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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2

EP.441 17. 인형의 집 (17)

클라라는 라테나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녀가 처음 보는 상대를 믿을 수 있었던 것은 원더스타인의 연구서를 봤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라테나의 해부도와 제작 과정이 상세하게 실려 있었다. 이미 그녀 쪽에서 상대를 먼저 훔쳐봤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상대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밝힐 수 있었고, 상대가 자신을 원더스타인의 가족이라고 소개했을 때도 그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라테나를 바라보는 클라라의 시선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제작 과정에 달려 있던 ‘실패작, 폐기 예정’이라는 꼬리표를 잊을 수 없었다. 자신과 달리 상대는 성공작이었다.

그렇기에 ‘가족’이라고 불리는 것이겠지. 얼마 전에 연구서를 훔쳐본 이야기를 하며 씁쓸하게 웃는 그녀를 보고 라테나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는 무척 즐거웠다. 마치 자신이 원더스타인 본인과 여행을 다닌 기분이었다. 그녀의 시선에서 본 그는 몇몇 군데에서 자신이 놀랄 정도로 의외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고, 몇몇 부분에서는 여전히 그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라테나는 그전에 클라라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교정해주기로 했다.

“잘 들었어. 하지만 네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그게 뭔가요?”

“원더스타인은 너를 만든 사람이 아니야.”

라테나의 선언에 클라라는 눈을 껌뻑였다. 그녀는 플라스크 안에 갇혀 있을 때, 밖에서 자신을 돌봐준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주인이 아니라고?

“네가 아까 우리 창조주의 연구서를 훔쳐봤다고 했지. 프랑켄슈타인 박사. 나도 그분의 연구서를 본 적이 있어.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우리를 제작한 순서는 이렇게 돼. 토끼, 나, 뱀, 그리고 원더스타인. 그다음이 바로 너야.”

“다, 단장님도 거기 있었다고요? 잠깐, 그러면…… 아.”

클라라는 그때 엿들었던 원더스타인과 설리반의 대화를 되새겨 봤다.

-단장님! 이 46번째 페이지 다음은 혹시…….

-아, 그거요? 역시 설리반 씨는 알아보시는군요. 20년 가까이 제 손을 떠난 녀석이다 보니 관리 상태가 엉망이었던지라…….

-흠, 최근에도 손을 대신 것 같은데…….

-맞습니다. 이놈을 발견한 뒤로 계속 복구해보려고 노력했죠. 뭔가 쓸모 있는 정보는 없을까 해서요. 하지만 기대 이하더군요. 별로 도움 되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설리반 씨를 부르기 직전이 되어서야 결정했습니다. 그냥 제거해 버리기로 말입니다.

두 사람이 말하고 있던 것은 연구서의 찢긴 페이지에 대한 것이었다. 아마 원더스타인이 본인의 제작 과정이 담긴 장을 그에게 보여주기는 껄끄러워서 뜯어냈을 것이다. 그래서 46번째 페이지 다음에 클라라에 대한 장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두 사람의 대화를 자신에 대해 나누는 것으로 착각하고 말았다.

“나 진짜 바보짓 했잖아!”

클라라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그것도 모르고 자신은 엉뚱한 착각으로 주인을 오해하고 의심하고 원망했었다. 심지어 마신의 농간에 넘어가기도 했다.

“주인님을 볼 면목이…… 응?”

그녀는 뭔가 의문을 느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원더스타인이 그 연구서에 실려 있었다는 것은 곧 그 역시 창조물이라는 것이 됐다. 창조주는 아마 연구서의 저자인 프랑켄슈타인 박사라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그녀의 주인이 아니라 그녀의…….

“이럴 수가……. 단장님은 제…… 제…… 오빠였군요!”

라테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라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오라버니……. 저는 그것도 모르고…… 아아, 바보, 바보!”

그녀는 본인의 머리를 마구 쥐어박았다. 그동안 품고 있던 크고 작은 의문들이 한 번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그가 왜 단둘이 있을 때조차 자신이 그를 주인이라고 부르면 난감해했는지 이해가 됐다.

“언니……. 아,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물론이지.”

라테나에게 가족으로 인정받아서 기쁜지 클라라는 활짝 웃었다. 만약, 그녀가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자신의 정체를 밝혔으면 이렇게 쉽게 가까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클라라가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덕분에 라테나는 그녀를 기꺼이 동생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인님, 아, 아니, 오라버니는 왜 제게 사실대로 말씀하지 않으셨던 걸까요? 제가 당신의 동생이라고…….”

“녀석의 속내를 멋대로 짐작하는 꼴이 되겠지만, 아마 녀석은 너에게 어떤 역할을 강요하기 싫었을 거야. 특히, ‘가족’을 강요하는 건 녀석에게 큰 아픔이거든.”

레이나는 원더스타인의 탄생에 관련된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다른 사람에게라면 절대 말하지 않았겠지만, 그녀만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클라라는 그의 사정을 듣고 나서야 이제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녀석은 폐기 처분 예정이었던 플라스크 속 미숙아를 자신이 돌보겠다고 고집을 부렸어. 우리 모두는 말렸지만, 녀석은 밤을 새워가며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고, 네게 맞는 환경을 연구했어. 덕분에 네가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거야.”

“우와.”

클라라는 자신이 받은 사랑이 절대 작지 않은 것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래도 섭섭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왜 이런 이야기를 자신에게 한 번도 해주지 않았을까? 라테나는 그녀의 마음을 짐작한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해해줘. 그런 녀석이야. 혼자 모든 걸 떠안고 남에게는 자기 속내를 잘 비치지 않는 녀석. 아마 네게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도 너에게 다른 상처를 주기 싫어서일 거야. 기껏 가족이 생겼는데 얼마 안 있어서 떠나버린다면…….”

“상처? 떠나요?”

라테나는 이것까지 얘기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건 그와 그의 자매들 사이의 비밀이었다. 그러나 상대 역시 동생이 직접 키운 막둥이로 자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동생이 본인의 옆에 두기로 한 동생이었다. 그의 뜻과 상치되긴 하지만, 알려줘도 될 것 같았다. 그녀는 적어도 그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은 옆에 있기를 바랐다.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이 이제 1년 반 정도 남았나?”

“네. 예선은 내년 5월 말에 끝나고, 본선은 9월이에요.”

“그래. 맞아. 그때가 되면 원더스타인은 사라질 거야.”

“사라지다니요? 은퇴하신다는 건가요?”

라테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세상에서 영원히 추방될 거야. 죽는다는 소리지.”

클라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

니카와 루엘로는 2시간 가까이 지났는데도 클라라로부터 소식이 없자 그녀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그때, 루엘로가 귀를 쫑긋 세우며 밖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니카 언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

“소리? 아.”

니카는 그 순간 희미한 총성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한 번이 아니었다. 수십 명이 총격전을 벌이듯 연달아 들려오고 있었다.

“위층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클라라 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몰라. 적어도 이건 클라라 씨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닌 것 같아. 침입자들이 있어. 아까 이곳의 경비 병력이 빠진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은데?”

그때, 다급한 발소리가 지하로 다가오는 것을 그들은 들었다. 둘은 긴장한 표정으로 쇠창살 안쪽으로 물러나 바깥을 바라봤다.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그들이 갇혀 있는 곳 앞에서 뚝 멈췄다. 그곳에는 두 사람이 아는 사람이 있었다.

“미스테릭서.”

흰 복면을 닌자가 감옥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니카는 루엘로의 앞을 가리며 그를 노려봤다.

“무슨 일로 온 거죠?”

“구해주러.”

“네?”

“나는 정확히 말해서 이 조직의 소속이 아니다. 손님으로서 머물러 있던 것이지. 이곳은 아무래도 전쟁터가 된 것 같다. 너희는 안전한 곳으로 피해라.”

니카는 그를 불신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발걸음을 떼기를 주저했다. 찰리는 그녀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함께 탈출하자는 건가?”

“네?”

니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의 반응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우리 둘 사이는 끝이다. 네가 나를 속인 시점에서. 그걸 모르는 건가.”

“아니, 우리 사이는 처음부터 시작도…….”

“그래. 시작부터 잘못된 거였지. 하지만 그래도 네가 나를 원한다면…….”

찰리가 복면을 벗고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 오지 마세요!”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기차에서 봤던 얼굴은 변장한 거였으니까. 하지만 이게 내 본 모습이다.”

“아이, 씨, 무슨 헛소리를 자꾸…….”

찰리는 니카가 반응하기 힘든 손놀림으로 그녀의 양 손목을 꽉 붙잡았다. 그는 몽롱한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과 몸매를 감상하고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적대하는 진영의 닌자들끼리 이러면 안 되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속일 수 없군.”

“우악, 이거, 안 치워? 야? 이 미친 자식이! 누가 너랑…….”

니카는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찰리를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어지려는 순간,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찰리의 뒤통수를 때렸다.

“어?”

찰리의 눈동자가 풀리더니 스르륵 하고 몸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 당연히 그녀를 붙들고 있던 손에도 힘이 풀렸다. 니카는 찰리의 뒤에 머리카락을 잔뜩 곤두세운 루엘로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해, 해결!”

“루리!”

아무래도 그녀에게 먹인 별빛의 약효가 슬슬 떨어져 가는 듯했다. 삼손은 여전히 골골대고 있었지만, 그녀는 괴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니카는 그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자신이 여자 몸으로 돌아온 것도 금방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나가면 단장님께도 연락할 수 있겠지.”

니카는 루엘로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점점 고통이 심해지는 아랫배를 붙잡으며 감옥을 나섰다. 물론 그전에 쓰러진 찰리의 몸에 침을 뱉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인형의 집 입구로 당당히 걸어들어온 괴물서커스단의 단원들은 정원에서 연회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각자 무기를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수십 발의 환상 총알이 빛의 궤적을 남기며 사람들 사이를 갈랐고, 그것에 적중당할 때마다 사람들은 픽픽 쓰러졌다. 저택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막 레이나의 세뇌를 마치고 나오던 록센은 그 소리를 듣고 펄쩍 뛰었다. 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박람회 현장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붉은 판초를 입은 십여 명이 저택의 앞뜰을 휩쓸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경비 병력은 그들의 공격에 쉽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손님들의 안전을 신경 써서 그렇다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록센은 얼마 안 있어 부하들이 어떤 최면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을 간파해냈다. 그는 최면과 세뇌의 전문가였다. 그는 침입자들이 어떤 인식 왜곡 마법을 써서 자신들을 조직원으로 여겨지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비병들로는 안 된다. 경비견들을 풀어!”

그는 저택의 관리인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다시 침입자들의 용모를 살폈다. 그들 사이에서 간간이 특이한 몸을 지닌 이들이 보였다. 저들은 역시 소문의 괴물서커스단이 분명했다. 원더스타인의 친위대라는.

“제길. 당했군.”

역에서 보내온 신호는 가짜였다. 어쩌면 그는 이미 저택 안에 침입해있을지도 몰랐다. 그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치는 순간, 폭음이 저택 건물을 뒤흔들었다. 침입자들이 저택의 안으로 진입한 것이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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