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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6

EP.445 17. 인형의 집 (21)

이반은 현재 검을 나누고 있는 상대가 지금까지 그가 싸워 본 검사 중에 원더스타인을 제외하면 가장 강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힘만 따지자면 도핑을 한 베르카가 더 위협적이었지만, 순수하게 검술의 실력만 본다면 그가 한참 위였다.

“페트로프 비전 검술. 그렇군. 자네가 투간 경을 반송장으로 만들었다는 그 검투사인가?”

황실근위대 서열 5위인 루카셴코는 반년 전, 전직 분대장인 투간이 귀족들을 대상으로 품팔이를 하고 다니다가 어느 검투사에게 크게 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실에 문제가 있어 황실근위대에서 쫓겨난 그였지만, 검술 실력만큼은 분대장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났다. 그런 그가 고작 갓 20살이 된 검투사 나부랭이에 당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그 검투사가 페트로프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나름대로 이해가 갔지만 말이다.

“우리 가문의 검술을 아십니까?”

“나도 10년 전 내전에 참여했었거든. 자네 조부와도 검을 겨룬 적이 있었지.”

루카셴코의 검이 춤추듯 공중에서 몇 번 튕기더니 이반의 겨드랑이 아래에서 비스듬히 치고 올라왔다. 그러나 상대는 그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막아냈다.

“놀랍군. 이 기술로 자네 가문 사람 몇 명을 잡아냈는데……. 자네는 스스로 이 약점을 보완한 건가?”

이반은 고개를 내저으며 스승님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스승님은 이런 상황이 닥치면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그에게 부탁했었다.

그분은 자신을 제자로 받아주기는 했지만, 더는 검사로서 세상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심지어 상대는 한때 내전에 참여했다는 검사였다. 어쩌면 스승님의 이름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네. 제가 개발한 겁니다.”

“허허, 이거 아까운 친구로군. 하필 황태자 진영의 줄을 잡다니.”

“정치 같은 거 모릅니다. ”

“하긴 모를 만하겠군. 반평생을 투기장에서 살았을 테니.”

“저는 그저 제 일행을 구하러 왔을 뿐입니다!”

이반은 그의 검을 강하게 밀치고는 그를 향한 공세에 나섰다. 루카셴코는 떠들던 것을 멈추고 그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이거 정말 만만치 않군.’

황실근위대에서 말하는 서열은 어디까지나 조직 내 의전 서열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자리는 전국의 귀족들이 자신의 파벌 사람을 넣기 위해 애쓰는 곳이었다. 자연스럽게 의전 서열은 검술 실력에 의해 줄 세워졌다.

루카셴코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반의 실력이 자신보다 높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대의 실력은 서열 4위와 비슷했다. 그의 나이로 봤을 때, 다양한 강자와의 경험을 조금만 더 쌓는다면, 얼마 가지 않아 근위대 서열 3위와도 비등하게 검을 나눌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고작 20살에 이 정도 실력이라니. 놀랍긴 하지만, 넌 줄을 잘못 탔다!’

루카셴코는 눈동자를 슬쩍 굴려 방안을 한 번 훑어봤다. 싸움에 들어가기 전부터 그가 눈여겨본 몇 가지 사물들이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이반을 그것들의 중심부로 유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상대가 노리던 지점에 서자 그는 준비한 기술을 펼쳤다.

“하앗!”

루카셴코는 왼쪽에 서 있는 2m 높이의 전등을 어깨로 밀침과 동시에 오른쪽 발로 카펫을 꾹 밟아 당겼다. 이반은 전등을 피하려고 무게 중심을 옮기다가 카펫에 미끄러지면서 몸을 휘청거릴 게 분명했다.

그는 이반이 대처하기 힘들 거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즉석에서 주변의 환경을 이용하는 싸움법은 투기장에서는 겪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이반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그가 발로 카펫을 당기는 순간, 훌쩍 위로 점프하더니 넘어지는 전등을 루카셴코가 있는 쪽으로 받아쳤다.

“황실근위대씩이나 되는 분이 치졸하시군요.”

루카셴코는 날아오는 전등을 손으로 잡으며 혀를 찼다.

“꿰뚫어 본 건가? 투기장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기술이었을 텐데.”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신세 지고 있는 곳에 이런 잡기에 능한 분들이 계셔서.”

이반은 알렌과 조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두 사람 다 검술 실력은 그보다 떨어졌지만, 암흑가에서 구르면서 익힌 실전적인 기술로 여러 번 그를 곤란하게 만들곤 했었다.

특히 갖가지 지형지물을 이용한 기습은 전장이 투기장처럼 단순한 평면 무대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들과의 대련이 없었다면, 이반은 루카셴코가 뭘 노리는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만만치 않군.”

루카셴코는 잠시 뒤로 물러서서 호흡을 고르며 다른 일행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살펴봤다. 레오노프는 나타샤와 드미트리의 합동 공격에 맥을 못 추고 있었다. 그녀는 암살 전문 특급 요원이었다. 상대의 시선을 끌어줄 무언가가 없으면 제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루카셴코는 당연히 콤프라치코스의 조직원들이 그녀를 도와줄 것을 기대했다. 그들이 전원 평범한 병사 수준의 기량만 발휘해도, 레오노프는 상대가 시선을 뺏기는 찰나를 틈타 치명적인 일격을 상대에게 선사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인 싸움에 들어가자 콤프라치코스의 인원들은 그녀를 돕는 데 소극적으로 나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난 듯했다.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며 거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남 걱정할 시간이 있습니까?”

이반의 검이 다시 루카셴코를 노리고 들어왔다. 그는 상대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고는 바닥을 뒹굴었다. 황실근위대 간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일어서서는 어떻게든 레오노프 쪽으로 전장을 옮겨가려고 애썼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3:2로 싸우는 게 그들에게 유리했다.

“이런!”

마샤는 제3 황비의 측근 두 사람이 수세에 몰리자 안타까운 신음을 토하며 발을 굴렀다. 그녀도 부하들을 이끌고 둘을 돕고 싶었지만, 눈앞의 남자가 그것을 가로막고 있었다.

“페렌츠 씨, 어째서 우리를 배신하는 겁니까?”

그녀의 분통 섞인 목소리에 페렌츠는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뻔뻔하기는. 애초에 너희가 먼저 우리를 속였잖아.”

“그게 무슨 말입니까?”

“너희가 그 닌자 바보를 세뇌해서 이용해 먹고 있다는 것을 내가 눈치채지 못할 줄 알았나?”

그의 지적에 마샤는 흠칫 몸을 떨었다가 곧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그건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는 당신에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래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거지. 하지만 아까 방을 나간 그 사람이 슐레지엔의 공녀, 그러니까 제3 황비라며? 내게 황태자 암살을 의뢰한 여자 말이야.”

그제야 마샤는 페렌츠가 순식간에 모든 사정을 꿰뚫어 봤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록센이 찰리를 시켜 페렌츠를 빼돌린 것은 만약을 위한 보험이었다. 고작 원더스타인을 상대하기 위한 전력 하나를 늘리고자 황태자 암살범을 구출하는 위험을 감수할 리 없었다.

그는 제3 황비가 자신을 토사구팽할 것을 대비하여 그녀가 계획한 황태자 암살 실행범을 수중에 넣어두는 것을 택했다. 그의 최면과 세뇌 기술이면 그에게서 필요한 증언을 끌어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만약 일이 틀어지면 그는 그녀에게 페렌츠의 목숨을 대가로 거래로 제안하거나 혹은 황태자 측에 페렌츠를 팔아넘기고 보신을 택할 생각이었다. 어느 쪽이든 페렌츠는 죽은 목숨이었다.

록센은 설마 제3 황비와 페렌츠가 이런 식으로 마주치는 순간이 올 거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원더스타인이 쳐들어왔다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급박하게 명령을 내리다 보니 미처 그의 동선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저기 들어온 세 사람은 황태자의 부하들이라며? 날 여기로 끌고 온 이유가 뭐지? 싸움에서 이기면 제3 황비 쪽에, 싸움에서 지면 황태자 쪽에 나를 팔아넘겨서 생존을 도모할 생각이었나?”

“아, 그, 그건…….”

그녀도 설마 황태자의 부하들이 이 시점에서 저택으로 난입할 줄 몰랐다. 그러나 실제로 그와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기에 쉽사리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페렌츠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

“나도 찰리 그 녀석도 네놈들 손에 놀아난 거였군.”

“찰리 오빠를 돌려줘요! 어디 있는 거죠?”

비올라가 콤프라치코스에 협력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찰리와 오붓하게 연인으로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로 목숨 걸고 이곳을 위해 싸울 생각 따위 조금도 없었다.

마샤는 당장이라도 조직원들에게 두 사람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리고 싶었다. 그러나 페렌츠와 비올라 사이에는 베르카가 들어 있는 관이 있었다. 그는 현재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체였다. 혹시라도 싸움 중에 저것에 손상이라도 간다면 큰일이었다.

“모두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흐윽?”

그 순간, 마샤는 머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무언가 거대한 압력이 그녀의 신경을 짓누르고 있었다.

“크억!”

“끅, 이, 이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데리고 있는 다른 클레벤타인의 마도사들도 갑작스러운 고통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신음과 비명을 토했다.

마샤는 이를 악물며 간신히 의식의 끈을 유지하면서 현 상황을 분석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얼마 가지 않아 자신들에게 힘을 공급해주던 경로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라테나를 묶어두고 있는 주술은 그녀에게 공급되는 마신의 힘을 가로채 다른 마도사들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 콤프라치코스의 마도사들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힘을 부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역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힘을 모두 라테나 쪽에서 끌어당기고 있었다.

마샤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다. 휘하 마도사에 대한 절대적인 예속은 사도의 권한을 넘어서는 힘이었다. 오직 마신 본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화신이 강림하려고 하는 것이다.

***

루엘로에게 얻어맞고 기절한 찰리는 얼마 있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그는 수첩에서 추적에 쓸만한 인스피라를 꺼내서 순식간에 도망친 두 사람을 따라잡았다.

“그날이었나. 신경이 날카로웠던 이유가 있었군.”

그는 니카의 다리를 타고 흐른 핏자국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그의 뻔뻔한 태도에 기가 차서 욕이 절로 나왔다.

“이 미친 변태 자식!”

“앗, 언니! 저 사람들 도망쳐!”

두 사람이 갑작스럽게 난입한 찰리에게 시선이 뺏긴 틈을 타서 제3 황비와 주교는 재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났다. 니카는 율리아의 손에 든 서류를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었지만, 자신에게는 그들을 추적할 힘이 없었다.

그렇다고 루엘로에게 저들을 쫓아가서 서류를 뺏어와 달라고 명령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린애 혼자 싸우라고 보내기에는 위험할뿐더러 그녀에게 저 서류가 가지는 중요함을 이해시키기도 힘들었다.

‘내가 원래 여자였다고?’

니카는 도망치는 율리아의 등을 노려보며 그녀가 폭로한 비밀을 되뇌었다. 그녀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렇기에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단서가 그와 맞아떨어졌다.

모든 게 설명됐다. 자신이 남자치고 지나치게 여성스러웠던 외모를 가졌던 이유도, 콤프라치코스가 비밀스럽게 제3 황비와 접촉을 시도했던 이유도, 별빛이 자신에게만 여성화 약으로 작용했던 이유도.

그녀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뒤흔들 정도로 충격적인 사실이었지만, 니카는 빠르게 평정심을 회복했다. 3개월 전의 그녀였다면 이렇게까지 쉽게 인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괴물서커스단에 머무르면서 겪었던 일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황제 암살의 배후. 황실 비자금. 콤프라치코스.

이것으로 그녀는 원더스타인에게 품었던 3가지 궁금증을 모두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의문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것은 그와 동행을 결정하면서부터 품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니카 양은 사실 여자잖아요?’

도대체 어떻게.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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