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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3

EP.442 17. 인형의 집 (18)

저택 아래층에서 총성과 비명이 섞여 들려왔다. 록센은 창밖을 둘러봤다. 저택을 둘러싼 밀밭의 물결은 평소처럼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 뿐 얌전했다.

어째서 저택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도 근처에서 대기 중인 무장 조직원들에게서 움직임이 없는 걸까? 설마 3천 명에 달하는 그들이 경보 한 번 울릴 새도 없이 당했을 리는 없었다.

그는 알지 못했지만, 1시간 전부터 스벤과 마야가 인근의 감시 초소를 돌면서 대기 중인 인원들을 모두 역으로 보내고 있었다. 배역 이름표와 스벤의 인스피라가 가진 최면 효과에 더해 마야의 환상 마법이 곁들어져 그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들의 명령에 따라 역으로 출발했다.

평소였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인형의 집 쪽에서 그들에게 역에 있는 적을 소탕할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기에 등을 떠미는 것이 가능했다.

록센은 안뜰에 진입한 괴물서커스단 일행이 경비견들과 마주친 것을 확인했다. 그 수는 대략 200여 명.

비록 준비 중이었던 전력의 5분의 1밖에 안 되지만, 그들은 광전사의 비약에 더해 광란까지 걸린 상태였다. 전투력이 평소의 몇 배나 달하는 데다가 그들에게는 최면과 세뇌도 통하지 않았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저들을 소탕할 수 있을 거라고 록센은 확신했다.

“크르르.”

“적…… 처리한다…….”

경비견들의 모습을 본 괴물서커스단의 단원들은 노예시장에서 만났던 시그마를 떠올렸다. 그녀 역시 저런 실험체가 될 운명이라고 했었다. 자세히 보니 다들 근육만 비정상적으로 우락부락하게 붙었을 뿐 얼굴은 앳되어 보였다.

“어쩌지?”

“불쌍한 건 둘째치고 총알이 통하지 않아!”

경비견들은 콤프라치코스의 육체 개조를 받은 덕택에 충격 탄환으로 저지하기 힘들었다. 앞서 달려든 몇 놈도 총알을 몇 방이나 먹어도 쓰러지지 않아서 우몬이 패대기쳐서 기절시켜야 했다.

다행히 원더스타인은 이에 대해서도 이미 대비책을 준비해 놓았다. 급박한 상황이라 모두에게 모든 전략을 통지하기 힘들었던 그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그 내용을 전달했다.

가스통은 경비견들의 동공이 발작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것을 확인하며 재료의 비율을 가늠했다. 그는 연금술 길드의 마스터. 광전사의 비약에 대한 해독제를 만드는 것은 그에게 일도 아니었다. 필요한 재료는 모두 원더스타인이 마법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는 상대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즉석에서 약을 배합했다.

“보통 사람에겐 아무 해가 없의니 안심하게!”

가스통은 가루로 된 약을 연막탄에 섞어 경비견들을 향해 던졌다. 펑 하고 붉은 안개가 터져 나왔다.

효과는 순식간이었다. 연기를 조금이라도 들이킨 경비견들은 눈이 풀리면서 하나둘 바닥에 쓰러졌다. 원래 해독제를 마신다고 이렇게까지 기운을 잃지는 않았지만, 광란 마법이 더해진 덕분에 비약이 중화되는 순간, 정신적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다들 기절해버린 것이다.

“좋았어! 대단한데요, 영감님?”

“흠, 내가 누군 줄 알고!”

“좋았어. 이제 안쪽을 헤집자!”

록센은 어리벙벙한 눈으로 건너편 건물에서 소란이 이는 것을 보았다. 경비견을 부리던 마도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쓸려나가고 있었다.

“그래. 원더스타인은 우리 방어 체계를 알고 있었지. 크윽.”

그는 순식간에 무력화된 경비견들을 바라보며 비통한 신음을 삼켰다. 그러나 그가 놀랄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해가 진 지 불과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다시 지평선 너머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건 또 뭐야?”

붉은 불빛이 사방에서 피어올랐다. 당연하지만 그건 햇빛이 아니었다.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밀밭 곳곳에서 불꽃이 터져나왔다. 누군가 불을 지른 게 분명했다.

“이럴 수가!”

그가 보고 있는 불은 모두 랫맨들이 지핀 것이었다. 그들은 설리반의 지휘에 따라 밀밭 곳곳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밀밭에 퍼져 있던 병력은 모두 집결해서 역으로 가버린 터라 그들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본진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던 그에게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날린 것은 한 통의 전보였다. 그건 이 지역 영주에게 끈이 닿아있는 소식통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지역의 요새에 주둔해 있는 중앙군이 이곳으로 출발했답니다. 화재와 폭동 진압이 목적이라는데요?”

“말도 안 된다! 사건이 일어난 지 1시간도 안 됐는데 제국 공무원 놈들이 언제부터 일 처리를 그렇게 빨리했다고…….”

록센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딱 다물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연계 속도에서 음모의 냄새를 감지한 것이다. 권력 있는 누군가가 군부에 손을 쓴 게 틀림없었다. 적어도 이 지역 영주보다 훨씬 높은 힘이 작용한 게 분명했다.

순간적으로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은 바로 제3 황비였다. 마침 그녀가 이곳을 방문한 날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방금까지 5층 응접실에 있던 것을 그가 확인했다. 여기서 소요를 일으켜봤자 그녀에게 이득이 되는 건 없었다. 토사구팽을 언젠가 할지는 몰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들에게는 아직 가짜 황태자를 증언할 증인의 역할이 있지 않은가? 오히려 이번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그분을 보호해 드려야 했다.

“본부 조직원들에게 모두 중요한 자료들만 챙겨서 저택을 탈출하라고 전해라! 군대가 출동했다면 무조건 충돌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마샤에게 전해서 슐레지엔의 공녀님 일행을 비밀통로로 안내하도록 해. 그분들에게 어떤 해도 가서는 안 된다!”

저택의 관리인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린 그는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벽난로 뒤의 비상계단을 작동시켰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무기는 두 개밖에 없었다.

“가자, 레이나! 따라와라! 나를 호위해라!”

그의 외침에 멍한 눈으로 그의 뒤에 서 있던 가면의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

***

제3 황비는 적습을 받아 대피해야 한다는 저택 측의 보고에 싸늘한 분노를 표했다. 위험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감히 자신을 초대한 날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만든단 말인가?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당장 이 자리에서 질책할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일단 상대가 마련해준 통로를 통해 탈출하는 게 우선이었다. 이에 대한 문책은 차후에 빛으로 남겨두는 게 옳은 선택지였다.

“좋소. 길을 안내하시오.”

마샤가 부하들과 함께 앞장섰고, 제3 황비 일행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마샤가 데리고 있는 인원에는 관에 실려 있는 베르카, 페렌츠, 그리고 비올라가 포함되어 있었다.

“페렌츠 씨, 찰리 오빠가 어디 갔는지 보셨나요?”

“모르겠네. 적습이 일어나고 어디로 뛰쳐나가는 것까지는 봤는데…….”

“오빠만 두고 떠날 수 없어요.”

비올라는 혼자서라도 이곳에 남아 그를 수색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알아챈 페렌츠가 그녀를 제지했다.

“그 녀석은 알아서 잘 빠져나올 걸세. 녀석이 가진 재주를 알지 않나?”

“하지만…….”

“이곳에 남아봤자 오히려 녀석을 걱정시키기만 할 뿐이야. 일단 탈출하는 게…….”

그 순간, 그들의 걸음이 멈췄다. 마샤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재 안쪽을 바라봤다. 그들이 탈출하기로 되어 있던 비밀통로의 입구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개방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범인으로 짐작되는 자들이 그곳을 막고 서 있었다.

“어라. 스승님이 이곳으로 적 간부들이 나올 거라고 했는데. 혹시 그쪽입니까?”

이반이 그들을 향해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진입한 비밀통로는 얼마 전에 록센이 측근들을 시켜 몰래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원더스타인도 이 통로의 존재를 모른다고 여겼다. 그러나 6년 후 시점의 저택을 방문한 적 있는 그는 당연히 이곳을 알고 있었다.

마샤는 통로를 막아선 존재가 누군지 알아봤다. 그는 바로 투기장에서 베르카를 쓰러트린 장본인이었다.

“당신이 왜…….”

“응? 저를 아시는 겁니까?”

이반은 여기 있는 조직원들을 모두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굴욕적이지만 그녀는 보호 대상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마샤의 시선에 담긴 의미를 눈치챈 제3 황비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측근들을 향해 말했다.

“두 분이 처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황실근위대의 서열 5위인 루카셴코와 제국 정보부의 특급 암살자인 레오노프가 앞으로 나섰다. 둘은 자신들의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루카셴코가 검을 뽑아 들고 이반을 향해 찔러 들어갔고, 레오노프가 품에서 단검을 꺼내 바닥을 미끄러지듯 그의 측면을 향해 돌았다.

그러나 둘의 공격은 이반의 뒤에 서 있던 두 사람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공격자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났다.

이반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보호해준 일행 두 사람을 돌아봤다. 물론 자신을 지켜준 것에 대한 감사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원래 검을 뽑아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려 했는데, 뒤에 있던 두 사람이 그를 멈춰 세운 것이다.

“뭐냐, 네놈들은.”

“정체가 뭐지?”

루카셴코와 레오노프는 상대가 자신들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사실보다 그들이 사용한 기술에 놀랐다. 그것은 둘 다 그들이 속한 조직의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놀란 것은 드미트리와 나타샤도 마찬가지였다. 니카의 측근인 두 사람은 원래 전투는 이반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바로 황태자를 찾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근위대의 검술과 정보부의 암살법을 사용하는 상대와 마주친 것이다. 둘은 자신도 모르게 자기들이 막겠다고 나서버렸다. 그리고 한 번의 부딪침을 통해 알아낸 것은 상대의 실력이 자신들보다 더 윗줄이라는 것이었다.

“그건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군. 이 정도라면 분대장급은 넘어섰어. 그쪽은 최소 서열 10위 이내의 사람 아닌가?”

“그리고 이쪽은 아마도 특급 요원.”

드미트리와 나타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명령을 내린 뒤편의 여인에게 집중되었다. 그녀 정도 나이대의 인물 중에 두 실력자를 호위로 데리고 다닐 만한 권력을 지닌 인물은 한 손에 꼽았다. 거기다 아무리 가면을 썼다고 해도 두 사람이 황태자의 가장 큰 정적 중 하나의 용모를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슐레지엔의 공녀?”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온 자신의 호칭에 제3 황비는 신경질적인 비명을 내질렀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말다니.

“너희들은 황태자의 부하들이군.”

그것은 그녀가 홧김에 내질러본 것에 불과했다. 오늘 이곳을 방문한 것이 황태자의 약점을 캐내기 위해서였으니 그 공격자도 황태자일 확률이 높다는 추측에서 나온 말이었다.

드미트리와 나타샤가 평상시처럼 냉정했다면 그녀의 질문을 모른 척 넘겼겠지만, 주군을 납치했다는 곳에서 그녀를 마주치자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 모든 음모의 배후에 제3 황비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이 여자가! 네가 감히 전하를!”

“이반 경! 협력 부탁드립니다! 상대는 저희보다 훨씬 고수예요!”

“물론입니다!”

세 사람이 비밀통로를 등지고 싸울 태세를 갖췄다. 상대 역시 그들을 향해 투지를 불태웠다.

“어림도 없다!”

“잠시 물러나 계십시오, 전하!”

“우리도 두 분을 돕는다, 공격!”

십 수 명의 사람들이 뒤엉켜 싸움을 벌였다. 비밀통로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제3 황비와 그녀의 측근인 늙은 주교는 재빨리 밖으로 몸을 피했다. 전투 능력이 없는 두 사람이 저기서 괜히 눈먼 칼이라도 맞았다간 다칠 확률이 높았다.

“잠깐, 저기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네.”

“적은 아닌 듯싶습니다만…….”

복도로 나온 두 사람은 몇 걸음 떼지 않아 막 아래층에서 올라온 두 여자아이와 마주쳤다. 주교는 둘의 복장을 보고 이 저택에서 일하는 노예로 여겼지만, 제3 황비는 둘 중 한 명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상대는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과 성별이 달랐지만,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니콜라이?”

자신의 본명을 불린 소녀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고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나비 가면을 썼지만, 그녀가 상대를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슐레지엔의 율리아.”

제3 황비. 자신의 정적. 니카는 얼어붙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 앞에 멈춰 섰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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