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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0

괴(怪), 군(君)(2)

나는 아연한 진실에 입을 떡 벌렸다.

‘광한천군이… 살아 있어?’

그렇다는 말은….

“이 광한계가, 지금 살아 있단 거냐?”

“꽤 짐작해 볼 법한 진실이 아닙니까? 왜 50만 년 전 [윗분]들이 광한(廣寒)계의 이름을 강제로 광한(光寒)계로 개명(改名)해야만 했을까. 어째서 광한계는 중경계 중 가장 영기가 많고 풍부하며, 이곳에 오는 이들의 운명은 타 중경계인들의 운명보다 복으로 가득 차 있을까. 어째서 광한계는 항상 여섯 중경계 중 최고 최강의 중경계라는 소리를 들었을까. 다른 중경계 존자들은 별호를 짓고 싶은 것으로 제출하면 성사가 그것으로 지어 준다만 왜 광한계 존자들의 별호는 성사가 ‘하늘(天)’이나 ‘빛(光)’이 들어가야 한다면서 제약을 하는가… 그 외에도 많지만 대강 이렇지요.”

“…백운 성사는, 중경계들에 성사가 있는 이유는 중경계를 방치했다간 강력한 시(尸)가 탄생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시는 시체에서만 나오는 것. 그러나 네 말대로 하면 모순이 생기지 않나?”

내가 서휼을 의심하는 눈으로 보자 그는 빙긋 웃으며 가슴에 손을 대었다.

“선수 현고의 이름 앞에 맹세하나니, 방금 나, 서휼이 발언한 것은 모두 진실이나이다.”

우우우웅!

그와 함께 저울이 출렁이는 듯하더니, 새하얀 증기가 서휼의 몸을 쓸고 갔다.

“이곳에서는 거짓을 말하면 안 됩니다. 거짓을 입에 담으면 즉시 ‘응징’을 받으니 말이지요.”

“…….”

“제 말이 사실이라면 반대쪽이 거짓말이겠지요.”

“…그 말은….”

서휼은 빙긋 웃었다.

“백운 성사는, 예로부터 동족들의 수분 행위에 대한 혐오를 제하고는 거짓만 내뱉는 분으로 유명하셨답니다. 아니 정확히는… ‘거짓말은 아니’지만 상대를 꾀어내는 말씀으로 유명하셨지요. 시의 탄생을 예방한단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광한천군의 시체도 언젠가 정말로 죽게 될 테니까요. 그 시기가 백억 년이 될지 천억 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

아무래도 백운은 내 생각보다 음험한 존재였던 듯싶었다.

“아무튼… 진실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신 듯하니, 옛날이야기를 해 드리도록 하지요.”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명마진군 유호덕의 찌꺼기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더랍니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로 유호덕이라고 믿으며, 그 선한 인품과 고결한 성정은 잊어버린 채 그가 휘두르던 권능만을 기억하며 자신의 자리를 복권하기를 희망했지요. 하지만 저승의 동료들의 눈에, 전성기 유호덕의 권능의 일부만을 간신히 장악한 ‘악덕의 유호덕’은 눈에 차지도 않았고, 그 인품과 성정마저 미달이었더랬지요.”

여지껏 궁금해했던 광한계의 숨겨진 뒷이야기.

“성정만 정상이었다면 충분히 옛 복무지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을, 그는 그만 자신의 권능이 문제라는 어리석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랬기에… 악덕의 유호덕은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옛 동료인 광한의 몸은 살아 있으니, 그 몸을 내 것으로 만들자. 광한의 혼은 머나먼 길로 떠났고 돌아올지 안 돌아올지 기약도 없다. 광한의 육신을 내가 장악하면, 나는 다시금 좌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것이며, 나를 무시했던 옛 동료들도 다시 나를 반겨 주리라.’

아아… 정말이지 너무나 추악하고 더러운 결심이지요. 자신의 것도 아닌 자리의 복권을 위해서 남의 몸을 탐한다니… 심지어 광한이 자기 벗이었다는 기억마저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후후….”

나는 치밀어오르는 역겨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그 추악한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고력진군의 후계자인 ‘증룡’. 그리고, 유호덕의 선보였던 ‘새음’에 의해 말이지요. 옛 상관의 타락을 보다 못한 둘은 손을 잡았습니다. 증룡께서는 악덕의 유호덕이 몸을 차지하기 전 빠르게 광한계로 들어와 경지가 떨어지는 것을 감내하고 성사가 되시어 악덕의 유호덕을 막았더라지요. 새음은 악덕의 유호덕의 체내에서 그의 정신을 붙들어 매었고 말입니다. 그러나 타락한 악덕의 유호덕은 그 욕망을 참지 못하고 결국 광한계에 침입하였습니다.”

그의 입에서, 50만 년여 전, 진마계와 광한계 대전쟁의 진실이 흘러나왔다.

“무시무시한 전쟁이었지요. 합체기 이하는 증룡의 동물원에서 전부 보호받아야 할 정도로… 악덕의 유호덕은 육신이 죽었을지언정, 그 죽은 육신조차도 어쨌든 수석판관장 유호덕의 것. 명마계(溟魔界) 그 자체가 광한계를 침범했습니다. 결국 새음은 명마계 바깥으로 나와 광한계의 성사직을 임시로 맡았고, 증룡께서 개열기 경지를 회복하여 악덕의 유호덕과 맞섰습니다. 수년간의 전쟁의 결과… 결국 봉명추를 사용해 증룡이 악덕의 유호덕의 머리 일부를 참수했습니다. 그리고 새음이 목숨을 불태워, 그 머리 일부에 악덕의 유호덕의 진혼을 옮겼지요.”

앵룡도에서 보았던 벽화가 떠올랐다.

“증룡과 새음은 목숨을 불태웠습니다. 증룡은 자신의 모든 피를 짜냈고, 새음은 자신의 본질을 떼어 냈습니다. 증룡의 피와 새음의 본질이 섞여, 본체에게서 완전히 떨어져 나간 ‘악덕의 유호덕’에게 ‘새로운 이름’을 새겼습니다.”

나는 혈음계의 창세신화를 마침내 알게 되었다.

“증룡의 피. 새음의 본질. 두 신적 존재의 권능은 족쇄가 되어 악덕의 유호덕을 얽어매었지요. 그렇게 그는 혈음(血陰)이 되었습니다. 명마계는 진마계가 되었고, 본래 진마계에 있던 모든 탁기와 사기를 혈음이 가지고 가며, 혈음의 체내에 더더욱 더럽고 추악한 중경계가 하나 열렸지요. 혈음계(血陰界)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랬군.”

지금껏 궁금해했던 세계의 진실들이 뇌리에 박혀 왔다.

“혈음이 살아 있는 광한의 육신을 탐해 온 것. 그것이… 지금껏 혈음계 천마들이 광한계만을 노려 온 것의 진실이었던 건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지요.”

서휼의 입에 비웃음이 서렸다.

“본래 이름을 뺏기고, [혈음]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강제로 부여받게 된 혈음은 절망했습니다. 새 이름을 떠안게 된 이상 다시는 진마계와 하나 되어 원래의 본체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 꼴로는 복권도 더더욱 멀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그는 목표를 조금 수정했습니다. ‘광한의 육신을 탐하는 것’에서… ‘광한의 육신과 그가 지배하던 좌(座)’까지 전부 먹어 치워 버리는 것… 그것으로 말이지요. 삼천대천세계를 뒤흔들었던 차거광한천왕의 권능이라면, 자신이 장악한 악덕의 좌(座)와 합일하여 ‘새로운 좌(座)’를 내려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새로운 좌? 그런 게 필요한 건가?”

“필요하지요. 본래 유호덕의 좌는 강제 개명당하며 못 쓰게 되었고, 광한의 좌 역시 자기가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는, 그렇게 서휼의 입을 통하여 혈음의 진정한 목적을 알 수 있었다.

“광한의 육신과 권능을 찬탈하여, 자신이 장악한 좌와 합일해 의식을 치러 새로운 좌(座). 자손중다(子孫衆多)라는 좌를 얻어 내, 그 권능으로 하여금 저승에 복권하려는 것. 그것이 바로 혈음의 최종 목적입니다.”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웃기는 얘기였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서휼’이라면 역으로 신뢰가 갔다.

그리고 그러한 서휼이 말해 준 정보의 파도에, 나는 당황을 금치 못하는 중이었다.

광한계가 사실 혼수상태일지언정 살아 있다는 사실만 해도 놀랍거늘, 50만 년 전의 진실과 백운의 진면모.

그리고 혈음의 최종목적까지 알게 된 상황에서, 나는 충격을 느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혈음이라는 이름이 증룡의 피와 진마계 초대 성사인 새음의 본질로 인해 지어진 것이라….’

나는 어째서 혈음이 흑룡족과 해룡족을 만들었는지를 바로 이해했다.

선수에게는 후손이 많으면 많을수록 후손에게 가는 힘의 양도 많아진다.

물론 진정한 선수에게 필멸자인 후손들에게 주는 권능은 새 발의 피 정도였기에 선수들은 별로 그 힘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터였다.

어차피 본인들이 살아 있는 이상 그 정도 힘은 끝없이 채워질 테니까.

하지만, 만약 선수가 죽어 있다면?

‘만약 선수가 죽었다면… 죽은 선수의 힘은 더 채워지지 않을 테니, 후손들에게 힘을 뺏겨도 채워지지 않고 언젠간 선수의 힘이 다하여 그 일족은 힘을 잃게 되겠지.’

혈음은 자신의 족쇄나 다름없는 이름에서 벗어나고자 무수한 흑룡족과 해룡족을 만들었다는 의미였다.

‘흑룡족과 해룡족 지도자들의 이름이 모두 현음, 자음 등인 것도 수상하군. 그 역시 혈음에서 ‘음’이라는 이름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한 시도인 건가? 그럴 수도 있겠어….’

빙긋

서휼이 다시금 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은 꽤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대로 놓아 두면, 광한의 육신을 가진 최악의 진선. 혈음이 탄생해 버리겠지요. 못해도 대라선은 초월한 존재가 나타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순간 일월천역은 끝이지요. 그러니, 저는 진지하게 서 도우와 손을 잡고 싶습니다.”

서휼은 반대쪽 저울추에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잠시 서휼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지금은 공포스러운 상황이었다.

아직도 태산의 주인의 힘이 기억났다.

한 번의 진언으로 천역 하나를 통째로 압축해 멸망시켜 버리는 모습.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공포스러웠고, 장엄했던 기억이었다.

‘그건 심지어 본체가 아니라 투영이었지.’

그렇다면, 만약 혈음이 광한의 육신을 손에 넣는단 가정하에, 광한의 육신을 손에 넣은 혈음은 그때 봤던 태산의 주인의 힘에 크게 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광한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름값은 무거웠다.

확실히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나는 서휼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네 목적은 뭐지, 서휼?”

혈음의 목적은 광한의 육신을 통한 부활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도 서휼이 진정으로 목표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내 질문에 서휼은 웃으며 말했다.

“가족과 재회하는 것이랍니다. 서란은 잘 있습니까?”

“…잘 있다. 네가 곁에 없으니 훨씬 마음에 놓이더군.”

나는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

“가족과 재회? 그게 정말 네 목표냐? 서란을 만나면 서란에게 뭘 할 거지?”

“어깨를 두들겨 주고 고생했다고 말해 줘야지요. 무엇보다도 저와 란이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요.”

“….”

나는 서휼의 의념을 읽어 보거나, 아심검으로 공격해 보려 했으나 이 공간에선 그런 게 먹히지 않는 듯했다.

‘서란에게 무슨 짓을 할 속셈인가….’

나는 그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네가 이번 일을 통해 서란의 안위를 노린다면 나는 네 계획에 동참할 수 없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지금은 심각한 상황이니 서 도우와 입씨름할 생각도 없고 말이지요. 이번 계획에 한해서 저는 서 도우와 동료분들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으며, 무조건 제 앞길만을 신경 쓰겠습니다.”

“네가 말하는 ‘제 앞길’에 탁혼만천에 당한 동료들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좋습니다. 제 본체를 기준으로 제게만 신경 쓰고, ‘이번 일에 한해서는’ 서 도우에게 무조건적으로 협력하며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지난번 같은, ‘같은 편이 아니었으니 배신이 아니다’라는 말장난은 쓰지 않기로 하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다면, 솔직히 마음에는 안 들지만… 손을 잡도록 하지.”

“후후… 좋은 생각이십니다. 서 도우.”

우리는 현고의 앞에서 임시 동맹 계약을 체결하였다.

쿠웅!

초월적인 존재의 권능이 우리 사이를 엮는 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 이것은 명(命)의 계위에서의 작용이었다.

운명 자체가 우리의 계약을 보증하기에, 어기고 싶더라도 어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천기가 움직인다.

파아아앗!

서휼의 저울추와 내 저울추가 가까워졌다.

나는 서휼을 바라본 후, 녀석과 손을 잡았다.

나와 서휼은, 임시적일지언정 ‘진짜’ 동맹을 맺게 되었다.

===

작가의 말: 서서동맹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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