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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

43. 거지남매 – 기대

카시아를 밀어내고 저택으로 돌아온 레오는 보스에게 후작과의 대화를 전하고 레나의 방을 찾았다.

그는 은은한 나무 향과 온기가 감도는 복도에서 방문을 두드렸다.

“레나야. 오빠 왔다~.”

“오빠!”

방에서 책을 읽던 레나는 후다닥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레오는 습관적으로 동생의 볼을 잡아당겼고 레나는 “이익! 이거 놔아!”라며 얼굴을 흔들었다.

“레나야~ 우리 이쁜 레나. 여기 사탕 가져왔어.”

레나는 오빠한테서 술 냄새를 맡았다. 그는 빙그레 웃음기가 얼굴에서 떠나질 않았다.

“고마워, 잘 먹을게.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그냥. 좋은 일이 있었어.”

그렇게 말하며 레오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레나도 그의 곁에 의자를 끌어다 앉으면서 평소와 같은 오누이의 사소한 잡담이 이어졌다.

하지만 레나는 오빠가 왜 기분이 좋은지 알 수 없었다. 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언급하는 법이 없었다.

‘피. 다 알고 있는데.’

그녀는 오빠가 상권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고 들어서 알고 있었다. 소상공인을 괴롭히는 건달들을 쫓아내 주는 일이라고 들었는데 그게 뭐 그렇게 숨길 일이라고 말을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

레나는 조금 섭섭했지만, 추궁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오빠. 오늘 티안이랑 놀았는데. 있지~.”

“티안? 티안이 누구야?”

“산티안.”

“아. 산티안을 티안이라고 부르는 거야? 많이 친한가 보네.”

산티안 라우노는 조세프 라우노의 손자로, 레나보다 한 살 어린 소년이었다.

“응. 오늘 티안이랑 놀았는데 걔가 아무래도…”

레나는 작게 귓속말했다.

딱히 엿들을 사람도 없지만.

“날 좋아하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한 레나는 얼굴을 가리고 꺄르르 웃었다.

티안은 귀엽다.

나이도 어린 게 나한테 사내다운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다.

‘꺄아, 어떻게 해! 오빠한테 말해버렸다.’

그녀는 슬그머니 손가락을 벌려 그 사이로 오빠를 봤다. 그런데 그는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저 얼굴은?

“어떻게 생각해?”

“……”

“…왜 그래?”

“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왜? 보스님 손자라서 그래?”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이런 이야기를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해야 하나.”

그의 진지한 어투와 표정에 레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말했다.

“누가 걔랑 사귄데? 그냥 걔가 날 좋아하는 것 같은데 오빠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아아. 음… 뭐 당연한 일이지. 세상에 누가 널 안 좋아하겠니.”

“헤헤. 띄워주기는.”

레나는 피식 웃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오빠는 너무 앞서가는 면이 있었다.

이러니까 아직껏 여자친구가 없지. 오빠 좋다는 사람이 여기에 그렇게나 많은데 이 화상은 뭘 하느라 바쁜지 모르겠다.

레오는 매일 동생과 아침을 먹고 나가서 밤에 돌아왔다. 그는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 길에서 끼니를 때우곤 했지만, 그걸 모르는 레나에게 오빠는 공연히 바빠 보일 뿐이었다.

‘이렇게 가족들이랑 교류가 없어서야. 내가 나서줘야겠구만!’

레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오빠. 소이린 언니 알지?”

“소이린? 알지.”

“그 언니랑 친해?”

“친하고 자시고… 말해본 적도 별로 없는데.”

“그 언니 꽃집에서 일한다는데 언제 같이 가보자.”

“왜? 꽃 필요해?”

레오가 방을 둘러봤다.

“아, 그러네. 화분이 하나도 없구나. 그걸 생각 못 했네. 화분 하나 사다 줄까?”

그의 말을 듣고 레나는 한심함에 눈을 가늘게 모았다.

역시 오빠는 눈치도 없고 좀 멍청하다. 아는 건 많은데 너무 고지식하다.

‘그래도 화분 사다 준다는 건 좋네.’

이렇게 착한 오빠는 좋은 여자를 만나야 한다.

마침 소이린이라는 아가씨는 여자인 레나가 보기에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은근히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마 맞을 거다. 소이린 언니는 종종 오빠와 같이 아침을 먹고 싶어서 기다리곤 했으니까. 그 이른 시간에 말끔히 단장하고 나오려면 새벽에 일어나야만 할 거다.

정작 레오는 밥 먹는 동생을 바라보느라 옆에서 우물쭈물하는 여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아니. 내가 직접 고를래. 날 데려다줘.”

“알았어. 내일 같이 가자.”

남매의 잡담은 한동안 더 이어졌다.

이윽고 레오는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 자라면서 레나를 눕혔다. 이불을 덮어주고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뒤에 불을 끄고 나갔다.

레나는 따뜻한 침대에 누워 꼼지락거렸다.

‘행복하다.’

자상한 오빠와 재미있는 친구들, 친절한 가족들,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따뜻한 음식과 침대.

그녀가 여기에 온 지도 반년이 되어가는데 지금껏 부족한 점을 찾기 힘든 행복한 나날이 이어졌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 레나는 그제야 미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오빠는 언젠가 결혼하겠지?’

하필 처음으로 떠올린 미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입맛이 쓰다.

오빠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는 건 좋지만 어디로 멀리 떠나버리지 않았으면 했다.

‘나도 결혼을… 하긴 하겠지?’

문득 티안이 떠올랐다.

웃겨! 얘는 뭔데 떠오르고 난리야? 꼬맹이가. 난 오빠처럼 키는 작아도 듬직한 사람이 좋은데.

레나는 산티안 라우노의 웃는 얼굴을 치워버리고 고민을 이어갔다.

‘오빠랑 평생 한집에서 살고 싶은데…’

지금도 이 저택에서 같이 살고는 있지만 레나는 아직은 이곳을 ‘우리’ 집으로 느끼지는 못했다.

패밀리의 가족들 모두 레나에게 친절했지만 그건 레오가 이곳의 일원이기 때문이었고, 그녀는 스스로 느끼기에 여전히 오빠에게 얹혀있을 뿐이었다.

‘이 패밀리에서 나도 결혼하고 오빠도 결혼하면 같이 살 수 있을까?’

그러면 가능할 것 같았다. 오빠가 여기 가족 중 누구랑 결혼하고 나도 여기 누구랑 결혼하면 이 저택에서 계속 함께 살겠지?

그렇게 되면 레나도 비로소 이곳을 우리 집으로 여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빠가 소이린 언니를 좋아하려나?’

그녀가 보기에 가족들 중에서 오빠와 어울리는 사람은 소이린 언니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오빠랑 같이 사는 게 꿈이어도 그녀의 욕심보다는 오빠의 생각이 더 중요했다. 오빠가 소이린 언니를 싫어하면 별도리가 없다.

레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냐. 내 생각엔 소이린 언니는 예쁘고 맘씨도 고와. 아마 좋아할 거야.’

일단 자주 만나게 해주고 나서 생각해야겠다.

‘그리고 내 결혼은…’

레나가 자신의 결혼을 고민하기 시작하자 티안이라는 녀석이 다시 떠오르며 그녀의 생각을 방해했다.

얜 왜 자꾸 껴들어? 누나 생각 중인데 귀찮게.

몸을 뒤척이는 그녀는 살포시 웃고 있었다.

* * *

전쟁이 터졌다.

아스틴 왕국이 선전포고하며 군대를 일으켰다.

이에 맞서는 벨리타 왕국의 수도 오르빌에서도 군대가 출발했다.

벨리타 왕실이 겨우내 모집해 훈련시킨 수천의 병사들은 보무도 당당하게 오르빌을 가로질렀고, 시민들이 몰려나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무사히 돌아와요!”

“건방진 야만인들을 혼쭐내줘!”

행진하는 병사들의 머리 위로 시민들이 뿌린 지푸라기가 흩날렸다.

겨울이 막 끝나가는 참이라 뿌릴 꽃이 없어서 짚으로 대신한 것이었다.

“와아! 기사단이다!”

행렬에는 제3 기사단이 끼어 있었다. 그들은 번쩍이는 갑주를 과시하며 말을 몰았고, 시민들의 환호성은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여유 있어 보이는 출정식과는 달리 전황은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야만인 전사가 많은 아스틴 왕국의 군대는 ‘신병 교육’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남하하고 있었다.

지금 출발하는 병사들은 여름에나 전선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그동안은 ‘북부 변경백’이 전선 각지의 군사를 끌어모아 아스틴 왕국군과 전초전을 벌여야 했다.

한시 빨리 전력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금 근사하게 행진 중인 제3 기사단은 출정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병사들은 알아서 따라오게 내버려 두고, 급히 말을 몰 것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제1, 2 기사단은 출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헤르만 포르테 백작의 명을 기다리며 수도에 남았다.

소드마스터 본인도 출정하지 않아서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었으나, 포르테 백작은 “다른 왕국들의 동태를 살핀 뒤에 출정하겠다.”라 못을 박았고, 누구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행진이 끝났다.

병사들과 기사들이 사라지고, 시민들이 각자의 일터로 돌아간 텅 빈 거리에는 지푸라기들만 을씨년스럽게 굴러다녔다.

그곳에서 레오는 유심히 주위를 살폈다.

곧 마차가 도착할 거다.

기다리던 중에 그는 며칠 전에 있었던 후작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 + +

“청부를 실행해주게.”

베나르 타티안 후작은 레오를 불러 청부를 확정지었다.

토턴 타티안이 끝내 전쟁에 참전하길 거부했기에,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둔 아버지는 무뚝뚝하게 아들의 거취를 알렸다.

“요즘 매일같이 왕궁을 드나들고 있으니 어렵지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후작은 암살이 반드시 저택 밖에서 이뤄지기를 바랬다.

사실 집 안에서 죽이고자 했으면 깡패에게 청부하지도 않았을 거다.

저택은 후작의 뱃속이나 다름없었다.

레오는 몸을 깊이 숙인 채 잠시 뜸을 들였고, 후작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생각했다.

희한한 청년이다.

제국의 예법에 정통하고, 매우 잘생긴, 깡패.

어느 것 하나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눈동자는 또 황금빛이다.

스스로 사생아라고 칭했지만, 후작은 믿지 않았다. 그가 이런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의 아버지였다면 사생아라 할지라도 푸대접하지 않았을 터였다.

‘몰락한 귀족. 아니면 쫓겨났거나.’

타티안 후작은 간단하게 레오의 거짓말을 판별해냈다. 그리고 후작이 고개 숙인 청년을 이리저리 평가하는 사이, 궁리를 마친 레오가 입을 열었다.

“병사들이 출전하는 날에 시행하겠습니다.”

레오가 생각하기에 그날이 최적이었다.

출정식으로 어수선해서 암살하기에도 좋고, 정치적으로도 좋은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다.

아들이 전쟁에 참전하기를 거부해서 죽였노라고.

후작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리고 지금, 레오는 작은 상점에 몸을 숨긴 채 거리를 살피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암살에 편리한 한손검, 그것도 제법 짧은 것이 들렸다.

독이 묻은 칼날이 번질거렸다.

“후으… 하아… 흐읍…”

레오는 힐끗 상점 주인을 봤다.

잔뜩 긴장해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이 상인은 라우노 패밀리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 패밀리의 협조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초조한 것은 어쩔 수 없는지 상인은 연신 허벅지를 문질러댔다.

몇 마디 충고라도 해줄까 고민하던 차에 멀리서 화려한 마차가 다가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토턴 타티안이 탄 마차다.

레오가 곁에 있던 노파의 등을 두드리자 늙은 여인으로 분장한 조직원은 거리를 가로질렀다.

– 짜악!

마부가 길바닥을 채찍질하면서 날카로운 파공성이 울려 퍼졌다.

당장 비키라는 성난 외침이었으나 노파는 못 들었다는 듯이 본인의 느릿느릿한 발걸음을 달리하지 않았다.

“아이고, 노인네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쯧!”

마부는 혀를 차며 마차를 세웠다.

저까짓 노파 하나쯤 밟고 지나가는 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그에게도 나이든 어버이가 있었고 행여라도 말이 다치면 집사에게 혼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토턴 타티안이 마차를 세웠다고 화를 내는 몰상식한 귀족이 아니었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는데, 마부는 이 행동이 제 온화한 주인의 목을 조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이다!’

마차가 서자 레오가 달려들었다.

타겟이 마차 어느 쪽에 타 있는지는 알고 있었고 문은 열려있다고 했다.

문을 벌컥 열어 칼로 쑤셔준 다음 상점 뒷문을 통해 달아나면 끝이었다.

토턴 타티안을 지키는 기사가 옆자리에 동행했지만, 그 기사는 후작의 명령을 받았다. 기사는 토턴 타티안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레오는 살심을 품고 문고리를 힘껏 잡아당겼다.

그런데,

– 덜컥.

문이 잠겨있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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