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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0

EP.439 17. 인형의 집 (15)

록센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언젠가 그가 찾아올 줄은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고작 반란을 일으킨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그의 귀에 소식이 들어갔단 말인가?

‘설마 이곳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록센은 라테나가 잡지나 신문을 쌓아놓고 원더스타인의 이름이 들어간 기사만 오려서 스크랩북을 만들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연을 끊었다니 어쩌니 잘도 떠들어대더니 결국 남매가 쌍으로 서로를 몰래 염탐하고 있었다는 말이 됐다.

그는 무엇보다 조직 내에 원더스타인이 심어놓은 정보망을 자신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이 충격이 컸다. 조직의 일이면 모두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말 그분이 확실하더냐?”

“네. 역장님이 직접 확인해주셨습니다. 그분은 회장님과 자주 얼굴을 마주쳤지 않습니까?”

역장이 보증했다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록센은 그가 보내온 전보를 직접 읽어봤다.

“잠깐. 그런데 ‘식구들’이라고? 제대로 해석한 것 맞나?”

“네. 그 부분은 확실합니다. 역장님께서 부회장님 외에 다른 누군가를 붙잡은 건지 추가로 여쭤오신 걸로 봐서…….”

한 명이라고 하면 라테나를 가리키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복수를 썼다는 건…… 설마 라테나와 함께 갇힌 그녀의 측근들을 가리키는 것일까?

록센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었다. 원더스타인이 이 조직에 10년을 넘게 머무르면서 한 번도 라테나 외의 인물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딱 한 명 더 있긴 했지만, 그녀는 옛날 옛적에 다른 곳으로…….

“레이나!”

록센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부하를 붙잡고 오전에 포획한 첩자를 어떻게 했는지 물었다.

“그, 그녀라면 지하에 가둬뒀습니다. 무슨 힘을 발휘할지 몰라서 일단 화신의 영역에…….”

록센은 급히 저택 지하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를 붙잡았을 때, 록센은 가면을 벗겨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무슨 마법이 걸려 있는지 꿈쩍도 하지 않아서 포기했다.

안 그래도 그는 오늘 그 일 말고도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 문제를 오래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암흑가 조직의 하수인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다. 자신들이 세력 확장을 꾀하자 염탐용으로 보낸 거라고 말이다.

‘황금 닌자회에서 파견한 실력자일세. 고등 인술을 다루지. 나에게 반했던 것 같네.’

찰리가 그렇게 말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그놈의 닌자 타령이 지겨워서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말았다. 툭하면 여자가 자신에게 빠졌다고 착각하는 것도 비록 자신의 세뇌로 인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진지하게 들어주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가 몸담았던 업계가 서커스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야기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찰리와 레이나. 두 사람 다 그쪽 업계에서 유망한 신인으로 자주 엮이곤 했으니까.

지하 감옥에 도착한 그는 레이나가 구금된 곳을 찾아 다짜고짜 그녀를 향해 질문했다.

“레이나? 너, 레이나냐?”

그녀는 수정의 홀에서 최면 불빛을 쐰 부작용인지 여전히 멍한 눈빛으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곧 그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은…… 록센 아저씨? 저, 저…… 레이나예요……. 레, 레이나 맞아요……. 오랜만이네요……?”

“큭! 정말 레이나 너였군! 그분과 다시 합류했다는 소식은 들었건만!”

이걸로 역을 방문한 사람이 진짜 원더스타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마 라테나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오던 와중에 그가 레이나를 정찰용으로 보냈거나, 혹은 그녀가 무턱대고 먼저 뛰어들었을 것이다.

록센의 오른팔인 마샤 역시 전보를 받고 달려왔다. 그녀는 레이나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원더스타인이 어떤 남자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힘을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도 있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록센 역시 원더스타인이 지닌 힘을 잘 알고 있었다. 라테나가 건재하다면 모를까,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그를 상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항복할 수 없었다. 야망도 야망이지만, 살기 위해서라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 원더스타인은 부탁만 들어주면 조용히 물러나겠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록센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적어도 라테나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험체 전원에게 광전사의 물약을 지급하게. 그리고 ‘광란’의 사용을 준비하도록.”

“광란까지?”

마샤는 그의 지시에 눈을 크게 떴다. 광란은 클레벤타인이 그 신도들에게 내려준 축복 중 하나로 분노와 파괴 충동을 극대화해 대상의 전투 능력을 몇 배로 끌어 올리는 마법이었다. 다만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대상은 폐인이 되는 것이 이 마법의 단점이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경비견으로 사용하는 실험체들은 모두 정상적인 지능을 갖추지 못한 실패작들이야. 현재 레벨에서 실험용으로서는 별로 가치가 앖어. 이런 일에라도 써먹어야지.”

“그렇다고 해도 과연…… 그분을 이길 수 있을까요?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닐세. 우리에겐 두 명의 인질이 있지 않나?”

두 사람 다 훌륭한 방패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 록센은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레이나를 보며 씩 웃었다.

***

니카와 루엘로는 긴장한 눈으로 쇠창살 밖을 노려봤다. 그곳의 바닥에는 피로 그려진 마법진이 있었고, 그 위에는 몇 가지 곡물, 꽃잎, 포도알, 말린 쥐의 대가리 같은 것들이 얹혀 있었다.

두 사람은 마법진의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준비했던 주문을 외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사람을 강하게 염원하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클라라, 클라라, 클라라.”

그러자 마법진 위로 거품들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사람의 형상을 취하더니 얼마 안 있어 물이 왈칵 쏟아지며 쫄딱 젖은 여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후악, 후악, 주, 죽는 줄 알았네! 나 몇 분 만에 돌아온 거야?”

“한 10초?”

“그냥 스르륵 사라졌다가 금방 나타났습니다.”

“그래? 와, 다행이다.”

클라라는 옷의 물기를 짜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방금 사용한 것은 시네페쿠스의 마도사들의 비기였다. 그들은 자신의 육신에 부여된 이름을 지움으로써 마신의 영역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속삭임의 숲. 산호초로 이루어진 바다 밑 공간. 그곳에 직접 접속하면 세계의 가장 깊고 어두운 정보들과도 접촉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본인의 이름을 누군가 불러주는 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그 정보들 사이에서 본인도 거품이 되어 녹아버릴 수 있었다.

원래 마신은 신도들이 합당한 대가만 치르면 무슨 짓을 하든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클라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마신의 신도라기보다 마신의 근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클론에 불과했다. 영혼에 찍힌 사도의 인장도 위조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힘을 훔쳐 쓰고 있는 처지였다.

안 그래도 벼르고 있던 그녀가 멋대로 자신의 영역으로 건너오기까지 했으니 마신이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현실 시간으로 고작 10초밖에 안 됐지만, 산호초의 숲 중앙에 내던져진 그녀는 마신의 집게발을 피해 뛰어다녀야 했다.

-내놔! 내 몸을 돌려줘!

-스승님? 스승님?

심지어 그녀가 잘 아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거품의 형태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그녀를 둘러싸고 질식시키려고까지 했었다.

‘원귀가 2명이나 달라붙어 있다니. 역시 얼마 전에 겪은 파피락스는 우연이 아니었어. 이 몸에 계속 있어도 괜찮은 걸까?’

잠시 고민에 빠졌던 그녀는 곧 고개를 내저어 고민을 날려버렸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살아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경비는 여전히 안 보이네. 정말 무슨 일이 있나?”

클라라는 평소에도 주술에 필요한 재료들을 늘 지참하고 다녔다. 이곳에 들어오면서 소지품은 모두 뺏겼지만, 다행히 그것들이 담긴 주머니는 가슴골 사이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뺏기지 않았다.

그러나 주술을 써서 탈출하려고 해도 경비들이 복도를 계속 순찰하느라 그것을 사용할 타이밍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기회만 엿보던 중, 그들이 부산스럽게 오고 가더니 모두 이곳에서 나가버렸다. 덕분에 그녀는 마법을 사용해 감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지하에서 나가기만 하면 마신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단장님이랑 연락도 될 테고! 그러니까 나만 믿고 있어!”

클라라의 호언장담에 니카는 선망이 가득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소에는 어딘가 어설프다고 여긴 그녀였지만 이곳에 와서 그녀만큼 든든한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는 것도 많고 재주도 뛰어났다.

그러나 루엘로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클라라가 저렇게 자신감 있게 나설 때마다 일이 잘 풀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팔이 부러지거나, 탈것이 되거나, 엉뚱한 사람을 따라가거나, 노예로 붙잡히기까지 했다.

“언니, 제발 조심해!”

“응! 걱정하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그러나 그녀는 신나게 감옥을 나선 지 5분도 되지 않아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분명 지하를 나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걸었는데 점점 더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적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상하다. 여기가 맞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긴 시간을 헤매던 클라라는 결국 돌아가는 길도 까먹어 버렸다. 그녀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었다. 일도 마음대로 안 풀리는 데다가 몸 지치고 다리도 아팠다. 별빛을 먹은 탓에 관절 여기저기가 삐걱거렸다.

“도대체 어디냐고!”

마침내 처음 보는 어두운 공동이 나타나자 그녀는 성이 나서 꽥 고함을 질렀다. 차라리 경비가 나타나서 다시 감옥으로 데려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한 쌍의 황금빛 눈동자가 번뜩이더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게 누구야. 다른 마신의 힘이 개입하길래 난 영락없이 우리 자매 중 한 명이 온 줄 알았는데…….”

“으악, 누, 누구세요?”

클라라는 공동의 중앙에 누군가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바닥과 벽에 박힌 굵은 쇠사슬에 전신이 구속되어 있었다.

“네가 경보를 울린 침입자인가?”

“치, 침입자? 아, 아뇨. 저는 붙잡혀 왔는데 탈출하다 길을 잃어서…….”

“다른 마신의 사도를 붙잡다니. 록센 녀석 재주도 좋은걸. 아, 미안. 탈출하는 중이라고 했지. 내가 길을 가르쳐줄까? 어디 갇혀 있었지?”

“A동이라고 적힌 곳이었어요.”

그녀의 말에 라테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거긴 입구에서 바로 왼쪽으로 나가면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인데.”

“으악! 역시 거기서부터……!”

클라라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발을 굴렀다. 라테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피식 웃더니 그녀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과 지상에서의 탈출로도 가르쳐 주었다.

“밀밭이 나오면 거기로 들어가서 죽어라 태양이 지는 쪽으로 달려. 혹시나 수색견과 마주칠지 모르니 판초는 계속 입고 있고. 그럼 무사히 탈출하길 빌게. 다른 마신의 사도.”

클라라는 감사의 인사로 그녀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지만,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상대의 등 뒤에 난 검은 날개 때문이었다.

그녀는 저것을 본 적이 있었다. 바로 2주 전에 훔쳐본 단장님의 연구서에서였다.

“왜 그래? 동료들도 붙잡혀 있다고 했잖아. 혹시라도 경비병이 다시 올지도 몰라. 서두르는 게 좋을걸.”

“아, 아뇨. 그, 그게…….”

클라라는 주저하다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원더스타인이라는 분과 무슨 관계세요?”

그녀의 말에 쿠릉 하는 소리가 공동을 때렸다. 라테나가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키면서 그녀를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들이 요동친 것이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라테나는 두 눈을 사납게 뜨며 클라라를 노려봤다.

“넌 그 녀석과 무슨 관계지?”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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