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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5

EP.444 17. 인형의 집 (20)

괴물서커스단과 인형의 집 사이에 벌어졌던 전투는 이제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었다. 25 대 1만이라는 압도적인 병력 차가 나는 두 집단의 대결은 괴물서커스단의 승리로 기울었다. 이는 인형의 집 측에서 보유한 전투 인원 대부분을 엉뚱한 곳으로 보내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핫핫, 그쪽은 정리가 끝났습니까?

-응. 남은 적들도 있기는 한데 대부분 싸울 의지를 잃은 거 같아. 거기는 어때?

-역으로 몰려갔던 자들이 자신들이 속았다는 걸 알고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밀밭에 불이 번지고 있는 데다 마야 양이 중간중간에 환상을 배치해 길을 꼬아둔 덕에 그곳으로 가기는 힘들 겁니다.

-최소 5시간은 걸릴 거야.

-그 정도면 나타샤 씨가 말했던 군대가 도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네?

작전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원 중에 중상을 입은 이도 없었고, 남은 적들의 소탕도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였다. 목표로 했던 인원 중 벌써 둘이나 구출했다. 클라라는 원더스타인이 직접 나서서 데려온다고 했으니 금방 확보될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그의 능력만큼은 믿고 의지할 만했다.

-비밀통로 앞에서는 세 사람이 여전히 전투 중이라고 하네! 니카, 루엘로! 거기로 가는 중이지? 일단 방에는 들어가지 말고 있어!

엘라의 명령에 두 사람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아직 저택 곳곳에 남아 있는 적들의 눈길을 피하느라 바쁜가 싶어서 자세히 캐묻지는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레이나의 행방뿐이었다. 엘라는 그녀가 지하로 갔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저택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통신이 차단된 상태였던 그녀가 불과 몇 분 전에 ‘아버지’에 대해 몇 마디 횡설수설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엘라가 말을 거는 것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다시 통신이 뚝 끊겨 버렸다.

이 저택에서 원더스타인의 능력이 차단되는 곳이라면 지하밖에 없었다. 엘라는 원더스타인에게 이 소식을 전하려고 했지만, 그 역시 지하로 내려가 버려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른 단원들은 벌써 승리에 취해 들떠 있었지만, 그녀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땅 아래를 바라봤다.

***

원더스타인은 까마귀 마녀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예행연습을 여러 번 했었다. 그와 마녀들 사이에 어떤 일 있었는지는 원작에서 그렇게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과 그들이 들려주는 몇몇 일화를 통해 그들이 대등한 관계라는 것과 서로를 허물없이 대한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지하의 중심부에서 밀어닥치는 기운은 다른 화신들과 마주했을 때 느꼈던 것과 유사했다. 세계에 거대한 구멍이 뻥 뚫린 느낌이었다.

차라리 그녀가 이성을 잃어 괴물이 되었으면 다행이었다. 죽이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인간성을 가지고 자신을 대한다면 그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콤프라치코스는 그렇게 나쁜 조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원작에서 묘사되는 바로는 그랬다.

그것은 그가 보육원에 대해 남들보다 더 끔찍한 경험을 했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인형의 집은 그가 있었던 전능원에 비하면 천국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도착하고 나니 원작에 없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동 박람회도 그렇고, 대규모의 경비견 부대도 그랬다.

그것들은 원래 이곳이 아닌 노예시장 스테이지에서 나오는 이벤트였다. 콤프라치코스에서 쫓겨난 록센이라는 마도사가 벌이던 일이었다.

이것도 자신의 선택 때문에 미래가 바뀐 것일까? 그렇다면 어떤 인과가 작용했을까. 까마귀 마녀가 록센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일까. 아니면 그가 반란이라도 일으켜 그녀를 끌어내린 것일까.

고민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다. 지하의 중심부에 도달한 그는 까마귀 날개를 단 붉은 머리의 여인이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라테나.”

원더스타인은 원작의 그처럼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들더니 그를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원디…….”

원더스타인이 그녀를 향해 발걸음을 막 내딛으려고 할 때, 거대한 풍압이 그를 덮쳤다. 커다란 검이 그를 베어 왔다.

그는 재빨리 뒤로 피한 덕에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상대에게 바로 반격을 날리려고 했지만, 상대가 누군지 확인하고는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레이나 양?”

“아, 아버지의 적……! 주, 죽인다…….”

레이나는 원더스타인이 걱정했던 대로 적에게 세뇌당해 있었다. 그녀는 공격이 실패하자마자 뒤로 물러나 자신의 ‘아버지’ 옆에 섰다.

“어떻습니까? 당신의 식구 두 사람이 전부 제 수중에 있군요.”

“록센.”

원더스타인은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중년 남자를 노려봤다. TT3의 다섯 번째 스테이지인 벨리키 볼라크의 노예시장에서 보스로 나오는 ‘외눈의 록센’이었다. 짐작대로 그가 반란을 일으켜 라테나를 실각시킨 듯했다.

“프랑크 원더스타인. 오랜만에 뵙습니다. 당신이 이 두 사람을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는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곳에 가만히 서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약간이라도 움직인다면 레이나가 검으로 자기 자신을 찌를 겁니다. 레이나는 정말 착한 아이랍니다. 제 명령이면 뭐든지 하죠. 이미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자도 한 명 베었지요.”

원더스타인은 그들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클라라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행히 죽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피를 상당히 많이 흘린 듯했다.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몰랐다.

“후후, 저 아이는 그냥 평범한 검에 베였지만, 당신을 위해 준비한 이 물건은 좀 다릅니다. 찔리면 당신이라도 상처를 치료하기 힘들 겁니다. 그러니 딸을 죽이고 싶지 않다면, 가만히 있으세요.”

록센이 레이나를 향해 붉은 수정을 내밀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그녀는 검을 들고 그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든 검에는 검붉은 피로 그려진 복잡한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직감적으로 저것에 맞았다가는 자신이 무사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레이나는 저 검으로 자기 자신을 공격할 것이다.

“시, 싫어…… 아, 아빠…… 나, 나는…….”

레이나의 가면 아래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록센이 내린 명령에 저항하고 있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가지는 두려움, 원망, 사랑, 증오가 그녀의 몸을 단단하게 구속했다.

“저, 저를…… 주, 죽이세요……. 차라리 저, 저를…….”

그녀는 원더스타인에게 사정했다. 자신 따위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말고 피하거나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고.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괜찮을 겁니다, 레이나 양.”

“하윽, 아으으, 윽!”

레이나의 검이 그의 몸을 찔렀다. 검에 그려진 붉은 문자들이 펑펑 터지는 소리를 내며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원더스타인은 입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하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다른 한 손으로 자신에게 꽂힌 검을 단단히 붙들었다. 이게 자신에게 꽂혀 있는 이상, 그녀가 죽을 염려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안심하고…….

“끝난 건가?”

록센은 그가 검에 찔리는 순간, 행동을 개시하는 것을 보고 잠시 긴장했다. 그러나 그는 간신히 팔을 뻗어 레이나의 가면 정도나 벗기는 게 고작이었다.

아마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는 레이나를 향해 몇 마디 말을 읊조리고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내가 쓰러트린 건가? 내가? 크흐흐, 으하하하! 내가, 내가 쓰러트렸다! 원더스타인을 쓰러트렸어!”

록센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예전부터 동경해왔고 목표로 삼아왔던 남자였다. 드디어 자신이 그를 꺾고 말았다.

그의 웃음에는 단순한 성취감 이상의 것이 담겨 있었다. 원더스타인의 몸을 손에 넣은 것은 그들 조직에 있어서 큰 수확이었다. 이걸로 데볼루트 수급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늘 입은 손해도 금방 메꿀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아주 좋아. 이런 보물은 조심히 다뤄야지. 레이나, 그를 공동 뒤편의 석실로 옮겨라. 그를 해체하는 작업은 나중에 마샤를 불러 천천히…… 크윽?”

록센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무언가 차갑고 날카로운 것이 가슴을 찔렀다는 것을 느꼈다. 그 때문에 폐에 구멍이 뚫리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 이…… 이건?”

그에게 단검을 날린 사람은 바로 레이나였다. 그녀는 두 눈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핏발 선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가…… 감히…… 나에게…… 아빠를 찌르게 해?”

“크륵, 레, 레이……나?”

록센은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최면에서 벗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본인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자신감이었지만, 그녀가 어떤 식으로든 마법의 영향에서 벗어났다면 그가 지닌 수정의 색에 변화가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수정은 여전히 같은 색을 발하고 있었다.

‘원더스타인! 그자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아냐. 그가 한 거라곤 마지막에 가면을 벗긴 것밖에…… 잠깐, 가면?’

록센은 그녀가 쓰고 있던 가면을 떠올렸다. 그것은 키르쿠스의 힘이 작용해서 그런지 보통의 힘으로는 벗길 수 없었다.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키르쿠스의 가면이 가지는 의미가 떠올랐다.

페르소나. 키르쿠스의 신도들이 원더랜드에서 쓰고 다닌다는 무대 위의 또 다른 인격.

“가, 가면 아래에 다른 인격을 숨기고 있었나……. 그, 그런 거였군……. 그래서 지금의 너한테는…… 명령이 통하지 않는 거였어…….”

“닥쳐. 당신을 죽이고 말 거야. 감히…… 감히…… 아빠를…….”

“크흐흐, 하, 하지만 기, 억을…… 공유한다면…… 바, 방법은 있지…….”

록센은 그녀가 바로 앞까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의 눈앞에 붉은 보석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는 눈동자가 몽롱해지면서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자, 자…… 나, 나는 네 아버지란다……. 그, 그러니 찌, 찌르면 안 되겠지?”

명령이나 금제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억을 공유한다면 암시는 통할 수 있었다. 아버지에 대해 그녀가 가지는 감정을 이용해서 그녀 스스로 공격을 주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버지?”

“그, 그래…… 나, 나는 네 아버지야……. 레, 레이나는 아버지 조, 좋아하지…… 그렇지?”

록센은 지금의 자신이 그녀에게 원더스타인처럼 느껴질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아빠와 아버지. 레이나의 ‘그림자’는 그 두 존재를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란 말이지.”

그녀의 입에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아까 클라라를 찌른 검을 주워들었다. 록센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자, 잠깐. 레. 레이나? 그, 그걸로 어쩌게…… 나는 네 아버지…….”

“그래. 아버지. 내가 증오하는 아버지.”

레이나는 록센의 뒤로 지몬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보았다. 자신을 가짜 딸이라고 업신여기면서 자신을 학대하고, 구박하고, 괴롭히던 그 뻔뻔한 남자가.

그녀가 자신에게 품은 살의를 중화시키기 위해 그가 지몬으로 위장 것은 오히려 역효과였다. 레이나는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이를 꽉 악물며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언젠가 당신을 내 손으로 한 번 죽여 보고 싶었어.”

“레, 레이나? 자, 잠깐, 레이나……윽?”

그녀의 검이 번개처럼 휘둘러졌다. 록센의 목이 갈라지며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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