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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1

EP.440 17. 인형의 집 (16)

콤프라치코스의 간부진 대다수는 지혜와 속임수, 사기와 전략의 마신 클레벤타인의 신도였다. 그들은 교묘한 말재간이나 교활한 함정을 좋아했고 직접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야만적이라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인형의 집에서 전투를 준비하는 인원보다 역에 대기하고 있는 인원에게 내려진 임무가 그들의 성향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장은 그 사실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상대를 방심시키도록.

그것이 바로 신임 회장으로부터 내려온 지시였다. 그가 그 명령을 들었을 때, 절망한 이유는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그가 속여야 하는 상대가 무시무시한 소문으로 가득한 저 원더스타인이라는 남자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그가 옆에서 전부 듣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를 여기 묶어두라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기습을 준비 중인 것 같군요. 협상할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나타샤는 제국 정보부의 상급 요원이었다. 전신 부호를 듣고 즉석에서 해독해내는 것은 그녀에게 간단한 일이었다. 태연한 표정을 가장하며 “곧 그들을 보내준다고 하는군요.”라고 답했던 역장은 그녀의 말을 듣고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들켰다!”

“전부 쳐라!”

“여자들을 인질로 잡아!”

작전이 실패했다고 생각한 조직원들이 앞다투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역장은 그들을 말리려 했으나 너무 늦었다. 그들이 칼을 뽑아 든 순간,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돌풍이 방안을 한 차례 휩쓸더니 칼들이 모두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칼을 쥐고 있는 손 그대로.

“으아악!”

“소, 손이!”

역장을 제외한 조직원 전부가 손목이 잘린 채 바닥을 뒹굴었다. 혼자만 쌍검을 뽑아 들었던 조직원은 양손을 잃었다.

“누구를 인질로 붙잡겠다고요?”

원더스타인이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는 전혀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싸늘하기 짝이 없었다. 십여 명의 손목을 잘라내 놓고 태연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따라왔던 그의 일행들조차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물론 그가 웃는 것은 그의 몸에 걸린 저주 때문이었다. 그 역시 사람을 베는 일이 즐겁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나가지 않는다면 단원 모두의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몰랐다. 상대는 그 까마귀 마녀였다. 지금부터 그는 철저하게 원작의 원더스타인을 연기해야 했다.

“내 것을 건드리지 마십시오. 죽고 싶지 않으면.”

“죄, 죄송합니다……. 제 부하들이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역장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원더스타인을 따라온 단원들은 그의 자비 없는 손속에 놀란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곧 통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아동을 납치해서 파는 악질 인신매매범들이었다. 자신들의 어린 막내를 포함해 총 4명의 동료를 붙잡고 있었다. 동정의 여지는 없었다. 도스빌 남작은 미노바가 빙의되었는지 어서 때려죽이자는 식으로 말했지만, 아나이스는 그를 제지하고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단장님, 이 노인을 살려두고 이용하는 게 어떨까요? 인형의 집 쪽에 아직 우리가 이곳에 있다고 속일 수 있을 거예요.”

역장의 처분을 놓고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그녀의 제안은 괜찮은 선택지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 그러면 제 부하들은…….”

“인질로 쓸 겁니다.”

원더스타인이 손에서 꾸물거리는 지렁이들을 한 움큼 쏟아냈다. 기본적으로 트릴 트릴로는 액션 게임인지라 원더스타인은 원작에서 이 기술을 한 번도 직접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설정상으로 그가 애용하는 기술이었다.

그는 ‘꼭두각시 기생충’이라 불리는 지렁이들의 머리를 조직원들의 잘린 손의 단면에 파고들게 하고는 꼬리 부분은 손목으로 파고들게 했다. 그러자 지렁이가 고무줄처럼 쭉 수축하더니 잘린 손이 손목에 찰싹하고 매끄럽게 달라붙었다.

“소, 손바닥의 감각이 다시 느껴져…….”

“하지만 왠지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데…….”

그들의 손은 다른 모든 감각은 회복되었는데 움직이는 건 할 수 없었다. 칼을 쥔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당신들의 손은 이제 제 명령대로 움직입니다. 손에 명령을 내려놓았습니다. 만약, 제가 설정한 행동에서 벗어나면 손이 멋대로 움직여 당신들 자신을 찌르도록 말입니다.”

그의 말에 조직원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결국 자신들에게 일종의 주술적 금제를 걸어놓은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에게 이 사무실을 평소처럼 똑같이 운영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인형의 집에 자신들이 이곳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전보를 보내도록 했다.

다행히 조직원들은 순순히 그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역장이 그들에게 충분히 상황을 설명한 덕이 컸다. 그는 그들에게 이번 일이 어디까지나 지도부끼리의 내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라테나가 실각했을 때도 다들 침묵을 지켰던 그들이었다. 딱히 록센을 더 지지한다기보다 그냥 조직의 말단으로서 현실을 수긍한 것이다. 만약, 역으로 라테나가 지인을 불러서 복권을 노린다면 딱히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현 상황에 불만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록센이 회장의 자리에 오르면서 순환 근무 제도가 폐지되고 인형의 집에서 저택 생활을 하는 인원은 전부 그의 지지자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은근히 라테나가 돌아오길 희망하는 조직원들이 많았다.

“일이 잘 풀린다면 손은 모두 원래 대로 돌려드리죠. 그동안은 불편하겠지만 한 손으로 지내고 있으세요.”

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데, 한 명만은 큰 소리로 대꾸했다.

“저, 저기, 저는 쌍검을 들어서 양손 다 못 쓰는데요!”

“…….”

잠시 그를 빤히 바라본 원더스타인은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 싶어 한 손을 풀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쌍검의 주변에 있던 조직원들이 달려들어 그의 입을 막고 마구 두들겨 패서 그를 때려눕혔다.

“허억, 허억, 노, 놈이 잠시 헛소리를 했습니다.”

“명령한 대로 이행할 테니 이만 가보셔도 됩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무실을 나선 원더스타인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역의 대기실로 돌아온 그는 즉시 모든 단원을 불러 모았다.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어, 그럼, 레이나는?”

“붙잡혔답니다. 그리고 상황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원더스타인은 사무실을 나서기 전에 인형의 집으로부터 받은 전보 내용을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래. 그 가면을 쓴 침입자는 어떻게 됐나?

-회장님께서 직접 세뇌해서 써먹겠다고 하시더군요.

“레이나가?”

“어쩌면 다른 세 사람도 벌써 놈들에게 정신을 개조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루엘로! 크윽!”

“그럼 싸울 수밖에 없군요.”

단원들의 얼굴 위로 흥분과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이 나타났다. 상대는 무려 1만 명이나 되는 대규모 조직이었고, 자신들은 랫맨들까지 다 포함해도 30명이 되지 않았다.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퇴하자거나 자신은 빼달라고 주장하는 단원은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미 각오를 다진 그들이었다. 다들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인형의 집에서 내린 소집령 때문에 밀밭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던 콤프라치코스의 조직원들이 한 곳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무기를 챙겨 들고 저택과 역 사이에 있는 공터로 향했다.

때는 이미 해가 지평선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는 저녁이었다. 하늘이 제법 어둑해지자 저택에서는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간간이 합주단의 연주하는 소리도 흘러나왔다. 음식 냄새도 진하게 풍겼다. 무장 조직원들은 저택 근처를 지나면서 부러운 눈으로 그곳을 바라봤다.

“좋겠다. 저택에서 지내는 놈들은.”

“우리는 경비나 서고 있어야 하는데.”

“우린 언제쯤 저기서 일할 수 있을까?”

“쳇, 저기 지금 있는 놈들만 계속 저기 있을걸. 고상한 마도사 분들이 땀 흘리는 일을 하겠어?”

“나는 반년 만에 저택 근무가 떴었는데, 하필 그 직전에 일이 터져서…….”

“라테나 님이 있을 때가 나은 거 같아.”

“맞아, 맞아. 우리 조직은 딱히 돈 때문에 사업하는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냐? 애들 돌보는 일할 때가 보람 있고 좋았는데.”

“이게 다 그 애꾸 자식이…….”

“쉿, 말조심해. 지금 회장은 그 사람이야. 대가리가 바뀌었으니 어쩌겠어.”

“그래. 어차피 지금 와서 여기를 떠나서 살 수도 없잖아.”

저택의 외곽을 따라 돌던 무장 조직원들은 얼마 가지 않아 밀밭 한가운데에서 나무를 엮어서 만든 망루와 마주쳤다. 저택을 둘러싼 감시 초소 중 하나였다. 망루 안에 있던 경비병이 그들에게 인사했다.

“어이, 당신들. 소집 받아서 가나?”

“그래.”

“이거 수고가 많군.”

“그런데 뜬금없이 무슨 적이 쳐들어온다는 거야? 그쪽은 뭐 들은 거 있나?”

“글세. 우리 같은 말단들에게는 사정을 다 말해주지 않으니 말이지. 그냥 실전을 대비한 훈련일지도 몰라. 신임 회장이 자기 권력을 정비하려고 말이지.”

“가지가지 하는군, 쳇.”

그때, 짧은 총성과 함께 초소 위에 선 경비병의 고개가 휙 꺾이더니 그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밑에 있던 무장 조직원들이 사태를 파악하고 등에 메고 있던 총을 꺼내 들기까지는 몇 초가 걸렸다. 그러나 그들이 총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사방에서 빛이 번쩍이며 총성이 쏟아졌다.

탕. 타타탕. 탕탕. 그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우르르 쓰러졌다. 대부분이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지만, 무리의 중앙에 있던 한 명은 간신히 의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쓰러진 동료들에게 하반신을 짓눌린 채 상체만 간신히 일으켜 세워 밀밭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거, 거기 누구냐!”

다시 한번 총성이 그의 뒤에서 들려왔다. 그는 손등을 때리는 고통에 총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후, 사방의 수풀이 들썩이더니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너, 너희는?”

조직원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콤프라치코스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본 그는 자신이 착각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은 챙이 넓은 검은 모자에 검은 판초를 두르고 있었지만, 그들은 붉은 모자에 붉은 판초를 두르고 있었다. 심지어 눈 아래는 스카프로 가렸다. 이렇게 판이한 복장을 하고 있는데 왜 자신은 그들을 봤을 때, 같은 편이라고 착각했을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곧 붉은 판초 중 한 명이 그의 이마에 총을 쐈기 때문이다. 그의 고개가 뒤로 거칠게 꺾이며 그도 기절하고 말았다.

“다들 사격 솜씨 좋은데요?”

“평소에 연습한 덕분이지. 단검 던지기, 활쏘기, 부메랑, 다트, 칼날 받기 등등. 퍼포먼스에 다 필요한 기본기들이라고 누가 시켜서 말이지.”

가스통의 투덜거림에 엘라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덕분에 잘 써먹고 있잖아요.”

“그나저나 단장님의 재주는 놀랍군요. 그분의 마법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집사 바텔이 쓰러진 무장 조직원들이 확실히 기절했는지 살피며 말했다. 원더스타인이 소품실을 통해 만들어낸 총기는 그들이 두 달 전 칼디르의 신년 축제에서 한 번씩 만져봤던 물건이었다. 일곱 개의 전문 서커스단 중 사격 전문이었던 전갈 서커스단은 거기서 손님들이 대항군과 총싸움을 즐길 수 있도록 마을 세트를 세웠었다.

물론 괴물서커스단이 지금 사용하는 총기는 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서 한 대 맞으면 사람이 기절할 정도로 아팠다.

“이름표의 힘이 제일 놀라워. 저쪽에서는 직접 총으로 맞기 전까지는 전혀 적으로 인식 못 하니.”

마사지사 칼슨이 가슴에 부착한 스티커를 만지며 혀를 내둘렀다. 단원들이 모두 ‘콤프라치코스의 조직원’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단 덕분에 그들은 경비 병력과 마주하고도 항상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교전을 치른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선공을 점할 수 있는 그들이 훨씬 우세했다. 어차피 이 이름표는 단원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붉은 판초를 통해 서로를 아군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적들은 그렇지 않았다.

“핫핫, 그건 그렇고. 다 왔군요. 저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 어린 단원들이 있는 곳이.”

“좋았어. 그럼 이제 나가볼까?”

그들은 밀밭을 나와 대로 위에 섰다. 마차 몇 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흙길의 끝에는 거대한 저택이 서 있었다. 지금까지는 경비 병력과 전면 충돌을 피하려고 밀밭으로 우회해서 왔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기 현수막 좀 봐. 아동 박람회라고 쓰여 있어.”

“역겨운 자식들.”

“닥치는 대로 쏴 버려. 손님들도 다 같은 종자들이야. 사정 봐줄 것 없어.”

단원들이 총을 쥔 채 의욕을 불태우는 와중에 엘라는 음향실을 통해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 안 있어 연락을 끊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단원들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좋아. 단장에게 명령이 떨어졌어. 가자. 우리 애들을 되찾으러.”

“한 판 붙는다!”

“다들 작전을 잊지 마시길!”

“우오오!”

우몬이 괴성을 내지르며 가장 먼저 발을 뗐다. 다른 단원들도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흩날리는 붉은색 판초들과 손에는 기다란 라이플. 즐거운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저택을 향하여 괴물서커스단의 단원들은 석양을 등진 채 긴 그림자를 따라 나란히 걸어갔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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