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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4

EP.443 17. 인형의 집 (19)

클라라는 라테나에게서 원더스타인의 계획에 대해 그녀가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들었다. 그가 무엇에서 태어나, 무엇을 겪었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앞으로 1년 반 뒤, 원더스타인은 그의 계획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사라질 운명이었다.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에 오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굴던 그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라테나가 들려준 이야기는 클라라가 17년간 플라스크 안에서 수집했던 정보들과 모두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그녀가 말한 것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럴 리 없어요.”

“클라라.”

라테나는 눈물을 훔치며 애써 현실을 부정하는 막냇동생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들 세 자매는 이미 겪었던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슨 방법이 있을 거예요.”

라테나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젓는 그녀를 다그치려다가 말았다. 그녀는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지.”

굳이 그녀를 좌절시킬 필요가 없었다. 그녀 같은 가족이 한 명쯤은 원더스타인 옆에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못난 누나들처럼 화내고 토라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그에게 위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녀석과 계속 함께 지낼 생각이라면 네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숨기는 게 좋을 거야.”

“저도 말할 생각 없어요. 물론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예요. 오빠가 제게 직접 털어놓기 전까지는…….”

오빠. 그 단어가 주는 따뜻함에 클라라는 방금까지 울고 있었음에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빠라니. 단장님이 자신의 오빠라니. 마음 같아서는 돌아가자마자 그의 품에 안겨 마구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왜 지금까지 말 안 해줬냐고.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그의 계획에 대해서도 모른척할 수 없게 된다. 그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막상 말은 내뱉었지만, 당장 지금의 자신에게는 그분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즐거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즐기고 싶었다.

“앗, 맞다! 그건 그렇고, 이 쇠사슬! 이거 얼른 풀어야죠.”

“네 힘으로는 무리일걸? 너는 지금 그 육체에 붙어 있기도 버겁지 않니?”

“웃, 하지만 이대로 두면 언니의 힘이 계속…….”

“잠깐! 누가 온다!”

공동 저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클라라는 눈치를 보다가 라테나 근처에 있는 돌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얼마 안 있어 어둠 속에서 사람의 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클라라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레이나?”

그녀는 돌기둥 뒤에서 몸을 일으켜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여긴 어떻게 온 거야? 혹시 단장님이 구하러 온 거야?”

클라라와 달리 라테나는 레이나를 보자마자 그녀가 세뇌에 걸렸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클라라가 언급한 ‘레이나’라는 이름 때문에 주춤하고 말았다.

레이나? 그 레이나라고?

“뒤로 물러서! 그 녀석은…….”

그녀가 뒤늦게 클라라에게 경고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레이나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그녀의 배에 찔러넣은 것이다. 칼이 그녀의 몸을 관통하며 바닥에 피가 흘렀다. 클라라의 얼굴이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레, 레이나? 네, 네가 왜……? 아, 너…… 너, 너 설마……?”

클라라는 이제야 상대의 눈빛이 아까 본 찰리의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적에게 정신을 조종당하고 있었다.

“우웃, 너, 너무 해. 아, 아프잖아…….”

“클라라!”

라테나가 안타까움이 실린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으나, 그녀는 대답 한마디 못 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레이나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녀의 자아는 의식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어서 그녀의 몸이 저지르는 짓을 지켜보기만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클라라의 이름을 외쳤지만, 소리는 입안에만 멤돌 뿐, 우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었다.

“잘했다, 레이나. 아는 사이였나? 아무렴 어때. 너는 내 딸이다. 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 그렇지?”

“네. 아, 아버지…….”

가뜩이나 그녀는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분리 때문에 자아가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이 저택에 와서 과거의 기억까지 떠올리게 되면서 정체성에 더욱 혼란을 겪는 와중에 정신계 마도사들의 집중 공격까지 받았으니 최면과 세뇌에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레이나? 내가 알고 있는 그 레이나가 맞나?”

“그렇소. 저택 안으로 숨어들어온 걸 우리 찰리 도련님이 잡아냈지.”

“그녀가 어째서……. 원더스타인과 함께 있다는 건 들었는데…….”

“흥. 내가 당신 남매의 정을 너무 얕봤지. 그도 안 그런 척했지만, 이곳의 동향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더군. 지금 저택 위가 시끄러운 곳도 그 남자가 쳐들어와서요.”

“그 녀석이…….”

라테나는 가슴이 뭉클해지려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록센은 몰랐지만, 그의 부하들이 괴물서커스단의 단원들을 셋이나 납치했다. 동생은 아마 그들을 구하러 왔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이렇게 된 꼴을 본다면, 모른척할 녀석은 또 아니지만…….

“저택의 모든 방어망이 뚫렸소. 흐흐, 내가 그를 얕본 탓이지. 하지만 내게는 아직 비장의 수단이 둘이나 남아 있소. 하나는 여기 있는 레이나고, 다른 하나는 당신이지.”

록센은 품에서 주문서를 꺼냈다. 라테나는 그것이 자신의 힘을 폭주시켰을 때, 사용했던 물건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록센…… 네놈…….”

“후후, 그가 나를 아버지라 부르는 레이나와 화신으로 변한 당신을 마주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구려.”

“이 자식…….”

록센이 주문을 외우며 공동에 세워진 돌기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기둥에 새겨진 룬 문자를 따라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아악!”

라테나는 전신을 엄습하는 고통에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그녀의 몸을 묶고 있는 쇠사슬들이 들썩이며 바닥과 벽을 때렸다.

그녀는 어떤 거대한 형체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포착했다. 그것은 인간의 감각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어비스의 깊은 곳에서 지혜와 속임수, 사기와 전략의 마신 클레벤타인이 날개를 펼쳤다.

***

원더스타인은 까마귀 마녀를 상대하기 위해 홀로 떨어져서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그는 단원들과 현재 상황을 주고받으며 납치당한 단원들에게 연락을 시도하는 일을 계속했다. 마침 두 사람이 지하에서 나왔을 때, 그도 두 사람에게 막 말을 걸던 참이었다.

-니카 양, 드디어 연락이 닿았군요.

-단장님! 아, 드디어! 잠깐, 혹시 지금 저택에서 벌어지는 싸움, 단장님이 오신 건가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단원이 당신들을 되찾겠다고 쳐들어왔습니다. 나탸샤 씨와 당신의 호위 기사였던 드미트리 씨도 말이죠.

원더스타인은 자꾸만 채팅에 끼어들려는 미노바를 루엘로와 연결해주고는 니카와 함께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교환했다. 니카는 이곳이 바로 자신이 예전부터 찾던 콤프라치코스라는 조직의 본부인 것을 깨닫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저는 클라라 양을 찾으러 가겠습니다. 니카 양과 루엘로 양은 일단 다른 분들에게 가 계세요. 방금 연락해보니 이반 씨가 나타샤 씨와 드미트리 씨와 함께 비밀통로가 있는 방에 도착했답니다. 위치를 가르쳐 드리죠.

원더스타인은 그말을 마지막으로 지하실로 진입했는지 연락이 뚝 끊겼다. 니카는 콤프라치코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조사하고 싶었지만, 일단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섣불리 부하들이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납치당한 세 사람은 이곳에 들어오면서 각자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모두 빼앗기고 속옷과 얇은 옷가지 하나만 남겨졌다. 현재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가슴골이 다 드러나는 속치마 한 장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아까 찰리와 실랑이를 하면서 어깨끈 한쪽이 떨어져 나간 덕에 옷깃을 손으로 끌어올려 간신히 가슴을 가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어영부영 남자라고 속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여자였다. 이런 모습을 부하들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모두 본관을 향해 움직여라!”

“중화기를 꺼내와! 대포는 없나?”

“남은 손님들은 별관으로 대피시켜!”

그러나 적들이 근처에 우글거리는 이곳에서 무작정 시간을 뭉개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일단 비밀통로가 있다는 방 근처까지 가서 고민하기로 했다. 루엘로도 힘을 회복한 것을 보면 자신의 약효도 얼마 안 가서 효력이 끝날지도 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직원들의 눈길을 피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다행히 원더스타인이 알려준 방 바로 아래까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 마지막 계단을 오르려는 순간, 그녀는 갑작스러운 복통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까부터 배 안쪽을 쿡쿡 찌르던 고통이 점점 더 심해지더니 이윽고 걷기도 힘들 정도로 그녀를 괴롭혀 왔다.

“어, 언니…….”

루엘로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니카는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루리. 갑자기 고통이 강해져서 그래. 일단 몇 초 있으면 익숙해져서…….”

“아,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왜 그래?”

“피, 피가…….”

“피?”

니카는 고개를 숙여 루엘로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속치마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다리를 타고 한 줄기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니카는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설마 이건? 그…… 말로만 듣던……?

“아…….”

그녀는 현기증을 느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공황 상태에 빠졌던 그녀를 깨운 것은 루엘로의 울먹거리는 소리였다. 그녀는 언니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그녀가 크게 잘못된 줄 알고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진정해, 루리. 난 괜찮으니까.”

“하, 하지만…….”

“일단 화장실부터 들렀다 가야겠다. 이대로 부하들 앞에 나설 수는 없지…….”

“언니, 저, 정말 괜찮은 것 맞지? 응?”

“응. 괜찮아. 정말이야.”

니카는 벌벌 떠는 루엘로를 달래며 계단을 올랐다. 그녀의 다리를 타고 흘러내린 피가 걸음마다 붉은 자국을 남겼다.

그것은 정말 기묘한 경험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여자로 변하는 것을 즐기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여흥이었을 뿐이었다. 막중한 황태자로서의 책무를 벗어던지고 다른 삶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반가운 것이었다. 정말로 진지하게 여자로 살아가는 것을 고민한 적은 없었다.

“어, 언니, 저기 사람이 있어.”

“응?”

상념에 너무 깊게 빠졌던 탓일까. 니카는 앞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그녀는 나비 가면을 쓴 귀부인과 허연 수염을 기른 늙은 사제를 발견했다.

“니콜라이?”

여인에게서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니카는 등에 소름이 쫙 돋는 기분을 느꼈다. 여기서 무조건 자신의 정체를 부정하는 게 최선임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는 대신 상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슐레지엔의 율리아.”

둘은 잠시 할 말을 잃고 서로를 바라봤다. 현재 황제의 가장 큰 총애를 받는 비와 제국의 차기 최고 권력자인 황태자. 두 사람 다 이곳에서 설마 서로를 만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이런 형태로.

제3 황비의 옆에 있는 늙은 주교는 니콜라이라는 이름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 이름이 저 소녀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곧 그는 니카의 머리카락 색깔을 확인했다. 거기에 더해 그녀의 얼굴을 통해 그녀의 나이대를 짐작했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 와서 들었던 충격적인 소식 하나와 그 두 가지를 결합했다. 그러자 제3 황비가 말한 니콜라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서, 설마…….”

주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 때, 제3 황비, 율리아 슐레지엔은 평정심을 회복했다. 그녀는 니카의 아래위를 자세히 살피더니 입에 조소를 머금었다.

“뭡니까, 그 꼴은? 제국의 황태자가 한낱 계집애처럼 밑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니.”

니카의 얼굴에 굴욕감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노련한 정치인답게 금방 냉정을 되찾았다.

“율리아, 당신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겁니까? 역시 콤프라치코스와 손을 잡고 있던 겁니까?”

“글쎄요. 저는 그저 파티를 즐기러 왔을 뿐인데요. 그리고 이곳에 있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된다면, 당신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몇 달 전에 당신의 측근들이 콤프라치코스라는 조직과 접촉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 마당에 서로 간을 보는 짓은 그만둡시다.”

율리아는 니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본인의 가장 큰 약점을 자신에게 드러내 보인 상황이라 이판사판 가릴 게 없었다. 이곳을 습격한 병력도 황태자의 사병인 듯했다.

시간을 끌어봤자 불리한 건 율리아 자신이었다. 아무리 황태자의 비밀을 캐냈다고 한들,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다.

“좋아요. 어차피 짐작하고 있는 듯하니 솔직하게 말하죠. 황태자 당신은 이걸 노리고 온 거겠지요?”

율리아는 품에 든 서류를 꺼내 보였다. 니카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동요를 숨기고 되물었다.

“그 서류는 뭐지?”

“훗,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요. 이미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면서 부정할 셈인가요? 당신의 혈통 증명서 말입니다. 당신이 원래 어미 배 속에 있을 때는 계집아이였다는 증거요. 이곳의 시술 덕에 당신은 사내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것…… 부정할 셈인가요.”

니카는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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