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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9

EP.438 17. 인형의 집 (14)

아동 박람회는 별다른 문제 없이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었다. 오전에 약간의 소동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는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기대하는 손님이 더 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사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고객들을 초대하긴 했지만, 이번 박람회의 주된 상품은 어디까지나 인간 병기였다. 손님들 대부분은 소년병들의 전투 능력과 충성심이 얼마나 뛰어난지 관심 있어 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오전에 있었던 사건은 전자에 대한 검증으로 받아들여졌다.

“얼핏 보긴 했는데 대단하더군. 입에서 불을 뿜고, 칼로 석벽을 썰어대지 뭔가?”

“난 정원에 있었는데 벽을 수직으로 타고 오르내리던데?”

“카탈로그에는 그런 게 없었는데 개발 중인 상품인가?”

“하하, 거기 있는 것들만으로 흥미로웠는데 그보다 더한 것들이라? 이거 투자 안 하고는 못 배기겠는걸.”

말단 관리자가 멋대로 손님들에게 ‘탈주 노예가 일으킨 소동’이라고 둘러댔던 것이 오히려 복이 된 셈이었다. 사람들은 레이나를 콤프라치코스에서 만든 아이라고 여겼다.

인간 병기 개발의 책임자인 마샤는 그런 고객들의 착각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녀가 이끄는 연구소는 아직 별빛 없이는 데볼루트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별빛이라는 건 매우 희귀한 물건이었다.

그동안 콤프라치코스에서 생산한 입양아들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범주 안에서 외모만 조금씩 바꾸는 식이었기에 소량의 별빛으로도 고객의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몸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통상의 수십 배나 되는 별빛이 요구되었다.

클레벤타인의 마도사들은 최면과 세뇌를 통해 실험체가 그들이 의도한 방향대로 데볼루트를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개발했으나 아직은 목표한 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이곳은 원더스타인이 없다면 유지되기 힘든 조직이었다. 아이를 고객들이 요구하는 대로 개조해서 판다는 아이템은 바이오맨서인 그의 힘이 있었기에 성립이 가능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그는 부회장과 다투고 떠나버렸고, 남은 사람들은 별빛을 이용해 사업을 유지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업무라면 그 정도로도 충분했겠지만, 미래의 사업을 위해서는 그 정도로 모자랐다.

이런 상황에서 베르카의 영입은 그들 조직에 있어서 큰 호재였다. 그는 어쨌거나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데볼루트의 적극적 통제에 성공한 첫 실험체였다. 고작 사례 하나이긴 하지만, 그의 등장은 목숨을 건 극한의 환경에서 집중력을 갈고 닦은 사람들이 데볼루트를 다루는 데 뛰어나다는 가설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끄으으.”

“확실히 놀랍군. 삶에 대한 집착이 대단히 강해 보여.”

록센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스스로 신체를 수복해 나가는 베르카를 보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투기장에 판로를 뚫어둔 것은 소년병들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는데, 설마 검투사라는 직업 자체가 실험의 실마리가 되어줄 줄은 몰랐다.

“오전의 사건 덕분인지 구체적인 액수를 꺼내 드는 투자자들이 벌써 나오고 있네. 벨리키 볼라크 쪽에 자금을 더 보내줄 테니, 쓸 만한 실험체들을 더 발굴해보게. ”

록센은 그렇게 인형의 집 내부를 돌아다니며 조직의 업무를 하나하나 처리했다. 까마귀 마녀로부터 이곳을 빼앗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은 회장인 그가 직접 뛰며 모든 일을 조율할 수밖에 없었다.

조직의 대표로서 손님들을 대접하는 일 역시 빠질 수 없었다. 불법 조직의 운영자로서 정계의 인맥들을 관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5층의 응접실에는 오늘 초대받은 손님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 앉아 있었다. 록센은 나비 가면을 쓴 여인 앞에 부복했다.

“슐레지엔의 공녀를 뵙습니다.”

제국의 현 황제는 평생을 통틀어 결혼을 총 3번 했다. 제1 황비는 원래 황후의 지위를 가지고 있던 여인으로 아들인 전 황태자 세르게이가 죽은 뒤에 그 자리를 제2 황비에게 넘기게 되었다. 제2 황비는 현 황태자 니콜라이의 친모로서 그가 국본의 자리에 오르면서 황후의 지위를 얻었으나 얼마 못 가 죽었다. 그리고 제3 황비는 황제와 결혼한 지 몇 년 안 된 인물로 그녀는 슐레지엔 공작의 장녀였기에 보통 ‘슐레지엔의 공녀’라고 불렸다.

뱀 마녀가 실종된 뒤로 황태자의 정적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얼마 전에 아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뱀 마녀도 사라지고, 황태자는 암살의 여파로 병석에 누운 지금, 그녀는 제국 정계에서 가장 활발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뒤에 앉아 있는 세 사람 역시 단순한 시종이나 호위가 아니었다. 갑옷을 입은 중년인은 황실근위대의 훈련대장으로 조직 서열상 5위에 속했다. 그리고 검은 복면을 눌러 쓴 여인은 제국 정보부의 고위 간부였다. 마지막으로 허연 수염을 기른 인자한 인상의 노인은 정교회의 주교로 제3 황비의 정치적 조언자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이 저택의 지하에는 강력한 마도의 냄새가 풍기는군요.”

늙은 주교의 말에 록센은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정교회의 사제와 마신의 신도인 그는 원래 상극의 관계였다. 물론 지금은 신권이 왕권보다 우위에 있던 그런 시기가 아니었고, 마도사라는 이유로 상대를 때려잡는 건 교황이라고 해도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껄끄러운 상대라는 건 변함없었다.

“박람회는 어떠셨습니까?”

“퍽 흥미로웠어.”

제3 황비는 눈앞에 보이지 않는 카탈로그를 읽어 넘기는 듯한 동작을 취하더니 말했다.

“그중에서 ‘가짜 황태자’가 제일 재밌더군.”

“그렇습니까?”

박람회의 상품 중 가짜 황태자는 그가 제3 황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15살의 남자아이를 황태자 니콜라이와 닮게 개조하고, 최면과 세뇌로 본인이 황태자라고 믿도록 만들고는 벌거벗긴 채 우리 안에 가둬둔 것이다.

-무엄한 놈들, 내가 누군 줄 알고! 내가 바로 황태자 니콜라이다. 여기는 어디냐? 이놈들!

물론 그것은 제대로 된 가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신이 진짜 황태자라고 믿는 정신병자에 불과했다. 그래도 손님들에게는 상품으로서 제대로 어필된 듯했다. 자신을 정말로 진짜라고 믿는 가짜를 가지고 노는 것은 보통의 역할극이 주는 재미에 비할 바 못 됐다.

“그러나 내가 관심 있는 건 그대가 준비했다는 선물이라는 거야. 나를 여기까지 불러내기 위해 내 측근들에게 꽤 공작을 많이 한 모양이던데. 설마 그 가짜 황태자가 선물인 건 아니겠지?”

“맞습니다.”

“뭐라?”

제3 황비의 언성이 높아지자 뒤에 앉은 기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개입을 제지했다. 황실에 들어온 지 몇 년이 흐르면서 그녀도 제법 정치와 사교에 익숙해졌다. 그녀는 상대의 태도를 보고 그가 진실과 거짓을 섞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 주겠나?”

“제가 조직에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 저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저희 조직의 사람들은 한 의뢰를 받게 되었습니다. 배 속에 있는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로 바꿔 달라는 것이었죠.”

제3 황비는 수수께끼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가 요구하면 상대는 바로 자신이 원하는 답을 내놓아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규칙을 따르라고 요구할 참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입을 떼려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내려치듯 실마리가 조합되면서 어떤 결론이 도출됐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는 말을 내뱉었다.

“가짜 황태자.”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에 그녀의 뒤에 앉아 있던 세 사람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도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챈 것이다. 록센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의뢰인은 바로 돌아가신 황후 폐하, 당시의 제2 황비님이셨죠.”

제3 황비는 평소에도 정적들의 약점을 수집하곤 했다. 그녀가 황태자에 대해 들은 소문 중 하나에는 그가 빈약한 몸에 콤플렉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보이는 모습은 분장이 더해진 것으로 실제로 그는 보이는 것보다 체격도 왜소하고 수염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결정적인 약점이 되지 못했다. 키예프의 남자 귀족 중 상당수가 그보다 정도는 약할지라도 남성성을 과시하는 분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태자가 애초에 여자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증명할 수 있나?”

“여기 당시의 기록입니다.”

록센은 가져온 서류를 그녀에게 넘겼다. 제3 황비는 그것을 몇 장 넘기더니 뒤에 있는 정보부 간부에게 넘겼다. 그녀는 1, 2분 정도 그것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출처, 증인, 증거 모두 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준비한 선물은?”

제3 황비는 부채를 펴고 입가를 가렸다. 록센은 그녀가 미소짓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고객의 명부를 팔아넘기는 상인이라니. 정치가로서는 합격점일지는 몰라도 상인으로서의 신뢰도는 떨어졌는데?”

“그 건은 저희 조직이 설립되기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정확히 말해 그 건으로 인해 저희 조직이 설립된 것이죠. 즉, 당시 회장, 부회장이었던 두 사람의 개인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흐음, 그런가. 그렇다면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겠네.”

제3 황비의 머릿속은 이 자료를 언제 터트릴지 그 시나리오를 짜느라 바빴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상대를 찌를 무기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휘두르면 상대에 치명상을 입히기 힘들었다.

예를 들어 황태자가 암살 건으로 인해 드러누운 지금 다짜고짜 그녀가 여자라고 밝힌들 생각만큼 반향을 얻기 힘들었다. 공식적으로 그는 요양 상태였기 때문에 상대가 무슨 주장을 하든 헛소문이라고 일축하고 시간을 끌다가 나중에 몸이 회복된 다음에 제대로 된 변명을 해도 되기 때문이다.

찌른다면 돌이키기 힘든 순간에, 변명할 준비할 여지도 없이 찔러야 했다. 일단 황태자의 계모인 자신이 황태자의 혼기가 찬 것을 빌미로 혼례를 주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립 파벌의 유력자들 몇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자신의 사교계 인맥으로 그들과 황태자 사이가 가까워지지 못하게 훼방을 놓았지만, 이번에는 역으로 바람을 넣으면 될 것이다.

황태자가 혼례를 거절하면 두 진영 사이가 틀어질 수 있으니 그걸로 좋았다. 그녀는 계속 다음 선수를 경기장 위에 올려보낼 것이다. 그리고 황태자가 계속 제안을 거절한다면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할 생각이었다.

만약, 혼례를 받아들인다면 더욱 좋았다. 그가 사실 여자라는 사실을 터트리는 타이밍을 고르는 것은 원수의 생일파티를 망치는 계획을 짜는 것만큼이나 즐거울 것이다.

“그대들의 상회 활동은 앞으로 내가 보증하지. 일전에 요청한 것들을 충분히 보장해주겠네.”

“황공하옵니다, 황후 폐하!”

록센은 마지막에 일부러 슐레지엔의 공녀라는 호칭 대신 다른 것을 사용했다. 처음부터 다짜고짜 이랬다면 불쾌한 작자라고 욕을 얻어먹었겠지만, 그녀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준 시점에서 이 정도 아부는 그녀에게 귀엽게만 보였다. 그녀는 저녁에 있을 만찬에 잠시 얼굴을 비추고는 이곳을 떠나겠노라고 말했다.

록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응접실을 나왔다. 다행히 제3 황비는 그가 준 선물에 만족하는 듯했다.

까마귀 마녀로부터 조직을 뺏으면서부터 가장 문제가 되었던 일은 그녀가 지난 10여 년간 제국에 깔아뒀던 인맥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다행히 그녀의 빈자리를 대신할 만한 정치적 후원을 받게 되었다.

‘가장 큰 고비를 넘겼군.’

그는 이걸로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곧 ‘가장 큰 고비’라는 것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부하 한 명이 사색이 되어 달려와 충격적인 소식을 그에게 전했기 때문이다.

“역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자, 자기 이름을 프랑크 원더스타인이라고 밝힌 남자가 나타났답니다. 우리가…… 자기 식구들을 데리고 있으니 내놓으라고 하는군요.”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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