곤란한데요. 사전 약속이 없으시면…….”

“부탁은 한 번뿐입니다.”

원더스타인은 양손으로 두 사람의 입을 막고 그들을 들어 올렸다. 두 사람 다 150kg이 넘는 거구였지만, 그의 힘 앞에서는 작은 강아지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죄는 그의 악력에 놀라 겁에 질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둘을 그대로 사무실 안으로 던져 넣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로 만든 벽이 와지끈 무너지며 문이 떨어져 나갔다. 안에 있던 조직원들은 혼비백산하여 입구 쪽을 바라봤다.

“뭐야?”

“설마 침입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그들은 근처에 있는 무기들을 들고 일어났다.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한 명. 중앙의 탁자 앞에 앉아 있는 책임자로 보이는 중년인뿐이었다. 그도 처음에는 부하들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입구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사색이 되어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다, 당신은?”

“아무래도 당신은 제가 누군지 아는 것 같군요.”

그의 입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역장은 턱을 덜덜 떨며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프랑크 원더스타인…….”

“지금 그쪽에서 내 식구들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역장의 앞까지 걸어갔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와 역장의 반응 때문에 아무도 그의 앞을 막아서지 못했다.

“좋은 말로 할 때, 되돌려줬으면 하는군요.”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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