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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

44화 왕국의 실체

첫 전투의 승리는 대승이었다.

레온은 헌터들과 왕국군과 함께 백 마리가 넘는 악마들을 붙잡은 채 왕궁으로 향했다.

“크헭!”

포승줄이 생선다발처럼 묶인 가운데, 악마 한 마리가 넘어졌다.

“어이고, 조심──.”

구대성이 무심코 악마를 일으키려던 그때였다. 구대성은 악마가 굉장한 미녀라는 걸 깨달았다.

‘어라? 방금까지만 해도──’

흉측한 악마의 외견은 온데간데없고 그의 앞에 있는 건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미녀다.

“헌터님, 저좀 풀어주시면… 제가 좋은 거 해드릴게요.”

“어, 어어…….”

악마의 유혹에 혼란스러운 구대성. 이상했다. 눈앞의 존재가 악마라는 걸 아는데도, 구대성은 그 유혹에 넘어갈 것처럼 손을 뻗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미녀를 한 번 안을 수 있다면… 목숨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

[사자심장의 오라 : 군단강화 오염저항이 발동합니다.]

악마를 향해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색기어린 미녀의 얼굴이 사라지고 흉측한 외눈박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 씨발!”

깜짝놀란 구대성이 악마의 싸대기를 후려갈겼다.

뻐억, 주먹질에 가까운 싸대기를 맞은 악마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펴, 평범한 인간 따위가 내 유혹을 떨쳐내?”

이게 악마의 유혹? 하마터면 그대로 넘어갈 뻔했다. 구대성은 벌렁거리는 심장을 붙잡으며 악마의 사이한 힘을 경계했다.

“어떤 놈이냐!”

선두에서 말을 타고 다가오는 레온. 신수 스탈리온에 탑승한 채 햇빛을 가리는 그의 모습은 대단히 권위적이었다.

“어떤 놈이 소란을 피웠더냐!”

“이 새끼입니다!”

곧장 자신을 유혹한 악마를 가리키는 구대성. 그는 빠른 태도전환으로 자빠진 악마를 가리켰다.

밀에서 내린 레온의 시선이 악마를 향한다. 그는 순식간에 전모를 눈치챈 듯 말했다.

“감히 추잡한 몸뚱아리로 내 병사를 유혹해?”

“요, 용서를…!”

문답무용. 레온의 군홧발이 악마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뽀각! 하고 부러지는 악마의 다리.

“끼야아아아아아아악!”

“더럽고 천한 것이 어딜 목소리를 높여!”

콱콱! 사정없이 악마를 짓밟는 레온.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악마와 헌터들이 새파랗게 질렸다.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놈…!’

‘으아, 살벌해라……’

기어코 악마가 밟혀 죽는 꼴을 보고서야 레온은 다시 말에 올라탔다.

‘제대로 된 에너지도 못 채우는 송사리로군.’

레온은 악마의 영혼이 성배에 흡수돼 갈려나가는 것을 느끼며 갈무리된 성배의 기운을 확인했다.

악마들이 지리멸렬하게 자멸하는 사이 지휘관급인 악마들을 다수 사냥했다. 개중에는 상급 악마도 있어서 레온은 충분한 성력을 회복했다.

포로로 잡은 악마들을 끌고 개선한 레온을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대승을 거둔 레온과 병사들을 환영하면서도 악마들을 두려운 기색으로 응시했다.

“…….”

악마와의 전쟁은 항상 이렇다. 그들은 하급 악마일지라도 인간을 유혹하고 파멸과 타락으로 끌어들인다.

그 흉측한 외견도 마찬가지다. 괴물들을 상대로 하는 전쟁은 끝이 없기에 승리로 고취되는 건 극히 일부의 정예뿐.

라이온하트 왕국에서야 더더욱 신을 찾으며 기도했지만, 이들은 그럴 대상도 없다.

그렇기에 레온은 양손을 들었다.

“갈채하라.”

“???”

“뭐, 뭐지?”

시민들은 물론 헌터들의 시선에도 의문이 섞인다. 레온의 돌발행동에 익숙해졌다지만, 그것과는 별개다.

하지만 레온이 멈춘 것만으로 모든 병사들이 멈춘다. 그것은 고요와 침묵을 가져오고 시선을 온전히 레온에게 집중시켰다.

“갈채하라! 전쟁과 불꽃의 신성께 영광을 바치고 이 라이온하트의 영광을 노래하라!”

“”………….””

한동안의 침묵. 누군가가 눈치껏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그것이 전염되듯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점점 우레처럼 울리는 박수소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악마들은 매달아 시민들이 직접 죽이게 해라. 그 추악한 영혼이 소멸하는 감미로움을 감상케 하라.”

“예!”

“자아… 기껏 대승을 거두고 왔건만, 배웅하러 온 놈들은 없단 말이지.”

레온은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대장군과 기사들을 떠올렸다.

의문이 많다.

여왕과 기사들.

무엇하나 의심스러운 그때, 왕성의 창문에서 붉은 안광이 눈에 보인다.

“성공했나.”

레온은 곧장 왕성으로 복귀했다.

* * * *

야피의 보고를 받은 레온은 곧장 왕성의 지하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헌터들과 함께였다.

“멈추시오! 이곳은 접근이 허가되지 않았──”

레온은 가로막은 병사를 기다리지 않았다. 창으로 막아선 지하의 문을 발로 뻥 차버렸다

-콰앙!

어마어마한 압력과 함께 터져나가듯 튕겨 나가는 문. 병사들은 이미 제압된 지 오래다.

“폐, 폐하. 이래도 괜찮은 것입니까?”

김진수 과장이 어렵사리 나섰다. 그는 이런 막무가내식 게이트 공략을 본 적이 없다.

본디 게이트 공략이란 결국 퀘스트 클리어다.

클로징 조건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시스템 메시지대로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그만이다.

퀘스트 중에는 NPC들도 등장하여 그들을 최대한 아군으로 포섭하는 것도 기본 중의 기본.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가며 온 사방팔방을 적으로 돌리는 공략법은 들어본 적도 없다!

“……포기하십쇼. 포기하면 편해요.”

“아니, 그게 무슨…!”

이미 오크 게이트에서 레온의 깽판을 지켜본 헌터들은 해탈한 것처럼 납득했다.

“자, 잠깐! 그보다 이것들 좀 보십쇼!”

선두에서 따르던 구대성이 기겁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하로 향하는 문을 박살 내고 들어간 곳에는 거대한 공동이 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거대한 공동…….

“뭐야, 이거.”

“성 지하에 이런 곳이 있어?”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면서도 헌터들은 성큼성큼 걸어가는 레온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가로막는 기사가 둘.

“사자심왕! 이 무슨 무례요!”

“물러가시오! 이이상 앞으로 갈 수 없소!”

기사들의 호통에도 레온은 멈추지 않는다. 그저 검을 꺼냈다.

“왕의 어전이다. 무릎을 꿇어라.”

대신 행동에 나선 건 야피였다. 보조팔이 휘두르는 강철 와이어가 음속을 넘어 기사들을 사로잡는다.

그들의 단단한 검은 신성한 강철 와이어 앞에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거, 검이…!”

“네놈들!”

야피가 단숨에 기사들을 포박하고, 레온은 그들이 지키고 있던 천막을 거둬냈다.

“허억…!”

“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천막을 거두자 그곳에는 두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생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품… 아니, 악마가 빚은 것 같은 피사체.

스페로 왕국의 여왕.

베아트리체 알리기에리 스페로.

잠든 그 모습마저 치명적일 정도로 아름다워 남자를 파멸로 이끈다.

“아아…….”

“아름답다…….”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움에 현혹된 병사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그녀에게 향한다.

명백한 이상행동. 레온은 그들이 저항할 수 없는 유혹에 현혹되었음을 깨달았다.

“저항해라! 삿된 기운에 현혹되지 말지어다!”

레온이 호통을 쳤으나 병사들은 여왕에게 손을 뻗어댔다. 병사들의 정신력이 사자심장의 오라를 받고서도 저항하지 못한 것이다.

병사들의 나약함을 탓해야 할까… 레온은 침을 질질 흘리며 손을 뻗던 김진수 과장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커흑!”

그 뒤로는 사자심왕 직접 수고로운 작업을 해야 했다. 병사들을 하나하나 기절시키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무리 관대하게 봐주려고 해도 역시 자신의 신민들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끄으으…!”

“흐음?”

병사들을 기절시키던 레온은 고통에 허벅지를 움켜쥐며 식은땀을 흘리는 구대성을 목격했다.

“호오~”

허벅지에 단검을 박았다. 현혹을 알아채고 억지로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를 찌른 것이다.

“폐, 폐하…….”

“심호흡 해라. 입으로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뱉어내라. 정신을 맑게 해라.”

레온은 천천히 심호흡 하는 구대성의 허벅지에 성수를 뿌렸다. 즉효성의 회복력이 단검으로 상처 입은 허벅지를 재생시킨다.

“대단하군. 여왕전하에게 현혹되지 않을 줄이야.”

저벅저벅 걸어오는 리카르도 대장군과 기사들. 세 사람을 둘러싼 기사들은 일제히 발검해 칼을 겨눈다.

“설명해야 할 것이다. 장군.”

“곧 죽을 이에게 무슨 설명이겠소.”

리카르도 대장군의 냉엄한 시선에 구대성은 혼란스러워졌다.

‘뭐지? 대장군이 타락자인가?’

그렇다면 이상하다. 대장군과 기사들 또한 그날 광장에서 신성의 불꽃을 통과했었다.

타락자였다면 그 불길을 견뎌내지 못하고 정체를 드러냈을 텐데.

“왕국을 지킬 생각은 없는 건가? 짐이 없다면 너희들은 악종들의 침공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상관없소. 당신이 없어도.”

“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레온은 담담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퍼즐을 맞춘 것처럼 시원한 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네놈들. 여왕에게 현혹되지 않는구나?”

“……익숙하니까.”

“익숙해질 리가. 여왕의 교태는 타고난 것 이전에 저주에 가까운 마법이다. 이러한 힘을 가진 자를 일찍이 본 바가 있지.”

쾌락의 군주.

레온은 제 손으로 참살했던 추악한 색욕의 악마군주를 입에 담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유혹하는 존재. 교태를 타고난 자. 남자를 타락으로 이끄는 마성의 쾌락. 이 여왕은 그런 생물이다.”

대악마조차 넘어서는 아성. 그것은 생물이 견뎌낼 수 없는 힘이다. 정신력의 차이였고, 그렇기에 악마군주들과의 대결은 숱한 성배기사들의 희생으로 승리해왔다.

“헌데 이상하단 말이지.”

“무엇이… 말이오.”

“그 누구보다도 악종들을 경멸하고 혐오하는 짐이 어째서 이 여왕에게선 그러한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지… 너희들은 ‘어떻게 멀쩡한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레온은 수백 년 동안 악마들하고 싸워온 악마 도살자.

그런 그가 악성의 기운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레온이 성배를 들었다. 성배의 잔 안에는 성수가 가득하였다. 그 잔 위에는 검은색의 꽃이 올려져 있다.

“꿈과 죽음의 신성이시여. 당신의 수호자가 그대의 은총을 바랍니다.”

본격적인 의식조차 아닌 간의의식. 허나, 그 주체가 반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본녀가 기꺼이 사자심왕의 부름에 응하겠다.]

보랏빛의 여인이 싱긋 웃으며 그 영체를 드러낸다. 숱한 악마들의 영혼을 갈아 직접 강림한 신성은 그 존재만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꿈과 죽음의 신성, 플르를 뵙습니다.”

[그래, 아리아나의 기사. 사자심장의 주인.]

“환몽의 주인이시여. 바라시는 대로 당신을 강신하였나이다.

게이트에 진입했을 때부터 느꼈던 위화감. 그리고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기 위해 플르는 직접 소환을 명시했다.

꿈과 죽음의 신성이 직접 소환된 이상, 이 세계의 진실을 밝히는 일 따윈 너무나 간단한 일.

여신이 고했다.

[타락의 악마들. 그것들이 수작질을 벌였구나. 끝없이 반복되는 꿈속에서 타락의 의식을 벌이고 있다!]

여신이 손가락으로 대장군과 기사들을 가리켰다.

[꿈이란 결국 깨어나야 하는 것. 너희들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라!]

미려한 손가락을 중심으로 세계의 진실이 드러난다.

도화지에 번지는 먹물처럼 순식간에 세상을 물들여간다.

세계가, 아니, 꿈이 깨어진다.

“허억…!”

그 변모를, 드러난 현실을 목도한 구대성은 기함을 삼켰다.

스페로 왕국의 대장군과 기사들.

한때는 영웅이었고, 악을 향해 칼을 휘두르던 용맹한 기사들.

그들의 단단한 살점은 썩어 문드러졌고, 강건한 팔뚝은 뼈다귀를 드러낸다.

“데, 데스 나이트?!”

최상위의 사령.

죽음을 거부한 언데드 나이트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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